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김시후
작품등록일 :
2024.08.15 06:35
최근연재일 :
2024.09.17 23:4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696
추천수 :
100
글자수 :
187,171

작성
24.08.25 22:40
조회
161
추천
6
글자
13쪽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2)

DUMMY

“아줌마가 왜 여길······.”


차영숙은 말없이 주평의 이마에 붕대와 위아래를 훑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입모양으로 ‘이. 모.’라고 말했다.


“······네, 이모. 왜 왔어요?”


“왜 오기는? 네 엄마 게이트 안에 있어서 지원팀이 전화 받았는데, 그게, 위로, 위로, 위로, 한참 위로, 보고가 올라왔지 뭐람.”


“알아요? 그거 나쁜 거예요······.”


“소심한 게 조곤조곤 뼈 때린다, 너? 하나뿐인 친구의 금쪽같은 아들놈 일인데 불만 있으면, 다 오라고 해. 나 차영숙이야.”


바쁘신 분이다.


이곳에 직접 행차한 데에는 비단 자신의 입원 사실 때문만은 아니리라고 주평은 알아챘다.

과거를 알기도 했으니까.


‘물론, 당장의 주된 이유는 나겠지만······.’


주평은 멀뚱히 차영숙을 바라봤다.


잔존수명과 그에 따른 노후화를 대가로 사기적인 광역 회복능력을 발휘하는 세크리파이스의 주인.


차영숙은 주평의 어머니와 동갑임에도 어머니보다 스무 해는 더 산 여인의 외관이었다. 이마저도 꾸준한 관리와 성형의 힘을 빌려 그렇지······. 실질적으로, 속은 80대 노인에 가까울 터였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보니?”


“······.”


“그래, 여기 병원을 세종으로 옮기겠다는데 그래도 될까 확인하러 왔다. 원래는 내일 모레 올 예정이었지만, 알지? 급습. 주평이 넌 겸사겸사.”


“네네, 뭐······.”


“흥! 척척박사님, 네가 볼 때는 어떠니.”


주평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이유는 차영숙이 가볍게 던진 물음이 현시대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었다.


즉, 대한민국 정부의 일이다.


‘이 문제가 폭동으로 이어지기도 했었지······.’


대격변으로 게이트가 생겨난 이래 응급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늘 분주했다.

지금,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통계적으로도 대격변 이전에 비해 응급실의 환자가 700% 가량 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었다.


‘세크리파이스 한 번이면 이 병원 전체 환자가 당장에 퇴원할 테지만······. 그걸 또 못 해주는 이모의 심정이 어떨지······.’


누가 엄마 친구 아니랄까.


차영숙은 전직 의사였고, 좋은 의사였다.

해서,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의료복지에 많은 힘을 쏟아 부었었다.


‘······하지만.’


인력과 병상은 늘 부족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치유계열의 각성자들은 제 몸값을 올리기에 바쁜데, 지금 시세로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치유 스킬 한 번 받기 위한 지불능력이 없었다.

민간인뿐만이 아니다.

각성자 중에서도 벌이가 적은 F등급, E등급, D등급 각성자는 현대의학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았다.


가난이 죄인가.


병원은 지역사회의 필수기관이다.


작금의 현장만 둘러봐도 이렇게나 환자들이 많다.

이 사람들 대부분은 세종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갈 테다.


그런데 이 시국에 의료진들과 함께 세종으로 병원을 옮긴다?


곪아 터진다.


회귀자인 주평은 결말을 알았다.


“차영숙 장관님, 병원을 왜 옮기죠? 증축도 하고, 인력도 충원하고, 치유사도 대거 배치해야죠. 저라면 예산을 쏟아 부어서라도 의료복지에 힘을 주겠습니다. 원래 모로 가도 서울서울하시던 분들이 다 떠나면 서울 사람들 민심 감당 되겠어요?”


주평의 말은 이 새벽에 장관 행차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온 병원장더러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들으셨죠? 박 병원장님.”


“······예, 장관님.”


