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장남이 사업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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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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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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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구출 작전 (2)

DUMMY

압구정동.


내가 기억하는 압구정동은 쇠락해 가는 거리였다.

그나마 가장 번화하다는 로데오 거리조차 주말에도 한적한 느낌까지 받았을 정도.


물론 그렇다고 압구정동이 한때 서울에서 가장 잘 나가던 핫플레이스였다는 걸 몰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무리 주말이라지만 맥도널드 앞의 대로변은 물론이고 이면 도로들에까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수많은 인파 때문에 움직이기가 어려울 정도.


전성기의 가로수길이 이랬었지?


더욱 놀라웠던 것은.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의 차림새.


우리나라 젊은 세대는 개성을 은은하게 표현하는 게 ‘국룰’ 아니었어?


하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은 달랐다.

이곳에는 내 시대의 친구들은 절대 흉내 낼 수 없을 법한 패셔니스타 투성이였다.


뉴욕을 방불케 하는 힙합 패션은 기본.


말총머리에 배꼽티를 입고 근육을 과시하는 형씨.

군화와 두건, 양복 재킷을 장착하고 속에는 노출이 심한 원피스를 입은 누님들.

심지어 모히칸 스타일이나 샛노랗게 탈색한 머리들까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들을 보고 있자니 모범생 스타일로 옷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이 어딘가 부끄러워질 정도.



한참 동안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으니 오늘 만나기로 한 녀석이 드디어 도착했다.


“형진아, 많이 기다렸냐?”

“너 30분 늦은 거 알아?”

“미안.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오느라 늦었어. 차가 많이 막히더라고.”


박강태.

내가 1992년에 와서 처음으로 봤던 동창 녀석이었다.


이 녀석은 현재 방위로 복무 중인데 토요일에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전에만 근무한다고 한다.


그런데 녀석의 복장도 볼만했다.

그는 이 무더위에 가죽조끼와 서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웨스턴 부츠까지 신고 있었다.


이게 군인이야?


“어때? 이 정도면 압구정동에서도 꿀리지 않겠지?”

“그, 그래. 근데 너 머리가 왜. 아, 따가워!”

“만지지 마. 그거 세우느라고 스프레이를 한 통 다 썼단 말이야.”

“스프레이?”

“야, 근데 더워죽겠다. 어디 들어가서 찬 거라도 마시자.”


그렇게 입고 있으니까 덥지.

나는 부끄러워서 녀석처럼 못 입고 다닐 것 같다.

하지만 놈은 만족스러운지 걸어가면서도 쇼윈도에 몇 번이고 자신을 비춰본다.


녀석이 자주 간다는 카페에 들어가 차가운 커피를 들이켜고서야 90년대의 문화 충격과 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왜 압구정동에서 만나자고 한 거야?”


왜긴.


민수한에게 만들겠다고 공언한 삼겹살 전문점.

난 압구정동에 그 점포를 낼 계획이었다.


원래 플래그십 스토어는 가장 번화한 곳에 내는 거야.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일수록 입소문도 빠르잖아?


내가 강태를 만난 것도 이것 때문이다.

이 동네를 잘 알고 있다는 녀석을 오늘 내 가이드로 활용할 작정이었다.


“너한테 밥 산 지 오래되어서 오늘 사려고.”

“이야, 정말? 우리 부잣집 친구한테는 비싼 거 얻어먹어야겠지? 요즘 뭐가 유행이더라?”

“······.”

“우리 로바다야키 갈래? 광림교회 뒤에 근사한 데가 생겼다던데.”


로바다야키?

이자카야 같은 곳인가?


강태는 신나서 떠들고 있지만, 아쉽게도 오늘의 메뉴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네가 오기 전부터.


“삼겹살 사 줄게.”

“뭐? 삼겹살?”


들떠있던 강태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압구정동까지 와서 왜 삼겹살을 먹겠다는 건데? 다른 거 먹으면 안 돼?”

“다음에 근사한 거 사줄게. 오늘은 꼭 삼겹살을 먹어야 하거든.”

