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장남이 사업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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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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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편의점 (2)

DUMMY

“이곳이 비너스코스메틱 본사인가요?”

“네. 주소는 여기가 맞습니다.”


천안 외곽에 있는 작은 화장품 업체.

김지훈 대리와 나는 차를 세우고 본사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내 얼굴을 알아본 주부 사원들이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야, 저기 TV에 나오던 그 청년 아녀?”

“그려, 그려, 실제로 보니 참말로 잘 생겼구먼.”

“근데, 우리 회사에는 왜 온 거래유?”

“그러고 보니, 저 청년이 이세백화점 사장 아들이라더만. 혹시 우리 화장품 납품하라고 온 거 아녀?”

“그랬으면 좋겠구먼유. 그럼 우리 월급도 이제 받을 수 있을 거 아니에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하지만 그녀들의 대화만으로도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걸어가면서 공장 설비를 눈여겨보던 김지훈 대리도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 회사가 내가 요구했던 조건에 딱 맞는다는 신호겠지.



내가 화장품을 주력으로 하는 드러그스토어, ‘비비데아(Vividéa)’를 제안했을 때였다.

그걸 들은 TF팀원들은 입을 모아 반대했다.


이유는 비비데아에서 화장품이 팔리는 건 고사하고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울 거라는 것.


내가 제시한 비비데아의 컨셉은 간단했다.

2~30대의 젊은 여성이 타겟.

이들을 공략할 수 있는 팬시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의 화장품.


하지만 직원들의 얘기는 이 컨셉 자체가 현재 화장품 시장과 맞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작년에 히트했던 화장품은 무려 금이 섞인 제품.


물론 금이 섞였다고 해서 아무런 효능도 기대할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안다.

하지만 시장이 이렇게 흘러가다 보니 대형 화장품 업체들은 갈수록 제품을 고급화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저가 제품을 납품한다고?

자기들이 싸구려 업체라는 인식이 박힐 수도 있는 짓을 하겠냐는 거지.


물론 이건 나도 고민했던 문제였다.

그래서 이들에게 지시했던 건 우리의 입맛대로 저가에 화장품을 만들어 납품할 만한 회사를 찾아오라는 것이었다.


조건은 시설과 연구진이 우수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까지는 이해했는데 굳이 경영이 어려운 회사를 일부러 찾으시는 거죠?”

“그건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어떻게든 제가 원하는 업체를 찾아오세요. 이게 여러분들에게 주는 첫 번째 과제입니다.”



그래서 선정된 업체가 바로 비너스코스메틱.

직원들이 열심히 찾은 회사답게 사장이 건물 밖까지 뛰쳐나와 나를 맞는다.


“처음··· 뵙겠습니다.”


장동학 사장.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는 한참 어린 내게 공손하게 머리를 숙인다.

오랫동안 제약업체에서 신약 개발을 했다던 그는 인상만 봐도 평생 연구만 했던 사람처럼 보인다.


그래도 명색이 회사 사장인데 왜 이렇게 비굴하게 구냐고?


한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1조 원을 넘길 정도로 급성장해 왔다.

이 정도면 신흥국들 중에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국내에는 화장품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비너스코스메틱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창업한 회사.


하지만 이들에게 악몽이 닥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닥쳐온 불황과 더불어 소비자들은 소수 고급 화장품에만 쏠리는 경향이 심해진 것.

그 결과 대부분의 시장은 상위 4~5개 업체가 독식하게 되고 나머지 70여 개 업체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심지어 화장품 시장 개방과 더불어 랑콤과 샤넬, 시세이도 등의 대형 외국 업체들까지 물밀듯이 들어오는 상황이니 이들은 미래가 막막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비너스코스매틱도 경영이 악화되어 직원들이 자진해서 월급까지 반납, 이 난관을 타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비너스코스메틱은 내 구미에 딱 맞는 회사였다.


연구진이 충실하고 생산시설이 비교적 최신이어서 품질도 믿을 수 있는 곳.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하니 저렴한 단가를 원하는 내 요구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이곳의 장동학 사장의 평판이 무척 좋았다는 점.

그는 거래처에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네? 저희 회사에 투자하고 싶으시다구요?”


납품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해서 이 회사가 살아날 리 없다.

저가 제품의 박한 마진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테니까.

이런 업체는 현재 여유 자금 확보가 절실할 터, 내 투자 제안에 솔깃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 제의를 듣고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장동학 사장.


아직까지는 사업을 시작할 때 집을 팔거나 가족과 주위 친척의 돈을 끌어오는 게 당연한 시대였다.

기껏해야 어떻게든 은행에서 돈을 빌릴 생각만 했지 누군가에게서 투자를 받는다는 걸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그는 내 제안을 이해 못하는 표정이다.


“요즘 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본금이 10억 원이라죠? 같은 액수를 투자할 테니 저하고 동업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럼, 이세백화점에서 저희한테 투자하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건 내 개인 돈입니다.”

“아, 네. 하지만···.”


심하게 동요하는 장 사장.


돈이 급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에 눈먼 돈이란 없는 법.