주평은 이참에 거시적인 공략으로써 복지에 관여해볼까 숙고해봤다.

결정은 빠르게 이뤄졌다.


고였다.


‘이건 진짜 좋은 명분이다.’


어머니가 가진 치유사로서의 책임감을 게이트나 탑이 아닌 병원 등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다할 수 있도록 설득할 명분.

그 씨앗이 어떤 형태로 자라나게 유도할지 벌써부터 계획을 짜는 주평이었다.


이렇게 차영숙의 방문은 호재가 되었다.


***


검은색 국산 9인승 대형 레저용 차량.

방탄과 방음처리는 물론 결재를 기다리는 뜨끈뜨끈한 국가기밀서류들이 쌓여있고 상황통제시스템까지 완벽하게 구축된 내부.


여기에 일반인을 태워도 되나 싶은데.


“주평아, 타.”


비서가 손수 문을 열어주고 장관은 타라고 고갯짓을 한다.


부담감이 차올랐다.


“차보다 걸어가는 게 안전한 건 아시죠?”


“알지. 알다마다. 그런데 널 위해서라면 이모는 세크리파이스도 쓸 준비가 되었단다. 갑자기 하늘이 무너져도 넌 살려줄게.”


세크리파이스.


차영숙 개인의 스킬이었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조약으로도 관여되어 있는 스킬이었다.


핵의 파괴와 완전 극에 있는 광범위 소생.


각성자 약소국인 대한민국이 세계 각성자 강국으로부터 존중 받는 이유는 차영숙의 세크리파이스 하나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쓸 준비가 됐단다.


“······그런 말 하시면 제가 욕먹어요, 에휴.”


“욕 좀 먹어도 안 죽어.”


만약, 최초의 게이트 이후 차영숙이 일찍이 각성했었다면, 분명, 혼수상태인 자신에게 세크리파이스를 썼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차영숙이 1년 정도 늦게 각성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결국, 주평은 차영숙의 차를 탈 수밖에 없었다.


“아까 응급실에서 사람들 얼굴 봤니? 주평이 너 정치해도 되겠더라. 이모가 밀어줄까? 차영숙이 함께하는 김주평 기호1번!! 딱!!”


“······억지로 아이스브레이킹 안 하셔도 돼요.”


“그래, 너 잘났다. 네가 집 밖으로 나왔다고 해서 이모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무려 10년만인데, 네가 사람도 구하고 범인도 잡았다고 하니까. 어휴, 어른 속도 모르고. 괜찮은 거 맞지?”


“네······.”


차영숙도 많이 놀랐었나 보다.


새삼, 오늘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제주도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달하지 말라고 현장에 지시를 내린 차영숙의 결단에 감사하게 됐다.


“······이모, 고마워요.”


그 감사에 차영숙은 인자한 미소를 보였다.


주평은 쑥스러워하며 새벽녘의 한적한 도심풍경으로 눈길을 돌렸다.


새벽, 04시57분.


이 적적한 시간 때 차를 타는 건 처음이었다.


이게 드라이브일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한편 주평은 차영숙이 생명을 불태웠던 사건을 떠올렸다.

일반인 김주평은 막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마침, 강남에 소재한 대한민국각성자협회 건물이 창밖으로 보이는 때였다.


“······이모, 사실 저 오늘 각성했어요.”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이모 찬스로 일사천리 각성자 등록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판단됐다.

키보드워리어의 키보드 회수도 잊지 않았다.


“경찰이 제 직업전용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요. 이모가 어떻게 힘 좀······.”


헌데, 왜 답이 없을까.


주평은 고개를 돌려 차영숙을 봤다.


흠칫-!


순간, 저 눈빛은 뭐지 싶었다.

색이 쨍한 탐스러운 붉은 과육을 목전에 두고 사탄의 유혹이 깃들면 저러려나.


“주평아, 특수재난관리본부 전략기획실장 할래?”


“······싫은데요.”


“참, 너 군대 안 갔지?”


“저 면제에요······. 제 몸에 철심이 몇 개인지나 아세요?”


