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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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후
작품등록일 :
2024.08.1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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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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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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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출작전(2)

DUMMY






등잔 밑이 어둡다.


하인즈를 들여다보며 파악한 아일라와 로이엘라의 위치는······. 하인즈의 연구실 바로 옆에 위치한 비밀공간이었다.


카일을 들여다봤을 때 본 아일라의 최근 영상편지는 아름다운 정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는데······.


그건 딥페이크였다.


그것도 모르고 가스라이팅 당해온 카일만 바보천치가 된 꼴이다.


“세종아, 이 벽 너머란다······.”

“······네, 아버지.” “후우.” “하아.”


우우웅-!!


하인즈 박사의 연구실에 최단 거리의 공간 뒤집기가 형성됐다.


저 너머에 두 아이가 있다.


뿐만 아니라, 온갖 실험에 목숨을 잃은 실험체들의 사체와 신체 부위들도 있다.


“애들아, 꼭 봐야겠니.”

“네.” “네.” “네.”

“알았다.”


주평을 선두로 삼둥이들이 뒤따랐다.


그리고 보았다.


박물관에 전시해 놓은 백악기 시대의 공룡처럼 뼈대로 세워진 드래곤이었던 것.


그 옆에는 연녹색의 약물로 채워진 거대한 강화유리 관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비늘이 모두 벗겨진 상태로 신체 곳곳에 부검의 흔적들이 남은 드래곤 사체가 있었다.


그리고 성한 곳 하나 없이 갈색의 가죽만으로 남은 것도······.


“아아······.” “흑흑······.” “으아아······.”


아이들은 제자리에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트렸다.


지금은 그 어떤 위로도 소용없을 터.


주평은 아이들을 돌아보지 않고 묵묵히 하인즈 박사가 그간 모아온 끔찍한 컬렉션들 사이를 걸었다.


세포조직, 혈액, 뼈, 살점, 비늘, 뿔, 심장.


그리고 사람들······.


······아니,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신체 일부.


그저 앞만 보고 걸을 뿐인데도 눈에 드는 것들에 현기증이 일었다.


“후우······.”


이제 저 앞에 복도를 지나면 나오는 또 다른 공간에 아일라와 로이엘라가 있다.


또한, 아직 살아있는 인간들도 있다.


“아, 제발······. 죽여줘······.”

“······나도 좀······.”

“크어어······ 크에······.”

“······부, 탁할, 게······.”


인간 본연의 모습은 대부분 잃었지만 인간임이 분명한 존재들이 앓는 소리를 한다.

철창 속에서 온 몸이 구속된 채로······.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저들의 부탁대로 죽여줘야 할까 싶으면서도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외면하지도 못하고 멈춰 서게 된다.


그렇게 얼마나 제자리에 서있었는지 계산이 되질 않는 때였다.


“······.” “······.” “······.”


언제 왔는지 삼둥이가 주평을 껴안는다.


이때, 앞전까지 죽여 달라고 애원하던 이들이 아이들을 보고서 말을 바꾼다.


“안, 돼. 도망, 가······. 애들······.”

“······신, 이시 어······.”

“크뤠에······ 카아 타라아아······.”

“······제, 발, 당장 달아나······.”


그들은 이전보다 절절했다.


더군다나 이전에는 없었던 음성까지 가세됐다.


족쇄에 구속된 채로 몸부림치어 쇠사슬 마찰음을 냈고, 더불어, 울부짖으며 괴성을 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때, 주평은 그들로부터 인간성을 느꼈다.


저들은 사람이다.


상처를 치료 받아야 할······.


해서, 약속한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딱 거기까지가 주평이 꺼낼 수 있는 말이었다.


완전한 치료, 가족들과의 재회, 다시금 사회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등의 것은 주평으로서 보장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


그렇게 한 걸음씩 다시 나아갔다.


저 끝 방으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서.


***


로이엘라는 긴 꿈을 꾸고 있었다.


아일라를 등에 업고 오빠 하라이아스와 함께 벨기에의 창공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것부터 시작되는······.


지독한 악몽이었다.


갑자기 날개를 잃는 통증과 함께 끊임없이 맨땅으로 추락할 때.


공허의 손길에 집어삼켜지는 오빠.

자신의 날개를 이식받고서 점차 괴물이 되어가는 아일라.


느닷없이 두 눈을 잃는 아픔.


이에 수반되는 어둠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아일라와 오빠의 잔상들이 스냅샷 필름처럼 떠돌 때는 원통한 비명소리가 함께했다.


그러다 다시금 다함께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반복이었다.

깨고 싶어도 깨어지지 않는.


그랬는데.


‘어, 어······.’


로이엘라는 어둠 속에서 낯선 존재의 잔영을 보게 되었다.


어둠보다 짙어 윤곽이 보이는, 드래곤.


그것은 살아있지 않은 생명체인 듯 무심하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대종, 고룡, 어쩌면 드래곤로드.


뭘까, 싶은 찰나였다.


“로이엘라 누나. 이제 괜찮아.”

“지금까지 많이 아팠지? 우리가 도와줄게. 다 같이 밖으로 나가자.”

