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장남이 사업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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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3)

DUMMY

“하여간 공무원 놈들 일하기 싫어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


구청장 면담을 마치고 돌아온 이세쇼핑 정민하 사장은 돌아오자마자 불평부터 늘어놓는다.


“왜 이렇게 화가 나셨어요?”

“왜 그러긴 다 자네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런 거 아닌가?”

“하하, 오늘 가셨던 게 실무진끼리 합의된 내용에 도장 찍으러 가셨던 것 아니었습니까?”

“연말에 보도블록 교체할 돈도 모자란다고 나한테 계속 죽는소리만 하더라.”


이세마트 때문에 못 살겠다!

계획도 없이 무작정 승인해 준 구청은 대책을 내놔라!


공무원들은 머리띠를 묶고 구청 앞에서 시위하는 상인들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었다.

이세마트 설립 승인을 강요한 건 다름 아닌 상공부.

자신들은 정부의 지시를 따랐을 뿐인데 상인들은 매일 저 난리를 치고 있었고 언론에서는 대기업 편만 드는 구청 욕을 하고 있다.

덕분에 실무자들은 매일 자신을 질책하는 상사들 때문에 죽을 지경.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세마트에 압력을 넣는 일뿐이었다.


자신들이 우리 때문에 피곤해 졌으니 대책을 마련해 오라는 거지.


그래서 가져간 방안이 재래시장 현대화 계획.

구청과 이세마트, 그리고 상인연합회가 손을 잡고 재래시장을 리모델링하자는 내용이었다.



사실 이세쇼핑에서 이세마트를 위해 매년 쏟아붓는 홍보비를 생각한다면 이 정도는 단독으로 진행해도 상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귀찮은 짓을 한 이유는 행정 처리나 상하수도와 같은 인프라는 구청이 직접 손을 대야만 하기 때문.

즉, 굼뜬 공무원들이 일하게 만들려면 상인들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실질적인 목적도 있었다.

만약 이 시장의 성공이 알려지면 다른 곳에서도 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때, 무작정 이세마트에게 해달라고 요구하지 말고 그들도 시장을 새롭게 바꾸려면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물론 구청에서는 인프라 비용까지 이세마트에서 대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비치긴 했다.


하지만 허튼 데 돈을 쓸 수는 없잖아?

어차피 시장이 잘 되면 세금도 더 많이 걷을 수 있을 텐데.



공사를 맡은 이세건설 임원들은 신이 나 있었다.

종합 건설사로 변경한 후, 이세그룹 내부 일만 해오고 있었는데 작긴 하지만 관급공사를 개시하게 된 것.


의욕이 넘치는 이들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 했다.

이번 일을 포트폴리오로 해서 앞으로도 정부 쪽 하청을 꾸준히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상무님. 기획서를 봤는데요. 시장도 레트로 분위기로 내라고 하셨다면서요?”

“네. 아무래도 시장 오는 분들 연령대도 높은 편이니 특색 있게 가는 게 좋지 않겠어요? 단, 폰도야지와는 차별되게.”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어차피 그런 분위기로 갈 거면 조선시대의 시전 거리처럼 꾸미는 건 어떨까요? 그럼 민속촌 분위기도 나고 좋을 것 같은데.”


이 양반아!

그렇게 만들려면 돈이 많이 깨지잖아!

내가 원하는 건 저렴한 비용으로 옛 분위기가 살짝 나게 만드는 정도라고.


자기가 돈 안 낸다고 말을 막 하네.


“참으세요. 대충 60년대 분위기만 나게 만들어주세요. 허름해 보이지만 깔끔하게.”

“하지만···.”

“그만!”


나도 뉴욕의 첼시마켓처럼 제대로 된 벽돌 건물에 시장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긴 하다.

하지만 우린 지금 1990년대 한국의 재래시장을 만드는 거잖아?

현실은 냉정하게 봐야지.


내 청사진은 심플했다.


