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김시후
작품등록일 :
2024.08.15 06:35
최근연재일 :
2024.09.17 23:4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681
추천수 :
100
글자수 :
187,171

작성
24.09.04 21:06
조회
44
추천
3
글자
13쪽

면접(2)

DUMMY







블랙드래곤 카이어.


그녀와의 대화로 모종의 인간단체에 아이를 볼모로 잡혀 실험체가 된 드래곤들이 있음을 알게 된 바 있었다.


또한, 실험체가 된 드래곤들이 제 아이들의 안위 때문에 그 사실을 미리 알리지 못 한 바 크나큰 죄책감을 짊어지게 된 것 까지도 알게 됐다.


그리고 아이들의 생사가 의심된다는 절규까지도 알 게 되었다.


비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이어는 제 새끼인 세종을 포함한 삼둥이를 인간인 자신에게 맡겼다.


사랑으로 키워달라며.


그때 주평은 그녀가 다른 것은 더 바라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그리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지켜주겠노라 했었다.


처음엔.

딱, 거기까지였다.


다른 새끼 드래곤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 미지의 국가 단위 세력과 맞서는 상황은 세종, 성종, 정조에게도 좋지 않았으니.


하지만 제 호적에까지 올린 삼둥이가 스스로 인간화된 드래곤임을 자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삼둥이는, 친엄마, 친아빠, 친누이가,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게 되어 원통함에 울부짖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인간 아빠에게 맡겼진 이유도 극명하게 안다.


공허의 손길이 뻗쳐 용의 둥지에 남은 채 죽음이 예정된 부모와 누이를 떠올리며 장례식장에서 울음을 터트렸던 모습은 잊히지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비통하다.


가슴이 미어져서 분노가 인다.


헌데.


형제자매 혹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존재들.

삼둥이와 함께 낯선 땅으로 온 18개의 알.


그걸 앗아간 것이 너희들이구나.

너희가 비극에 비극을 더했구나.


해서, 파국이다.

너희에게, 파국.


이것이 주평이 찰나의 순간 느낀 분노였다.


그것이 세종, 성종, 정조의 울분과 의념으로 맺어져 돌일 킬 수 없는 역효과를 낼 것 같았기에······.


서둘러 (“참아!!”)라고 의념을 외쳤던 것이었다.


다행히, 일은 터지지 않았다.


(“세종아, 성종아, 정조야, 잘 참았다.”)


주평은 자리에 앉는 면접자들을 두고, 잠시, 의념에 답이 없는 삼둥이들 쪽을 보라보았다.


성종과 정조는 세종의 양반다리를 벤 채로 잠들어 있었다.


세종이 기절시킨 것일 터.


아주 잘 해주었다만······.


(“······세종아.”)


세종은 양손을 꾹 쥔 채 파르르 떨며 입술을 잘근 물고 있었다.


아빠 말이라면 언제든 냉큼 주고받던 저 아이가, 의념에 답이 없는 것은, 이성을 잠식하려는 분노를 간신히 걷잡고 있기 때문임을······. 여과 없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말해야 했다.


(“세종아, 네 도움이 꼭 필요하단다. 아빠를 도와줄 수 있겠니? 네 대답을 기다리마.”)


주평에게는 세종의 권능이 반드시 필요했다.


저들을 심판하기 위해.


그래서 세종이 마음을 추스를 수 있기를 바라며 시간을 끌어가기로 한다.


슥슥슥.


대기번호순으로 스마트패드로 전송된 지원자들의 서류를 살핀다.

내용파악은 한 번의 스크롤 넘김이면 족했다.


주평은 면접관의 딱딱한 어조로 면접을 개시했다.


“김소희 씨, 스무 살이시네요. 놀이동산에서 뵀었죠. 그때는 감사했습니다. 차후, 정부에서 보상금지급 연락이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네에. 그것과는 별개로. 김소희 씨의 이력서는······. 글쎄요. 일반인에, 고등학교 중퇴, 성적도 중하위권, 특징을······. 상큼발랄이라 적으셨군요.”

“네······.”


푸흡.


1차관이 콧방귀를 꼈다.


