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김시후
작품등록일 :
2024.08.15 06:35
최근연재일 :
2024.09.17 23:4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711
추천수 :
100
글자수 :
187,171

작성
24.08.23 17:51
조회
248
추천
5
글자
13쪽

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2)

DUMMY






《클리어 올 다이》 (최종장 퀘스트)

인류의 존망을 위해 탑의 정상에 오르세요.

[실패 페널티] 멸망

[타임 리미트] 00:02:21


방송중인 스트리머가 스트리밍 화면 오른쪽 상단에 띄운 미션.

각성자만 볼 수 있는 시스템 퀘스트 창의 내용.

탑의 100층 최종장 퀘스트의 제한시간이, 멸망이, 무심하게 다가온다.


“에효······.”


주평은 푸념하며 엄청난 타속으로 채팅을 남겼다.


[큐평이평김주평] : 끝났지, 뭐

[큐평이평김주평] : ^^

[큐평이평김주평] : 답답했다, 정말. 초장부터 처맞았으면 정비해서 대가리 굴릴 생각을 해야지. 굶주린 개돼지처럼 닥돌하고 자빠졌었으니...

[큐평이평김주평] : 에효, 이게 다 뭔 소용이냐 이제 와서...


평소 때는 벤 당했을 채팅을 쳐도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


말 그대로 끝이니까.


화면 속 스트리머는 고개 숙인 채 목멘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전했다.


- “인류는 패배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큐평이평김주평] : ㅈㄹㄴㄴ

[큐평이평김주평] : 너희들의 패배임

[큐평이평김주평] : 뭘 잘했다고 처울어?


쾅! 쾅! 쾅!


어찌 샷건을 참으리오.


“내가 90to100도 썼는데!!”


주평은 마지막이라는 결의로 날밤을 새며 공략글을 썼었고······. 인류를 대표하여 탑을 등반하는 각성자들 중에 주평의 공략글을 본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작전으로 수용되지는 않았다.


다 인간의 욕심 때문이었다.


“부, 명예, 권력? 개뿔, 다 뒤지면 끝인데!! 왜!!”


물론, 주평이 제시한 공략에 따랐다고 해서 최종장을 클리어했으리라는 보장은 할 수 없었다. 현장이 아닌 스트리밍을 통한 제3자의 시선으로는 공략을 즉각적으로 시정하고 적용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허무하진 않았으리라.


“······이건 아니잖아.”


이제 클리어 가망은 티끌만큼도 없다.

설령, 시간이 더 주어지더라도 남은 전력이 부족해서 못 깬다.


참 덧없다.


“하아.”


[큐평이평김주평] : 자, 다들 고생했고. 지옥에서 육개장이나 한 사발 뜨자고~


그렇게, 주평도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00:00:00】


타임 리미트가 다하는 순간 세상은 돌연 빛바랜 사진처럼 색이 변질되었다.


“음?”


주평은 아직 살아 있음에 의문부호를 띄웠다.


그 순간 시스템은 홀로그램으로 영상과 자막을 지원했다. 온 인류를 대상으로.


해서, 비각성자인 주평 또한 보았다.


[엔딩크레디트를 재생합니다.]


장면 전환마다 전 세계의 탑들이 붕괴됐고, 온갖 자연재해가 일기 시작했다. 특히, 주평은 창밖으로 대한민국의 탑이 붕괴되는 현장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실화였다.


하늘에서 운석들이 쏟아졌고, 대지가 갈라졌다.


어떤 지역은 거대한 해일이 몰아치는 한편 토네이도가 지상의 것을 휘갈겼다.

그리고 그 와중에 게이트에서 족쇄가 풀린 듯이 뛰쳐나온 몬스터 군단이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학살하는 영상이 비춰졌다.


쿠아아앙-!!


이어지는 굉음과 지진에 주평은 컴퓨터 의자에 다리를 올려 웅크린 채 귀를 막았다.


시스템은 계속 자막을 띄웠다.


[공략 기여도 랭킹 TOP100을 집계합니다.]


