재벌가 장남이 사업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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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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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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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과 현실 사이 (2)

DUMMY

잠시 눈을 감았다.


자, 전민석!

이제는 인정해라!

넌 1992년의 민형진 몸에 들어와 있어.

언제까지 지금처럼 갈팡질팡할 거야?


결론은 사실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전 2024년에 살던 전민석이예요. 정말이예요, 믿어달라니까요.’


내가 이렇게 떠들고 다녀봐야 누가 들은 척이나 하겠어?

기껏해야 나를 정신병원에 가둬버리겠지.


결국 이제 나는.

평범한 취업 준비생이 아니라 재벌 2세로 살아가야만 한다.

행동도 그에 걸맞게 바꿔야겠지.


그게 내 결론이었다.


***


난 어깨를 펴고 조금 전의 중년 형사에게 말을 걸었다.


“저···.”

“뭐야? 기다리고 있으랬지? 아직 네 차례 아니라고 했잖아!”


아니다.

이런 놈에게 공손한 태도는 필요 없다.


지금이라면 재벌의 힘이 더 막강한 시대일 터.

재벌이라면, 내가 아는 민형진이라면 더 당당하게 행동하겠지.


“나, 전화 좀 씁시다.”

“뭐? 씁.시.다? 너! 지금 나한테 씨부린 거냐?”


형사의 목소리는 다시 드세진다.


“이 새끼 간뎅이가 부었네. 생긴 건 어리버리해 가지고! 몇 대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겠냐?”

“훗!”

“웃어? 이 새끼가···.”


나는 그의 욕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우리 아버지 함자가 민자, 수자, 한자 되십니다.”

“민··· 수··· 한? 그놈이 뭐하는 놈인데? 내가 그 새끼 이름까지 알아야 해? 웃기는 놈이네, 이거.”


그놈? 그 새끼?

열받으라고 비웃는 척 하긴 했지만, 이렇게 쉽게 걸린다고?


“아버지께 꼭 말씀드려야겠군요. 감히 이세그··· 이세백화점 사장님한테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경찰이 있다고 말입니다.”

“뭐? 이, 이세백화점?”

“형사님 배짱이 두둑하다고 좋아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분이라.”

“헙!”


형사는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깨달은 듯하다.

아까 내 배를 찔렀던 지휘봉을 뒤로 숨기며 공손한 태도로 내게 묻는다.


“저··· 민수한 사장님과 혹시 어떤 관계신지···.”

“내가 그분 장남입니다.”

“예엣?”



지금 재계 서열로 따지면 50위 안에 들어갈 수나 있을까?

미래의 기준으로 보면 그룹이라고 칭할 수도 없을 만큼 작은 규모일 테지.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런 사실까지는 모른다.

TV에 나오고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면 무조건 큰 회사라고 생각할 뿐.


게다가 조금 큰 수퍼마켓 수준의 지역 백화점도 아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명동에 자리 잡고 명성을 이어온 백화점.

한국 사람이라면 이 회사의 이름을 모를래야 모를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세백화점은 이들에게 상상도 못 할 거대한 재벌 회사였다.



나는 지갑 속에 있던 명함을 그에게 던져 주었다.


“이분한테 전화 걸어서 민형진이 경찰서에 있다고 하면 알아서 하실 겁니다.”

“아, 네.”


명함의 주인은 이세백화점 김진표 비서실장.

뒷면에 ‘위급 시’라는 글씨와 함께 자택 전화번호까지 있는 걸 보면 이럴 때 사용하라고 준 명함이 분명했다.


형사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만 있다.


“내가 직접 걸어야 합니까?”

“아, 아닙니다. 제가 전화드리겠습니다.”


조금 전 내게 거만을 떨던 형사는 사라져 버렸다.

그는 일류 레스토랑의 지배인에 빙의한 것처럼 정중하게 허리를 굽히며 전화 다이얼을 조심스럽게 돌린다.


‘그래. 이게 내가 듣던 대한민국이지.’


강자에게 꼬리를 말아버리는 습성.

나는 이제서야 1992년의 현실에 아주 조금 적응이 된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 시끌벅적하던 사무실.

지금은 다들 쥐 죽은 듯이 숨을 죽이고 내가 있는 곳을 지켜보고 있다.


“아까 어디 아프다고 했었지?”


그런 와중에 몇 명의 형사들이 널브러져 있던 내 ‘일행’에게 다가가 다친 곳을 살피고 있는 게 보인다.


“소독약 갖다줄까? 아니면 진통제 필요해? 말만 해. 형이 갖다줄 테니까.”

“혹시 아저씨가 섭섭하게 했다면 사과하마.”


아프다고 하든지 말든지 으름장만 놓던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이놈들. 찔리나 보지?.’


물론 내가 깨어나기 전의 일이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형사들이 어떤 짓을 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부르던 전생의 경찰도 특권층이 개입된 사건이 벌어지면 늘 그들의 편에 섰다.

불이익을 당한 일반인이 억울하다고 아우성쳐도 아무 소용없었지.


