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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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후
작품등록일 :
2024.08.1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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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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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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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1)

DUMMY






주평과 이웃집 할머니는 10년도 더 전에 한 번 인사했던 것 외에는 딱히 접점이 없었다.


세종으로 이사하기 전, 이맘때였다.

우유배달원의 신고로 고독사한 이웃집 할머니가 발견됐었고······. 경찰은 할머니의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인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었다.


이 또한 어머니가 일러주어 알았다.


“맞아, 기억나.”


주평은 김목이의 이산화탄소 감지 능력이 할머니를 대상으로 발현된 것이라 판단했다.

아직은 살아 계신가 보다.


해서, 딜레마에 빠졌다.


예정된 죽음을 알고 있다고 해서 생판 남인 사람의 생사에 관여해도 될까?

정말, 경찰 조사대로 심장마비가 사망 원인이라면 김목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관찰하다가 위급한 상황이 오면, 그때, 119신고만 해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테지만······.

선의이더라도 썩 내키지 않았다.


그것은 드론 도촬과 같은 맥락의 중범죄니까.


“딱 그 위급상황이 지금이면 모를까. 에잇, 뭔 소리를 하는 거냐. 퉤퉤퉤!!”


조금, 찝찝했지만······.


김목이를 복귀시키기로 결정한 주평은 다시 스페이스 바를 연타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쨍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귓가를 스쳤다.

그새 팔뚝에 돋은 닭살이 환청이나 착각이 아니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뭔가 많이 싸했다.


타ᄃᆞ닷-!!


결국 주평은 그의 직감을 믿고 직권으로 김목이 준위에게 새로운 작전을 부여하게 됐다.

단, 선은 지키기로 했다.


“딱 할머니의 안위만 살핀다.”


싸플, 사운드 플레이(Sound play)

보통 FPS게임에서 발걸음, 총성, 차량 엔진 소리 등을 통해 적의 위치와 동선을 파악하거나, 역으로 소리를 이용한 함정을 파는 등, 소리를 전략으로 사용하는 플레이 방식.


주평은 사운드 플레이를 응용하기 위해 《서라운드스피커》의 설정 값을 조정했다.


그동안 천부적인 멀티캐스팅 능력을 발휘하여 김목이를 통해 할머니 댁의 창문 중 열려있는 창을 수색했다.


타ᄐᆞ다ᄃᆞ닥-!!


다행히 주방에 환기용으로 설치된 작은 창이 열려있었다.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남녀노소 사생활은 존중 받아야지.”


하여, 주평은 플레이화면에 그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화면의 시점을 역으로 두고 예측 컨트롤로 김목이를 강하해서 착지시켰다.


이내 숨까지 참아가며 듣기만 했다.


(“심장마비인가? 다 늙어서 추태는······. 가볍게 물건이나 몇 개 챙기려는데 일진 더럽게 됐네, 쩝.”)

(“허어, 헉, 허······.”)

(“근데, 이거이거 볼만 하잖아? 흐흐흐.”)


대사가 뭔가 이상했다.

과연 저따위의 개쓰레기 같은 망발을 지껄이는 영화나 드라마 대사가 있을까?

없다, 저건 티비 소리가 아니다.


이건 육성이다.


주평은 서둘러 화면 시점을 조정해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보조 등만 켜진 어스름 속.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하관을 가린 남성이 쓰러진 채 숨을 헐떡이는 할머니를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고 있었다.


‘저 개 잡놈의 후레자식이!!’


주평은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찾아 112를 눌러 발신하고 있었다.


- 네, 112입니다.


“옆집 할머니 집에 괴한이 침입했어요. 할머니는 지금 심장마비에 걸리신 것 같고요. 주소는 서초구 방배·········”


주평은 조곤조곤 짧고 간결하게 전달해야할 사항들을 모두 건네고 5분 이내로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할 것이라는 확답을 받은 뒤 통화를 종료했다.


‘5분은 늦어.’


주평의 손에는 식은땀이 차있었다.


사실상 공황상태.


찰나동안 주평은 ‘이제 어쩌지?’란 물음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물었다.

그러고는 ‘침착해’를 수차례 되뇌었다.


‘야 김주평! 어차피, 집 밖으로, 세상으로, 나가기로 결심한 거 아니었어!?’


회귀, 그리고 각성한 이상······.


언젠가는 게이트도 탑도 들어갈 것이다.

직접 발로 뛰어야 엄마도 살리고 세상의 멸망도 막을 확률이 높아질 테니.


주평은 생각했다.


‘할머니를 동료라고 생각해. 지금 상황은 의식을 잃은 동료에게 호기심을 갖고 어슬렁거리는 오우거를 직면 한 거야. 이 상황······. 난 공략할 수 있다.’


찰나였다.


