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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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후
작품등록일 :
2024.08.15 06:35
최근연재일 :
2024.09.1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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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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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길었던 하루의 마무리

DUMMY






‘지금 답을 줄 순 없소. 하지만 초대는 주시길 바라오. 기 초대에 대한 답이 내래 김주평 실장에게 전하는 답이 될 것이오.’


리중혁은 나름대로의 언약을 남기고 차영숙이 현장에 오기 전에 조원들을 데리고 북으로 떠났다.


서로는 안녕을 빌지 않았다.


해서, 어떻게 갈 것인지도 묻지 않았다.


투두두두두두-!!


천 소령의 헬기를 타고 삼둥이와 차영숙까지 함께 집으로 날아가는 상공.


‘그쪽은 위로 잘 가고 있으려나?’


주평은 창밖으로 임진강 건너편을 바라보다 자신의 팔에 기대어오는 무게를 느꼈다.

자신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잠든 세종이었다.


“오오오!!” “우우우!!”


성종과 정조가 팔팔하게 창밖을 내려다보는 모습을 보니 세종이 무리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많이 미안했다.


‘네가 고생했다, 세종아.’


주평은 세종이 편하게 잠들 수 있도록 제 자세를 기울여 고정한 후.

오늘 있었던 일을 복기하기 시작했다.


과연, 현장과 방구석은 달랐다.


스스로 되짚어 봐도 상황별로 떠오르는 실수가 잦았고 불필요한 행위 또한 많았다.


즉, 치밀하지 못했다.


그게 최선이었나?

그 상황에서는 왜 그랬을까?


무엇을 놓쳤는가.

나는 어떤 변수에 당황했었던가.


묻고, 묻고, 묻는 시간.


해가 아직 떠있는데 하염없이 긴 하루였다.


“대한민국의 최종 병기 하이드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합니까?”


“······장관님.”


“이. 모. 라고 하세요.”


“천호재 소령님도 들으십니다.”


“천. 호. 재. 소령, 혹시, 염탐하고 있나?”


“장관님과의 연결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끄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천호재는 불똥이 튀기 전에 잽싸게 통신장치를 조작해냈다.


역시 직급이 깡패였다.


“그거 나쁜 거라고 제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애들이 배웁니다.”


“성종은 틀려요!!” “정조도 배우지 않아요!!”


“들었지? 가려 배운다잖아.”


“맞아요!!” “맞아!!”


쿡, 푸흡.


주평은 아이들의 순수함에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주평의 웃음이 소음차단 헤드셋 마이크를 통해 번지며 장내에 만개했다.


하하하!! 키득키득!! 큭크크!!


“그래, 주평아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그러다 병 걸려서 오래 못 산다.”


“안 돼요!!” “아빠는 내가 절대 지켜!!”


“이모!!”


천호재 소령은 차영숙 장관의 말만으로는 상황을 판단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따뜻한 말과 호탕한 웃음소리에 왠지 모를 미소를 짓게 되었다.


그러면서 굳이 만지지 않아도 될 버튼들을 만지작거리긴 했는데, 왜일까?


삐삐삐삐삐-!!!


엔진 쪽 비상 신호가 뜨며 경고음이 울린다.


찰나의 순간.


천호재 소령은 군 생활 중 가장 혹독한 위기에 처했음을 감지한다.


실제로 만진 것도 없고 실수도 없었지만······.


대한민국의 핵심인사인 차영숙과 떠오르는 권력의 축이 될 김주평과 그 아이들이 탄 헬기에서 사고를 낸 군인이라니.

이건 죽어도 문제지만 살아서도 문제다.


아니나 다를까.


“무슨 상황입니까!?”


차영숙이 큰 목소리로 다급히 물었다.


천 소령은 ‘향년 31세 천호재’를 떠올리며 현재 발생한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보고했다.