1992년의 한국이라면.

분명 더 심했겠지?


대학생 애들이 사법연수생과 싸웠다고?

그럼 철없는 어린 놈들이 무조건 잘못한 거겠지.

어디 감히 판검사 될 분들한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 일쯤은 그들에게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쾅!


그건 그렇고.

여전히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저 새끼 유치장 안 보내고 뭐 하는 거야! 야!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아까 그 연수생이 다시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는 내 앞에서 공손해진 형사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

아마 소란을 피우느라 내 말을 듣지 못했던 것같다.


당연히 저놈도 본때를 보여줘야겠지?

내 머리를 무려 맥주병으로 때렸다잖아.


“어이, 연수생!”

“뭐?”


청산유수처럼 말을 내뱉었던 놈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사시 합격하니까 세상이 우습게 보이지?”

“······.”

“그런데 말이야. 사시는 예선이고 연수원은 본선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수백 명 연수생 중에 판검사, 그것도 요직에 임용되는 사람은 정말 한줌도 안 된다는 거 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

“이 새끼가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넌 얼른 변호사 뽑아 주는 회사를 알아봐야 할 것 같아. 내가 관상을 좀 볼 줄 아는데 너처럼 멍청하게 생긴 놈은 거기도 쉽게 못 들어갈 거 같거든.”


판검사로 임용되지 못한다면 그는 평범한 변호사의 길을 걸어야 한다.

나름 대우는 받지만 일반인보다 조금 나은 정도.

그렇게 된다면 지금처럼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리는 일 따위는 꿈도 꿀 수 없다.


그걸 뻔히 아는 나로서는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안하무인처럼 굴고 있는 녀석이 가소로웠다.


“이··· 씨발 새···.”


그놈은 내게 하려던 욕을 잠시 멈춰야 했다.

보다 못한 형사 하나가 그놈에게 귀엣말로 내 정체를 알려줬기 때문.


“뭐? 이세백화점 사장 아들이라고? 그게 어쨌다는 거야!”


아직 술이 덜 깨긴 했나 보군.

사태 파악이 저렇게 안 돼서야···.


“우리 아버지 고문 변호사가 중앙지검장 출신이야. 그분이 맥주병으로 재벌 아들 머리를 깨버리려 했던 네 얘기를 들으면 뭐라고 하실까? 연수원 후배를 참 자랑스러워하시겠지? 패기 넘친다고 말이야.”

“······.”


검사들이 재벌이 연관되면 조심스러워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하늘 같은 선배들이 변호하고 있는데 일반인들 때처럼 막 대할 수 있겠냐고.


인사할 때조차 사법연수원 기수를 따져 서열을 매긴다는 법조인들.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바로 연수원 선배들이었다.


이세백화점 고문 변호사가 검사장 출신인 걸 어떻게 알았냐고?

그야 대충 찍은 거지.

재벌을 변호하는 건 전직 고위 판검사가 맡는 것으로 정해져 있잖아.


그는 내 블러핑에 당황해하고 있었다.

심지어 시선조차 갈 곳을 잃고 허공을 배회하고 있다.


시끄러웠던 녀석의 입을 막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좀 더 큰 결정타가 필요했다.


나는 아까의 중년 형사를 찾았다.


“형사님. 여기 기자실이 어디죠?”

“아, 기자실 말입니까? 2층 구석에 있긴 합니다만 거긴 왜···.”

“내 얘기를 기자들이 좋아할 것 같지 않아요? ‘죽을 뻔한 재벌 아들. 흉기를 휘두른 범인은 사법연수생’. 어때요? 섹시한 제목 같은데.”

“내가 언제··· 당신을··· 죽이려고··· 했단 거요?”


한결 겸손해진 말투의 연수생.

하지만 말을 더 해봐야 불리해진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자신이 맥주병을 휘두른 걸 본 증인도 여럿이고 내 뒷머리는 조금 부풀어 오르기까지 했다.

이 정도라면 특수폭행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는 건 법을 공부하고 있는 본인이 더 잘 알 터.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던 그놈은 갑자기 내게로 달려들어서···.


“어! 왜 이래?”


무릎을 꿇고 사정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제가 술에 취해서 못 할 짓을 한 것 같습니다. 한 번만 눈감아 주시면 평생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이거 놔!”

“선생님, 선생님! 시골에 계신 저희 어머님을 봐서···.”


어처구니없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돌변할 수 있는 거지?


그는 심지어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다.

만약 저게 연기라면 배우로도 성공하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


‘이놈, 앞으로 크게 되는 거 아니야?’


손바닥 뒤집듯이 안면을 바꿀 수 있는 놈들이 승승장구하는 세상은 앞으로도 계속되니까.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놈하고 끝까지 싸워봐야 귀찮기만 할 뿐이고···.


또 알아?

한심하긴 하지만 나중에 내게 도움이 될 일이 있을지.


하지만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세상이 이런 곳이었어?’


취업 준비생이던 시절에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쥐꼬리만한 권력에 기생하는 사람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면서 실제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지저분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


“형진아!”


