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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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후
작품등록일 :
2024.08.15 06:35
최근연재일 :
2024.09.1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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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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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이색 데이트(2)

DUMMY






완전어색.


주평은 왜 주혜의 예순일곱 가지의 X 안에 다른 여자 보기X가 있었는지 깨닫는다.


‘······대단한 공략이었다.’


최민아 한 명이었다면 어떻게든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나스타샤와 로라 그리고 들러리들까지 있으니.


말문이 트이질 않았다.


식사는 쉐프의 추천 코스 요리로 모두가 통일해서 먹게 됐는데······.

그게 무슨 맛인지조차 느껴지질 않았다.


각자 자기소개를 한 이후로 쭉.


무려, 1시간 20분 동안.


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오디오를 채우는 아이돌그룹 Dan.D의 도민석과 민수혁이 대단해 보인다.


‘어떻게 저러지?’


물론, 저 두 사람도 눈치는 봤다.

마치 무형의 배리어를 친 듯 자신들의 골수팬이라는 로라 스미스와만 대화를 이어가는 것으로······.


그래서.


사뿐히 툭.


아나스타샤가 메인 요리를 반 즈음 먹다 말고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는 찰나.

정적이 흐르며 이목이 집중된다.


“저는 맛있는데, 두 분의 입맛에는 영 맞지 않나보네요.”

“······.”

“한국말을 하시네요?”


주평이 당황한 때 최민아가 아나스타샤의 유창한 한국말에 놀라며 물었다.


물꼬가 트이는 순간이었다.


“교양으로 익혀두었답니다.”

“대단하세요. 저는 외국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거든요. 너무 부러워요.”

“저희 집안이 좀 빡세서 5개 국어는 해야 해요.”

“아, 로스차일드셨죠······.”

“가끔은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을 해보곤 한답니다. 어떤가요?”

“글쎄요. 배부른 소리 같은데요?”


뭘까.


똑같은 원피스를 입은 두 여자의 대화는, 구조적으로 평범했지만······.

억양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다.


막 불편했다.


주평은 자리를 뜨고 싶었고.


마침?


스마트폰에 차영숙으로부터 전화가 들어왔다.


‘계획에 차질은 생기겠지만······.’


그걸 받고 업무를 핑계로 자리를 뜨면 완벽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하여, 주혜의 X중 ‘데이트 상대와 같이 있는 자리에서 통화X’를 망각한 채······.

좌중에 스마트폰을 보이며 양해를 구한 뒤.


스윽.


“네 전화 받았습니다.”

- “공적인 일부터 시작할게요. 오늘 미국각성자협회 측에서 실장님과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그 유명한 아나스타샤 로스차일드가 직접 왔지요.”

“그랬군요. 그래서요?”

- “지금부터는 사적인 얘기다. 요청은 거절했어. 생긴 것도 불여시같이 생긴 것이 너 유혹하려는 티를 팍팍 내더라니까!? 뭐, 그래도, 그 계집애 실물이 진짜 예쁘긴 예쁘더라.”

“그, 그게요······.”


오늘따라 유난히 컸던 차영숙의 목소리는 통화음량을 최소치로 해도······.

주변사람들에게 다 들렸나 보다.


웬 싸늘한 시선이 날아와 주평에게 꽂힌다.


아프진 않았다만······.


쿡쿡, 찔리는 사이.


- “데이트는 잘 하고 있지? 프로필 받아서 봤더니 애가 참 참하고 싹싹해 보이더라. 꼭 잡아. 아니, 어디 멀리 데려가서 하룻밤 자고 와. 알아들었어? 이모 믿고, 자빠트리라고. 응!?”

“이런, 스팸 전화였네요. 하하하······.”

- “······너 설마 사람 옆에 있는데 전화 받았니!? 너 미쳤어!? 야 김!주!”


뚝.


주평은 뻘쭘해하며, 보았다.


최민아는 사선으로 고개를 숙여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아나스타샤는 흥미롭다는 듯 주평의 시선을 마주하며 우아하게 와인을 마셨다.


“······와, 스팸이시래······.”

“······하하하하하······.”