“이제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앳된 음성으로 다가와 안아주는 어둠과 빙화와 용암의 따뜻한 자극.


이에 로이엘라는 길었던 악몽에서 깼다.


“아아······.”


안구가 적출되어 볼 수는 없었으나.


로이엘라는 가장 먼저 아일라가 누워있는 병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집중해서 느꼈다.


주평과 아이들은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러다 로이엘라는 안도와 푸념 사이의 한숨을 내쉬고는 부탁했다.


“아일라 저 아이를 구해주세요, 어르신······.”


이는 주평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녀의 심상에 주평의 모습은 수 만 년을 살아온 드래곤의 위엄으로 그려졌으니.


“······부탁드리겠습니다.”


비록, 아일라는 인간이었지만······.


로이엘라는 인간화 된 삼둥이들을 인간들의 실험에 당한 새끼 드래곤으로 오해하고 있던 까닭에······. 태생은 다르다지만, 갖은 실험에 의해 드래곤에 근접해진 아일라 또한 구원의 손길을 받을 수 있길 바랐다.


간곡하게.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로이엘라, 너 또한 구할 것이야.”

“······어르신이 더 잘 아시겠지만 제 심장이 파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염치없지만, 저는 오빠를 한 번 더 만나는 것, 딱, 그 정도를 바랄 뿐입니다······. 아니, 아일라만 꼭 좀 구해주세요. 더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습니다.”


주평은 세종을 찾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로이엘라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일러주는 세종에게······. 주평은 검지와 중지로 이마를 두 번 짚으며 의념의 연결을 요청했다.


(“세종아, 카일 우드를 이곳으로 소환해주겠니. 그리고 그와 나를 연결해다오.”)

(“······네, 아버지.”)


이내 세종은 공간 가두리를 열어 카일 우드를 세상 밖으로 뱉어냈다.


카일 우드는······.


그는 나오자마자 제 자리에 주저앉으며 망연자실하였다.


어, 허어어, 어어······.


바람 빠진 폐부로 힘없는 곡소리를 내며.


······딸 아일라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차마 다가가지도 못하고, 웅크려지는 몸에 고개를 치켜들어 뜬 눈으로 눈물을 흘린다.


그러다, 쿵! 쿵! 쿵!!


바닥이 패이도록 주먹을 내려치며 외친다.


“왜!! 왜!! 왜!!”


아일라의 등에는 로이엘라의 것을 성형하여 이식시킨 날개가 있었고, 머리에는 아름답던 은빛 머릿결 대신 뇌수술의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두 개의 뿔이 나있었고, 하반신은 백색의 비늘로 덮여있었는데······.


상체는 개복된 채로 뛰는 심장을 보였다.


카일이 숨을 멎고 넋을 내놓자 아일라의 심장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얼마나 아팠을까.


하인즈가 이따금씩 보여줬던 영상 속 아일라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찌 미치지 아니하랴.


하지만.


(“들어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카일 우드!!!”)


주평은 부득이하게 ■■■ 아우라 펼쳤다.


(“아······.”)


그렇게 끝을 알 수 없는 절망으로 그득했던 카일의 내면이 잠잠해진 때.


주평은 의념을 전했다.


새겨들어라.


네 딸 아일라를 살려줄 수 있다.

다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반드시 산다.


그러니까, 지금, 그대는 선택하라.


(“만약, 딸을 살리겠거든 내게 약조하라.”)


그저 웃어라.


원망스러워도 웃고, 슬퍼도 웃고, 죄책감이 들어도 웃어라.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카일은 무릎으로 기어 주평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했다.


주평은 이어서 전언했다.


(“그대가 지금껏 행해온 모든 일들이 당신의 딸을 현재의 모습으로 만든 것임을 잊지 마라. 그리고 이를 그대만의 죄업으로 남겨두어, 간직하고, 반성하고, 속죄하되, 모든 것을 비밀로 해라.”)


아일라에게 네 지옥을 안기지 마라.


그것으로 홀로 죄책감을 안고 죽을 때까지 지옥을 살고 죽어서도 지옥으로 가라.


(“그게 네가 받을 벌이다.”)


카일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붙잡은 주평의 바짓가랑이는 놓지 않은 채, 흐느꼈지만, 애써 심호흡을 병행했다.


그리고, 잠시 후.


카일이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웃고 있는 낯으로 있었다.


“······제 딸, 아일라를 살려주세요. 당신의 뜻대로 여생을 살겠습니다.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그리하여······.


성종에게 한 방울 남아있던 신의 물방울이 아일라에게로 돌아갔다.

이는 삼둥이들의 뜻이었다.


또한, 로이엘라의 뜻이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마 카일은 모를 것이다.


평생토록.


그 신의 물방울 하나가 아일라에게 쓰이기 전에 어떤 쓰임새로 쓰였을 예정이었는지.


미움과 슬픔 속에서.


삼둥이들이 생체실험으로 부작용을 앓고 있는 카일에게 신의 물방울을 주어······. 그가 아일라와 재회했을 때 건강한 아빠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했었음을······.


***


【대한민국 특수재난관리본부 긴급기자회견】


주평은 제 권한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 앞에 서기로 하였다.


