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장남이 사업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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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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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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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구출 작전 (1)

DUMMY

“헉, 헉!”


정말 적응 안 되네.

이놈의 저질 체력.


30분 정도 뛰었나?

지금 땀범벅이 된 내 가슴속의 심장은 금새라도 터질 것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호흡하는 것조차 힘겨운 상태.


그나마 이게 많이 좋아진 것이었다.

처음 런닝을 시작할 때는 5분만 뛰어도 토할 것 같았으니까.


성북동 집에 온 지, 이제 한 달째.


나는 체력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는 시각적인 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기도 하지만 비만 체형 자체를 참아줄 수 없더라고.


게다가 앞으로 뭘 하더라도 체력이 필요하잖아.



끼이~익.


“운동하고 오니?”

“네.”

“자. 아이스 아메리카노.”

“우와, 이모 최고!”

“원, 녀석두.”


이모는 요즘 내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추어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건네준다.

아쉽게도 에스프레소는 아니고 알커피를 물에 섞은 것이지만 그게 대수겠어?

쓴맛이 나고 카페인이 잔뜩 들어있으면 되는 거지.


“나도 맛을 봤는데, 그거 무슨 맛으로 먹니? 차라리 건강 생각해서 주스나 녹차를 마시지.”

“하지만 이걸 마셔야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거든요.”

“그래, 얼른 샤워해. 회사 분들 오기 시작했거든. 사장님도 곧 내려오실 거야.”

“네.”


내가 한 달 동안 운동만 한 것은 아니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나는 되도록 민수한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생각보다 쉽더군.


원래의 민형진은 집에 있을 때, 이모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과 만나는 것을 꺼렸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민수한과도 멀어졌을 수밖에.


나는 민수한이 출퇴근할 때 인사를 빠뜨리지 않는 것을 필두로 식사할 때도 가능하면 그의 옆을 지키면서 자질구레한 대화라도 자주 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날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민수한도 차츰 내게 익숙해지는 것 같더군.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민수한은 주에 2~3회씩 최측근들을 집으로 불러 조찬을 먹으며 회사의 중요한 일들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다.

바로 그 자리에 참석하라고 통보했던 것.


그렇다고 내가 이세백화점 경영에 참여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발언할 기회를 주는 경우도 없었고.

아마 모임에서 나오는 얘기들이나 귀동냥하면서 회사 분위기를 익히라는 뜻이었던 듯.


그래도 이 정도면 우리 관계가 진일보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도 조금씩 나를 장남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니까.


***


오늘은 식품관 직원들과 함께하는 자리였다.

식품사업부 유병관 이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어제 있었던 일을 전했다.


“농림수산부 정책실장이 어제도 전화를 했습니다.”

“또? 이번 달에만 몇 번 째야?”

“그쪽도 지금 마음이 급한가 봅니다. 양돈업계에서 계속해서 죽는소리를 하니까요.”

“미친놈들. 자기들이 정책을 개떡같이 만들어서 망한 걸 우리한테 왜 떠넘겨?”


얘기를 들어보니 지금 정부에서는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돼지고기 판매를 어떻게든 늘리라는 것.


그런데 민 사장 말처럼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더라고.



발단은 작년 물가가 대폭 상승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정부에서는 늘어난 육류 소비가 그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하고 수입 소고기를 저가에 무제한 방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돼지고기보다 가격이 저렴한 수입 쇠고기에 수요가 몰리게 되고 산지 돼지 가격이 폭락해 버리게 된다.


뒤늦게 수입 소고기 가격을 올리려던 농림수산부는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는 정부 설득에 실패, 유통업체들에게 돼지고기 판매를 어떻게든 늘리라고 압박하기에 이른 것이다.


“농림수산부에서 저렇게 나오니 뭔가 보여주긴 해야 할 텐데, 대책이 있나?”

“결국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돼지고기를 찾게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그래서 흑돼지를 판매하는 게 어떨지 생각 중입니다.”

“흑돼지?”

“네. 먹어본 사람들 말로는 육질이 단단하고 느끼한 맛이 없어서 소고기 맛에 더 가깝다고 하더군요.”

“그래? 하긴 나도 흑돼지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지. 하지만 그거 제주도에서만 키우는 게 아니던가? 그럼 물류비용이 부담될 텐데?”

“전남 완도와 경남 산청 같은 곳에서도 사육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곳에서 공급을 받으면 그 문제는 해결될 것 같습니다.”


유 이사의 말을 잠시 음미하던 민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한다.


“그래. 프리미엄 돼지고기라는 이름으로 해서 팔면 그나마 생색은 나겠군. 흑돼지도 돼지니까.”

“하지만 그것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을 수 있을까요? 그래봐야 돼지고기 아닙니까? 소고기 맛을 따라갈 수는 없을 텐데요.”

“흐음.”

“정부가 원하는 건 판매를 늘리라는 건데, 그것만으로는···.”


김진표 비서실장의 지적에 다른 직원들은 침묵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고민이었다.


소고기 맛을 흉내 낸 돼지고기.

가격도 더 비싸다고?

아무리 프리미엄이란 이름이 붙었어도 과연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나는 답답했다.

