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장남이 사업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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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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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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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이 되자 (2)

DUMMY

방송 당일.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물론이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그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는 없었다.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간은 마침 저녁 타임.

그건 우리가 매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시간대였다.


그런데 직원 하나는 내게 이런 부탁까지 하더라니까!


“형, 오늘 일요일이라 좀 한가하잖아요. 저 아래 전자제품 매장에 가서 잠깐 보고 오면 안 돼요?”

“내가 녹화해 놓으라고 했으니까 나중에 봐. 비디오테이프 복사해서 줄 테니까.”

“에이~.”


내 대답에 실망하는 직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해서 어리다는 건 알지만 철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기껏해야 TV에 잠깐 얼굴이 비치는 것뿐일 텐데 일도 내팽개치고 가서 보겠다고 호들갑이야?


“그래도 오늘은 좀 일찍 퇴근시켜 줄게. 조금만 참아.”


내색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볼이 부풀어있는 다른 직원들을 다독여 줄 수밖에 없었다.


“형, 그 말 꼭 지켜야 해요!”

“물론이지.”


직원의 말대로 이런 번화가는 일요일 저녁이 비교적 한가해지는 시간이다.

내일부터 학교와 직장에 다시 가야 하는 사람들이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기 때문.



하지만.


“왜 손님이 늘고 있는 건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었다.

9시가 넘어가면서 평소와 달리 빈 좌석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게 아닌가?


손님 구성도 특이했다.

늦은 시간은 술을 마시려는 젊은 층이 주 고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건, 어린아이와 노인을 동반한 가족들이었다.

물론 근처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기 때문에 가족 단위의 손님이 오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건 분명히 평소와는 다른 모습.


심지어 오후 10시가 가까워져 왔을 때는 이미 만석이라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었다.

몇몇 가족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을 정도.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형은 이럴 줄 몰랐어요? 손님들 말하는 거 들어보면 알잖아요.”


그의 말대로 이상 현상의 원인은 간단했다.


“어머니, 여기가 TV에 나온 그 집이에요.”

“그래, 저 젊은이가 그 사장이지? 실제로 보니까 더 훤칠하게 생겼구만.”

“아빠, 나 대나무 통 안에 있던 삼겹살 먹을래!”


이들의 대화를 들은 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방송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이 사람들, TV 보자마자 여기로 달려온 거야?

이 늦은 시간에 온 가족이?


게다가 이들은 처음 보는 나를 마치 이웃집 사는 청년처럼 친근하게 대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리 가게 나온 그 방송. 인기 많아?”

“당연하죠. 그거 안보는 사람들 별로 없을걸요.”

“그, 그래? 혹시 시청률이 얼마나 나오는지 알고 있어?”

“형도 참! 그거 CBC 간판 프로잖아요. 모르긴 몰라도 30%는 넘지 않겠어요?”

“3, 30%?”


과거의 한국은 정말 놀랄 만한 일투성이군.

아무리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시청률이 30%가 나온다고?


물론 이 시대의 TV가 대단했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현실적인 수치가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밖에 일이 있어 TV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테니.

최소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반 정도는 그 프로를 봤다는 거잖아!


결국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시대 TV의 막강한 영향력.

그리고 먹는 것에 진심인 한국인들의 저력을 내가 과소평가했다고.



다행스러운 점도 있었다.


“와, 이게 삼겹살이야? 리포터가 과장하는 줄 알았는데 이건 진짜 맛있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내일부터는 집에서도 이렇게 살짝 구워서 먹어야 할까 봐.”

“이 가게는 특별하게 숙성한 삼겹살을 쓴다고 하잖아요. 집에서 이 맛이 날 것 같아요?”

“아냐, 그래도 한번 그렇게 해보자고. 부드러워서 그런지 어머니도 잘 드시잖아.”


우리 가게에 오는 중장년 손님들은 예외 없이 육즙이 흐르는 삼겹살을 보면 눈살을 찌푸린다.

하지만 여기 온 손님은 이미 그 사실 자체를 학습하고 온 사람들.

적어도 굽기를 가지고 직원들과 실랑이하는 손님은 없었다.


난 이들의 반응이 반갑기만 했다.


이제 이 손님들이 입소문을 퍼뜨리면 앞으로 소란 피우는 사람은 많이 줄어들겠지?



바쁘게 뛰어다니다 옆에 와서 한숨을 돌리는 직원.

그는 내 얼굴을 보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형! 아까 일찍 퇴근시켜 준다면서요! 이게 뭐예요?”

“어, 미안. 힘내.”


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생각도 없이 아까 그런 약속을 한 건 내 실수였으니까.


“오늘만 참아. 내일부터는 다시 좀 한가해지지 않겠어?”


