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장남이 사업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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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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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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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편의점 (3)

DUMMY

장장 다섯 시간에 걸친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나는 거의 파김치가 되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어휴, 무슨 말들이 저렇게 많담.’


PT가 늦게 끝난 이유는 오랜 기간 이세백화점을 지켜왔다고 자부하는 나이 든 임원들 때문.

그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새로운 드러그스토어 사업에 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했고 나는 그때마다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만 했다.


어쨌든 끝났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웠다.


“상무님, 힘드셨죠?”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임원들이 모두 퇴장하자 TF팀원들이 밝은 얼굴로 나를 둘러싼다.


나는 PT 발표를 꼭 내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민주 과장을 노려보며 핀잔을 주었다.


“내가 이 과장 말 듣고 발표했다가 이게 무슨 고생이에요? 내가 하면 일찍 끝날 거라면서?”


민망해할 줄 알았던 이민주 과장.

그녀는 아무런 동요도 없이 내게 대답한다.


“일찍 끝난 건데요?”

“네?”

“제 말대로 됐잖아요. 저 임원들이 참석했던 회의치고는 정말 기록적으로 빨리 끝난 거예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직원들도 우리 대화에 합류한다.


“이야, 전 상무님이 나이 든 분들한테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몰랐습니다.”

“맞아요. 할아버지가 손자 대하듯이 상무님을 보시더라니까요!”


맙소사.

그러니까 이민주 과장 말대로 저 할아버지들이 나를 예쁘게 봐서 일찍 끝내주었다는 거지?


직원들은 나를 영웅처럼 보고 있었다.

그들이 겪었던 일을 듣던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번 프레젠테이션 때는 심지어 저녁도 먹지 않고 10시간 넘게 발표자를 괴롭혔다니!


할아버지들이 너무 기운 좋은 거 아니야?


임원들은 대부분 60대 후반.

이 시대의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저렇게 정력적으로 회사 일에 관여한다는 건 나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아무튼 그 임원들도 마지막에는 대부분 만족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으니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지.

애초에 내가 드러그스토어로 방향을 바꾼 것 자체가 그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임원들도 반대만 하기는 힘들었을 테지만.



어쨌든 이젠 걸림돌도 사라진 셈이니 이제부터는 비비데아 오픈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신 과장님. 오픈 상황은 어떤가요?”

“네. BB크림이 오늘 각 지점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이제 마무리만 남았으니 다음 주 오픈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좋네요. 다들 조금 더 힘내세요. 비비데아가 궤도에 오르면 우리, 휴가라도 떠나자구요.”

“우와!”


휴식을 준다는 말에 환호하는 팀원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이들에게 내 말을 지킬 수 없었다.


***


“이 과장님, 어제 매출 상황은 어떤가요?”

“이대점은 소폭 상승했는데 명동점과 강남점은 여전히 정체 중입니다.”


비비데아에서 주력으로 밀고 있는 BB크림을 실제로 써본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직 다 사용하지 않았을 텐데도 미리 사두려는 고객들까지 있을 정도니까.


그런데 왜 매출이 증가하지 않는 거냐고?


이건 내 실수였다.


우리는 비비데아 마케팅을 따로 하지 않고 있었다.

많은 돈을 들여 홍보비를 쏟아붓더라도 다른 경쟁 편의점의 광고에 묻혀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BB크림을 비롯한 우리 제품을 사용해 본 고객들이 소문을 내줄 테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성 고객을 모집하는 쪽에 온 힘을 집중하자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너무 느렸다.


분명 효과는 있었지만, 입소문이 퍼지는 속도가 내 생각보다 훨씬 느렸던 것이다.


‘인터넷이 없다는 걸 감안했어야 했는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명의 회원이 글을 올리면 수많은 사람들이 읽는다.

당연히 반응도 폭발적이지.


그러나 지금은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 한 명이 친구들에게 얘기를 퍼뜨려도 불과 몇 명뿐.

그 효과는 내가 기대한 것에 비해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하냐고?


