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장남이 사업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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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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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싸움 (1)

DUMMY

“이야! 경치가 끝내주네요!”


김지훈 대리는 금문교를 보고 신이 나서 외친다.


지금 김 대리와 나는 하루 일정으로 샌프란시스코를 둘러보고 있었다.

다른 직원들은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한 번도 와보지 못했던 미국을 그냥 떠나기가 아쉬워 이렇게 둘만 남았던 것.


물론 다른 직원들은 김지훈 대리에게 질투 어린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어?

당신들은 얼른 서울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고, ‘럭키 김’은 나와 함께 유유히 관광을 즐기고.

세상이 원래 이렇게 불공평하잖아.



“이거 끝내주네요. 상무님도 한 번 운전해 보시겠어요?”

“아뇨. 난 편하게 구경할게요.”

“상무님은 저만 믿고 편히 관광만 하십시오. 제가 안전하게 한국까지 모시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렌트한 차는 뷰익 리비에라.

GM에서 만든 스포츠 쿠페로 김 대리가 평소에 한 번 타보고 싶었던 차였다나?


금문교에 이어 세상에서 가장 구불구불한 거리라는 롬바드 스트리트를 내려오면서 나는 감회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는 여유가 없어서 와보지 못했던 곳들을 이제 부담 없이 구경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여자 친구가 아니라 김지훈 대리라는 것이 조금 불만이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상무님, 약간 돌아가기는 하지만 보고 싶었던 곳이 있는데 가도 됩니까?”

“어딘데 그래요?”

“스티머 레인이라고 서핑으로 유명한 해안인데, 꼭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요.”

“그러세요. 시간도 넉넉하니까.”


김 대리도 신났군.

나보다 열 살이나 많은 그는 아이처럼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창밖으로 비슷비슷한 풍경이 이어진다.

그걸 보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빠졌다.



끼이이익!


갑작스럽게 정차한 차.

놀라서 잠에서 깬 나는 김 대리에게 상황을 묻는다.


“무슨 일이에요?”

“상무님, 어세 내리세요! 엔진 소리가 이상해서 섰더니, 갑자기 차 보닛에서 연기가 나고 있습니다!”

“연기가?”


그의 말대로 차에서 내려 보니 희미하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건 폭발할 것 같은 기세는 아니었다는 점.


“이 똥차! 이래서 미국 차는 안 된다니까!”


타이어를 걷어차며 불평하는 김 대리.


내가 더 비싼 차를 렌트해도 된다고 했었는데.

당신이 고집 피워서 고른 차잖아!


나는 김지훈 대리의 행운도 이제 정말 약발이 떨어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전날 협상에서도 그렇고 오늘 일도 그렇고.


“상무님. 저 앞에 있는 카페에서 뭐라도 마시고 계세요. 제가 얼른 렌터카에 전화해서 새 차를 가져오라고 혼내놓겠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여기가 어디죠? 시골 같아 보이는데.”

“산타크루즈라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그러니 아마 금방 처리될 겁니다.”

“그래요.”



딸랑~.


더코브라는 간이음식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캘리포니아 특유의 건강한 미인 웨이트리스가 나를 맞는다.


“어서 오세요. 식사하시겠어요? 아니면 커피?”

“커피요. 얼음을 넣은 잔도 포함해서요.”

“아, 그러시면 다른 분하고 합석해도 괜찮으시겠어요? 지금 손님이 많아서요.”

“그래요.”


그녀는 책을 보고 있는 남자가 앉아 있는 좌석으로 안내한다.


“쉘리. 커피 손님이에요. 합석해도 되죠?”


그 남자는 힐끗 나를 보더니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무심한 태도.



하지만 난 그의 얼굴을 다시금 볼 수밖에 없었다.


어?

나 이 남자 아는데?

누구였더라.


이럴 때는 인사하는 게 최선이지.