두 아이돌이 급 냉각된 분위기를 풀려고 해봤지만······. 로라는 그들의 말을 받아주지 않고 인상을 찡그릴 뿐이었다.


이렇게 대인기피증이 도지나 싶었다.


그때 방금 전 통화로 가장 기분이 언짢아졌을 2인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제가 예쁘긴 하지요. 어감은 조금 다르지만 김주평 씨를 유혹하려던 것도 맞습니다. 미국각성자 협회를 대표해서 김주평 씨에게 귀화를 권유할 예정이었거든요. 꼰대들이 워낙 강경해서.”

“그랬군요······.”

“각설하고, 저는 김주평 씨와 개인적인 친분이나 쌓을까 했습니다.”


이때 아나스타샤는 최만지에게로 고개를 돌려 눈짓을 했다.


그는 홀로 동떨어진 테이블에 있었는데.


이내, 서류가방에서 무언가를 찾아 주평에게로 다가와 전달했다.


USB였다.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미국에서 생체실험 사태에 가담한 사람들의 리스트에요. 중국과 일본의 것도 일부 있답니다.” (스페인어)


일순간, 주평의 사고회로에 한 가지 물음이 입력되었다.


그 명단.


네가 왜 그걸 가지고 있느냐?


주평의 분위기가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내일이면 없어질 기간제 권능 ■■■ 아우라가 펼쳐졌다.


아나스타샤와 로라를 대상으로.


거대한 흑룡이 드리우며 스카이라운지 내부로 드는 햇빛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이내, 미동조차 없이.

절대적인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피어내며 인간은 한낱 미물임을 깨닫게 한다.


“······.”


아나스타샤는 태연한척 어깨를 으쓱였지만 등 뒤로는 식은땀을 흘렸다.

로라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은 급변한 분위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주평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나스타샤에게로 갔다.


“마스터 킴께서 제게 뭘 하시려는지 알고 있습니다. 저는 결백합니다. 부디, 후회할 짓 하지 마세요.” (스페인어)

“그건 내가 판단한다.” (스페인어)


주평은 곧장 ■ 들여다보기를 행했다.


그리고, 이내 후회했다.


아나스타샤는 실제로 결백했다.

USB의 정보는 그녀의 입지라면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는 정보였고······. 예상 외로, 그녀는 생체실험 초기 때부터 결사반대를 외치던 인물 중 하나였다.


생체실험에 가담할 시간도 없었다.


과연, 로스차일드였다.


잠자는 시간 4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가문의 스캐쥴 플래너들이 짜놓은 대로 보낸······. 미성년자 때의 삶.


그 후 성인이 되어서도, 각성을 하고서도, 한 치 쉴 새 없이 빼곡한 인생.


그 사이사이 겪은 가문 내 불상사.


근친······.


해결은 됐다지만, 글쎄.

마음의 상처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그리고 최근에.


‘저 남자 갖고 싶다······.’


파주 영상을 보며 물씬 일어나는 뜨거운 망상을 보게 된다.


이후, 주평과 관련된 조사 과정 속.


10년간의 공백기, 대한민국 최종 병기, 삼둥이, 싱글파파, 애 엄마는 어디에(?) 등등의 키워드를 두고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파헤치게 된다.


또한, 미국 측 생체실험 범죄자 중 판결을 받아 용의 둥지로 속죄의 길을 걷게 된 이를 잡아드려 심층적인 취조를 했었던 기억.


그리고 아나스타샤가 한국에 온 이유를 들여다보는 것을 끝으로.


주평은 얼굴을 붉혔다.


그녀를 통해 본 로라 또한 드래곤 생체실험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다.


“어땠나요?”

“······죄송합니다.”

“저 많이 부끄러워요. 이럴 때 한국에서는 남자에게 책임지라고 한다던데, 맞나요?”


아나스타샤가 여린 양팔을 교차해 어깨를 쓸어내리며 주평을 아래에서 올려다봤다.


“그, 그건······.”

