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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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후
작품등록일 :
2024.08.1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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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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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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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2)

DUMMY

[측정결과] : 《937C》(E)

[측정결과] : 《853C》(E)


막내 정조를 필두로 성종도 1,000코어 미만의 마력 출력에 성공했다.

세종은 동생들의 성취에 뿌듯해했다.


앞서 세종은 가장 먼저 1,000코어대로 내려온 뒤 진전이 없었는데······.

그건 동생들에 대한 배려에 불과했다.


[측정결과] : 《569C》(E-)


마지막으로 세종이 마력측정 장치에 동생들보다 적은 수치를 찍어내며 놀이동산 행 티켓이 발행되는 순간이 왔다.


“놀이동산!” “가자!” “좋아!”


이제 주평이 약속을 지킬 차례였다.


오전 10시21분.


‘차영숙 이모를 불러? 아니야······. 내가 해야 해. 걷는 게 안전하지만 걸어가기엔 멀고······. 지하철을 타는 게 차선책이겠지? 택시를 타야하나? 대중교통 타는 법도 알려줘야 하니까, 버스?’


예상보다 빠른 아이들의 학습능력에, 사실, 주평은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하지만, 책에서 봤다.


일단 약속을 했다면 지키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약속을 미루게 되거나 못 지키게 될 경우의 올바른 대처 방법이 있긴 했지만······.


“아, 맞다. 아버지, 많이 배웠습니다.” “네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어찌 약속을 어길 수 있으랴.


‘남아일언은 중천금!!’


주평은 지금도, 앞으로도, 삼둥이와 하는 모든 약속을 지킬 것을 다짐하며 말했다.


“가서 옷 입자.”


도도도도도-!!


삼둥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외출준비를 하러 방으로 달려갔다.


“너희들 먼저 골라.” “이건 어때?” “난 요거.”


아이들의 신난 음성을 들으니 절로 흡족해졌다.


‘옷가지고 싸우는 형제들이 다반사라던데······.’


주평은 어린 나이에 체형이 비슷한 형제들이 사이좋게 옷을 나눠 고르고 서로 챙겨 입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사례집을 봐서, 익히 알고 있었다.


어느새 아빠 미소가 지어진다.


한편.


‘어떻게 입고 나오려나?’


아이들은 스타일과 원단을 따졌다.


카이어의 드래곤 비늘로 재단된 옷은 현존하는 지존급 아이템이었지만, 스타일이 삼둥이의 취향이 아니어서 옷장에 고이 접어 모셔두었고······.

이미 맛 본 극최상급의 재질 때문인지 원단을 따지게 된 삼둥이였다.


헌데,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삼둥이들은 스타일과 원단의 조화를 추구하게 되었으니······.


곧 답을 찾았다.


차영숙이 백화점에서 사온 것 중 도로 가져가 환불하지 않고 남은 것들.

그리고 다시 바리바리 싸온 것들.


바로 명품이었다.


“짠!” “준비 됐어요.” “좋아좋아!!”


눈동자 빼고 똑같이 생긴 아이들이 각자의 취향대로 차별화된 개성을 살려 돌아왔다.


“와······.”


주평은 말을 잇지 못했다.


세종은 블랙 화이트 시크, 성종은 흰 티에 데님 멜빵바지, 정조는 알록달록 양말에 포인트를 주고 올 백에 귀여운 곰이 수놓인 옷을 뽐냈다.

패션잡지에나 나올 법한 아동 모델들 같았다.


‘나도 꾸미면 삼둥이처럼 되려나?’


삼둥이들의 본판이 자신과 판박이기에, 은연중, 주평은 꾸밈에 대한 생각을 가져봤지만······.


‘꾸며서 뭐해.’


주평은 입고 있던 옷 그대로 키보드 케이스만 챙겨 멨다.


그렇게 현관을 나오며 짱짱한 태양 아래 선다.


‘······별일 없겠지?’


차마, 세종, 성종, 정조에게 집 밖은 위험하다는 경고를 할 수 없었던 주평이었다.


외출 시, 여차하면 인성 문제를 이용해야하기에(?) 키보드 케이스 한 면에 손이 들어갈 구멍을 뚫어 놓는 치밀한 준비까지 해뒀지만······.


트라우마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긴장하고, 두려워하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이기는 싫은데······.

혹여, 삼둥이마저 다칠까봐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꼬옥!


성종과 정조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주평의 양손을 한쪽씩 마주 잡았다.

세종은 대문 앞에서 해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가요 아빠!” “가자!” “출발!!”


이에 주평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기우였다.


‘아······.’


이 아이들과 함께라면 하느님이 보우하사 세상의 어떠한 위험도 빗겨갈 것만 같았다.


주평은 더 이상 세상이 두렵지 않았다.


‘일시적 현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세종을 필두로 삼둥이와 함께 곧잘 걸었고, 버스정류장에 앉아 슝슝 지나가는 차량을 신기해하는 아이들과 웃었고, 버스를 타고, 삼둥이와 손을 들고 길을 건너고, 북적이는 지하철을 타고, 가까우면서도 먼 거리를 평범한 사람처럼 이동해냈다.