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책 읽는 데 방해해서 미안하군요. 전 한국에서 온 민형진이라고 합니다. 관광차 이곳에 들렀죠.”


읽고 있던 책을 옆으로 치우더니 역시 손을 내미는 남자.


“셸 카판이라고 합니다.”


아, 그 이름.

맞아!

이 사람이 아마존의 첫 번째 직원이라던 바로 쉘던 J 셸 카판(Sheldon J. Shel Kaphan) 이었지!


사실 그는 엄청난 천재라던가, 사업가로 유명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실리콘밸리의 제법 뛰어난 개발자였을 뿐.


그런데도 내가 이 남자를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기회가 날 때마다 이 남자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마존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셸 카판이 인터넷 비즈니스에 관해 조언해 준 덕분이다.’


즉, 정확한 관계까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남자는 뉴욕의 헷지펀드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제프 베조스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란 의미였다.


‘이건 기회야!’


투자건 협력이건 아마존은 앞으로 피해 갈 수 없는 기업이다.

가능하다면 제프 베조스와 사업상의 관계가 아닌 개인적인 친분을 쌓아두면 두고두고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 제프 베조스와 나를 연결해 줄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났다고?

이거야말로 귀인이 넝쿨째 굴러온 셈이잖아!



“읽고 있던 게 인터넷 기술과 관련된 책이었죠? 저도 요즘 그쪽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요?”


그는 내 말에 눈을 반짝이며 책 자체를 덮어버리고 나를 향해 말을 쏟아낸다.


“어떤 쪽이 재미있던가요? 텔넷? 고퍼? 그것도 아니면 뉴스그룹인가요?”

“전 월드와이드웹(WWW)이 가장 흥미롭더라구요.”

“오! 그걸 아는 걸 보니 당신도 꽤 너드 기질이 있는 것 같군요! 재작년에 나온 개념이라 그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솔직히 그가 주절대는 말 대부분은 낯선 것들뿐이었다.

아마도 그는 평소 이런 주제로 대화할 상대가 없었던 듯.

셸 카판은 내게 끊임없는 수다를 늘어놓는다.


미국의 장점 중 하나는 이렇게 우연히 만난 사람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겨우 10분 만에 그는 나를 오래된 친구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나이 차이도 꽤 나는데 말이지.


한참을 혼자서 떠들어대던 그는 뒤늦게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묻는다.


“그런데 민은 어디서 근무하고 있는 거야? 대학? 연구소?”

“둘 다 아니야. 난 사실 사업가야.”

“사업?”


그는 내가 건넨 명함을 앞뒤로 훑어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남자가 아는 회사라고는 주로 테크 기업들 뿐.

지구 반대편에서 유통 사업을 하는 회사를 알 리가 있나?


“이.세.쇼핑? 아마도 뭔가를 파는 곳인가 보군.”

“맞아. 월마트하고 비슷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

“아! 월마트? 어려 보이는데 능력이 대단한가 봐!”

“그 정도는 아니고.”


이제 본론을 꺼낼 때가 되었다.


“내가 WWW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바로 그거야. 언젠가는 웹페이지를 통해서 우리 물건을 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웹페이지로 물건 판매를?”


잠시 생각하던 그는 내가 원하던 말을 내놓는다.


“자네가 두 번째인 셈이네.”

“뭐가?”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고 싶다는 말을 내게 한 사람 말이야. 자네 말고도 그런 말을 했던 친구가 또 있었거든.”

“그래? 나 말고도 그런 말을 했던 사람이 있었다고? 그 친구 어디 살아? 근처에 있다면 한번 보고 싶은데.”


사실 셸 카판이 아마존에 합류한 이유가 바로 저것이었다.

연구소나 테크기업에 다니던 그의 주위에는 늘 기술 자체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 투성이었다.

수익에는 관심이 없고 기술에만 집착하는 개발자들.

늘 자금에 쪼들려 온 셸 카판에게 제프 베조스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인터넷으로 어떻게든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하겠다고 했으니까.


