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장남이 사업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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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1)

DUMMY

내가 취준생일 때 광진그룹은 절대로 원서도 내지 않겠다고 했었지?


그건 우리 아버지가 1995년에 창업한 한국 최초의 인터넷 쇼핑몰 넷바자(NetBazaar)와 관련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반찬 가겟집 아들 동호와 심하게 다툰 것도 넷바자 때문이었군.

녀석은 이유까지는 기억 못 하는 것 같았지만.


“뭐? 너네 아빠가 넷바자를 만든 사람이라고? 넷바자가 얼마나 큰 회사인데? 거짓말하지 마!”

“아냐, 우리 아빠가 그러셨단 말이야.”

“그럼, 너네 아빠는 왜 집에서 노는 건데?”

“놀긴 누가 놀아! 아빠는 사업 구상 중이라구. 그리고 넷바자는 광진그룹에 팔아버렸다고 했어.”

“웃기시네! 인터넷 회사를 팔면 돈 엄청 받는댔어. 그게 진짜면 너네가 왜 이런 달동네에 살고 있는데?”

“그건···.”


그때는 동호 녀석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당시 나는 광진그룹이 아버지에게 저질렀던 수작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렸었기 때문.


“거봐, 대답 못 하잖아. 너 거짓말 한 거지?”

“아냐!”

“그럼 너네 아빠가 거짓말쟁이였냐?”

“아니라니깐!”

“어쭈! 이게 쳤어!”



아버지는 한때 인터넷 계의 스타였다.

99년 인터넷 붐이 불면서 넷바자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한국 이커머스의 선구자’로 불리며 유명세를 탔었다고.


문제는 그때까지만 해도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면 대규모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는 것이다.

아직 시장도 작고 규제도 많아서 수익을 올리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었다.


그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것이 광진그룹.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의 가능성을 확인한 이민성은 언젠가부터 아예 아버지에게서 회사를 빼앗으려고 획책했었다고 한다.


그다음부터는 뻔한 스토리.

이민성은 직원 매수를 통해 손에 쥔 넷바자의 약점들을 거론하며 아버지를 파렴치한 경영자로 몰았다.

이외에도 온갖 이유를 들어 법적으로도 수십 건의 고소를 해서 괴롭혔다고.


아버지는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푼돈만 받고 넷바자를 포기하기로 했던 것.

여기도 복잡한 스토리가 얽혀있지만, 그건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성공을 맛봤던 아버지는 끝없이 재기를 꿈꾸었다.

게다가 당신 손으로 만들었던 넷바자가 한국 1위 인터넷 쇼핑몰의 위치를 지키고 있으니 욕심도 생겼겠지.


분명 아버지는 뛰어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업은 능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는 법.

계속된 사업 실패로 인해 우리 가족에게 남은 것은 빚더미와 아버지가 만들었던 방대한 서류들뿐이었다.


어릴 적부터 거실에 굴러다니던 아버지의 사업기획서.

그리고 그것들을 읽고 자란 내가 유통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정도가 아버지의 보잘것없는 유산이었다.



아버지의 몰락, 빈털터리가 된 우리 가족.

그리고 화병을 얻어 돌아가신 어머니.


나는 이 모든 것의 원흉인 이민성과 광진그룹을 용서할 수 없었다.

전생에서는 힘없던 취준생이었던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라이벌 기업에 취업한다는 소극적인 행동뿐.


지금은 다르다.

나에게는 이민성만이 아니라 광진그룹까지도 침몰시킬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당장은 몸을 낮추어야 할 때였다.


나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 이민성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제 옛날에 알던 형이 아니잖아요. 광진그룹 전략은 다 형 머릿속에서 나온다고 하던데.”

“에이, 그 얘기가 네 귀에까지 들어갔어? 하긴 회의 때 내가 발표만 하면 늙은이들이 아무 소리 못 하긴 하더라고. 하하하!”


언론에 나오는 이민성은 아주 예의 바르고 겸손한 재벌 3세로 묘사된다.

하지만 사적인 자리의 그는 자신의 허세를 숨길 생각조차 없는 듯 보였다.


“나도 요즘 네가 활약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참, 이거 이럴 때가 아니라 우리 차라도 한잔하면서 대화 좀 하자. 할 말이 있어.”

“네? 대화라뇨?”

“우리도 사업할 만큼 컸으니까 이제 사업 얘기를 해야 하지 않겠어?”


사업 얘기?

우리가 할 얘기가 있었던가?


***


이민성이 나를 안내한 건 라운지가 아니라 호텔의 스위트룸이었다.

내부 시설을 보아하니 아마 아버지인 이해걸 회장과 마찬가지로 그도 호텔에 투숙하고 있던 것 같다.


“무슨 얘기 하려고 객실까지 데리고 온 거예요?”

“너하고 긴히 얘기할 게 있으니까 그렇지.”


내게 커피를 따라준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이야기한다.


“비비데아가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이던데, 내가 도와줄까?”

“네? 어떤 식으로 도와주신다는 거죠?”

“나한테 숨기긴. 안 그래도 너 어려운 거 다 안다.”

“······.”