1위 ○○○ 12,489,037,256

2위 아가레스 데본 1,565,882,075

3위 폰 카일라 1,139,024,668

4위 아나스타샤 로스차일드 906,007,254

5위 최민아 862,278,123

6위 로라 스미스 811,593,157

7위 리중혁 752,365,087

8위 린 샤오 751,278,472

9위 야마모토 타케시 720,196,903

10위 리발 올란 711,238,159


“뭐, 맞긴 한데······.”


주평은 발발 떨면서도 집계된 공략 기여도 랭킹의 인물들을 보며 십분 수긍했다.

다만, 어찌된 영문인지······.

2위보다 약 여덟 배나 되는 기여도를 쌓은 채 성명이 공석으로 남겨진 1위 후보가 떠오르질 않았다.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모르면 누가 알아?’


주평은 합리적으로 오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여겼고.

이는 정확한 분석이었다.


[※오류발생※]


“역시.”


멸망의 순간에도 자신의 추측이 들어맞으면 쾌감이 드나보다 싶을 때였다.


[※긴급공지※ 공략 기여도 집계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최고관리자를 파견합니다.]


불현 듯 주평은 자신의 방에 무언가 방문했음을 육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고개가 저절로 돌았다. 천천히.


힉-!!


지금 보이는 존재가 최고관리자라는 것을 주평은 직감했다.


작은 체구, 녹색 몸.


고블린.


하지만 최초의 게이트 때 보았던 고블린들과는 존재감이 아주 다른 존재.

그것은 최상위 포식자처럼 보였다.


‘······분명, 껍데기만 고블린이다.’


어쩌면 드래곤의 용안일지 모를 파충류 계의 눈동자가 전신을 민낯처럼 꿰뚫는 감각에 주평은 온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너는 뭐냐?”


주평은 말문이 막혀 답하지 못했다.

다만, 빠르게 시선을 회피한 채 컴퓨터로 메모장을 켜 키보드를 두드릴 수는 있었다.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타다다닥!


- 아..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뭐 되는 거 하나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반입입니다... 각성자도 아닙니다만...


최고관리자는 주평의 이상행동에 개의치 않았다.


그저 물을 뿐.


“비각성자인 건 안다. 아는데, 어찌 네가 공략 기여도 랭킹 1위로 집계됐냐는 말이다.”


- 오류가..아닐까요?


“그게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공략 기여도 1등이 아닌 게 아닌 것 같다니.

주평은 그건 또 말이 안 된다는 이유를 메모장에 1,000타가 넘는 타속으로 장문의 글을 쳐 내리며 부정했다.


그때 최고관리자는 혀를 차며 오른손을 창가 쪽으로 확 뻗쳤다.


콰앙-!!


미증유의 힘이 벽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이후 가벼운 손짓으로 하늘에서 주평의 아파트로 떨어지는 거대 운석을 잘게 분해하는 모습을 주평은 힐끗 보았다.


“보았지? 시간이 별로 없으니 서두르자꾸나.”


- 아, 네...dhk, sk wlflfQjs... 긴장했나... 갑자기 왜 영타가 나오지...


주평이 속마음을 영문으로 ‘와, 나 지릴 뻔...’이라 쳐내며 괜한 긴장 탓을 할 때 최고관리자는 말했다.


“그래, 공략글을 좀 많이 썼을 뿐이라고 했나.”


- 그게 막 엄청난 것은 아니고요...dksl, djckvl aufakddlsep rhqnsflsgksxp rhqnsrhqnsgkf vlfdyrk dlTsk?


타다다다다-


주평이 ‘아니, 어차피 멸망인데 고분린한테 고분고분할 필요가 있나’라고 치는 와중.


최고관리자는 앞서 주평이 메모장에 써 내린 공략 기여도 1등 부정의 글 중 ‘공략’이란 단어에서 단서를 찾았다.


“공략이라.”


혼잣말을 읊조리며.


최고관리자의 시선이 주평의 컴퓨터로 향했다.

이내 컴퓨터가 제 멋대로 주평의 공략글 파일들과 인터넷 접속 이력들을 열람하기 시작했다.


마치, 해킹된 것처럼.