이에 발생하는 순간의 민망함 속에 김소희의 자존감은 나락으로 떨어져만 갔는데······.


이 자리에 특별 면접관으로 온 김난희가 묻는다.


따뜻하게.


“김소희 양. 특별재난관리본부 전략기획실에 지원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이때 주평은 머뭇거리는 김소희의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주평오빠한테 첫눈에 반해서라고는 절대 말 못 해. 오늘 보니 그때랑 다르게 조금은 딱딱한데, 면접관이라, 이 컨셉도 완전 섹시하다고 말 못 해······. 와이프 없이 혼자서 우리 대왕님들 키우느라 여기까지 데려오시고, 힝······.’)


자신은 차갑게 밀어붙여 시간을 끌 생각이었는데.


엄마는 온화하게 기다려준다.


그리고.


그 상반되는 온도의 차이가 가져온 변화에 주평은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쿡, 크흐흐.”)


언제 화를 다스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세종의 내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동전이 뒤집힌 듯.


세종은 평소의 세종이 되어 의념을 전해왔다.


(“아버지, 수줍음이 아주 많은 분인 것 같습니다. 전에 봤을 때는 천방지축에 앙칼진 음성이 나이에 걸맞지 아니하다고 보았는데, 소자는 찬성입니다. 저더러 세종대왕이라고 한 것 들으셨습니까?”)

(“그 찬성, 혹시, 후궁을 말하는 것이더냐?”)

(“그렇사옵니다, 아바마마.”)

(“푸하하하하!!”) (“헤헤헤!”)


주평은 잠시나마 세종의 사극놀이에 어울려주며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내 세종이 따라 웃어주니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주평과 세종이 긴장의 끈마저 놓은 것은 아니었기에, 내면에 퍼지던 둘의 웃음은 적절한 때에 동시에 멎었다.


(“해보자.”) (“예, 아버지.”)


주평과 세종의 이목이 저기 앉은 면접자들에게로, 순간, 몰입되어 간다.


최상위 포식자의 사냥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김소희에겐 미안하지만······.


“네, 다음.”


주평은 김소희의 말을 자르고 다음 면접자의 시간으로 넘어갔다.


[《노만 로드리게스》 특급코인 【29】]


2번 면접자.

S등급 추정.


그의 지원 서류의 이름과 각성 등급은 플레이 기능으로 보는 정보와 판이했다.


하지만 개수작임을 알기에 놀아나 준다.


실제 면접처럼.

유창한 영어로.


“에드워드 킴. 성은 김인데 겉모습은 화이트 미국인이시네요. 한국말은 할 줄 아십니까? 이건 옆에 계신 3번, 4번, 5번 면접자들에게 드리는 공통된 물음입니다.”(영어)


주평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는 없었다.


뭐, 나쁘지는 않았다.


어차피 고용할 생각이 없는 이들이니까.


계속해서 에드워드 킴으로 둔갑한 노만 로드리게스에게 묻는다.


“B등급 환각계 각성자이시군요. 요긴한 능력입니다.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를 내는 고난도의 능력이기도 하지만요. 노만 씨의 경우는 어떨까요?”(영어)

“난 이 분야 최고야. 뭐든 물어봐. 날 뽑고 싶어 미치게 만들 정도로 난 매력적이니까.”(영어) (‘B등급은 무슨. S등급이시다. 옆에 연놈들만 없었어도, 젠장. 네놈이 드래곤이든 나발이든 환술을 걸었을 텐데 말이야.’)

“그 포부 아주 좋습니다.”(영어)


이제 더 들을 것도 없었다.


이들의 면접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형식적인 것이었으니까.


“아아, 크흐흠.”


주평은 짧게 목을 가다듬은 후.


서류와 면접자를 번갈아 진득하게 훑으며 중국어로 마음에도 없는 플러팅을 시도했다.