숱하게 서술했던 대(對)몬스터 위급 상황 행동요령 중 현 상황과 유사한 사례의 접목.


이건 실시간 공략이다.


그리고 골든타임은 흐르고 있다.


‘간다. 가야 한다.’


주평이 자신의 방 창문으로 향했다.

그렇게, 단, 세 걸음을 옮기는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번뇌였다. 몸소 겪으며 생긴 관념, ‘집 밖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계속해서 터무니없는 경우의 수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역시 으쌰으쌰만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한가.


자신이 모질이처럼 느껴졌다.


‘그럼 그냥 몰아붙여!!’


주평은 키보드를 세로로 고쳐 잡아 있는 힘껏 제 이마를 가격했다.

무음모드를 켜고······.


(탁탁- 쾅-!!!)


‘으아아-!!’


소리 없는 아우성까지 내지른 후.


주평은 그 길로 방충망을 걷고 창을 넘었다.


이윽고 담벼락을 넘어 할머니 집터 텃밭에 착지한 주평은 곧장 돌멩이 한 움큼을 손에 쥐어 던졌다.

목표는 창문이었다.


쨍그랑-!!


주평은 이에 그치지 않고 마당을 선회하며 네 개의 창을 더 깼다.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침입자에게 경각심을 주어 제 발로 달아나길 바랐는데······.


‘뭐지?’


플레이화면 속 침입자는 현관 쪽이 아닌 김목이가 있는 주방 환기창 방면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식칼 한 자루를 손에 쥐었다.


‘안 돼!’


오히려 도발을 한 꼴이 됐다.


대상의 성향을 모르는 상태에서 어설프게 행동했을 때 종종 발생하는 패착.

역시, 실전은 다른 것일까.


정말 최악이었다.


“멈춰!!”


주평은 급급히 거실에 열려있는 통창을 통해 집 안으로 진입해서 침입자와 마주했다.

침입자는 칼끝으로 할머니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혼자 왔니?”


“······.”


“그건 뭐니? 그 키보드로 나 잡으려고? 흐흐흐, 아아······. 정말. 나 괜히 지렸네? 흐흐흐.”


저 놈은 진짜 찌를 놈이다.


섣불렀다


공략글로도 지피지기하여야 한다고 늘 강조했었던 주평이었기에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미지의 적을 마주했을 때는 적의 사정과 나의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이다.

어찌 모르랴?


공략은 주어진 상황의 대처이다.


그게 꼭 최적이면 좋겠지만······. 차선, 혹은 차선의 차선, 최후의 수단, 히든카드, 설령 극단적으로 비효율적일지라도, 주어진 상황을 공략할 수만 있다면······. 그 것에도 분명 공략의 의의가 있다.


즉, 소모값이나 득실 따위는 나중의 문제다.


‘플레이 대상 지정.’


[·········을 지불하여 《봉창식》을 플레이 대상으로 지정합니다.]

[《김목이》 플레이가 해제됩니다.]

[《봉창식》 플레이를 시작합니다.]


타ᄃᆞ다다타다ᄃᆞ-!!


주평은 봉창식을 대상으로 플레이를 시전하자마자 키보드를 조작했다.


이에 봉창식은 칼을 거뒀고 주방 쪽으로 엉거주춤 물러나 싱크대 하단 수납함을 뒤통수로 들이박은 뒤 제자리에 드러누웠다.


“할머니!!”


주평은 서둘러 할머니의 기도를 확보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두 손을 깍지 끼고 양팔을 쭉 편 상태로 체중을 실어서······.


“핫, 둘, 셋, 넷·········”


가슴압박 30회, 인공호흡 2회, 그리고 다시 반복, 또, 그리고 또······.


“할머니, 살아야 해요. 제가 코인까지는 쓰고 싶지 않았거든요? 정말 최후의 수단이었는데······. 그래도 사람 목숨보다 귀한 게 어디 있겠어요, 그쵸? 1일코라 그나마 다행······.”


후읍! 후 후읍! 후


“제가 또 공략글을 쓰다 보니 심폐소생술도 다뤄봤어요. 치유 스킬로는 심폐소생이 안 되거든요, 신기하죠? 아, 《세크리파이스》라고 사기적인 스킬을 쓰는 아줌마가 한 분 계시는데, 그건 예외입니다.”


후읍! 후 후읍! 후우


“이런 상황에 이런 말 좀 그렇지만······. 저 연애를 못해봐서요. 인공호흡은 첫······. 그런 거 아닌 거 아시죠? 이건 보다 더 숭고한 행위일 뿐입니다. 후우······. 아무튼, 심폐소생술 이거 쉬운 거 아니에요. 나중에 집 밥 한 그릇 해주세요. 저 옆집 살거든요. 아, 이름은 김주평이요.”


후- 후우.


5분이 이렇게 길었던가.