“인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사실은···.”


나는 그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요점만 얘기해 주었다.

내가 삼겹살 전문점을 오픈하기로 했다는 것.

그리고 그게 이세백화점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왜, 하필 삼겹살집을···.”

“아무튼 사정이 그러니까 오늘은 네가 희생해. 너 압구정동 자주 다닌다고 했지? 삼겹살 어디가 잘해?”

“없어.”

“없어?”

“구석구석 찾아보면 어딘가에는 삼겹살을 파는 가게가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번화가에는 없다고.”


그럴 리가.

며칠 전 봤던 신문 기사에서도 삼겹살은 다른 부위들보다 20% 정도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그건 그만큼 많이 먹는다는 소리.

삼겹살을 파는 곳이 없다는 게 말이 돼?


“음, 압구정동에서는 보통 비싼 음식들 위주로 팔잖아. 삼겹살 같은 싸구려 음식은 좀 외곽에 가야 먹을 수 있을 거야. 아니면 아예 회사들 많은 데로 가던가.”

“어, 그래?”

“아, 도산대로 쪽으로 나가다 보면 파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좀 걸어야 하지만 가볼래?”


당연하지.

일반인들이 어떤 삼겹살을 먹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여기 나온 이유 중 하나니까.


***


강태가 나를 안내한 곳은 허름한 보통 식당이었다.

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건 아니고, 일반 식사를 하는 곳인데 삼겹살도 부메뉴로 팔고 있다.


어디 보자.


휴대용 가스버너에 불판.

그리고 상추와 마늘, 고추.

1인분 가격은 150g에 3,500원.


가격은 대충 다른 음식 가격과 동일하게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상차림은 내가 살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군.

하긴, 당연한가?

고기 구워 먹는 게 크게 다를 이유는 없을 테니.


다만 특이한 건 삼겹살이 얇게 저며 나온다는 것.


‘대패삼겹살하고는 좀 다른 느낌인데, 왜 이렇게 얇게 썰어서 먹는 거지?’


이유는 조금 후에 알게 되었다.


고기가 익고 선홍색이 사라질 무렵, 내가 젓가락을 들어 삼겹살을 먹으려 하자 강태 녀석이 기겁한다.


“스톱! 지금 먹으면 안 돼!”

“왜? 다 익은 것 같은데.”

“어휴, 이래서 부잣집 놈들은 하나하나 다 가르쳐 줘야 한다니까! 상식이 부족해!”

“······.”

“너 돼지고기에 기생충 있다는 소리 못 들어봤어? 돼지고기는 팍 익혀 먹어야 한다고.”

“아.”

“이 형님이 시범 보여줄 테니까 젓가락 내려놔.”


불판에 고였던 육즙이 완전히 날아가 버리고 삼겹살 색깔이 거뭇거뭇해지자 녀석은 그제야 만족한다는 듯, 고기 한 점을 입에 집어넣는다.


“이건 바짝 익히는 게 아니라 완전히 태운 거 같은데?”

“삼겹살은 이렇게 먹는 거야.”


요즘은 삼겹살을 이런 식으로 먹는 건가?


난 강태를 따라 검은색 고기를 한 점 입에 집어넣었다.


와작와작.


왜 삼겹살에서 건빵 씹는 소리가 나는 거야?


맛은.

끔찍했다.


어떤 요리 전문가가 옛날 삼겹살은 꼭 마분지를 씹는 것 같았다고 말했던 영상을 본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도통 알 수 없었는데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그 전문가의 묘사는 정확했다.


맛이 종이를 씹는 것 그 자체였거든.


“씹다 보면 고소하고 맛있어. 과자 같다니까. 이거 맛 들이면 자다가도 생각이 난다, 너?”


아, 그러셔?


“이렇게 태운 거 먹다가 몸 상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그나마 이게 나아. 얼마 전에 삼겹살 먹고 콜레라 걸렸다는 거 신문에 나왔었지? 다 덜 익은 거 먹어서 그런 거라니까.”