확산 속도가 느리다면 별수 없잖아.

입소문을 내줄 고객을 잔뜩 확보할 수밖에.


“김 대리, 옷 입으세요. 이대점에 갑시다.”

“상무님은 왜 김 대리만 예뻐하세요? 저희도 좀 데려가세요.”


나머지 직원들의 입에서 불평이 나온다.

김지훈 대리는 어깨를 으쓱하는 게 보이고.


하지만 오늘 내가 할 일을 알고 있었다면 저런 말은 못 했을걸?



비바데아 이대점에 들어서자 밖에서 내 얼굴을 알아본 여대생들이 한둘씩 매장으로 모여든다.


“오빠! 저 압구정 폰도야지에 갔었는데, 기억하세요?”

“물론이죠. 그때보다 더 이뻐지셨네요.”

“오빠! 왜 요즘은 방송에 안 나와요?”

“사업 때문에 시간이 안 나네요.”


나는 이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변하며 사람을 모으고 있었다.

어느 정도 사람들이 몰린 것을 확인한 나는 슬슬 움직이기로 했다.


마침 적당한 질문을 해준 여학생이 있었다.


“오빠! 여기 오빠가 운영하는 거예요?”

“맞습니다.”

“우와, 역시! 어째 고급스러워 보이는 게 뭔가 달라 보였어요.”

“비비데아(Vividéa)가 무슨 뜻이에요?”

“Vivid와 Idea의 합성어입니다. 우리 제품을 쓰는 고객들은 생동감 넘치는 아이디어가 넘칠 거라는 뜻이죠. 바로 젊고 아름다운 여러분 같은 분들 말이에요.”

“우와!”


뻔한 사탕발림에도 기뻐하는 여성들.

난 그들에게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이 BB크림은 잡티를 없애주고 피부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정말 좋으니 한 번 써보세요.”

“그거, 다른 화장품들도 맨날 하는 말인데 써 봐도 별 효과는 없던데요.”

“이건 다릅니다.”

“다들 그 말도 똑같이 하더라구요.”


믿지 않는 사람들.


나는 김지훈 대리를 불렀다.

그는 지금 매끄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이미 BB크림의 중독자였으니까.


하지만 저래서야 교보재가 될 수 없지.


“얼른 직원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오세요.”

“네? 설마 이거 시키려고 저를···.”


눈치가 이렇게 느려서야.

내가 왜 굳이 당신을 지목해서 데려왔겠어.


허탈해하는 김 대리는 내 말대로 세수하고 와서 비비크림을 얇게 바르는 시연을 한다.

눈으로 효과를 확인한 학생들은 탄성을 지른다.


“와, 저게 말이 돼? 사람이 달라지네!”

“난 저 ‘아저씨’ 원래 피부가 좋은 줄 알았어. 근데 이 크림 바른 거였잖아!”

“오빠, 저 크림 비싼 거 아니에요? 지나갈 때마다 이곳이 뭐 하는 데인지 궁금했는데 비싸 보여서 못 들어왔었단 말이에요.”


내가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하라고 강조했더니 이런 부작용도 있었군.


“가격이 매대 앞에 쓰여 있죠? 학생들이 사기에 부담 없는 가격일 겁니다.”

“와, 진짜네! 메이커 화장품보다 훨씬 싸!”


호들갑을 떠는 여학생들.

그들은 BB크림을 몇 개씩 들고 계산대를 향한다.

일부는 매장 뒤쪽에 진열된 과자나 생필품들도 주워 담고 있었고.

물론 가격을 확인한 후에 말이지.


김지훈 대리가 볼이 부어서 내게 말한다.


“상무님, 또 이런 걸 시킬 줄은 몰랐습니다. 실망이에요.”

“상사한테 실망했다고 말해도 되는 겁니까?”

“그건. 에이, 어쨌든 끝났으면 이제 회사로 돌아가시죠?”

“무슨 소리예요? 이제 시작인데.”

“설마···.”


고객 확보를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건데 겨우 한 번 가지고 되겠어?

끝장을 봐야지.