지금 이들은 돼지고기 맛이 소고기보다 못하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었다.

소고기의 씹는 맛은 고급이고 돼지고기의 지방 맛이 가난한 서민들이나 먹는 싸구려라니.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잖아!

돼지고기가 얼마나 맛있는데.


미래의 돼지고기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알고있는 내게는 이들의 말이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만!


삼겹살 전문점이 나왔던 게 90년대 중후반이었던가?


그럼 이거 기회잖아.

잘하면···.


나는 의외로 빨리 내 진가를 보여줄 기회가 왔다는 걸 깨달았다.



“형진이, 너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냐?”


표정에 나타났던 걸까?

내가 갸웃거리는 걸 본 민수한이 내게 의견을 말해도 좋다는 제스처를 보낸다.


“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봐. 아저씨들 있다고 긴장하지 말고. 하하하!”

“그래, 어서 말해봐. 삼촌이 들어줄 테니.”


여기 모인 직원들은 민형진이 어릴 때부터 봐온 직원들인 듯했다.


아마 나를 조카 보는 기분이겠지?


이들은 어디 무슨 얘기하는지 들어나 보자며 나를 재촉했다.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더 선호한다는 거죠?”

“그거 말해 뭣하니? 조선 시대부터 왜 돼지고기를 멀리하고 소고기만 먹어왔겠어?”

“그런데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맛이 없는 게 확실한가요?”

“직접 먹어보면 알잖아. 돼지고기는 냄새도 좀 역하고 느끼해서, 영.”


식품사업부에서 잔뼈가 굵은 유 이사는 내게 자신 있게 얘기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제가 삼겹살로 요리해 봤는데,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최고급 스테이크보다 훨씬 맛있던데요?”

“삼겹살? 하아.”


내 입에서 삼겹살이란 소리가 나오자마자 이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물론 지금도 돼지고기 중에서는 삼겹살 소비가 가장 많은 편이다.

하지만 삼겹살은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이 소주 한잔하면서 먹는 싸구려 고기였다.


내 입에서 뭔가 참신한 얘기가 나올까 싶어 기대했었는데 고작 삼겹살 얘기를 하니 실망할 수밖에.


그러나 민수한 사장은 생각이 좀 다른 듯했다.


“형진이, 네가 어릴 때부터 식탐이 강하긴 했지. 순천댁한테서 네가 직접 요리했다는 얘기도 듣긴 했었고.”

“···네.”


의외였다.

민형진이 어릴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건 SNS에서 자주 했던 얘기라 나도 자신 있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수한 사장이 그런 사실까지 알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일기에 ‘무심한 아버지’에 관한 원망이 많이 쓰여있어서 아예 관심이 없었던 건 줄 알았는데.


“그래서 형진이, 네가 하고 싶은 얘기가 뭐지?”

“삼겹살이 참 맛있는 고기인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더라구요.”

“그렇다 치고. 그래서?”

“삼겹살 전문점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식당? 네가 직접 말이냐?”

“네. 제가 만든 삼겹살 맛에 사람들이 깜짝 놀라게 할 자신이 있거든요.”

“흐음. 삼겹살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라···.”


좌중에는 다시 한번 실망의 빛이 감돈다.

이세백화점 사장 아들이 기껏 생각하는 게 음식점을 차리고 싶다는 거라니.

실망스러울 수밖에.


옆에 있던 김진표 비서실장이 다시 핵심을 찔러온다.


“뭐, 일단 그렇다 치고 네가 식당을 차리면 이세백화점은 뭐가 좋지? 형진이, 너는 우리가 지금 사업 얘기를 하고 있었다는 걸 잊지는 않았겠지?”


당연한 의문이었다.

내가 만든 삼겹살로 사람들이 감탄한다고 해도 그래봐야 식당 하나의 성공일 뿐이다.

최근 계열사를 늘려 진정한 재벌 그룹으로 발돋움하려는 이세백화점으로서는 들어줄 가치도 없는 얘기처럼 생각되겠지.


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보이면 사업으로 확장해 보는 게 어떨까요? 삼겹살 전문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거죠.”

“오호~.”


프랜차이즈라는 얘기가 나오자 그제야 유병관 이사도 관심을 보인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식당 하나라면 기껏해야 요식업에 속하는 구멍가게일 뿐이지만 프랜차이즈라면 훌륭한 유통 사업이었다.

유통 업체들이 괜히 치킨, 피자, 햄버거로 대표되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게 아니다.

프랜차이즈야말로 가장 손쉽게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너도나도 하고 싶어 할 만한 아이템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게 전제이긴 하지만.


더군다나 90년대 한국은 소득의 증가와 함께 외식 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

모르긴 몰라도 유통업체 중 프랜차이즈 사업을 검토해 보지 않은 회사는 없을 터였다.



“그럼 형진이, 네가 원하는 건 뭐지? 이 아비한테 네가 식당 차리는데 돈을 보태라는 거냐?”


요즘 나를 달리 보고 있다고는 하지만, 민수한에게 여전히 나는 철부지였던 것 같다.