이 시대에는 아직도 이런 헛소문을 믿는 사람이 많은 건가?


일단 돼지콜레라에 걸린 돼지고기를 먹더라도 사람에게는 전염이 되지 않는다.

저런 건 불결한 위생이 일상이었던 60년대에나 있었을 법한 이야기.

대기업들이 양돈업계에 뛰어든 이후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수입 소고기를 저가에 공급한다고 돼지고기 판매량이 급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건 살짝 익혀 먹겠지?

비록 냉동이지만 무려 소고기니까.


당연히 이렇게 바짝 구운 돼지고기보다 맛도 나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수입 소고기에 수요가 몰리지.



“왜? 맛이 없었어?”

“아니, 좀 생각할 게 있어서.”


가게를 나와 말이 없는 나를 본 강태는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자기 딴에는 삼겹살을 열심히 구워줬는데 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마음에 걸렸던 거지.


하지만 나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맛있는 삼겹살을 위해서는 촉촉한 육즙이 필수적이다.


‘지방 맛이 다 빠진 삼겹살을 무슨 맛으로 먹어?’


문제는 삼겹살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신문, 방송에서 선풍기 틀고 자도 안 죽는다고 수십 년간 떠들어도 안 바뀌던데.


어떻게 해야 하나?

뭔가 극약처방이 있어야 할 텐데.



그때 어디선가 익숙한 음악이 들린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작게 따라 흥얼거렸다.


“음~음~음~. Do you wanna young and rich. 음음~.”


강태 녀석이 내 노래 소리를 들었는지 깜짝 놀라며 내게 묻는다.


“어? 형진이, 너. 일본 노래도 들었어?”

“응?”

“지금 따라 부르고 있었잖아. 가사는 틀렸지만.”


아, 이게 일본 노래였나?


음악이 나오는 곳은 대로변의 리어카에 있던 스피커.


[···今夜だけでも シンデレラボーイ Do you wanna dance tonight~.]


그곳에는 복제된 테이프를 잔뜩 쌓아두고 팔고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강태의 말대로 어떤 일본 여가수가 내가 전생에 들었던 음악을 큰 소리로 노래하고 있었다.


“네가 부른 게 댄싱 히어로라는 노래인데 이거 부른 가수가···.”

“너, 일본 노래 잘 아나보다? 근데 일본 노래 듣는 거 불법 아니었나?”

“하하, 내 장래 희망이 뭔지 알잖아. 방송사 PD. PD 되려면 일본 문화도 잘 알아야 하거든. 그래서 대학 들어간 다음부터 열심히 듣기 시작했지.”


아, 이 녀석이 연대 신방과에 다닌다고 했지?


그건 그렇고 내가 알던 노래 가사가···.


‘아리아나 그란데처럼 셀럽이 되고 싶어.’


뭐 이랬던 거 같은데.



거기까지 생각하던 나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 왜 갑자기 서는 거야? 야, 민형진!”


난 강태의 외침에 답을 할 수 없었다.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느낌을 받았던 것.


아!

대중의 인식을 바꾸려면 영향력 있는 사람이 나서서 한마디 하는 게 제일 효과적이지?

전생엔 그런 사람을 셀럽이라고 불렀잖아.


그럼.

나도 셀럽이 되어야 하나?


전생의 민형진처럼?


***


다음날, 나는 서울대로 향했다.

이유는 한 달 전 낸 자퇴서를 철회하러.


성북동 집에 있으면서 의아했던 것이 아무도 내게 유학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자퇴서에 송별회까지 했다던데 당연히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이유는 민수영과 통화하면서 알게 되었다.


원래 민수한은 민형진에게 대학 졸업 후에 유학 가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하지만 말이 권유이지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건 명령이나 다름없다.


가족들과의 스트레스로 더 이상 한국에 있기 싫었던 민형진.

그는 사고를 치기로 결심한다.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자퇴서를 내버린 후, 미국으로 도피하기로.

이 사실을 알았던 건 민수영 뿐.