김 대리는 그날 수십 번은 족히 얼굴을 지워야만 했다.


***


나는 동일한 홍보를 명동점과 강남점에서도 했다.

하지만 그 두 곳은 이대점 같은 드라마틱한 매출 상승 곡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고객의 특성상 이대점은 반복 구매와 입소문에 유리한 편이다.

하지만 뜨내기 고객이 많은 나머지 번화가는 그게 힘든 듯 보였다.


하지만.

의외의 인물이 내 마케팅을 도와주더라고.



“누나, 이제 슬슬 결별 발표해야죠?”

“그거 꼭 해야 하나요? 난 지금도 좋은데.”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신지현.


“아니에요. 지금이 딱 좋을 때라는 거 누나도 알잖아요. 이제 누나 체급도 중량급으로 올라갔고.”

“여자한테 그런 단어 쓰면 안 돼요! 그런 의미가 아니란 건 알지만.”


나와의 스캔들이 터진 후, 신지현의 주가는 오히려 치솟고 있었다.


처음에는 돈 때문에 나를 만난 거라는 둥 떠들어대던 사람들도 우리가 데이트하는 모습을 본 후에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공원을 산책하는 등.


우리와 공범인 기자에 의해 배포되는 사진 자료들은 청춘 영화에나 나올 법한 건전한 모습들뿐이었다.

그걸 못 믿고 특종이라도 잡을까 싶어 뒤를 밟던 기자들조차 이 커플은 재미없다고 이젠 우리를 방치하는 수준.


신지현은 계속해서 드라마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고 드디어 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되기까지 했다.

거기다 심지어 연애조차 요즘 젊은이들답지 않게 건전하다고?


당연히 그녀의 인기는 고공 행진할 수밖에 없다.



이런 최고의 상황에서 난 신지현과 이별할 것이다.


“그 사람이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제 발목을 잡을 수 없으니 헤어지자구요. 우리는, 좋은 친구로 남기로 했어요.”


신지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할 예정이다.

이건 처음부터 나와 약속된 것이었다.



우리의 스캔들이 마무리되고 나면 나는 여자 친구의 성공을 위해 사랑도 포기한 ‘순정남’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게 내 인기를 부채질해 주겠지?

여성들은 순정남을 좋아하니까.


신지현은 김지웅의 마수에서 벗어나고.

나는 셀럽의 길에 한 발짝 다가서고.


이게 내가 생각했던 우리의 윈윈전략이었다.


“마지막인데 태워다 줄까요?”

“그런 소리하지 말고 어서 매니저한테 가 보세요.”

“형진 씨. 전 여자 친구를 잊으면 안 돼요.”

“물론이죠. 누나는 내가 만난 여자들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인 걸요.”


내 말에 환한 미소를 보내는 신지현.


우리는 호텔 라운지에 있는 커피숍에서 악수하고 헤어졌다.

다른 손님들이 우리를 보고 수군거렸지만 상관없었다.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니까.



주차장으로 가는 그녀를 보낸 후, 나는 택시를 잡기 위해 대로변으로 나왔다.


그때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야! 인마! 너 이리 좀 와봐!”


뭐지?

나한테 저러는 건가?


소리 지른 사람을 확인한 나는 참 공교롭다고 생각했다.


신지현과 헤어진 날 하필 김지웅과 마주치다니!


몇 명의 일행들과 함께 있던 그는 근처에서 술이라도 마셨는지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이 새끼! 선배 보고 인사도 안 해? 너 오늘 좀 맞아야겠다.”


김지웅은 금세라도 내게 휘두를 것처럼 주먹을 쥐고 흔들기 시작한다.



어디 보자.

주위에는 얼굴을 알아본 몇몇 사람들이 길을 멈추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김지웅, 저 녀석 키는 크지만 마른 체형이라 주먹다짐해도 내가 맞을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저쪽은 여러 명이고 나는 혼자.


‘나쁘지 않아.’


난 이 상황을 이용해 주기로 했다.


신지현에게 이별 선물이라도 줄까?