드디어 내가 얼굴을 아는 사람이 등장했다.


민수영.

나이는 다섯 살 위였던가?

나는 그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민형진의 하나뿐인 동복 누나로 SNS에 등장했던 유일한 가족이었기 때문.


그녀는 내 찢긴 옷과 부은 뒷머리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누가 너한테 이렇게 한 거야?”

“그렇게 소란 피울 일 아니야.”

“무슨 소리야? 네가 다쳤는데. 누구야?”

“조용히 해. 별일 아니라니까.”


주위의 형사들은 호들갑을 떠는 민수영을 보며 더 조심스러워졌다.

그녀가 이 일을 문제 삼기 시작하면 그들에게도 불똥이 튈까싶어 안절부절하는 눈치다.


사실 민수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이들 남매가 친했다는 것은 알지만 실제 속사정까지는 알 수 없으니까.

그래도 내 말투를 별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보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민형진 씨. 정말 그렇게 처리해도 되겠습니까?”

“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도 없고. 미래가 창창한 사법연수생들 앞길을 막을 수는 없잖아요.”

“선생님!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이번 일은 절대로,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서른이 넘어 보이는 연수생들은 내게 연신 허리를 굽혀 감사 인사를 했고 내 ‘동창’이라던 녀석들도 생각보다 쉽게 풀려난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민수영은 내 겉모습을 보고 조금 호들갑을 떤 것을 제외하고는 내 옆에서 사건이 처리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다.

오늘 만났던 사람 중에는 그래도 가장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였다.


이때까지는.


그녀가 본색을 드러낸 것은 차의 뒷자리에 올라 우리 둘만 남았을 때였다.



민수영은 경찰서에서도 내 손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차 뒷자리에 올라서도 손을 놓지 않는 게 아닌가?


몹시 불편했다.

이제부터는 친누나로 대해야 하는 것은 안다.


하지만.


‘태어나서 여자 손을 이렇게 오래 잡고 있었던 건 처음이라고!’


“누나, 이제 손을. 아야!”


우리를 보는 눈이 사라지자, 그녀는 내 등을 세차게 때린다.

그리고 내게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형진이, 너! 어디 갈 때에는 행선지를 꼭 얘기하라고 내가 그런 거 잊었어? 그리고 경찰서에 왔으면 나한테 전화부터 했어야지! 머리가 그 모양인데도 아무 말도 안 할 작정이었어?”


민수영이 나를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민형진은 올해 스물 두 살이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성인 남자에게 어디 가는지 일일히 보고하고 다니라고?

이건 너무하잖아?


난 ‘상남자 민형진’이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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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건강한 상점 (2) +6 24.09.17 855 34 13쪽
29 건강한 상점 (1) +5 24.09.16 1,023 24 13쪽
28 시한폭탄 (3) +3 24.09.15 1,250 28 12쪽
27 시한폭탄 (2) +4 24.09.14 1,354 34 13쪽
26 시한폭탄 (1) +5 24.09.13 1,461 23 12쪽
25 기 싸움 (4) +3 24.09.12 1,491 25 13쪽
24 기 싸움 (3) +5 24.09.11 1,486 27 13쪽
23 기 싸움 (2) +3 24.09.10 1,504 27 13쪽
22 기 싸움 (1) +3 24.09.09 1,576 30 13쪽
21 미래로 가는 창고 (3) +4 24.09.08 1,622 35 14쪽
20 미래로 가는 창고 (2) +3 24.09.07 1,649 32 13쪽
19 미래로 가는 창고 (1) +5 24.09.06 1,777 34 12쪽
18 뱀파이어와의 키스 +3 24.09.05 1,767 33 12쪽
17 아름다운 편의점 (4) +3 24.09.04 1,781 32 13쪽
16 아름다운 편의점 (3) +4 24.09.03 1,745 33 12쪽
15 아름다운 편의점 (2) +4 24.09.02 1,772 37 13쪽
14 아름다운 편의점 (1) +6 24.09.01 1,880 32 13쪽
13 셀럽이 되자 (4) +3 24.08.31 1,881 34 13쪽
12 셀럽이 되자 (3) +4 24.08.30 1,885 32 14쪽
11 셀럽이 되자 (2) +3 24.08.29 1,942 35 12쪽
10 셀럽이 되자 (1) +6 24.08.28 1,980 32 13쪽
9 돼지 구출 작전 (4) +4 24.08.27 1,970 38 14쪽
8 돼지 구출 작전 (3) +5 24.08.26 1,993 39 13쪽
7 돼지 구출 작전 (2) +4 24.08.25 2,106 42 12쪽
6 돼지 구출 작전 (1) +4 24.08.24 2,195 42 12쪽
5 변신 (2) +3 24.08.23 2,201 43 13쪽
4 변신 (1) +4 24.08.22 2,388 41 13쪽
» 지옥과 현실 사이 (2) +5 24.08.21 2,432 48 12쪽
2 지옥과 현실 사이 (1) +4 24.08.20 2,663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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