“그러지 말고 하자, 응? 너 자꾸 튕기면 장관으로서 강제명령을 때릴 수밖에 없는 거 알지?”


“직권남용이에요, 그거······.”


이해는 갔다.


차영숙은 주평의 공략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는 세 사람 중 한 명이었으니까.

주평의 처지를 알기에 말하지 않았을 뿐.

하지만 주평이 떡하니 집 밖에 나와 있는데다가 각성까지 했다고 하니 어찌 탐하지 않으랴.


주평은 타협하기로 했다.


우위에 서서.


“장관 직속. 국가기밀 접근 권한. 모든 게이트 출입권 및 절차 생략. 자율행동 및 직권 보장. 명령 거부권. 이하, S등급 각성자에 준하는 권한을 주세요.”


“이럴 때는 또박또박 말 잘한다. 너, 양아치니?”


양아치 맞다.


뻔뻔하게도, 일개 E등급 각성자로서는 하나도 가질 수 없는 권한이었다.


해서, 몇 개는 빼겠지 했는데······.


“장관님 해봐.”


“······장관님?”


“앞으로 공석에서는 그렇게 불러라. 유 비서님, 들으셨죠? 협회로 가주시죠. 그리고 경찰 쪽에 연락해서 주평 군의 물건 회수 부탁드립니다.”


“네, 장관님.”


주평이 향후 행보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비공식적으로 부여받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쉽게?’


주평은 얼떨결이라 여겼다.

나중에 가서 차영숙이 무르더라도 할 말이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차영숙의 생각은 달랐다.


그런 막대한 권한을 주평에게 부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기필코 줄 것이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여겼다.

그녀는 주평의 공략이 세크리파이스와 비견되는 힘이라 믿었으니까.


‘어쩌면, 더······.’


***


협회에 도착한 주평은 차영숙의 권유로 귀빈실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정 무서우면, 지하벙커를 내줄 수도 있다는 걸 뜯어 말리느라 고생 좀 했다.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는데.


쿨쿨-!!


침대 위에 몸을 맡기자 잠에 곯아떨어지는 주평이었다.


얼마 후.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겠네.”


귀빈실로 주평의 키보드를 가져온 차영숙은 키보드를 협탁 위에 두고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아침뉴스를 봤다.


- 차영숙 장관님, 병원을 왜 옮기죠? 증축도 하고, 인력도 충원하고, 치유사도 대거 배치해야죠. 저라면 예산을 쏟아 부어서라도 의료복지에 힘을 주겠습니다. 원래 모로 가도 서울서울하시던 분들이 다 떠나면 서울 사람들 민심 감당 되겠어요?


“예쁜 사진 좀 쓰지.”


화면에 차영숙의 사진이 잡힌 채 주평이 했던 말이 변조되어 흘러나왔다.


벌써 발 빠른 기자들이 움직인 것이었다.


추후, 주평의 발언에서 서울서울하시던 분들에 속하는 인사들의 작은 반발이 있었지만······.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옹호하는 여론에 의해 힘을 쓰지 못하고 묻혔다.


작은 불씨.


아직 익명성을 띄었지만.


방구석에서 익명과 대리자에 의한 활동만 했던 주평이 뭍으로 나와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였다.


인터넷과 유저들에 의해서 말이다.


***


흐아아-암!


주평이 잠에서 깬 때에는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


“······꿀잠이었다.”


기지개를 편 주평은 침대 옆 협탁 위에 놓인 키보드워리어의 키보드를 발견했다.

그 옆에 일반전화기에 붙은 메모지도 보았다.


[0번 누르면 이모가 받는다.^^.]


주평은 일단 키보드부터 챙겨 양반 다리 위에 거치시켰다.


봉창식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키보드워리어의 키보드》를 장착합니다.]


“플레이.”


[플레이 대상 리스트]

1. [김목이]

2. [봉창식]


주평은 곧장 봉창식을 택했다.


플레이화면에 쇠창살이 보였고 그 너머에는 믹스커피를 마시며 서류를 보는 경찰관이 있었다.