본체에 부하가 걸릴 만큼의 셀 수 없이 방대한 정보가 펼쳐졌다.


스파밧-!


결국, 열띤 스파크에 연기를 피워대며 컴퓨터의 전원이 나갔다.


“허허, 이제야 알겠군.”


뭘 알았다는 건지.


주평은 차마 묻지 못 하고 조용히 [ㅁ][ㅜ][ㅓ][ㄹ][?] 순으로 키보드를 눌렀다. ‘뭘?’이었다. 꺼진 컴퓨터 메모장에 단어가 출력될 일이 없기에 겁 없이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래, 오류는 네가 비각성자이기 때문에 발생한 아주 사소한 문제였다.”


최고관리자가 핸드 플립을 시전했다.


탁!


[최고관리자의 권한으로 각성하셨습니다.]

[누적된 인과에 따라 직업이 부여됩니다.]


“오류정정 완료.”


[ㅇ][ㅗ][ㅏ][ .][ .](와..)


각성이 무슨 손가락 튕기는 것으로 되는 것에 주평이 놀람을 금치 못할 때였다.

실제로 시스템 오류가 해결되었다.


[※긴급공지※ 공략 기여도 집계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왜일까?


“넌 왠지 또 만날 것 같구나.”


[ㄴ][ㅐ][ㄱ][ㅏ][ ][ㅇ][ㅗ][ㅐ][?][ ][ㄱ][ㅜ][ㄷ][ㅇ][ㅣ][ ][ㄴ][ㅓ][ㅇ][ㅗ][ㅏ][?](내가 왜? 굳이 너와?)


“글쎄다.”


[?]


왜 소통이 되지? 뭐냐?


주평은 순간의 뇌 정지 후 생각하게 됐다.


‘이 녀석, 분명, 알아본 게 맞다. 아마도, 전부 다······.’


예전에 고블린 단검에 찔렸던 옆구리 쪽 흉터가 급 쓰라렸다.


영문으로 말실수를 했던가?


‘······불길해.’


주평은 키보드만 잡으면 겁을 상실하는 직업병적인 습관 때문에 범한 실수라고 이실직고할 기회를 준다면 그렇게 하리라고 결심하게 됐다.

죽을 땐 죽더라도 덜 고통스럽게 죽기 위해서.


아니, 어차피 죽을 거라면······.

······고통스럽게 죽는다고 한들 반드시 묻고 싶은 질문이 갑자기 떠올랐다.


최고관리자라면 물음에 대한 정답을 알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평은 허벅지를 꼬집으며 입을 열었다.


또박또박.


“게이트와 탑은 저 때문에 생긴 겁니까?”


하지만 최고관리자 고블린은 다음을 기약하듯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대신, 키보드 타건 소리가 들렸다.


주평의 것이었다.


타다닥-!


[ㅅ][ㅏ][ㄹ][ㅁ][ㅕ][ㄴ][ㅅ][ㅓ]·········(살면서, 내 들어 본 소리 중 가장 우스운 소리로다.)


“아······.”


벙찌게 홀로 남은 주평에게 시스템은 알렸다.


[축하드립니다. 공략 기여도 랭킹 1위를 달성하셨습니다. 엔딩크레디트 재생 완료 후 특전으로 탑 공개 30일 이전 시점으로 회귀합니다.]


주평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회귀라는 특전을 부여받게 되는 순간이었다.


느닷없이.


“굳이, 나를 왜!? 아니······.”


주평이 뭔가 잘못됐음을 따지기 위해 원래는 창과 벽이었던 밖에다가 소리칠 때 웬 거대한 그림자가 엄습했다.

최고관리자가 처리했던 것보다 큰 운석이었다.


순간, 달이 떨어지나 싶었다.


‘이런, 뭐 같은······. 회귀시킬 거면 곱게 좀 시켜주지, 젠장, 많이 아프겠지?’


쿠우웅-!!!


***


밤, 12시 정각.

회귀 시점에 주평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라?”


키보드와 마우스에 손을 뗀 채.


