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천재 걸그룹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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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맛
작품등록일 :
2024.08.16 11:03
최근연재일 :
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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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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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1)

DUMMY

아이나 미술관으로 향한 강은성은, 팔짱을 끼고 선 아세희와 마주쳤다.


도도한 표정으로 도전적인 눈빛을 한 아세희가 강은성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계속 그쪽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렇게 내 계략을 뒤엎고 갔는데, 당연히 돌아올 줄 알았죠. 후환이 두려웠겠죠.”


뜬금없이 재벌 여성이 자신을 기다리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당황하던 강은성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아세희는 도도하게 강은성의 코앞으로 걸어와 턱을 치켜들었다.


가까이에서 보니까 멀리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예뻤다. 치켜 올라간 눈매가 볼수록 매력적이었다.


‘하루가 아기 고양이면, 아세희 씨는 어른 고양이네.’


어른 고양이 아세희가 강은성에게 말했다.


“그쪽, 프로듀서라면서요?”


그새 벌써 강은성의 뒷조사를 마친 모양이었다.


‘이렇게 빨리 나에 대해 조사했다고?’


감탄한 강은성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의 말을 내뱉었다.


“와, 빠르시네요.”


그러자 아세희가 눈살을 확 찌푸렸다.


“뭐가 빠르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계속 그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고요.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담당한 애들 오디션이겠죠? 하여튼 계속 기다렸다고요.”


아세희의 말을 들은 강은성이 열심히 그녀의 말을 해석했다.


‘그러니까, 아세희는 내가 오는 것을 기다렸고, 내가 애들 오디션 때문에 갔다 왔다고 추측했고, 하여튼 계속 기다렸다고?’


그래서 대체 뭘 원하는 건지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강은성은 당황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앗, 그러시군요. 그래서 말씀하시는 것의 요점이 뭐죠?”


사실 마음 같아서는 ‘그래서 어쩌라는 거죠?’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러다가 아세희가 강은성을 싫어하게 되면 앞길을 막으려고 들 수도 있으니 나름 순화해서 말한 것이다.


“요점이 뭐라니요, 이 내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걸 보면 모르냐구욧!”


강은성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아니, 말을 안 하면 제가 어떻게 아냐고요~”


아세희는 아세희대로 답답했다. 그동안은 자신의 눈짓, 손짓 한 번이면 아랫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비위를 맞춰 주었는데, 눈앞의 이 미남은 순진해 보이는 표정으로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어후, 그쪽, 재벌이랑 연애 한 번도 안 해봤죠?”


“그렇습니다?”


재벌과 연애하고 말고 간에, 연애할 시간 자체가 없다.


“그럼 잘됐네요. 나랑 연애 한번 해 봐요. 그쪽 프로듀서죠? 마침 나도 엔터 쪽에 발 좀 걸치고 있네. 그쪽은 나에게 미모와 사랑을 제공하세요. 나는 그 쪽에게 커리어 지원을 제공할게요.”


강은성은 이렇게 황당한 고백은 살면서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아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타입인 이 낯선 여자가 궁금했기 때문에, 일단 뭐라고 하나 들어보기로 했다.


“미모와 사랑은 어떻게 제공해 드리는 것을 원하십니까?”


“나랑 데이트하면서 얼굴 보여주고, 날 사랑하세요.”


역시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다.


“사랑이 무슨 온오프 스위치입니까? 하고 싶다고 아무나 딸깍딸깍 사랑하게.”


그러나, 아세희는 강은성의 말에 손가락 하나를 까딱까딱했다.


“어휴! 나의 미모와 재력을 보고도 사랑을 하지 않는다고요?”


강은성은 속으로 아세희를 공주병 환자라고 결론 내렸다.


“저는 그런 식으로 사랑 안 합니다.”


“이렇게 제안을 거절한다고요? 깡다구도 있네. 진짜 마음에 드네요. 제가 드릴 커리어 지원이 탐나지 않으세요?”


“제 커리어 지원은 저희 팀장님이 해 주십니다만···.”


“어휴, 답답해. 그런 거 말고, 나는 그쪽이 담당하는 애들을 전부 영화에 꽂아줄 수 있는 파워가 있다고요.”


이쯤 되면 강은성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대단한 파워를 가지셨네요.”


“그래, 남자면 이래야지. 내 미모와 재력에 넘어오지 않는 방송계 남자는 없어요.”


“근데 싫습니다.”


“지금 뭐라고?”


“싫단 말입니다. 저는 낭만주의자거든요.”


강은성이 현실주의자였다면, 연예계에는 발도 안 들였을 것이다. 박봉에 노동강도는 하늘을 찌르는데, 낭만이 없으면 이 일을 할 이유가 없다.


“그까짓 낭만 좇다가 청춘 날리고 인생 날린 사람 꽤 되는 거 알죠? 연예계에.”


강은성은 조용히, 회귀 전 자신을 떠올렸다.


낭만 반절, 현실 반절, 정확히 반반씩을 쫓다가 어이없이 죽은 그 삶을.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이번에는 꿈을 이루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인생은 한 번뿐이에요.”


“저에게는 아닙니다.”


강은성은 단칼에 거절했다.