내가 기껏해야 식당 사장이 되고 싶어서 이런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다니.


“아뇨. 식당은 제가 모았던 돈으로 차릴게요. 대신···.”

“대신?”

“사업화에 성공하면, 제 식당을 인수하고 프랜차이즈 사업 지분을 인정해 주세요.”

“허어.”


지금까지 내가 하는 말을 재미 삼아 듣고 있던 민수한은 이제서야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 야심이 작지 않다는 걸 파악한 거겠지.


“흐음.”

“정부에서 더 많은 돼지고기를 팔라고 압력을 넣는다면서요. 이것 말고 더 좋은 방법이 있나요?”

“하지만 검증이 필요할 텐데?”

“물론이죠. 여기 앉아계시는 여러분이 모두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내겠어요. 그때가 되면 삼겹살 프랜차이즈 사업을 꼭 하고 싶어 지실 거예요.”

“······.”


이들은 답을 할 수 없었다.


어린애의 치기 어린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이겠지.

수많은 가맹점에서 소비될 삼겹살 물량만 계산해 봐도 답이 나온다.


물론 전제는 일단 삼겹살 전문점이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성공시킬 자신 있냐고?

당연하지.


우리 민족이 어떤 민족인데?

겨우 5천만의 인구로 전 세계 삼겹살 가격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삼겹살에 진심인 사람들이잖아?


게다가 내게는 수많은 삼겹살 전문점이 어떻게 성공했는지에 관한 지식이 있잖아.


이건 실패하려야 실패할 수 없는 아이템이라고!


***


조찬 모임이 끝난 후, 민수한 사장은 생각에 잠겼다.


‘삼겹살 프랜차이즈 사업이라···.’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걸 아들이 먼저 제의했다는 사실에 조금은 충격을 받고 있었다.

놀란 건 김진표 비서실장도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달라졌군,”

“네. 제가 알던 형진이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 자네 말대로지.”


도대체 무엇을 계기로 저렇게 달라졌나 생각을 해봤지만 짚이는 건 없었다.

기껏해야 술 먹고 싸운 이후로 바뀌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어쨌거나 민형진이 달라졌다는 건 꽤 기쁜 일이었다.

남들은 잘 모르지만 아직까지 위태위태한 이세백화점의 내부 상황이 늘 걱정이었다.

하지만 아들의 경영 능력만 입증된다면 설사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든든할 테니까.


“김 비서, 자네가 형진이를 잘 관찰해 보게.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한 것 같으면 알아서 좀 도와주고.”

“네.”


***


“후아. 이게 다 뭐야?”


나는 요즘 제일 번화하다는 압구정동에 와 있었다.


그리고.

설마 과거의 서울에 와서 내가 이런 충격을 받을 줄은 몰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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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건강한 상점 (2) +6 24.09.17 854 34 13쪽
29 건강한 상점 (1) +5 24.09.16 1,023 24 13쪽
28 시한폭탄 (3) +3 24.09.15 1,250 28 12쪽
27 시한폭탄 (2) +4 24.09.14 1,354 34 13쪽
26 시한폭탄 (1) +5 24.09.13 1,461 23 12쪽
25 기 싸움 (4) +3 24.09.12 1,489 25 13쪽
24 기 싸움 (3) +5 24.09.11 1,486 27 13쪽
23 기 싸움 (2) +3 24.09.10 1,504 27 13쪽
22 기 싸움 (1) +3 24.09.09 1,576 30 13쪽
21 미래로 가는 창고 (3) +4 24.09.08 1,621 35 14쪽
20 미래로 가는 창고 (2) +3 24.09.07 1,649 32 13쪽
19 미래로 가는 창고 (1) +5 24.09.06 1,777 34 12쪽
18 뱀파이어와의 키스 +3 24.09.05 1,765 33 12쪽
17 아름다운 편의점 (4) +3 24.09.04 1,781 32 13쪽
16 아름다운 편의점 (3) +4 24.09.03 1,745 33 12쪽
15 아름다운 편의점 (2) +4 24.09.02 1,771 37 13쪽
14 아름다운 편의점 (1) +6 24.09.01 1,878 32 13쪽
13 셀럽이 되자 (4) +3 24.08.31 1,880 34 13쪽
12 셀럽이 되자 (3) +4 24.08.30 1,885 32 14쪽
11 셀럽이 되자 (2) +3 24.08.29 1,942 35 12쪽
10 셀럽이 되자 (1) +6 24.08.28 1,980 32 13쪽
9 돼지 구출 작전 (4) +4 24.08.27 1,970 38 14쪽
8 돼지 구출 작전 (3) +5 24.08.26 1,992 39 13쪽
7 돼지 구출 작전 (2) +4 24.08.25 2,106 42 12쪽
» 돼지 구출 작전 (1) +4 24.08.24 2,195 42 12쪽
5 변신 (2) +3 24.08.23 2,201 43 13쪽
4 변신 (1) +4 24.08.22 2,388 41 13쪽
3 지옥과 현실 사이 (2) +5 24.08.21 2,430 48 12쪽
2 지옥과 현실 사이 (1) +4 24.08.20 2,661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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