주평은 조금 전까지 살아있던 챔피언이 죽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앞점멸뒤구르기장인] : 첼린저 1위 수준 ㅆ

[08년생오뚜기] : 거기서 멍 때리고 처앉아있네

[동대문구서폿퀸] : ㅇㅁㅇㄴ

[발냄새바닐라냄새] : 굽신 거려줬더니 이렇게 돌려주네 ㅅㅂㄴ


결정적인 순간이었는지 같은 팀 플레이어들의 욕이 난무했고······.


《패배》


게임에서 승패가 좌우돼서야 비로소 주평은 회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와, 진짜 회귀했네.”


장소는 예전 서울의 집, 단독주택.


시점은 리그 랭크게임으로 샷건 취미활동을 하던 때로, 탑 생성 30일 전.

아직 어머니가 살아계신 때였다.


주평은 애간장이 타는 마음으로 부랴부랴 스마트폰을 찾아 방을 헤맸다.


“주평아, 어디에 뒀냐?”


이윽고, 주평은 거실에서 딱 한 술 뜬 듯한 9첩 반상이 차려진 밥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스마트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글씨체로 남겨진 메모지도 있었다.


[엄마는 3박4일 제주도 출장 다녀올게요. 사랑해 아들♡]


“······엄마.”


주평은 손에 쥔 스마트폰을 내려놨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괜히 어머니의 걱정을 사서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작은 근심이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을 하시는 분이니까.


‘난 분명 울 테니······.’


주평은 식탁에 앉아 수저를 들었다.


‘불효자 새끼. 감사한 줄도 모르고······. 먹을 수 있을 때 안 처먹고, 개잡놈. 다음 날 아침에 싹 다 버렸었지······.’


현재가 된 과거를 회상하며.


엄마표 된장찌개 한술, 밥 한술, 불고기 한 점, 김치 한 점, 또 밥 한술, 젓가락에 집히는 대로 멸치볶음 한 입, 깻잎절임으로 밥을 싸서 한 입, 그리고 다시 된장찌개······.


다 식었어도 손맛이, 정성이, 사랑이, 느껴진다.


그렇게 주평은 회귀 후 첫 끼니를 만감이 교차하는 감정 속에서 오래도록 음미했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다짐했다.


다시 한 번 세상 밖으로 나가기를······.


작가의말

- 감사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탑에서 주말농장(2) NEW 8시간 전 3 0 12쪽
30 탑에서 주말농장(1) 24.09.16 11 1 14쪽
29 부디 평온하길 24.09.15 11 1 14쪽
28 마지막 ■ 들여다보기 24.09.14 18 2 13쪽
27 이색 데이트(3) 24.09.13 20 2 15쪽
26 이색 데이트(2) 24.09.12 19 2 13쪽
25 이색 데이트(1) 24.09.11 32 2 14쪽
24 단 둘이 좀 봅시다 24.09.10 30 2 14쪽
23 구출작전(2) 24.09.09 32 2 14쪽
22 구출작전(1) 24.09.08 37 2 12쪽
21 101태극부대 창설 24.09.07 45 3 14쪽
20 2차 면접과 접 24.09.06 49 3 13쪽
19 첫사랑이었다 24.09.05 47 2 13쪽
18 면접(2) 24.09.04 45 3 13쪽
17 면접(1) +1 24.09.04 60 2 13쪽
16 그녀와의 첫 만남 24.09.03 70 3 14쪽
15 길었던 하루의 마무리 24.09.03 66 2 13쪽
14 뜻밖의 인연 24.09.02 73 2 14쪽
13 재량이 낳은 산물 24.09.01 91 3 13쪽
12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3) 24.08.31 95 4 14쪽
11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2) 24.08.31 103 4 14쪽
10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1) 24.08.30 109 4 13쪽
9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2) 24.08.29 113 4 13쪽
8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1) 24.08.28 131 6 13쪽
7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 아빠가 되었다 +2 24.08.27 139 6 13쪽
6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3) 24.08.26 138 4 13쪽
5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2) +1 24.08.25 162 6 13쪽
4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1) 24.08.25 178 6 12쪽
3 각성자여, 너 자신을 알라 24.08.24 232 7 13쪽
» 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2) +1 24.08.23 249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