[《샤오 리》 특급코인 【21】]


“리 린이 씨는 외모가 아주 훌륭하군요. 아, 불쾌했다면 죄송합니다. 리 린. 27세. 중국 국적. 북경대 경영학부 졸업. 네, 엘리트시고요. E등급 탐지계열 각성자이시군요. 탐지계열에 미인은 희귀해서 ‘러브’ 콜을 많이 받으셨을 텐데, 좀 수상한데요?”(중국어)

“사실 면접관님의 영상을 보고 왔어요. E등급은 미인이어도 써주질 않더군요.”(중국어) (‘빌어먹을 도마뱀 새끼가······. 어딜 내 몸을 훑어? 파충류, X발, 징그러.’)

“솔직하시군요.”(중국어)


샤오 리.

S등급 추정.


네, 다음.


[《타티아나 푸시킨》 특급코인 【11】]


타티아나 푸시킨은 주평과 시선이 닿자 무언가 은밀한 것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과연, 러시아어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나 뭐라나.


다 훤히 보이니.


주평은 씩 웃으며 물었다.


“제 발음이 나쁘진 않을 겁니다.”(러시아어)

“그러게요. 섹시한데요?”(러시아어) (‘언어도 통하고. 이제 맨몸 섞어보면서 길들여지나 볼까? 뭐, 그게 아니더라도 한 번은 유희로 나쁘지 않겠어.’)

“호오, 우리 오늘 밤에 만날까요? 여기서 러시아어는 우리 둘 만 할 줄 아는 것 같으니, 어때요? 합격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러시아어)


키보드를 장착해서, 그런가?


······샤오 리 때도 그렇고.


주평은 스스로 평소의 자신이라면 절대 내뱉지 않을 말에 감탄하면서도······.

음흉한 사내를 연기하는 표정을 곧잘 유지했다.


즉, 주평은 타티아나 푸시킨의 야릇한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넘어왔다고 생각했을까?


타티아나가 좋다고 주평에게 윙크를 날릴 때 다섯 쌍의 매서운 눈초리가 그녀를 향했다.

언어는 이해 못해도 눈빛으로 통한다고······.


뻔뻔하게 으쓱이는 타티아나 푸시킨.

A등급 추정.


다음은.


마지막 보스.


[《카일 우드》 특급코인 【42】]


탑 생성 전에는 지구상에 없었다고 보았던.


SS등급 각성자(추정).


“카일 우드. 한국말 아지그 어려우어요.”

“암요, 그래야죠.”(프랑스어)

“감사하브니다.”


카일 우드는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거짓 없이 표기한 사람이었다.


아니, 변종이었다.


그의 신체에서 김목이와 유사한 거부반응이 있다는 세종의 첨언을 듣고 알았다.

생체실험을 강행했거나 당했거나.

둘 중 뭐든 피실험자일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결론에 다가선다.


다만, 마음의 걸리는 게 있었다.


“카일 우드 씨. 이력이 화려하시군요. 군인이셨고. 각성 등급도 전투계열의 S등급이시고요.”(프랑스어)

“전투는 하지 않습니다. 군 복무 때 전투 중 동료들을 모두 잃은 후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렇습니다.”(프랑스어)

“여기 계신 면접자 분들 중에 유일하게 자녀가 있으시네요. 안야 우드. 제 아이들과 또래인데 서로 친구가 되면 좋겠네요.”(프랑스어)

“······그럼요.”(프랑스어)


카일이 삼둥이가 있는 곳을 바라본다.


(‘너희들에게는 정말 미안하구나. 너희 아빠는 내가 데려가야 해. 그래야 내 딸이 살아······.’)


들여다 읽기에 애석한 심정이었다.


어느새 눈시울을 붉히는 카일을 따라 삼둥이 쪽을 바라보게 된다.


세종은 아빠를 보며 넌지시 말했다.


(“너무 미운데요. 많이 슬퍼요.”)


맞는 말인데······.

사연은 사연일 뿐이다.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는 나중에 아이들과 상의하여 결정할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세종아, 네게 《공간 가두리》라고 공간을 열어 들어온 대상을 가두는 권능이 있더구나. 열어주겠니?”)

(“네, 아버지······.”)


주평이 면접실 우측에 비어있는 곳을 향해 팔을 뻗자 공간이 넘실거렸다.


물 위에 돌을 던지면 물결치는 모양새의 역으로.


한 데 모여 어둠이 된다.


우우우우웅-!!