하지만 그 직원은 나를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 취급을 하기 시작했다.


“또 못 지킬 말을 하시네. 형, 어떤 세상에 살다 온 거예요? 이런 분위기면 아마 한 달은 갈걸요. 젠장. 앞으로 우리 죽어나는 거잖아.”


한 달?

방송 효과가 한 달을 갈 거라고?


믿기지는 않았지만, 고생하는 직원들을 보며 특별 보너스라도 두둑이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원래 내 계획은 이랬다.


일단 방송에 나가면 폰도야지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것쯤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이 시대의 미디어라고 해 봐야 별 것이 없었기 때문.


그럼 다른 방송국들로부터도 알아서 섭외가 오겠지?


방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트렌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숙성 삼겹살이라는 아이템을 다른 방송국에서 놓칠 리가 없잖아?


그 후로는 일사천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방송에서 숙성 삼겹살과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에 관해 떠들 것이고···.

일이 잘 풀린다면 교양 프로 같은 곳에서도 이 문제를 다룰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날 부른다면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을 더 풀어줄 수도 있을 테니까.


대중의 인식을 한순간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일단 이렇게 물살을 타면 적어도 우리 삼겹살을 보고 무조건 거부감부터 가지지는 않겠지.

당연히 이세백화점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하는데 큰 걸림돌은 없을 테고.


딱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했던 홍보 전략이었다.



하지만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오픈 전부터 가게를 찾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은 물론 넘치는 손님 때문에 연장 영업을 하기 일쑤였다.


매일 같이 찾아와 인터뷰 요청을 하는 방송국이나 신문사 기자들의 극성은 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초기 투자했던 돈을 쉽게 회수할 수 있다는 것쯤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특이한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오빠, TV에서 봤어요.”

“젊은 사장, 응원할 테니 힘내게. 알았지?”


가게도 가게지만 내 개인 인지도가 치솟았다는 것.


처음에는 이 현상에 의아해했지만, 나중에 방송을 본 나는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윤영석 PD에게 잘 나오게 해 달라고 부탁은 했지만 저 정도로 방송에서 나를 띄워줄 줄은 몰랐다.


명문대를 휴학한 천재 사업가.

준수한 외모와 방대한 지식, 끊임없는 노력으로 삼겹살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선구자.


낯이 뜨거워지는 내용이지만 방송의 후반부는 거의 저런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러니 날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윤 PD는 혹시라도 내 성공을 시기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우려해서인지 이 가게를 차린 자금이 내 죽은 친모의 유산 덕분이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강태 녀석이 별말을 다 했군.

하지만 그 덕분에 나를 가엾어하는 손님들까지 있을 정도.



게다가.


“오빠, 잘 생겼어요.”

“우리랑 사진 찍어요. 네?”


잘 생겼다고?

기껏해야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일 텐데?

게다가 오빠라니!

난 ‘누님’들보다 어리다고!


방송에 출연했던 후광효과였을까?

나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 외모를 칭찬하고 있었다.


심지어 젊은 여성들은 연예인이라도 본 것처럼 나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하더군.


이 시대는 휴대폰은 고사하고 디카조차 일반인들에게 보급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언제나 방법은 존재하는 법.

이들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져와서 나와 함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오빠, 사진 아래에 사인도 해 줘야죠. ‘사랑하는 혜정이에게’라고 써 주세요.”

“이 기집애야. 그런 말을 어떻게 쓰니?”

“뭐 어때? 오빠, 해 주실 거죠?”


해야지 뭐.

손님이 원하신다는데.

그나저나 이젠 사인 연습도 해야겠네.


그리고 나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몇 대 구매해 매장에 비치해 두었다.


카메라가 없는 여성 손님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사장님, 맛있게 잘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부탁이···.”

“아, 사진요? 당연히 찍어드려야죠.”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연예인들이 우리 가게를 많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맛집에는 연예인 사진이 빠질 수 없는 법.


나는 그들이 방문할 때마다 함께 사진을 찍어 매장 뒤에 있는 벽에 걸어두었다.

연예인들이 끊이지 않고 우리 가게를 방문한 덕분에 순식간에 벽 하나가 가득 찼을 정도.


사실 전생의 난 식당에 가서 이런 사진을 걸어놓는 걸 별로 곱게 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저, 요즘 압구정동에 새로 생긴 삼겹살집 가서 먹고 왔는데 끝내주더라구요.”


그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가서 한마디 하는 것만큼 홍보에 도움이 되는 건 흔치 않더라고.

그러니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가게라는 걸 손님들한테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저런 사진이 필요하지 않겠어?


그리고 이들 연예인과의 친분을 쌓아두는 건 중요했다.

내 계획처럼 셀럽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


셀럽은 혼자서 되는 게 아니라 다른 셀럽들과 어울리면서 화제를 몰고 다녀야 하는 거잖아?