혹시라도 내 투자를 덥석 받았다가 회사를 빼앗기게 되지는 않을까 의심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회사를 뺏기지 않더라도 최소한 앞으로는 경영에 내 간섭을 받을 우려도 있으니까.


신중한 구석도 있는 양반이군.



망설이는 그를 위해 나와 손을 잡으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 설명해 주었다.


“허어, 그렇게까지 해주시겠다는 겁니까?”


비너스코스메틱의 제품이 비비데아에 주력으로 전시되는 건 물론이고, 향후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까지 판로를 열어 주겠다는 말에는 큰 관심을 보인다.


마음이 흔들리는 장동학 사장을 위해 내가 준비한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그리고 내가 개발한 화장품을 독점 생산할 수 있게 해 드리죠.”

“상무님이 화장품을 직접 개발하셨다구요?”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반문하는 장동학 사장.

아무리 TV에서 나를 천재 사업가니 하면서 떠들었어도 그건 기껏해야 요리와 관련된 것이었다.


화학과를 졸업해 신약과 화장품 개발에 평생을 바친 그로서는 내 말이 헛소리처럼 들리는 게 당연했다.


그럼 두 눈으로 확인하게 해 줘야지.


나는 장 사장에게 옆에 앉은 김지훈 대리의 얼굴을 가리켰다.


“전문가가 보시기에 여기 있는 김 대리의 피부가 어떻습니까?”

“군대에서 많이 고생하신 것 같군요. 잡티와 흉터도 제법 많은 편이고 피부가 울긋불긋합니다. 하지만 남자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럴까요? 김 대리는 얼굴 때문에 고민해 본 적 없나요?”

“웬 걸요. 대학생 때, 미팅하러 나갈 때마다 피부 때문에 별짓 다해봤는데요..”

“장 사장님, 지금 이 얼굴을 잘 기억하세요.”

“아, 네.”

“김 대리님, 움직이지 마세요.”


난 확실하게 해 두기 위해 김지훈 대리의 얼굴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촬영한다.

그리고 화장품 용기를 건네며 이걸 얇게 바르라고 지시했다.


투덜거리는 김지훈 대리.


“이런 걸 할 거라는 말씀은 안 하셨으면서···.”


그런 소리하지 마.

김 대리에게 신세계를 보여줄 테니까.



잠시 후, 장 사장은 너무 놀라 입을 벌리고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보신 감상이 어떻습니까?”


내가 묻는 말에도 대답하지 못했던 그는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연다.


“놀랍···습니다. 이런 게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이걸 상무님이 직접 개발하셨다는 말씀입니까?”

“물론이죠.”

“TV에서 봤던 대로 정말 천재시군요.”


물론 가장 놀라고 있는 건 크림을 바른 김 대리였다.


“상무님! 아까 찍은 사진 좀 보여주세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과 사진을 비교하던 그 역시도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하긴. 자기 얼굴이 그렇게 깨끗한 걸 처음 볼 테니.



내가 가져온 건 바로 BB크림이었다.

이게 바로 비비데아의 성공을 위해 선택한 킬러 아이템.


전생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BB크림은 잡티와 흉터를 제거하고 피부톤을 정돈시켜 깨끗한 얼굴을 만들어 준다.


동시에 꾸안꾸 스타일 화장을 하는 데에도 필수적이지.


내가 처음 청담동 메이크업 샵에 가서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화장을 요구했을 때 직원들이 어려워했던 이유가 바로 이 BB크림의 부재 때문이었다.


이렇게 놀라운 효능을 가진 BB크림.

그 압도적인 장점은 만들기 쉽다는 점이었다.

피부과에서 사용하는 블레미쉬 밤에 파운데이션을 섞기만 하면 되니까.


물론 다른 화장품 회사도 블레미쉬 밤의 존재 자체는 알고 있다.

지금도 피부 진정을 위한 기능성 화장품에 소량 섞어 쓴다고 들었다.


하지만 파운데이션을 섞어 효과를 보는 건 2000년대 중반의 일이니.

적어도 아직 이런 제품을 생각해 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했다.



“사장님, 어떻습니까? 이 크림을 생산해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

“생각이 없으시면 다른 곳을···.”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무조건 하겠습니다!”


이 제품의 미래 가치를 보지 못한다면 경영자의 자격이 없다.


지금 그는 BB크림을 손에서 떼지 못하고 있다.

이게 그의 인생을 바꿔줄 거라는 걸 직감했다는 거겠지.



나는 그에게 투자 조건을 말해주었다.


“전 경영에 참여할 생각이 없습니다. 경영은 지금까지 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단, 조건이 있어요.”

“아, 네. 듣겠습니다.”

“이익이 나면 무조건 연구비를 대폭 늘리셔야 합니다. 연구원도 많이 뽑고 시설도 바꿔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비비데아에 납품해야 한다는 게 내 조건입니다. 어떻습니까?”

“겨우···.”


화들짝 놀라는 장동학 사장.

그는 내가 말을 바꿀까 싶어 얼른 대답한다.