“비비데아, 가맹점 모집 안 하고 직영점으로만 운영하겠다고 고집 피우니까 지점 수가 정체된 거 아니야.”


그의 말대로 비비데아의 확장이 더딘 편이긴 하다.

물론 양적인 성장만 생각한다면 지금도 수십 곳 정도는 세울 수 있다.


하지만 화장품에 특화되어 있는 비비데아의 특성상, 부동산 가격이 비싼 번화가나 여대 부근을 우선시하다 보니 아무래도 자금 압박이 있는 상태.

게다가 아직까지는 프리미엄 편의점이라는 이미지 때문에라도 무리한 확장을 자제하고 있었다.


“비비데아 정책을 보니 돈이 많이 들어가긴 하겠더라고.”

“그렇긴 하죠.”

“그러니까 내가 도와주겠다는 거 아니야? 광진그룹이 자본 참여하게 되면 그 문제가 단숨에 해결될 테니까. 이 얘기를 들으면 민 사장님도 좋아하실걸?”


분명 이제 계열사들을 정비해서 겨우 모양새를 갖춘 이세그룹과 달리 광진은 꽤 탄탄한 재벌 그룹이었다.

부동의 유통 1위 광진백화점을 비롯하여 부동산, 건설, 식품, 화학, 전자까지 다양한 업종이 포진하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원래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광진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물론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제안을 한 사람이 다름 아닌 광진의 이민성이다.


이들은 중소기업의 기술이나 특허를 ‘합법적’으로 뺏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아버지의 넷바자는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여러 건이었으니까.


재벌은 다들 그런 거 아니냐고?

물론 그렇긴 하지만 광진은 도가 지나칠 때가 많아 비난을 듣곤 했다.

일단 약자를 위협한 후,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는 다른 재벌들과 달리 인정사정 보지 않고 빼앗아 버리니까.


아마 비비데아에 자본 참여를 하게 되면 보나 마나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그 흉악한 이빨을 들이대고 말걸?



“하하, 조금 어렵긴 해도 형이 그렇게까지 도와주지 않아도 돼요. 매출도 꽤 나고 있고 요즘 이세마트에서 벌어들이는 돈도 있으니까요.”

“음, 그래도···.”

“형답지 않게 왜 이래요? 요즘 무슨 압박이라도 받고 있어요? 실적 좀 내라고?”

“인마, 나 이민성이야. 누가 나를 압박한다고 그래?”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표정은 영 편치 않아 보였다.

무언가 떫은 것이라도 씹은 얼굴.



내게 말하지는 않지만, 나는 그가 어떤 상황에 부닥쳐있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이민성이 전략기획실장 자리에 앉은 후, 야심 차게 추진한 것이 바로 편의점 사업이었다.

하지만 시장에는 이미 7개의 경쟁자가 있을뿐더러 광진조차 무시할 수 없는 재벌들도 속속 참여할 기세였다.

덕분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결과는 신통치 않은 상태.


게다가 얼마 전 이세마트의 오픈을 방해하려던 임시 세일조차 변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형제중 막내인 그로서는 경쟁자인 형들의 비웃음을 받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든 뒤집어야 했던 것이다.



뭐, 이민성이 궁지에 몰리는 건 상관없지만.


‘이러다가 대형 마트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하면 안 되는데.’


사실 광진마트라는 이름의 대형 식품 할인점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전생에는 우리나라 대형 마트의 시초는 이세마트가 아니라 광진마트라고 우기기도 했었지.


하지만 지금 존재하는 건 대형 슈퍼마켓이었다.

광진에서 실제로 대형 마트 시장에 뛰어드는 건 90년대 후반.

지금 시점에서 조급해진 이민성이 시장에 진출해야겠다고 나서면 곤란해지는 쪽은 나였다.

어쨌든 자금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광진백화점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까지 뒤에 버티고 있으니까.


나서기 좋아하는 그에게 던져줄 적당한 다른 먹잇감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민성이 형.”

“그래.”

“괜히 재미없는 편의점 사업보다 다른 쪽을 노려보는 건 어때요?”

“다른 쪽? 뭐?”

“해외 진출이요.”

“······.”


지금 한국 기업들은 해외 진출 붐이었다.

재벌들이라면 해외에 공장을 세우기 위해 눈을 돌려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


“진성전자에서 중국에 TV 공장을 세운다는 뉴스 보셨죠?”

“응. 톈진에 세운다고 하더라고.”

“광진도 톈진에 백화점을 세우는 게 어떨까요? 진성 공장 근처라면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그곳 종업원들은 한국에 우호적일 테니까.”

“흐음. 톈진이라.”


내 제안에 구미가 동하는 모습.


물론 아직까지는 일반 중국인들이 백화점에 쉽게 와서 돈을 쓸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

상하이의 전화 가입자 수가 1백 명당 겨우 4.2명 수준이니까.

하지만 무서운 건 성장률이었다.

매년 몰라볼 정도로 달라지는 중국 시장의 성장세는 전 세계 기업들이 탐을 낼 정도였다.


특히 베이징의 배후 항구 도시 역할을 하는 톈진의 경우 매년 부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이민성도 그 미래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을 터였다.