시간 통보는 1시간 전에 했다.


1시간 후에 시작하겠다고.


말 그대로, 긴급.


어떤 내용을 다루는 지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김주평이란 인물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으로 말미암아 1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기자회견장은 가득 채워졌다.


외국계도 과반수 정도로 아주 많았다.


본부에서 파주 영상을 내렸다지만.

암암리에 공유된 영상에 외신들은 일찍이 한국으로 기자들을 파견했었기에.


샤샤샤샤샤샤샤샤샷-!!


문이 열리고 주평이 들어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연이어 터졌다.


주평은 회견장 중앙 단상 위에 바로 섰다.


별도의 인사는 없었다.


곧장 단상에 마련된 노트북을 열고 키보드워리어의 키보드를 배치한 후.


비장한 어조로 선언한다.


“지금부터 긴급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윽고, 주평의 뒤편에 설치된 스크린들 위에 기밀시설로 추정되는 현장 영상이 비춰졌다.


주평은 굳이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말할 뿐.


“지금 보시는 곳은 벨기에 남부에 위치한 유럽연합 측의 신인류 프로젝트 연구시설이며. 이는 실시간으로 촬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타다다다닷-!!)(무음)


《공간 뒤집기》 (플레이 호환 스킬)

좌표를 설정한 곳과 현 위치의 공간을 뒤집어 생성한 암흑공간을 통해 양자를 오고 갈 수 있도록 호환된 스킬이다. 하단에 좌표를 입력하고 엔터키를 누르면 즉시 발현된다.

[32°34'28"N 124°52'13"E][ENTER]


(딸깍(무음))


고개는 정면을 향한 채.


주평은 단상에 가려진 키보드를 조작했다.


플레이의 화면은 크기를 조절하여 노트북 디스플레이 하단에 띄웠으니.

커서 지정을 위해 곁눈질로 확인할 뿐이었다.


《공간 삼키기》 (플레이 호환 스킬)

아이트래킹 커서로 지정한 점으로부터 기 설정된 직경의 구체가 공간을 집어삼킨다.

[ 250m ][△][▽]


[SHIFT]+[E]+[A]+[T]


(딸깍(무음))


【이의 도 암공 제1식 태초에 어둠이 있었다】


순간, 파주 때의 암흑 구체가 실시간 화면에 드리우며 돔을 이륙했다.


그리고 다시 순간적으로 사라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하게.


하지만, 일은 있었다는 듯.

집어삼켜진 대지가 어둠이 지나간 흔적이 되어 영상에 비춰진다.


“다음 화면 보시겠습니다.”


주평이 이번에는 노트북을 조작하여 또 다른 실시간 영상을 기자들에게 보였다.


“화면으로 보이는 곳은 미국 버지니아 주의 MMGP, 그러니까, Much More Gifted People의 본거지입니다.”


이후, 그곳은 있었으나 없게 되었다.


다음 순은 미국의 또 다른 MMGP 연구시설 다섯, 중국의 우한과 고비사막 세 곳, 러시아의 트베리 및 모스크바, 일본, 북한, 인도, 파키스탄까지.


도합 37개의 시설이 자취를 감췄다.


어느 순간부터 외신 기자들에게 전화가 쇄도했고, 온갖 언어로, 고함과, 질문과, 삿대질까지, 주평에게로 쏟아졌었으나······.


■■■ 아우라로 침묵시켰었다.


시작도 끝도 주평이 정했다.


“23일을 드리겠습니다.”


작가의말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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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탑에서 주말농장(1) 24.09.16 11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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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색 데이트(3) 24.09.13 20 2 15쪽
26 이색 데이트(2) 24.09.12 18 2 13쪽
25 이색 데이트(1) 24.09.11 32 2 14쪽
24 단 둘이 좀 봅시다 24.09.10 30 2 14쪽
» 구출작전(2) 24.09.09 32 2 14쪽
22 구출작전(1) 24.09.08 37 2 12쪽
21 101태극부대 창설 24.09.07 44 3 14쪽
20 2차 면접과 접 24.09.06 49 3 13쪽
19 첫사랑이었다 24.09.05 46 2 13쪽
18 면접(2) 24.09.04 45 3 13쪽
17 면접(1) +1 24.09.04 60 2 13쪽
16 그녀와의 첫 만남 24.09.03 69 3 14쪽
15 길었던 하루의 마무리 24.09.03 65 2 13쪽
14 뜻밖의 인연 24.09.02 72 2 14쪽
13 재량이 낳은 산물 24.09.01 91 3 13쪽
12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3) 24.08.31 94 4 14쪽
11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2) 24.08.31 102 4 14쪽
10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1) 24.08.30 108 4 13쪽
9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2) 24.08.29 113 4 13쪽
8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1) 24.08.28 131 6 13쪽
7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 아빠가 되었다 +2 24.08.27 139 6 13쪽
6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3) 24.08.26 138 4 13쪽
5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2) +1 24.08.25 162 6 13쪽
4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1) 24.08.25 177 6 12쪽
3 각성자여, 너 자신을 알라 24.08.24 231 7 13쪽
2 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2) +1 24.08.23 24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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