증인도 있는 이상, 내가 한두 대 정도 맞아주면 김지웅은 폭행범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나는 그의 주먹을 여유 있게 피해 가며 피해자 행세를 할 테고.


“선배 여자를 뺏으니까 좋냐? 이 자식아!”

“지현 씨는 당신 같은 사람 모른다던데?”

“당신? 이 새끼가 선배한테!”

“선배? 언제부터 네가 내 선배였는데?”

“뭐야? 이 새끼가 돌았나? 어디서···.”


자, 얼른 달려와서 주먹을 휘둘러.

그게 하려던 거잖아.


하지만 김지웅은 내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한다.


“야! 저 새끼 잡아 와. 오늘 버릇을 고쳐줄 테니까.”

“형, 참아요.”

“야! 너희들 뭐 해! 얼른 잡아 오라니까!”


같이 있던 후배들은 김지웅을 말렸지만 그는 뒤에 있던 남자들에게 소리를 친다.

그리고 내 앞에 서는 덩치들.


어? 이건 반칙이잖아.


경호원인지 매니저인지 모르지만, 몸이 상당히 단련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내가 혼자서 연습했던 호신술 따위로 감당할 수 있는 놈들이 아니었다.


“이거 놔.”


물론 나를 때리지는 않았지만, 이 덩치들은 내 옷을 붙잡고 김지웅에게 데려가려고 한다.

나는 어떻게든 벗어나려 노력했지만, 이들의 힘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내 옷은 찢기고 머리가 산발이 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삑! 삑!


“경찰입니다. 거기 뭐 합니까? 멈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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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건강한 상점 (2) +6 24.09.17 855 34 13쪽
29 건강한 상점 (1) +5 24.09.16 1,023 24 13쪽
28 시한폭탄 (3) +3 24.09.15 1,250 28 12쪽
27 시한폭탄 (2) +4 24.09.14 1,355 34 13쪽
26 시한폭탄 (1) +5 24.09.13 1,463 23 12쪽
25 기 싸움 (4) +3 24.09.12 1,491 25 13쪽
24 기 싸움 (3) +5 24.09.11 1,486 27 13쪽
23 기 싸움 (2) +3 24.09.10 1,505 27 13쪽
22 기 싸움 (1) +3 24.09.09 1,576 30 13쪽
21 미래로 가는 창고 (3) +4 24.09.08 1,622 35 14쪽
20 미래로 가는 창고 (2) +3 24.09.07 1,650 32 13쪽
19 미래로 가는 창고 (1) +5 24.09.06 1,777 34 12쪽
18 뱀파이어와의 키스 +3 24.09.05 1,767 33 12쪽
17 아름다운 편의점 (4) +3 24.09.04 1,782 32 13쪽
» 아름다운 편의점 (3) +4 24.09.03 1,747 33 12쪽
15 아름다운 편의점 (2) +4 24.09.02 1,774 37 13쪽
14 아름다운 편의점 (1) +6 24.09.01 1,881 32 13쪽
13 셀럽이 되자 (4) +3 24.08.31 1,881 34 13쪽
12 셀럽이 되자 (3) +4 24.08.30 1,885 32 14쪽
11 셀럽이 되자 (2) +3 24.08.29 1,942 35 12쪽
10 셀럽이 되자 (1) +6 24.08.28 1,980 32 13쪽
9 돼지 구출 작전 (4) +4 24.08.27 1,971 38 14쪽
8 돼지 구출 작전 (3) +5 24.08.26 1,994 39 13쪽
7 돼지 구출 작전 (2) +4 24.08.25 2,106 42 12쪽
6 돼지 구출 작전 (1) +4 24.08.24 2,195 42 12쪽
5 변신 (2) +3 24.08.23 2,202 43 13쪽
4 변신 (1) +4 24.08.22 2,389 41 13쪽
3 지옥과 현실 사이 (2) +5 24.08.21 2,433 48 12쪽
2 지옥과 현실 사이 (1) +4 24.08.20 2,663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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