덕분에 제프 베조스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다니던 회사를 퇴사, 아마존의 첫 번째 직원이 되었다고 했었지.


“만나고 싶다고? 그건 힘들겠어. 그 친구는 지금 월스트리트에 있거든. 안타까운 일이군. 둘이 잘 통할 것 같았는데 말이야.”

“그래? 아쉬운걸?”

“이거 내 명함이야. 미국에 다시 오게 되면 나한테 이메일 줘. 그 친구하고 시간 맞춰 볼 테니. 참, 이메일 보낼 줄은 알지?”

“물론이지. 날 뭐로 보고.”


하지만 그 말을 하고 난 이번 생에서 이메일을 단 한 번도 보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생에서야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면 간단히 처리되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쓸 수가 없잖아.

그럼 어떻게 이메일을 보내지?


곤란해하고 있던 차에 김지훈 대리가 나를 부른다.


“상무님, 새 차가 왔습니다. 이제 가시죠.”

“그래요.”


난 다음을 기약하며 셸 카판과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김 대리, 이리 와요!”

“어? 제가 그렇게 보고 싶으셨어요? 혼자 계신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그게 아니라구.

당신 덕분에 제프 베조스하고 친구 먹을 수 있게 되었다니까!


내가 안으려는 척하자 기겁하는 김 대리.

물론 시늉일 뿐이지만, 정말 안아주고 싶을 만큼 김지훈 대리가 예뻐 보였다.


자동차 고장 때문에 들어간 식당에서 그 콧대 높은 제프 베조스와 연결해 줄 사람과 ‘우연히’ 합석했다고?

그것도 이런 시골에서?


이건 정말 김지훈 대리한테 행운의 여신이 붙어있는 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얘기잖아!



“자, 상무님. 어떻습니까? 이것도 멋지죠?”


새로 가져온 차는 포드 머스탱.

아무래도 김 대리는 미국 차 마니아인 것 같았다.


***


“뭐라구요? 업체들이 이세마트에 납품을 거부하고 있다고요?”

“그래. 그것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다. 아니, 오픈도 안 했는데 재 뿌리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냐?”

“광진 짓이죠?”

“뭐, 그렇지. 업체들도 죽겠다고 하더라. 우리 마트에 납품할 거면 백화점에서 물건을 빼라고 협박하니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고 말이지.”


한국에 돌아와 출근했더니 정민하 이세쇼핑 사장은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원래 이세마트에 물건을 납품하기로 한 업체들이 이제 와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배후에는 광진그룹이 있었다.


아직 이세마트에 납품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광진백화점 전 지점에서 물건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니 업체들이 기겁할 수밖에.



앞으로도 마찬가지지만, 현재 유통 업계의 강자는 광진 그룹이었다.


특히 작년 1조 원의 매출을 올린 광진백화점.

그 뒤를 쫓고 있는 이세백화점과 현일백화점을 합쳐도 거기에 모자란다.

2, 3위를 압도할 만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이야기.


이 때문에 광진그룹은 대형마트에도 미온적이었다.

이세쇼핑의 출범과 함께 다른 대기업들에서는 대형마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는데 광진그룹은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

어차피 백화점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싸구려 할인 마트 사업은 할 생각이 없다는 거지.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네요. 우리 지점이 늘면 업체들도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요.”


대형 마트가 시장에 진입하면 늘 겪는 문제가 기존 업체들의 텃세였다.


이것과는 좀 다른 사례지만 프라이스클럽 1호점이 오픈했을 때 납품가에 불만이 있던 코카콜라는 납품을 거절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프라이스클럽을 찾는 고객들이 펩시만 구입하게 되자 콜라 시장 점유율은 요동치게 된다.

코카콜라도 더 두고 볼 수 없었던 건 당연한 얘기.

덕분에 백기를 든 코카콜라는 원래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으로 납품하게 된 일화는 유명하다.