그리고.

드디어 나를 진정한 셀럽의 세계로 이끌어 줄 인물이 폰도야지를 찾아왔다.


***


“자, 삼겹살을 이 나물로 싸서 한 번 드셔보세요.”


가게가 항상 붐비다 보니, 인터뷰를 위해 찾아온 기자들을 위해 자리를 내주는 게 힘들어졌다.

그래서 나는 급히 근처에 비어있던 작은 가게를 임대해서 꾸며놓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 중이었다.


오늘 내가 하고 있는 건, 한 교양 프로그램의 인터뷰.


기자나 PD들을 상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들은 내게 경쟁사의 방송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원했다.

뭔가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거지.


어쩔 수 없이 나는 이런 요구가 있을 때마다 앞으로 선보일 메뉴를 하나씩 풀 수밖에 없었다.

오늘 리포터에게 선보인 음식은 바로 명이나물.


이상하게도 명이나물은 그렇게 잘 먹지 않는 채소더라고.

이걸 찾느라 이민주 과장이 꽤 고생했었지.


“어머! 맛있어요! 이게 도대체 무슨 나물이죠?”

“명이나물이라는 건데요. 마늘 냄새가 섞여 있어서 산마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삭거려서 삼겹살 하고 잘 어울리죠?”

“네! 왜 전 이런 게 있다는 걸 몰랐을까요?”

“귀하거든요. 저희도 이거 찾아내느라 꽤 고생했답니다.”

“어머! 그럼 어떻게 하죠? 그렇게 귀한 거면 방송에 나가도 우리 어머니들이 맛보실 수 없잖아요.”

“하하, 저희 폰도야지에서 다음 주부터 2주 한정으로 숙성 삼겹살을 드시는 분들에게 명이나물 짱아치를 제공해 드릴 예정입니다.”

“2주 한정이요?”

“이게 귀해서 물량이 모자라거든요. 아쉽지만 못 드신 분은 다음 기회를 노리셔야죠.”

“다음 주에 꼭 와 봐야겠네요. 그렇죠?”


이렇게 잠깐씩 계절 한정 메뉴를 선보일 때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건 꽤 좋은 홍보 방법이었다.

그때마다 가게 앞에는 긴 웨이팅 줄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겨우 인터뷰를 마친 내게 직원이 황급하게 어떤 ‘건방진 연예인’의 부탁을 전한다.


“뭐? 따로 먹고 싶으니 가게 내부에 칸막이를 해달라고? 그냥 다른 데 가서 먹으라고 해. 뭐 그런 인간이 다 있어?”

“형. 그렇게 얘기하지 말고 직접 가 봐요. 그럼 그런 소리 못할 걸요.”


직원의 말에 가게에 가본 나는 그제서야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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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기 싸움 (3) +5 24.09.11 1,486 27 13쪽
23 기 싸움 (2) +3 24.09.10 1,506 27 13쪽
22 기 싸움 (1) +3 24.09.09 1,577 30 13쪽
21 미래로 가는 창고 (3) +4 24.09.08 1,622 35 14쪽
20 미래로 가는 창고 (2) +3 24.09.07 1,652 32 13쪽
19 미래로 가는 창고 (1) +5 24.09.06 1,777 34 12쪽
18 뱀파이어와의 키스 +3 24.09.05 1,768 33 12쪽
17 아름다운 편의점 (4) +3 24.09.04 1,783 32 13쪽
16 아름다운 편의점 (3) +4 24.09.03 1,748 33 12쪽
15 아름다운 편의점 (2) +4 24.09.02 1,775 37 13쪽
14 아름다운 편의점 (1) +6 24.09.01 1,881 32 13쪽
13 셀럽이 되자 (4) +3 24.08.31 1,881 34 13쪽
12 셀럽이 되자 (3) +4 24.08.30 1,886 32 14쪽
» 셀럽이 되자 (2) +3 24.08.29 1,943 35 12쪽
10 셀럽이 되자 (1) +6 24.08.28 1,980 32 13쪽
9 돼지 구출 작전 (4) +4 24.08.27 1,973 38 14쪽
8 돼지 구출 작전 (3) +5 24.08.26 1,994 39 13쪽
7 돼지 구출 작전 (2) +4 24.08.25 2,106 42 12쪽
6 돼지 구출 작전 (1) +4 24.08.24 2,195 42 12쪽
5 변신 (2) +3 24.08.23 2,204 43 13쪽
4 변신 (1) +4 24.08.22 2,390 41 13쪽
3 지옥과 현실 사이 (2) +5 24.08.21 2,433 48 12쪽
2 지옥과 현실 사이 (1) +4 24.08.20 2,667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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