긴장하면 뻘뻘 흘리던 땀도 안 났다.


‘이게 나들이, 아니, 소풍인가.’


그렇게 주평은 트라우마 한 꺼풀을 벗겨냈다.


삼둥이의 존재 덕이었다.


“아빠도 부릉이 면허 딸까?”


“멋있어요!!” “나도 할래!” “부르릉!!”


이렇게 좋은 걸 어찌 참고 방구석에만 있었을까.


주평은 훗날 아이들과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팔도여행을 다니는 상상을 하며 미소 지었다.

마치, 꿈만 같았다.


“자, 우리 조금 뛰어볼까!?”


“좋아요!” “달려!” “가자!”


놀이동산 입구로 달려가는 삼둥이의 뒤를 따르며 주평은 낯설지만 좋은 해방감을 만끽했다.


***


세종, 성종, 정조의 경우 안전을 위해 탑승이 제한되는 기구들이 많았다.

키가 30cm 가량 부족한 탓이었다.

하지만 삼둥이들은 조금도 불평하지 않고 탈 수 있는 것들에 만족하며 신나게 놀았다.


뱅글뱅글 도는 찻잔을 타고, 정글 탐험 보트를 타고, 천천히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기구를 타고, 범퍼카는 3번이나 탔다.


이후 주평은 얼른 밥 먹고 또 놀자고 했다.


벌써, 2시였다.


그렇게 식당을 찾아가는 길목에는 삼둥이 또래 아이들이 부모들과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회전목마가 있었다.

그쪽에 삼둥이들의 시선이 가고 있는 것을 주평은 느낄 수 있었다.


“회전목마까지만 타고 갈까?”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핫, 둘, 셋!!” “찰칵!!”


잘 못 짚었나 보다.


삼둥이는 회전목마를 배경으로 포즈를 잡고 사진 찍는 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아차차;’


어릴 때는 집과 병원에 있는 경우가 허다했고, 후에는 방구석에만 있었기에, 밖에서 사진을 찍는 개념이 부재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 했다.


“미안, 미안. 아빠가 삼둥이 마음을 몰랐네. 다음부터 하고 싶은 건 바로바로 말해줘.”


“아버지께 근심이 될까 봐서요.” “맞지.” “웅.”


“너희들이 말 안 하면 아빠 속앓이 한다.”


“알겠습니다.” “네네!” “바로 말하자!”


“자, 저기 한 번 서볼까?”


“아빠도요!!” “같이요!!” “맞아요!!”


끝내 삼둥이가 진정 하고 싶었던 건 가족사진 찍기였음을 알게 되며······.

새내기 아빠는 뭉클한 심정으로 반성했다.


‘······더 섬세한 관심으로 대해야지······.’


이윽고, 주평은 때마침 지나가던 놀이동산 직원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꺄르르르르.


“어머머머,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욧!!”


직원은 특유의 높은 음성으로 재롱을 부리며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주평의 스마트폰을 건네받아 구도와 포즈까지 알려주며 멋들어진 가족사진을 여러 장 찍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장 더 찰칵하려는 찰나.


“아버님, 전화가 왔어요.”


직원이 종종 걸음으로 다가와 주평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었다.


폰에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들어오고 있었다.


“전화 받았습니다.”


- “특수재난관리본부 김주평 전략기획실장님 전화 맞으시죠?”


특수재난관리본부 전략기획실.

차영숙이 장관 직속으로 만든 전략기획실은 인가만 났을 뿐 인사이동 및 인력충원 등의 문제로 실질적인 운영까지는 보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즉, 아직 외부에 발표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임시대기차, 육아휴직 겸, 휴가라고 차영숙이 일러주었었는데······.


뭘까? 싶었다.


“네, 김주평입니다만······.”


“저는 오윤탁 변호사라고 일전에 압구정에서 명함을 주고받았던 사람입니다.”


“아아, 예, 변호사님. 그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주평은 용의 둥지 방문 때 마주친 “도를 아십니까?”를 물리쳐준 오윤탁 변호사를 기억했다.

그는 주평이 마음속으로 언젠가 보답하기로 했던 은인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것일까?


안 그래도 전화해서 자신이 앞으로 계획한 일과 연관된 의뢰를 맡길까 했는데, 옳거니 싶었다.


그때 오윤탁 변호사가 용건을 말했다.


- “봉사활동 나온 보육원에 오크 한 마리가 출몰했습니다.”


“네?”


- “신고는 했지만······. 영, 불안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거기가 어딥니까?”


- “파주 북단에 혜원 보육원입니다. D등급 각성자인 봉사자가 대치중에 있습니다만······.”


“혹시, 오크의 피부색이 회색입니까?”


- “네, 맞습니다.”


주평은 이맘때 본 뉴스를 떠올렸다.

파주시의 어느 보육원과 인근 마을에 출몰한 몬스터에 의한 학살을 다룬 내용이었다.