“엔진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원인은 불명. 비상 착륙을 시도하겠습니다. 오토로테이션 시작하겠습니다. 급강하합니다.”


이때 주평은 뭣 몰라도 올 게 왔구나 싶었다.


‘세상아,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나 이렇게 또 괴롭히고 싶더냐?’


그렇게 순간적으로 헬기가 지면으로 향할 때.


주평은 세종을, 차영숙은 성종과 정조를 붙잡은 채 눈을 마주쳤다.


“안전벨트 풀고 셋 다 데리고 뛰세요!!”


“어, 어어······.”


탈칵! 탈칵! 탈칵!


차영숙은 비록 치유계통이었지만, 기본적으로, S등급 각성자의 육체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에······.

주평은 삼둥이들을 그녀에게 맡기는 최적의 대처를 실행에 옮겼다.


그런데, 웬걸?


“······.”

“······.”


느닷없이 추락할 때의 붕 뜨는 감각이 사라졌다.


원인은, 성종과 정조였다.


(“아부지, 나는 이의 혈 그다음에 뭐야?”)

(“아빠, 난 이의 산 그리고 뭘까?”)


세종의 이도.

성종의 이혈.

정조의 이산.


【이의 도 암공 태초에 어둠이 있었다.】


두 아이는 형의 공간 삼키기에 아빠가 붙여준 이명이 부러웠었나 보다.


때마침 기회가 와서 잡은 것일 테다.


“······웬 토네이도가 헬기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천 소령, 그건 내 눈에도 보이네······.”


“이것도 김주평 실장님의 능력입니까?”


“그건 기밀이야.”


주평은 애써 태연한 척하며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잠든 세종에게 안전벨트를 다시 채워주었다. 그리고 이내 스스로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성종과 정조를 보며 생각한다.


이 또한 또 지나가리라.


그저 사소했노라.


【이의 혈 수공】

【이의 산 화공】


어느새 아이들을 위해 권능의 이명을 지으려고 골똘히 생각하게 된 주평은 막상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았다.


당최 어떤 권능을 썼는지도 현재로써는 모르니.


(“두구두구두구두구!!”)

(“두구두구두구두구!!”)


기대감에 의념으로 북을 치는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기다리는 법을 가르쳐준다.


(“아빠가 내일까지 멋있게 지어서 알려줄게.”)


(“네에!!”) (“아싸!!”)


***


결국 헬기 탑승객들은 택시로 갈아타서 이동했다.

그 와중에도 사소한(?) 졸음운전사고 이슈가 하나 있었지만······. 성종과 정조의 도움으로 무탈하게 귀가할 수 있었다.


집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거실에는 인영이 있었다.


누굴까?


“고모님?” “고모?” “고모다!!”


도도도도도도도-!!


언제 깬 것인지 모를 세종과 성종과 정조가 대문을 열고 달려 들어갔다.


이에 차영숙은 택시 운전석에 노크하며 기사님을 붙잡았다.


똑똑똑!


“기사님? 저는 바로 갈 거예요.”


“장관님, 왜요?”


“주혜 때문은 절대 아니다. 오늘 여러 가지 일도 있었고······. 이모는 회사로 가야지.”


차영숙은 분명 주혜로부터 튀려는 것이었다.


주평은 말리지 않았다.


하지만.


“영숙 이모~!! 안 들어오시면 섭해요.”


주혜가 현관문을 열고 고개를 들이민 채 차영숙을 초대한다.


차영숙은 주평을 보며 고개를 저었지만.


주평도 마주 저어줬으니.


결국에는 택시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


김주혜, 16세.

세종국립각성자특수교육학교 고등부 1학년.


기대되는 유망주.

A+등급 환영검 각성자.


가족 내 서열 1위.


소설을 좋아하고, 수집욕이 강하며, 요리를 포함한 기타 집안일을 많이 잘 못하는 특징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착하다.


기본적으로는······.