이내 주평은 김소희부터 찾았다.


“김소희 씨. 이만 밖으로 나가보셔도 좋습니다. 새벽에 고생하셨습니다.”

“······아, 네······.”


김소희는 내내 뻘쭘하게 앉아 있다가 쫓겨나는 꼴이었다.


(‘치, 고등학교 졸업은 해야 했던 건가······. 검정고시 후 재도전? 근데, 그 외국어는 또 뭐람? 댕멋이쪄!! 아니, 아, 설마, 외국인 취향이셨던가? 내가 더 예쁜데!! 바보 같이 이게 뭐람······.’)


적잖이 미안한데 미안하지 않게 만드는 김소희의 생각들을 읽으며 지켜본다.


저기 초라하게 퇴장하는 뒷모습.


이는 노림수였고.


그녀가 씁쓸하게 떠나준 덕에 자신을 잡으러 먼 타국에서 온 이들더러 큰 착각을 하게 만들었으니.


(‘쩝, 보는 눈은 있군.’)

(‘나도 이 불여시같은 러시아 X년처럼 끼를 부렸어야 했나. 합격하고도, 괜히, 뭔가 아쉬운데······.’)

(‘드래곤은 무슨 맛이려나.’)

(‘안야, 내 딸아. 아빠가 간다.’)


주평은 그들의 생각을 들으며 말했다.


“여러분들은 1차 합격이십니다. 저기 제가 생성한 포탈로 들어가셔서 대기하시면 됩니다.”(영어)


저벅- 저벅저벅.


이윽고, 노만, 리, 타티아나, 카일이 순서대로 저 마다의 장대한 계획을 품고 《공간 가두리》 안으로 별 의심 없이 들어갔다.


그렇게, 1차 낚시는 대성공으로 끝났다.


“유진태 비서관님, 방금 전에 나간 김소희 씨에게 합격 소식 전해주시고요. 다음 대기자들 들여보내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소희는 다음 날 올릴 공고를 통해 합격처리 하려고 했지만······. 세종이 그녀가 계단에서 운다는 소리를 하는 바람에, 다소, 비효율적인 일을 하게 된 주평이었다.


이제부터는 실질적인 면접의 시작이었다.


작가의말

- 감사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탑에서 주말농장(2) NEW 8시간 전 3 0 12쪽
30 탑에서 주말농장(1) 24.09.16 11 1 14쪽
29 부디 평온하길 24.09.15 11 1 14쪽
28 마지막 ■ 들여다보기 24.09.14 18 2 13쪽
27 이색 데이트(3) 24.09.13 20 2 15쪽
26 이색 데이트(2) 24.09.12 18 2 13쪽
25 이색 데이트(1) 24.09.11 31 2 14쪽
24 단 둘이 좀 봅시다 24.09.10 29 2 14쪽
23 구출작전(2) 24.09.09 31 2 14쪽
22 구출작전(1) 24.09.08 36 2 12쪽
21 101태극부대 창설 24.09.07 44 3 14쪽
20 2차 면접과 접 24.09.06 48 3 13쪽
19 첫사랑이었다 24.09.05 46 2 13쪽
» 면접(2) 24.09.04 45 3 13쪽
17 면접(1) +1 24.09.04 59 2 13쪽
16 그녀와의 첫 만남 24.09.03 69 3 14쪽
15 길었던 하루의 마무리 24.09.03 65 2 13쪽
14 뜻밖의 인연 24.09.02 72 2 14쪽
13 재량이 낳은 산물 24.09.01 90 3 13쪽
12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3) 24.08.31 93 4 14쪽
11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2) 24.08.31 100 4 14쪽
10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1) 24.08.30 107 4 13쪽
9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2) 24.08.29 112 4 13쪽
8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1) 24.08.28 130 6 13쪽
7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 아빠가 되었다 +2 24.08.27 138 6 13쪽
6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3) 24.08.26 137 4 13쪽
5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2) +1 24.08.25 161 6 13쪽
4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1) 24.08.25 177 6 12쪽
3 각성자여, 너 자신을 알라 24.08.24 231 7 13쪽
2 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2) +1 24.08.23 248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