자퇴 처리가 되고 나면 아버지도 자신의 뜻을 꺾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 거겠지.


어휴, 소심한 놈.

그럼 민수한과의 관계가 더 멀어질 뿐인데···.



그나마 내게 다행스러웠던 건 자퇴서를 철회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웠다는 것.

시대가 시대인지라 학사 처리도 느슨해서 내가 철회 신청을 하자마자 간단하게 복학할 수 있었다.


굳이 서둘러 자퇴를 철회한 이유는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학교 간판이었다.


명문대 재학생.


이 타이틀이 있어야 셀럽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된다.


이게 없다면 내 계획은 상당히 돌아가야 하거든.


***


“아무튼 그래서 다시 학교 다닌다는 거네.”

“응. 바로 휴학하긴 했지만. 지금은 공부보다 아버지 밑에서 경영 수업을 하는 게 낫겠더라고.”


내 대답을 들은 민수영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그녀는 나와 민수한 사이에서 마음고생을 꽤 했던 듯하다.


“그래. 잘했어. 아빠한테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걱정했었는데. 너도 아빠 성질 알지? 아마 뉴욕까지 쫓아갔을걸?”

“늦게나마 깨달아서 다행이지 뭐.”

“그래. 요즘 아빠랑 잘 지낸다면서? 이모도 네가 달라졌다고 좋아하더라.”

“그래?”

“그런데 오늘은 왜 온 거야? 전화로 얘기했어도 될 일인데.”

“사실은···.”

“무슨 얘기인데 누나한테도 말을 못 하고 그래? 어서 말해봐.”


가족 간에도 이런 문제로 얽히지 말라고 배웠는데···.

나는 일단 민수영 앞에 바짝 엎드렸다.


“어? 얘가 왜 이래?”

“누나, 나 돈 좀 빌려줘.”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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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시한폭탄 (2) +4 24.09.14 1,355 34 13쪽
26 시한폭탄 (1) +5 24.09.13 1,463 23 12쪽
25 기 싸움 (4) +3 24.09.12 1,492 25 13쪽
24 기 싸움 (3) +5 24.09.11 1,486 27 13쪽
23 기 싸움 (2) +3 24.09.10 1,506 27 13쪽
22 기 싸움 (1) +3 24.09.09 1,577 30 13쪽
21 미래로 가는 창고 (3) +4 24.09.08 1,623 35 14쪽
20 미래로 가는 창고 (2) +3 24.09.07 1,652 32 13쪽
19 미래로 가는 창고 (1) +5 24.09.06 1,778 34 12쪽
18 뱀파이어와의 키스 +3 24.09.05 1,768 33 12쪽
17 아름다운 편의점 (4) +3 24.09.04 1,784 32 13쪽
16 아름다운 편의점 (3) +4 24.09.03 1,748 33 12쪽
15 아름다운 편의점 (2) +4 24.09.02 1,775 37 13쪽
14 아름다운 편의점 (1) +6 24.09.01 1,881 32 13쪽
13 셀럽이 되자 (4) +3 24.08.31 1,881 34 13쪽
12 셀럽이 되자 (3) +4 24.08.30 1,887 32 14쪽
11 셀럽이 되자 (2) +3 24.08.29 1,944 35 12쪽
10 셀럽이 되자 (1) +6 24.08.28 1,980 32 13쪽
9 돼지 구출 작전 (4) +4 24.08.27 1,973 38 14쪽
8 돼지 구출 작전 (3) +5 24.08.26 1,994 39 13쪽
» 돼지 구출 작전 (2) +4 24.08.25 2,107 42 12쪽
6 돼지 구출 작전 (1) +4 24.08.24 2,196 42 12쪽
5 변신 (2) +3 24.08.23 2,204 43 13쪽
4 변신 (1) +4 24.08.22 2,390 41 13쪽
3 지옥과 현실 사이 (2) +5 24.08.21 2,433 48 12쪽
2 지옥과 현실 사이 (1) +4 24.08.20 2,667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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