그렇더라도 이세쇼핑은 지금이 문제였다.


“그 시간이 문제지. 고객들이 이세마트에 와서 찾는 물건이 없으면 다시 안 오게 될 테니 말이다.”

“일단 제가 좀 알아볼게요.”

“오, 그래 주겠니? 미국에서 큰일하고 온 너한테 쉴 시간도 안 주고 부담지우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방법 좀 고민해 봐라.”


유통을 공부하다 보면 전 세계의 대형마트는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코카콜라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시간이 해결해 주기 마련이다.

어차피 소비자들은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을 찾을 수밖에 없으니까.


어쨌든 지금 대충 생각나는 방법은.

코스트로의 커클랜드와 같은 PB상품 개발.

월마트가 했던 자체 공급망 구축.

독일 알디(Aldi)처럼 비용 절감을 통한 끝없는 가격 전쟁 등인데.

현재 채 걸음마도 하지 못한 이세마트로써는 불가능한 방안들이었다.


그럼 결국 그 방법밖에 없다는 건데.


“참, 사장님! 이세마트 오픈을 당길 수 있나요?”

“물건도 없이 오픈하자고?”

“그런 것 감안하지 않고 오픈하면 언제부터 가능한가요?”

“원래는 11월을 계획했었는데···. 글쎄다. 추석 전에는 오픈할 수 있을 것 같긴 하구나.”

“그렇군요.”


나는 가장 어려운 방법을 쓸 예정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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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건강한 상점 (2) +6 24.09.17 855 34 13쪽
29 건강한 상점 (1) +5 24.09.16 1,024 24 13쪽
28 시한폭탄 (3) +3 24.09.15 1,251 28 12쪽
27 시한폭탄 (2) +4 24.09.14 1,355 34 13쪽
26 시한폭탄 (1) +5 24.09.13 1,463 23 12쪽
25 기 싸움 (4) +3 24.09.12 1,491 25 13쪽
24 기 싸움 (3) +5 24.09.11 1,486 27 13쪽
23 기 싸움 (2) +3 24.09.10 1,506 27 13쪽
» 기 싸움 (1) +3 24.09.09 1,577 30 13쪽
21 미래로 가는 창고 (3) +4 24.09.08 1,622 35 14쪽
20 미래로 가는 창고 (2) +3 24.09.07 1,652 32 13쪽
19 미래로 가는 창고 (1) +5 24.09.06 1,777 34 12쪽
18 뱀파이어와의 키스 +3 24.09.05 1,768 33 12쪽
17 아름다운 편의점 (4) +3 24.09.04 1,783 32 13쪽
16 아름다운 편의점 (3) +4 24.09.03 1,748 33 12쪽
15 아름다운 편의점 (2) +4 24.09.02 1,775 37 13쪽
14 아름다운 편의점 (1) +6 24.09.01 1,881 32 13쪽
13 셀럽이 되자 (4) +3 24.08.31 1,881 34 13쪽
12 셀럽이 되자 (3) +4 24.08.30 1,886 32 14쪽
11 셀럽이 되자 (2) +3 24.08.29 1,942 35 12쪽
10 셀럽이 되자 (1) +6 24.08.28 1,980 32 13쪽
9 돼지 구출 작전 (4) +4 24.08.27 1,973 38 14쪽
8 돼지 구출 작전 (3) +5 24.08.26 1,994 39 13쪽
7 돼지 구출 작전 (2) +4 24.08.25 2,106 42 12쪽
6 돼지 구출 작전 (1) +4 24.08.24 2,195 42 12쪽
5 변신 (2) +3 24.08.23 2,204 43 13쪽
4 변신 (1) +4 24.08.22 2,390 41 13쪽
3 지옥과 현실 사이 (2) +5 24.08.21 2,433 48 12쪽
2 지옥과 현실 사이 (1) +4 24.08.20 2,667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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