“합니다. 하다마다요. 그것뿐만이 아니라 이익을 잔뜩 올려서 배당금도 넉넉하게 드리겠습니다!”


나는 그의 다짐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사실 배당금은 안 받아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회사는 급성장할 수 있을 테고 언젠가 코스닥에 등록하게 되면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돈을 벌 수 있을 테니.

물론 주면 받겠지만.



“이렇게 만들기 쉽다니, 상무님은 정말 천재시로군요!”

“사장님. 제가 말씀드린 거 자신 있으시죠?”

“물론입니다. 저희 연구원들을 총동원해서 이 BB크림의 성분을 다른 곳에서 알지 못하도록 여러 가지 섞어보겠습니다.”

“안전에 이상이 없는지도 확실하게 검사하시구요.”

“물론입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른 회사들도 BB크림을 만들 수 있을 테지만, 굳이 보안을 허술하게 필요는 없다.

복제품 나오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비비데아와 내 이익은 극대화될 테니까.



장동학 사장과 작별하고 돌아오는 길에 운전하던 김지훈 대리가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상무님, 저 오늘 감격했습니다.”

“왜요? 얼굴이 깨끗해져서요?”

“그것도 있지만, 오늘같이 중요한 자리에 굳이 절 데리고 오셨다는 건, 그만큼 절 믿으신다는 얘기겠죠?”

“어, 음.”


가뜩이나 서류 작업에 치이고 있던 TF팀원들에게 외근 얘기를 꺼내자 서로 자기가 운전하겠다고 난리가 났었다.

이 기회에 숨 좀 돌리겠다는 거지.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을 물리치고 굳이 김지훈 대리를 지목하여 데려왔다.

아마 그는 그 일 때문에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상무님께 충성을 다 바치겠습니다!”


심지어 충성 선언까지 하는 김 대리.

뭐 똑똑한 직원이 나를 따르겠다는 건 기쁜 일이지만···.


얼굴이 가장 지저분해서 데려왔다는 얘기는 안 하는 게 좋겠지?


***


이세백화점 대회의실에는 임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었다.

바로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비비데아 편의점 프로젝트 설명회가 있기 때문.


나이 든 임원들은 불평하기 시작했다.


“저번에 프로젝트 엎어진 거 아니야? 왜 또 귀찮게 불러내고 그래?”

“그런 소리 말라고. 형진이가 새로 기획했다잖아.”

“형진이? 그게 누구야?”

“그 있잖아. 수한이 장남.”

“아, 고 꼬맹이가 벌써 그렇게 컸나?”

“자네는 TV도 안 봐? 천재라고 떠들썩했잖은가?”

“천재는 무슨. 그래도 수한이 아들이 발표한다니 오늘은 무슨 소리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봐야겠구먼.”


민수한 사장까지 자리에 앉자 앞에 나선 민형진이 발표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개념의 편의점 비비데아를 소개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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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시한폭탄 (2) +4 24.09.14 1,354 34 13쪽
26 시한폭탄 (1) +5 24.09.13 1,461 23 12쪽
25 기 싸움 (4) +3 24.09.12 1,489 25 13쪽
24 기 싸움 (3) +5 24.09.11 1,486 27 13쪽
23 기 싸움 (2) +3 24.09.10 1,504 27 13쪽
22 기 싸움 (1) +3 24.09.09 1,576 30 13쪽
21 미래로 가는 창고 (3) +4 24.09.08 1,621 35 14쪽
20 미래로 가는 창고 (2) +3 24.09.07 1,649 32 13쪽
19 미래로 가는 창고 (1) +5 24.09.06 1,777 34 12쪽
18 뱀파이어와의 키스 +3 24.09.05 1,765 33 12쪽
17 아름다운 편의점 (4) +3 24.09.04 1,781 32 13쪽
16 아름다운 편의점 (3) +4 24.09.03 1,745 33 12쪽
» 아름다운 편의점 (2) +4 24.09.02 1,772 37 13쪽
14 아름다운 편의점 (1) +6 24.09.01 1,879 32 13쪽
13 셀럽이 되자 (4) +3 24.08.31 1,880 34 13쪽
12 셀럽이 되자 (3) +4 24.08.30 1,885 32 14쪽
11 셀럽이 되자 (2) +3 24.08.29 1,942 35 12쪽
10 셀럽이 되자 (1) +6 24.08.28 1,980 32 13쪽
9 돼지 구출 작전 (4) +4 24.08.27 1,970 38 14쪽
8 돼지 구출 작전 (3) +5 24.08.26 1,992 39 13쪽
7 돼지 구출 작전 (2) +4 24.08.25 2,106 42 12쪽
6 돼지 구출 작전 (1) +4 24.08.24 2,195 42 12쪽
5 변신 (2) +3 24.08.23 2,201 43 13쪽
4 변신 (1) +4 24.08.22 2,388 41 13쪽
3 지옥과 현실 사이 (2) +5 24.08.21 2,430 48 12쪽
2 지옥과 현실 사이 (1) +4 24.08.20 2,661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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