“어머, 제 비밀은 상관없지만······. 가문과 국가의 기밀을 외간 남자에게 누설한 죄가 가볍지 않아서요······. 이제 겨우 23인데, 저 죽어요.” (스페인어)


아까부터 교묘하게 스페인어를 섞는 아나스타샤.


이에 주평은 말려들었다.


“원하는 게 뭡니까?”


아나스타샤는 제가 원하는 물음을 얻자마자 최민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밥 먹고 둘이 하려던 거.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저까지 포함해서 셋이 함께해요. 네?”

“······.”

“······.”


***


최민아는 생각했다.


할머니를 구해주신 것, 그래서 할머니와 마지막 대화를 나눌 기회를 주고, 임종을 지킬 수 있게 해준 것, 장례식 때의 일까지.


단지,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 문자를 남겼던 것뿐인데······.


화제의 인물이시니까.


바빠서 일개 조교한테는 답장을 안 하나보구나 하며 넘어간 지 한참 뒤에 온.


[단 둘이 좀 봅시다]


그 문자에 놀라 [김주평 실장님 편하신 시간 때 학교에 방문해서 전화주세요.]라고 답했는데.


[내일, 밖에서. 시간은 1시 즈음요.]


딱딱한 답장들에 솔직히 무서웠다.


[점심식사 시간이네요. 제가 밥 한 번 사드려도 될 까요? 다른 뜻은 아니고요. 이전 일들에 대한 답례로요.]

[안 그래도 김밥 집에서 김밥이나 한 줄 얻어먹을까 했습니다. 괜찮죠?]


이때는 박봉의 조교라서 김밥을 먹겠다는 건가 싶었다.


배려인지, 무시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래도 김밥 보다는 더 나은 걸 사드리는 것이 예의일 것이라 생각해서.

에둘러 답장했는데······.


[혹시, 김밥 말고 다른 음식은 어때요? 제가 더 좋은 음식을 대접해드리고 싶어서요.]

[김밥이 왜요?]

[아, 아닙니다.]


끝내는 김밥이지 싶었다.


그런데, 뭘까.


[아, 저녁 시간까지 스캐쥴 비워두세요.]


시간은 왜 또, 하면서······.


[김밥 먹고 어딜 가나요?]

[대전에 같이 들를 게이트가 하나 있습니다. 거기서 확인할 게 있다는 것 정도로만 알아두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따로 드릴 것도 있고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역시, E등급인 내 수준을 파악하려는 걸까?


결국에는 조교 직위 박탈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어서 두려웠다.


해서, 이제는 통학을 하게 된 주혜를 하교 길에 붙잡아 조언을 구했었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것일까?’


최민아는 모를 것이다.

주평이 회귀 전 자신과의 1대1 피드백 때 몸에 밴 습관 그대로 문자했음을 알 턱이 없었으니······.


그저 레스토랑에 들어가기 전에 있었던 10여 초의 사고로 머리가 하얘지고.


그 와중에 목도한 아나스타샤의 여우짓에 이유 없이 기분이 나빠지고.


많은 시간이 띄엄띄엄 흘렀고.


어쩌다 여기까지 왔다.


“······여기는 미공략 게이트 아닌가요?”

“오, 그래요?”


한 남자를 가운데 두고 반대편에 선 여우가 고개를 내밀며 묻는다.

주평에게 물은 것인데.


“네, 맞아요. 드워프들의 영혼 안식처라고 S등급 게이트이긴 한데······. 물리공격 마법공격이 통하지 않는 영혼들이라.”


아니, 내가 왜 설명을 하고 있지 할 때······.


“역으로도 그렇겠네요? 그런 특이 게이트는 저희 집 앞마당에도 하나 있는데.”

“정말요?”


아나스타샤가 주평의 관심을 사간다.


“네, 거기에는 엘프들의 영혼이 있어요. 정원을 아주 잘 가꾸더라고요. 물리력과 마법에 완전 저항하면서도 식물은 만진다니, 신기하죠?”

“이곳의 드워프들은 금속을 잘 만집니다. 아니, 훔쳐가지요. 그나저나, 엘프라······.”

“구미가 당기시면 저희 집에 놀러 오실래요? 당장 오늘 함께해도 된답니다.”