“그래. 톈진에 우리가 불하받은 토지가 있기는 하지.”

“그래요? 그럼 더 잘 되었네요.”


백화점을 세울 토지를 이미 가지고 있다고?

내가 기억하기로 광진백화점이 톈진에 지점을 내는 건 2010년 근처였던 거 같은데?


‘정말 광진 아니라고 할까 봐 그 성격은 여전하군.’


광진그룹의 특징 중 하나는 일단 부동산에는 대단히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

땅값이 내려가는 일은 드무니까 리스크가 적다는 거겠지.


하지만 다른 사업은 정말 겁쟁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보수적으로 진행하곤 한다.

광진백화점 중국 지점만 해도 10년 넘게 준비만 하다가 늦게 진출해서 좋은 기회를 빼앗겼다고 아쉬워했을 정도.


“생각해 보세요. 거기 진출하기로 한 외국 업체들만 해도 수십 군데라구요. 거기 임직원들한테만 팔아도 꽤 짭짤할걸요.”


이민성도 내 말에 동의하는 몸짓을 한다.


중국 북부의 물류와 제조 허브로 부상하고 있던 톈진은 외국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었다.

이미 진출한 모토로라나 코카콜라를 비롯, 토요타나 화이자, 노키아, BMW까지 유수의 해외 대기업들도 속속 공장을 세울 예정이었다.


눈을 번득이는 이민성.

아무래도 내 제안이 그의 구미에 맞았던 것 같다.


그래. 넘어오고 있군.


미끼 자체가 근사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실제로 몇 년만 고생하면 광진백화점은 꽤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을 터였다.


물론 내가 광진그룹이 번창하라고 이런 조언을 할 리가 없지.


나는 이민성과 광진에게 시한폭탄을 던지는 중이다.

그것도 20년 후에 터지게 될 핵탄두 규모의 폭탄.


이들이 작은 성공에 취해 더 많은 돈을 투자할수록 훨씬 더 가혹한 고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는 내게 생각지도 못했던 얘기를 한다.


“형진아!”

“네.”

“우리 손을 잡자!”

“형하고 제가요?”

“광진하고 이세가 함께 톈진에 진출하는 거야. 어때?”

“그러니까 이세백화점도 지점을 세우라는 얘기를 하는 건가요?”

“아니지. 백화점은 광진이 있으니까. 너희는 이세마트가 가야지. 다들 쉬쉬하지만 이세마트 실권은 너한테 있다면서? 이 정도 권한은 있는 거 아니야?”

“······.”

“거기다가 얼마나 그림이 좋아! 우리 정부도 좋아할 걸? 광진과 이세가 손을 잡고 톈진에 쇼핑 타운을 만드는 거야! 네 생각이 어때?”


호오. 제법 쓸 만한 생각도 하는걸?


하지만 그가 단순히 호의로 이런 제안을 하는 건 아닐 터였다.

나는 그의 말 뒤에 숨은 그의 진의를 찾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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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시한폭탄 (2) +4 24.09.14 1,354 34 13쪽
» 시한폭탄 (1) +5 24.09.13 1,462 23 12쪽
25 기 싸움 (4) +3 24.09.12 1,491 25 13쪽
24 기 싸움 (3) +5 24.09.11 1,486 27 13쪽
23 기 싸움 (2) +3 24.09.10 1,504 27 13쪽
22 기 싸움 (1) +3 24.09.09 1,576 30 13쪽
21 미래로 가는 창고 (3) +4 24.09.08 1,622 35 14쪽
20 미래로 가는 창고 (2) +3 24.09.07 1,649 32 13쪽
19 미래로 가는 창고 (1) +5 24.09.06 1,777 34 12쪽
18 뱀파이어와의 키스 +3 24.09.05 1,767 33 12쪽
17 아름다운 편의점 (4) +3 24.09.04 1,781 32 13쪽
16 아름다운 편의점 (3) +4 24.09.03 1,745 33 12쪽
15 아름다운 편의점 (2) +4 24.09.02 1,773 37 13쪽
14 아름다운 편의점 (1) +6 24.09.01 1,880 32 13쪽
13 셀럽이 되자 (4) +3 24.08.31 1,881 34 13쪽
12 셀럽이 되자 (3) +4 24.08.30 1,885 32 14쪽
11 셀럽이 되자 (2) +3 24.08.29 1,942 35 12쪽
10 셀럽이 되자 (1) +6 24.08.28 1,980 32 13쪽
9 돼지 구출 작전 (4) +4 24.08.27 1,971 38 14쪽
8 돼지 구출 작전 (3) +5 24.08.26 1,994 39 13쪽
7 돼지 구출 작전 (2) +4 24.08.25 2,106 42 12쪽
6 돼지 구출 작전 (1) +4 24.08.24 2,195 42 12쪽
5 변신 (2) +3 24.08.23 2,202 43 13쪽
4 변신 (1) +4 24.08.22 2,388 41 13쪽
3 지옥과 현실 사이 (2) +5 24.08.21 2,432 48 12쪽
2 지옥과 현실 사이 (1) +4 24.08.20 2,663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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