사이렌 소리는 심폐소생술을 몇 회나 실시했는지 모르게 될 때가 돼서야 들려왔다.

그리고 잠깐 시간이 더디게 흐른 탓에 반동으로 훅 지나간 듯 경찰들과 구급대원들의 다급한 목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빠르게 이어졌다.


이후의 일을 주평은 기억하지 못했다.


***


서초구 소재의 어느 응급실.


“음, 여기는······.”


깨어난 주평은 백색의 천장을 조우했다.

그리고 뜻밖의 그리움이 느껴지는 병원 냄새를 맡으며(?) 탈진으로 쓰러졌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환자분, 정신이 드세요?”


“······할머니는요?”


“의식 회복하셨고, 자가 호흡하셔요. 워낙 연로하셔서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행히, 처치를 잘 해주셨습니다.”


“······네, 후우.”


“환자분은 이마에 좌상이 있어서 치료했고요. MRI와 CT결과 뇌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댁에서 며칠 안정을 취하실 게요. 자, 링거 다 맞으시고 퇴원하시면 되겠습니다.”


의사의 마지막 말은 주평이 아닌 경찰관에게 하는 말이었다.


경찰은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주평에게 물었다.


“몇 가지 확인할 게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경찰은 사건의 경위에 대해서 물었고 주평은 신고자이자 목격자로서 답했다.

묻는 말에 거짓 없이.

다만, 각성과 스킬 사용이라는 내용은 꺼내지 않았다. 그저 옆집이라 들렸고, 보았고, 위험해보여 신고했고, 창문을 깬 것과, 제압한 것, 그리고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니까 경찰도 수긍했다.


그런데.


“머리에 좌상은 어쩌다 생긴 겁니까?”


“······글쎄요.”


아까 의사도 머리의 좌상 때문에 MRI와 CT촬영을 했다고 해서 뭔가 했는데······.

헛소리는 아닌 듯 했다.


“현장에서 발견한 키보드에서 혈흔이 발견됐습니다. 충격 때문에 기억이 잘 안 나시더라도 천천히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아······.”


아무래도 잡생각을 지우려고 키보드로 머리를 때렸을 때······. 그때는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좀 과했었나 보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설명하는가이다.


“그거는 제가······.”


머리가 복잡해지는 순간이었다.


《키보드워리어의 키보드》가 현장 수집 증거물로 남으면, 검찰로 넘어갈 테고, 가환부 신청을 해도 판사의 허락이 떨어져야 하니······. 키보드를 돌려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몇 개월이 될지도 몰랐다.


‘······아는 만큼 더 무섭다더니.’


공략글 쓰겠다고 알게 된 깨알 지식들이 주평을 무섭게 했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는 게 순리이니까.


“제가 제 스스로 때린 거예요······.”


“설마, 할머니를 두고 협박을 받으신 겁니까?”


큰일이다.


여기서 집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려워서 물리적인 충격요법을 이용해 극복하려고 했다고는 말 할 수 없었다.


“그게요······.”


경찰이 묵묵히 대답을 기다리는 게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다가올 때 즈음이었다.


이 판을 끝내줄 구세주가 등장했다.


“어머, 어머, 어머, 주평아!”


병상의 주평을 발견하자 잰걸음으로 킬힐 구두굽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중년의 여인.

그녀에게로 응급실 안의 모든 이목이 쏠렸다.


예상치 못했다.


“······아줌마?”


대한민국각성자협회장을 겸임하는 특수재난관리본부 장관 차영숙을······.

그 실세 중의 실세를 아줌마라고 부른다!?


이에 차영숙을 향했던 누추한 곳에서 귀한 분 보는 시선들이 주평에게로 돌아갔다.


마치, 한 무리의 미어캣들이 고개 돌리듯.


작가의말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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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구출작전(2) 24.09.09 32 2 14쪽
22 구출작전(1) 24.09.08 37 2 12쪽
21 101태극부대 창설 24.09.07 44 3 14쪽
20 2차 면접과 접 24.09.06 49 3 13쪽
19 첫사랑이었다 24.09.05 46 2 13쪽
18 면접(2) 24.09.04 45 3 13쪽
17 면접(1) +1 24.09.04 6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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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길었던 하루의 마무리 24.09.03 65 2 13쪽
14 뜻밖의 인연 24.09.02 72 2 14쪽
13 재량이 낳은 산물 24.09.01 91 3 13쪽
12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3) 24.08.31 94 4 14쪽
11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2) 24.08.31 102 4 14쪽
10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1) 24.08.30 10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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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1) 24.08.28 13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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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3) 24.08.26 138 4 13쪽
5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2) +1 24.08.25 162 6 13쪽
»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1) 24.08.25 178 6 12쪽
3 각성자여, 너 자신을 알라 24.08.24 231 7 13쪽
2 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2) +1 24.08.23 24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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