벌써 집에 초대하는 사이가 된 것일까.


S등급에, 집 앞마당에는 게이트가 있고, 그 게이트에서 나온 영혼이 정원을 가꾸는, 세계적인 부호 집안의 여식의 자존감인가?


왠지 초라해질 때.


“생각해보겠습니다.”

“뭘 생각해요?”

“그 게이트 내부 자료를 먼저 보내주시면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연락드리겠습니다.”

“······.”


주평이 거절인지 수락인지 모를 애매한 대답을 하곤 드워프들의 영혼 안식처로 진입했다.


이에 최민아는 웃음을 터트렸다.


푸흡.


“웃긴가요?”

“웃기지 않나요?”

“어이가 없어서 그저 웃는 거지요, 흥!”


아나스타샤가 민망했는지 서둘러 주평을 뒤따랐다.


“하아, 이게 뭐람······.”


이때 최민아는 여기까지만 주평을 따르고 그 후에는 약속을 핑계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주평도 아나스타샤도 그녀에겐 너무 높은 사람이니까.


설마, 드워프 영혼을 잡으라곤 안하겠지 하며 게이트 안으로 진입했다.


스르륵.


드워프들의 영혼 안식처 내부는 각 영혼들의 대장간으로 빼곡했다.

용광로가 열기를 뿜고.

숙련된 망치질이 내는 청명한 음이 울린다.


땅딸만한 장인들.


그들은 게이트에 객이 찾아오든 말든 제 할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주평이 중앙 재단에 서든 말든.


아나스타샤가 팔을 꼬리처럼 흔들며 주평에게로 뛰든 말든.


‘······여우 맞네.’


최민아가 넋을 놓든 말든.


드워프 영혼들은 하등 신경 쓰지 않았는데.


“팜 알타 로 로 암 두아 데 칸 모라 제 빈라.”


주평이 재단에서 웬 주문을 읊자.


영혼들이 재창을 시작했다.


“팜 알타 로 로 암 두아 데 칸 모라 제 빈라.”


“톨 루 아델 딤.”

“톨 루 아델 딤.”


“카 란.”

“카 란.”


이를 끝으로.


게이트 안의 게이트.


이중 게이트가 저편의 초대형 용광로 가운데 타오르는 불길처럼 열리기 시작했다.


화르륵-!!


작가의말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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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탑에서 주말농장(2) NEW 8시간 전 3 0 12쪽
30 탑에서 주말농장(1) 24.09.16 11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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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색 데이트(3) 24.09.13 20 2 15쪽
» 이색 데이트(2) 24.09.12 19 2 13쪽
25 이색 데이트(1) 24.09.11 32 2 14쪽
24 단 둘이 좀 봅시다 24.09.10 30 2 14쪽
23 구출작전(2) 24.09.09 32 2 14쪽
22 구출작전(1) 24.09.08 37 2 12쪽
21 101태극부대 창설 24.09.07 45 3 14쪽
20 2차 면접과 접 24.09.06 49 3 13쪽
19 첫사랑이었다 24.09.05 47 2 13쪽
18 면접(2) 24.09.04 45 3 13쪽
17 면접(1) +1 24.09.04 60 2 13쪽
16 그녀와의 첫 만남 24.09.03 70 3 14쪽
15 길었던 하루의 마무리 24.09.03 66 2 13쪽
14 뜻밖의 인연 24.09.02 72 2 14쪽
13 재량이 낳은 산물 24.09.01 91 3 13쪽
12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3) 24.08.31 95 4 14쪽
11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2) 24.08.31 103 4 14쪽
10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1) 24.08.30 109 4 13쪽
9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2) 24.08.29 113 4 13쪽
8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1) 24.08.28 131 6 13쪽
7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 아빠가 되었다 +2 24.08.27 139 6 13쪽
6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3) 24.08.26 138 4 13쪽
5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2) +1 24.08.25 162 6 13쪽
4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1) 24.08.25 178 6 12쪽
3 각성자여, 너 자신을 알라 24.08.24 232 7 13쪽
2 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2) +1 24.08.23 24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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