하여, 주평은 저녁 준비를 핑계로 주방으로 대피하는 방법을 택했다.


얼씨구 소리가 들려온다.


주혜는 거실 긴 소파 중앙에 자리했고 손짓으로 삼둥이를 양옆에 앉혔다.

차영숙의 자리는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차영숙이 제 발로 구석의 소파에 자리하려는데······.


“영숙 이모?”


“응, 주혜야······.”


주혜가 리모컨으로 티비를 조작하며 한 번 봐보라는 듯이 가리킨다.


스마트TV에 연동된 동영상 플랫폼.


【이의 도 암공 태초에 어둠이 있었다. 그의 손에는 흑염룡이 있는가.】

【대한민국 최종 병기H느님, 그의 정체는??】

【햄버거 가게 상황실과 용감한 시민들 그리고 귀염뽀짝 삼둥이들.】

【회색피부의 오크들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

【·········】


실시간 인기 급상승 동영상 리스트를 주평과 관련된 동영상들이 지배하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뭇 어머니들에게 순정을 유발하는 범국민적 트로트 가수나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가 차지하고 있었을 자리였다.


“영숙 이모, 이게 다 뭘까요? 애들아, 너희들은 귀 막아.”


“넵, 고모님.” “넵!” “넵!”


그새 한 지붕 아래 서열을 파악한 삼둥이들은 군말 없이 주혜를 따랐다.

그렇게 귀는 마력까지 이용해가며 막았지만(?)


클릭!


【이의 도 암공 태초에 어둠이 있었다. 그의 손에는 흑염룡이 있는가.】


- “미쳤습니다. 미쳤습니다. 미쳤습니다!! 산이!! 와아. X되네, 진짜. 이게 최종 병기가 아니면 무엇이 최종병기겠습니까!! 와, 지렸다·········”


‘오오오!!’ ‘오오오!!’ ‘오오오!!’


TV화면에 보이는 영상을 보고 내심 감탄사를 내뱉는 삼둥이들.


한편, 차영숙은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할지······. 과연 설명을 해도 되는 것인지······. 주혜의 눈치를 살피느라 골머리를 앓았는데······.


“어떻게!! 이런 귀요미들을 저런 위험한 곳으로 데려갔느냔 말이에요!!!”


“······어, 어?”


차영숙은 뭘 잘 못 들었나 싶었는데.


이내 주혜가 팔을 벌려 삼둥이를 한꺼번에 껴안는 모습을 보고 있자 하니······.

주혜가 세상 밖에 나가길 두려워하는 주평의 외출, 현장의 민간 통제, 영상 유출, 주평의 각성 사실 은폐 등의 문제를 따지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래서 이모와 이모할머니 사이 어딘가의 미소가 나왔는데······.


“뭘 잘하셨다고 웃어요!?”


***


결국 주혜는 현장에 삼둥이를 동반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주평이 밥상을 다 차릴 때까지도.


삼둥이들에게 골고루 반찬을 분배해 줄 때도.


차영숙이 본부로 돌아갈 때도.


9시, 다소, 이른 시각, 잘 준비를 마치고 거실에서 다 같이 이불을 깔고 누웠을 때까지도.


‘많이 걱정했나 보네······.’


이제 주평은 자신이 이런저런 사실들을 고하기 전에 여동생이 먼저 요목조목 물어오지는 않을 것을 알았다.

오빠라서 안다.

설령, 주혜가 묻고 따지더라도 삼둥이 앞에서는 하지 않으리라.


엄마를 닮아 속이 깊은 아이니까.


‘하아, 내 인생 최고로 스펙터클한 하루였다.’


주평은 거실 천장에, 아주 오래 전, 붙여진 야광 별 스티커들을 바라보며 때 아닌 멍을 때렸다.


새근새근.


어느새 주혜와 그녀의 양쪽 팔을 하나씩 차지한 성종과 정조의 잠든 숨소리가 들려온다.