정황상 유치장이었다.


어떤 경찰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플레이가 적용되는 거리의 제한이 적지 않음을 자각하며.


“혐의는 뭐로 적용 됐을까?”


주평은 봉창식에게 어떤 처벌이 주어질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봉창식으로 하여금 앞에 있는 경찰관에게 묻게 하는 것이었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그래서 단축키 등록 창을 열어 봉창식을 컨트롤 할 수 있는 행위 리스트를 스캔했다.


[ESC](딸깍!)


[→][→][↵][↓][↓](꾸욱)


확실히 모기인 김목이보다는 많은 행동을 할 수 있는 인간 봉창식이었다.

하지만 말하기는 없었다.


혹시 몰라서 기본화면에서 엔터키를 눌러봤지만 채팅창은 뜨지 않았다.


낭패였다.


묵비권이라도 행사하면 바로 가차 없이 자백시킬 생각이었는데······.


“도대체 뭐하던 놈일까.”


《봉창식》

이름 : 봉창식

종족 : 인간(수컷)

특징 : 서울태생 38살 일반인이다. 정육점을 운영한다. 완벽주의자이다. 이중인격자이다. 결벽증을 앓고 있다. 사람 있는 집에서 몰래 좀도둑질하는 게 취미이다.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총 24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마이다. (상세)


이놈 연쇄살인마였다.


“미친ㅅㄲ······.”


상세 페이지를 열면 또 뭐가 나올까.


주평은 그 상세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은 뒤 큰 충격에 빠졌다.


[······최초 살인의 증거는 봉창식의 형인 봉창구(상세)에 의해 인멸되었다······]


“······봉창구패밀리의 봉창구?”


어머니와 탑의 27층 비공개 공략에 연합으로 나섰던 봉창구패밀리.

그리고 홀로 생환했던, 봉창구.

해서, 끝까지 의심했지만 티끌만한 단서조차 얻어낼 수 없었던······.


그 봉창구가 맞다.


상세를 볼 것도 없었다.


플레이화면 유치장에 그가 등장했으니까.


- “창식아, 형 왔다.”


작가의말

- 감사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탑에서 주말농장(2) NEW 8시간 전 3 0 12쪽
30 탑에서 주말농장(1) 24.09.16 11 1 14쪽
29 부디 평온하길 24.09.15 11 1 14쪽
28 마지막 ■ 들여다보기 24.09.14 18 2 13쪽
27 이색 데이트(3) 24.09.13 20 2 15쪽
26 이색 데이트(2) 24.09.12 18 2 13쪽
25 이색 데이트(1) 24.09.11 32 2 14쪽
24 단 둘이 좀 봅시다 24.09.10 30 2 14쪽
23 구출작전(2) 24.09.09 31 2 14쪽
22 구출작전(1) 24.09.08 37 2 12쪽
21 101태극부대 창설 24.09.07 44 3 14쪽
20 2차 면접과 접 24.09.06 49 3 13쪽
19 첫사랑이었다 24.09.05 46 2 13쪽
18 면접(2) 24.09.04 45 3 13쪽
17 면접(1) +1 24.09.04 60 2 13쪽
16 그녀와의 첫 만남 24.09.03 69 3 14쪽
15 길었던 하루의 마무리 24.09.03 65 2 13쪽
14 뜻밖의 인연 24.09.02 72 2 14쪽
13 재량이 낳은 산물 24.09.01 91 3 13쪽
12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3) 24.08.31 94 4 14쪽
11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2) 24.08.31 102 4 14쪽
10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1) 24.08.30 108 4 13쪽
9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2) 24.08.29 113 4 13쪽
8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1) 24.08.28 131 6 13쪽
7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 아빠가 되었다 +2 24.08.27 139 6 13쪽
6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3) 24.08.26 138 4 13쪽
»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2) +1 24.08.25 162 6 13쪽
4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1) 24.08.25 177 6 12쪽
3 각성자여, 너 자신을 알라 24.08.24 231 7 13쪽
2 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2) +1 24.08.23 248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