그리고 해당 사건의 사망자 중에는 봉사활동을 나온 한국대학교 로스쿨 교수와 제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교수가 오윤탁 변호사였구나.’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었지만······.


당장의 오크 한 마리가 전부는 아니리라.


오크는 본래 부족사회를 이루며 개인행동을 하지 않으니까.


‘······지성체가 보낸 정찰이다.’


주평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그때였다.


- “어, 각성자 분이 돌아왔습니다. 잠시 스피커폰으로 전환하겠습니다.”


- “오크가 산으로 도망쳤습니다. 추격까지는 저도 버거워서요······. 빨리 본부든 협회든 지원을 보내주셔야 안심이 될 것 같습니다.”


- “고생했네.”


- “교수님, 맨입으로요?”


주평은 수화기 너머의 교수와 제자가 긴장을 풀 때가 아님을 알았다.


결코 안일하지 마라.


오크의 숨을 끊었다면 모를까.

이유 불문, 살려 도망치게 내버려둔 순간 더 큰 위험을 부른 것이다.


“지금부터 제 말 잘 들으세요. 보육원의 인원들이 대피할 수 있는 지하공간이 있습니까?”


- “······네, 창고로 쓰는 지하실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전원 그곳으로 대피시키세요. 그리고 인솔자 한 명을 제외한 어른들은·········”


주평은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그는 건물에 정화조와 펌프가 있다면 틀어서 건물 내외에 오물을 흩뿌리고, 음식물쓰레기와 화장실의 휴지통을 수거해 건물 1층 통행로에 마구잡이로 뿌리라 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점심으로 먹은 것을 게워내도 좋다고까지 하였다.

아니, 쌀 수만 있다면 소변이든 대변이든 복도에 싸라했다.


“지하실 출입 길목에 집중적으로요.”


그저 상상만 해도 악취가 나고 헛구역질이 나올 행위들이다.


안다,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해야 한다.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 “······김주평 실장님, 아무리 그래도······.”


“명령입니다. 이제부터 해당 보육원 내 인원들은 제 지시에 따릅니다. 명령불복종 시 차후 관계법령에 의거 중형에 처할 겁니다.”


- “이보세요. 별안간 개 같은 소리나 지껄이고, 뭡니까? 당신 옷 벗고 싶어? 중형은 네가 받아야지 이 더러운 새끼야.”


아니나 다를까.


D등급 각성자 로스쿨 학생이 대노했다.


하지만 이내 오윤탁 변호사가 학생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정시킨 후 말했다.


- “또 뭘 해야 합니까?”


- “교수님······.”


“현재 통화중인 스마트폰과 보육원 관리자의 폰 한 개를 제외한 모든 폰의 벨소리를 최대로 해서 건물에 분산시켜 배치해 주십시오. 이상입니다. 곧 다시 전화드릴 테니. 어서 실행해주세요.”


주평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간 옆에서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삼둥이와 놀이동산 직원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그, 그게, 잠시만요.”


주평은 키보드 케이스 주머니에서 신분증 카드를 꺼내 직원에게 보였다.

그리고 신용카드도 한 장 건넸다.


“아이들이 식사를 못했습니다. 저기 햄버거 집에서 잠시만 돌봐주세요. 통화 한 통만 하고 가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어, 어, 그게······.”


직원은 주평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삼둥이들이 재빨리 직원의 손을 붙잡고 햄버거 가게 쪽으로 잡아당겼기 때문이었다.


“염려마세요.” “맞아요.” “밥 먹자!”


눈치 100단인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평은 곧장 차영숙에게 전화했다.


통화는 바로 연결되었다.


“장관님, 현재, 봉창구 소재 파악 됩니까.”


작가의말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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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이색 데이트(1) 24.09.11 32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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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구출작전(2) 24.09.09 31 2 14쪽
22 구출작전(1) 24.09.08 37 2 12쪽
21 101태극부대 창설 24.09.07 44 3 14쪽
20 2차 면접과 접 24.09.06 49 3 13쪽
19 첫사랑이었다 24.09.05 46 2 13쪽
18 면접(2) 24.09.04 45 3 13쪽
17 면접(1) +1 24.09.04 5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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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길었던 하루의 마무리 24.09.03 65 2 13쪽
14 뜻밖의 인연 24.09.02 72 2 14쪽
13 재량이 낳은 산물 24.09.01 91 3 13쪽
12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3) 24.08.31 94 4 14쪽
11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2) 24.08.31 102 4 14쪽
10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1) 24.08.30 108 4 13쪽
»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2) 24.08.29 113 4 13쪽
8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1) 24.08.28 131 6 13쪽
7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 아빠가 되었다 +2 24.08.27 139 6 13쪽
6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3) 24.08.26 138 4 13쪽
5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2) +1 24.08.25 161 6 13쪽
4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1) 24.08.25 177 6 12쪽
3 각성자여, 너 자신을 알라 24.08.24 231 7 13쪽
2 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2) +1 24.08.23 24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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