(“아버지, 잠이 안 오십니까?”)


주평은 세종의 의념에 고개를 돌려 자신의 팔을 베고서 또랑또랑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들을 보았다.


조용히 아빠 미소가 그려진다.


(“세종아. 의념을 지금처럼 완전히 연결하면 상대방의 생각이 읽어지잖니?”)


(“네, 맞습니다. 그래서 오 달도르는 소통만 가능한 수준으로 조절했었습니다. 감히 미물이 아버지의 속을 읽게 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습니다. 혹시, 불편하셨습니까?”)


(“······아니, 아니야. 아빠는 그냥 세종이 네가 아빠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읽히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고맙고, 사랑스러워서······.”)


주평은 이 기회를 빌려 세종에게 직설적으로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었다.


바로, 태생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주평이 꽤나 오래 고민하고 있을 때.


세종이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소자는, 소자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성종도 정조도 모두 드래곤이었죠.”)


(“그랬었구나.”)


(“아버지가 그리 슬퍼하시면 소자는 웁니다.”)


훌쩍. 훌쩍.


세종이 눈물을 글썽인다.


주평은 세종의 눈물을 닦아내며 물었다.


(“드래곤이 인간의 몸으로 살게 되는 것. 나처럼 나약한 인간에게 의탁되는 것. 그게 불합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니······.”)


(“절대로요!! 그······. 낳아주신 어머니께서 인간으로서 나이 들고 성장할 것을 선언하신 순간부터 저희들은 인간이었어요. 권능은 그대로인데, 인간입니다. 만년에 가까운 수명도 백으로 줄었습니다.”)


주평이 차마 생각을 이어가지 못하고 주저할 때.


세종은 말했다.


(“저주가 아니에요. 축복입니다, 아버지.”)


주평은, 그것으로 오늘은 이만 의념 연결을 끊어줄 것을 부탁하며······.

세종에게 작게 소곤거렸다.


“이리 와.”


그렇게 주평은 세종을 껴안은 채 흐르려는 눈물과 콧물을 꾸역꾸역 참아냈고.

머지않아 제풀에 지쳐갔다.


이후, 15분 즈음 지났을까.


세종은 아빠가 슬픔을 털어놓고 단잠에 들 때까지 심박과 숨을 안정되게 조율했었다.


효심이었다.


쿠우울. 쿠울.


‘안녕히 주무세요.’


이제는 세종 자신이 잠들 차례였다.


그런데, 뭘까?

웬 방해꾼이 등장했다.


위이잉-! 위에에엥! 위에에에에엥-!!!


잠자려는 세종의 귓가를 간지럽히는 것은 다름 아닌 모기.


바로, 김목이였다.


작가의말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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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구출작전(1) 24.09.08 37 2 12쪽
21 101태극부대 창설 24.09.07 45 3 14쪽
20 2차 면접과 접 24.09.06 49 3 13쪽
19 첫사랑이었다 24.09.05 47 2 13쪽
18 면접(2) 24.09.04 45 3 13쪽
17 면접(1) +1 24.09.04 6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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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었던 하루의 마무리 24.09.03 66 2 13쪽
14 뜻밖의 인연 24.09.02 72 2 14쪽
13 재량이 낳은 산물 24.09.01 91 3 13쪽
12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3) 24.08.31 94 4 14쪽
11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2) 24.08.31 103 4 14쪽
10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1) 24.08.30 109 4 13쪽
9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2) 24.08.29 113 4 13쪽
8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1) 24.08.28 131 6 13쪽
7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 아빠가 되었다 +2 24.08.27 139 6 13쪽
6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3) 24.08.26 138 4 13쪽
5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2) +1 24.08.25 162 6 13쪽
4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1) 24.08.25 178 6 12쪽
3 각성자여, 너 자신을 알라 24.08.24 232 7 13쪽
2 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2) +1 24.08.23 24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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