가운데에 공터가 있고 상점들이 그 주위를 둘러싸는 형태의 시장.

여기에 지붕만 씌워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작정이었다.


존재하지 않던 공터는 빈 점포들을 부숴서 확보하고 그곳에 점포를 가지고 있던 상인들에게는 다른 곳을 나눠줄 예정.



이 정도만 얘기해도 대충 감이 잡히겠지만, 나는 전생의 광장시장과 같은 형태를 생각하고 있었다.

가운데 공터에서는 수많은 먹거리를 팔고 재래시장 본래의 기능은 주위를 둘러싼 상점들에서 담당하는 형태.


그래도 상하수도와 바닥 등의 인프라를 완전히 새로 설치하는 공사이다 보니 꽤 깨끗한 시장이 탄생할 예정이었다.



문제라면 원래의 시장에는 음식점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터라 가운데 공터에서 음식을 팔만한 상인들이 부족했었다는 점.


의외로 이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상무님. 이게 저희 가족이 이북에서 먹던 녹두지짐인데 한 번 맛보세요.”

“이거 사모님이 만든 건가요? 너무 맛있는데요?”

“그쵸?”

“그런데 사모님은 서울에서 태어나셨다면서요? 그런데 북한 음식을 어떻게 만드셨어요?”

“사실은. 저희 친정어머니가 도와주셨어요.”

“아.”

“어때요? 이거 팔릴 것 같나요?”

“물론이죠. 녹두지짐을 기본으로 몇 가지만 더 추가해서 매대를 내 보죠.”


망해가던 상인들의 가족들까지 팔을 걷고 나선 것.

아직까지 일반 가정에서 음식은 어머니들이 직접 하는 게 당연했다.

이들은 가족의 비법이라며 날마다 상인회 사무실에 새로운 음식들을 들고 오고 있었다.


물론 몇 가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음식도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전국 각지의 간단한 먹거리를 시식해 볼 수 있는 독특한 성격의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두 내 지시를 잘 따랐냐고?


그럴 리가 없지.

사람이 모이면 늘 불만투성이의 인간은 나오기 마련.


“내 물건이 저질이니까 이런 거 팔지 말라고?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김 회장! 나는 못 하겠네. 내가 왜 애새끼 말을 들어야 한다는 거야?”


해결책은 단순했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고 눈짓하자 어디선가 고성이 들려온다.


“어느 후레자식 놈이 다 같이 잘살아 보겠다는 우리 아들놈한테 대들어? 김가야, 네 놈이냐?”


지팡이를 휘두르며 달려오는 한 노인.

상인회 김 회장의 아버지였다.


“아이고, 어르신. 고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원래 시장은 싼 것도 팔고 좋은 것도 팔고 하는 데인데···.”

“이눔아! 우리 상무님 말씀이 그거더냐? 불량품을 속여서 팔지 말라고 하시는 거 아니냐!”

“하지만···.”

“자네들. 뭐 하나? 김가 이놈 끌어내지 않고? 앞으로 시장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하거라. 알겠냐?”

“어르신!”


이 어른, 목청도 대단하시지.


그는 말 그대로 끌려 나가고 있었다.

물론 원래 점포를 가지고 있던 그를 법적으로 쫓아낼 방법은 없다.

하지만 어차피 상인회에서 버림받은 그가 시장에서 더 이상 장사하기는 불가능할 터.

헐값에라도 점포를 넘기고 다른 데 가는 수밖에.


이런 일이 있고 나면, 김 노인은 혹시라도 내가 화났을까 봐 손을 붙잡고 신신당부하기 일쑤였다.


“아이고, 우리 상무님. 저런 놈 말은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시장만 좀 어떻게 살려주시게. 혹시라도 마음 상했다면 내 얼굴 봐서 푸시고.”


상인회 전 회장의 권력은 내 생각보다 강했다.

여전히 시장 상인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그가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아찔했다.


누군가 불만을 말하기 시작하면 늘 동조자가 따라서 나오기 마련.

이걸 컨트롤하지 못하면 무슨 일이 되었든 망하기 마련이니까.


***


“자 켭니다!”


상인연합회 김 회장이 직접 스위치를 올리자 천장에 설치된 전등이 모여있던 우리 모두를 환하게 비춘다.


“와!”

“밝네, 밝아.”

“김 회장, 이 정도면 우리 시장 이름을 백화점이라고 바꿔야 하는 거 아냐? 눈꽃시장 말고 눈꽃백화점 어때?”


모여있던 상인들은 이게 현실인가 싶은 얼굴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장사했던 우중충하고 지저분했던 시장이 완전히 달라졌으니까.


이번에 이름도 흔한 동네 지명을 떼어버리고 눈꽃시장으로 바꾸어 버렸다.

이건 상인들이 제안한 것인데.

북쪽에 위치한 깨끗한 시장이라는 뜻.



“우리 상무님, 어떤가? 내 말대로 하니까 훨씬 낫지?”

“아, 네.”


내게 말을 건 상인이 제안했던 건 바로 만국기.

전등 아래에는 수많은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난 원래 만국기를 싫어해서 절대 못 달게 하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들 원하더라고.

그게 있어야 뭔가 시장에 온 기분이 난다나?


이건 어쩔 수 없이 내가 양보해야만 했다.

이곳에서 먹고 마시며 생활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이들이었으니까.



물론 시장을 리모델링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손님은 분명 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세마트가 원하는 홍보 효과가 나올 리 없지.


그래서 내가 일단 생각한 건 방송 출연이었다.


“오늘은 도봉구에 있는 눈꽃시장에 나왔는데요. 어머, 여기가 시장인가요? 너무 밝고 깨끗한데요? 참, 눈꽃시장 리모델링하면서 형진씨가 관여했다면서요?”


한참 호들갑을 떨던 리포터는 내게 마이크를 건넨다.


“네. 저희 이세쇼핑에서는 항상 지역 상인들과 상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눈꽃시장 상인회와 손잡고···.”


의례적인 회사 홍보를 한 후, 우리는 본격적인 시장 탐방에 나섰다.


“어머니! 이게 뭐예요?”

“우리 부산 사람들이 묵던 겨자잡채 아니겄나! 옛날에는 혼례 때나 먹던 귀한 음식인데. 우리 아가씨도 한 입 묵어보래.”

“어머! 매콤한 게 너무 맛있어요.”

“그지?”


경상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하는 주인아주머니.

하지만 저분도 사실은 서울 태생이었다.

상인들은 사투리를 써야 손님들이 좋아할 거라면서 스스로 말투를 배우기까지 하는 열성을 보였다.


나로서는 감동스러울 지경.

이제 이들도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손님 눈높이에 맞추기 시작했다는 의미였으니까.


며칠 동안 많은 방송에서 눈꽃시장을 취재해 갔다.

전파를 탈 때마다 눈꽃시장의 매출이 대폭 늘어 상인들의 입에는 오랜만에 웃음소리가 떠나지를 않았다.


하지만.


“걱정이네요. 방송이 나가면 손님이 늘긴 하는데 며칠 지나면 다시 휑해지니 말이에요. 우리 상무님한테 계속 방송 나가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고.”


상인회 김 회장은 여전히 고민 중이었다.

분명 리모델링과 방송 덕분에 시장이 활기를 띠는 건 분명하지만, 이게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가지고 있는 것.


그도 현실은 직시하고 있었다.

눈꽃시장이 있는 도봉구는 너무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 시민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먹으러 오기에 좋은 위치는 아니었다.

즉, 방송 같은 이벤트가 아닌 무언가 근본적인 집객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조금 기다리세요. 아직 최후의 무기가 남아있잖아요.”


나는 시장 가운데에 천이 쳐져 있는 점포를 가리켰다.


“상무님. 저건 언제 오픈하실 겁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직 덜 여물었거든요. 저게 오픈하면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될 거예요.”

“전 상무님을 믿습니다만···.”


말꼬리를 흐리는 김 회장.


걱정 말라니까.

내가 장담했잖아.

이 시장을 살려 놓겠다고!


내가 준비했던 최후의 무기가 바로 저 점포였다.


***


장바구니를 들고 이세마트에 들어가려던 주부들은 입구에서부터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오픈 초기를 방불케 하는 인파가 입장하려고 매장 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것.


“형우 엄마, 오늘만 할인이라던데 어떻게 하죠? 기다릴래요?”

“기다려야죠. 반값일 때라도 한 번 먹어야지, 언제 우리가 오렌지를 먹어 보겠어요? 애들도 집에서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수입자유화 덕분에 가격이 폭락한 바나나와 달리 오렌지는 여전히 비싼 과일이었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꽤 많은 상황.


마침 오렌지족 실태가 TV에 방영된 영향도 있어서 사람들의 호기심이 커져가고 있는 중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저 난리냐는 거지.


나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이세마트에서는 오렌지를 하루만 반값 세일하는 행사를 지시했다.



“예전에 오픈할 때 왔었는데 여기쯤 줄 서면 들어가는 데만 두 시간 걸렸었거든요. 안에도 사람들 많은 것 같은데 다 팔리면 어쩌죠?”

“형우 엄마! 저 팻말 좀 보세요. 다른 곳에서도 살 수 있나 봐요!”


직원들이 입장하는 줄 중간중간 세우고 있는 팻말에 적힌 글귀.


‘오늘 할인 중인 오렌지를 이세스토어에서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그걸 본 주부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세스토어? 그건 또 뭐예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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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시한폭탄 (2) +4 24.09.14 1,355 34 13쪽
26 시한폭탄 (1) +5 24.09.13 1,463 23 12쪽
25 기 싸움 (4) +3 24.09.12 1,491 25 13쪽
24 기 싸움 (3) +5 24.09.11 1,486 27 13쪽
23 기 싸움 (2) +3 24.09.10 1,505 27 13쪽
22 기 싸움 (1) +3 24.09.09 1,576 30 13쪽
21 미래로 가는 창고 (3) +4 24.09.08 1,622 35 14쪽
20 미래로 가는 창고 (2) +3 24.09.07 1,651 32 13쪽
19 미래로 가는 창고 (1) +5 24.09.06 1,777 34 12쪽
18 뱀파이어와의 키스 +3 24.09.05 1,767 33 12쪽
17 아름다운 편의점 (4) +3 24.09.04 1,783 32 13쪽
16 아름다운 편의점 (3) +4 24.09.03 1,747 33 12쪽
15 아름다운 편의점 (2) +4 24.09.02 1,775 37 13쪽
14 아름다운 편의점 (1) +6 24.09.01 1,881 32 13쪽
13 셀럽이 되자 (4) +3 24.08.31 1,881 34 13쪽
12 셀럽이 되자 (3) +4 24.08.30 1,885 32 14쪽
11 셀럽이 되자 (2) +3 24.08.29 1,942 35 12쪽
10 셀럽이 되자 (1) +6 24.08.28 1,980 32 13쪽
9 돼지 구출 작전 (4) +4 24.08.27 1,973 38 14쪽
8 돼지 구출 작전 (3) +5 24.08.26 1,994 39 13쪽
7 돼지 구출 작전 (2) +4 24.08.25 2,106 42 12쪽
6 돼지 구출 작전 (1) +4 24.08.24 2,195 42 12쪽
5 변신 (2) +3 24.08.23 2,202 43 13쪽
4 변신 (1) +4 24.08.22 2,390 41 13쪽
3 지옥과 현실 사이 (2) +5 24.08.21 2,433 48 12쪽
2 지옥과 현실 사이 (1) +4 24.08.20 2,664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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