아세희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뭐지, 쟤? 허세는 아닌 것 같은데, 인생을 두 번 살기라도 한 건가? 나이는 어려 보이는데 재벌인 나 앞에서도 안 쪼는 것도 그렇고, 참 이상해. 궁금해, 저 사람.’


그리고 곧, 아까 했던 생각을 철회했다.


‘이러면 안 돼. 현실주의자가 되지 않으면 재벌가 암투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 결혼 따로, 연애 따로. 연애도 무조건 기브 앤 테이크여야 해. 내 커리어에도, 상대방 커리어에도 도움 되는 걸로 해서, 헤어지고 질척거리면 계약 연애를 했다고 소문낸다고 협박해서 내쫓고.’


아세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데, 대체 이 감정은 뭐냐고. 왜 강은성이라는 애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냐고.’


***


아세희의 계약 연애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 강은성은 속으로 회고의 시계를 타박했다.


‘대체 나를 여기 왜 보낸 건데?’


[등록된 타임라인 ‘아이나 E&M’과 깊게 관련된 인물 ‘아세희’의 호감도가 최상에 도달했습니다.]


[‘아세희’를 인물 목록에 등록하시겠습니까?]


강은성은 회고의 시계를 칭찬했다.


‘기특한 녀석, 이러려고 나를 여기 보냈구나.’


그리고 지금 등록된 인물을 헤아려 보았다.


‘어디 보자, 우리 애들 다섯 명이랑 선유리 팀장님, 인턴 정희수, 김피터.’


제한 인원 10명 중 벌써 8명이 채워졌다.


데뷔조 다섯 명과 선유리 팀장은 주요 전력이니 절대 뺄 수 없다. 남은 건 정희수와 김피터인데, 지금 김피터는 위험순위 1순위의 위험인물이므로 감시를 위해 해제하지 않기로 했다.


‘정희수는 아까 설희 캐스팅 때 하는 거 보니까, 당분간 육성법 안 얻어도 될 것 같고.’


강은성은 회고의 시계에게 질문했다.


‘시계야, 잠깐 지웠다가 다시 등록하는 것도 가능해?’


[동기화 시간이 필요하므로, 삭제 후 등록 시 24시간의 대기가 필요합니다.]


‘오키오키.’


강은성은 정희수를 삭제한 뒤, 아세희를 등록했다.


[‘아세희’가 등록되었습니다. 호감도가 최상에 도달한 인물이므로, 환상 세계에 깨어 있는 상태로 초대할 수 있습니다.]


‘깨어 있는 상태 말고, 꿈꾸는 상태로 초대하겠어.’


그렇게 강은성은 꿈꾸는 상태의 아세희를 환상 세계에 초대했다.


***


아세희는 푹 자는 상태로 소환되었다.


그런 아세희를 보며, 강은성은 꿈꾸는 상태의 아세희에게서 뽑아내야 할 정보를 정리했다.


‘이 여자는 우리 애들 전부를 영화에 꽂아줄 만한 능력이 돼. 그럼,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해서 내가 그걸 해 주는 대신에 애들 영화 좀 꽂아 달라고 해야겠다.’


그렇게 강은성은 아세희가 깨어나길 기다리며 밀밭 위에 누웠다.


그런데, 오늘따라 밀밭의 날씨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공기가 촉촉해.’


평소라면 햇빛이 쨍쨍했을 텐데, 오늘은 어쩐지 구름도 끼고 습기도 있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니까 마음이 간지러워.’


왠지 이런 날씨는 유마린이 좋아할 것 같았다.


회귀 전 담당 배우였던 아픈 손가락. 회귀 전에 강은성을 좋아하면서도 그 마음을 끝끝내 숨기던 바보. 회귀 후에도 만나자마자 강은성을 좋아한다며 달려들면서도 정작 호감도는 최상을 찍지 못한, 자기 자신의 마음도 모르는 바보.


‘호감도가 최상이었으면 꿈꾸는 상태 말고 깨어 있는 상태로 여기 데려올 수 있었을 텐데. 이 날씨를 보여주면 좋아했겠지.’


회귀 전에 맡았던 첫 배우였기 때문에 애착이 가는 게 당연했다.


‘물론 지금은 마린이의 꿈과 재능에 어울리는 걸그룹 길을 걷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회귀 전에 배우였을 때는, 얼굴과 몸매로 어찌어찌 버무리기는 했지만, 연기력이 안 좋아서 좋은 평가를 듣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내가 잘 어울리는 배역을 콕콕 찝어줘서 연기력 논란은 안 나왔지.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만 연기 안 된다고 평가가 돌았을 뿐이지.’


여기까지 생각하자, 강은성은 문득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맞아, 우리 애들, 연기력 검증 안 됐잖아! 그런데 무턱대고 영화에 출연시켜도 되나?’


아마 잘못하면 발연기한다고 욕을 먹을 것이다. 대중 호감도도 팍팍 떨어질 것이다.


‘그래, 최소한 애들 연기력은 보고 난 다음에 출연을 밀어주던가 해아겠어.’


강은성은 아직도 퍼질러 자고 있는 아세희를 바라보았다.


‘요 아가씨는 어떡하지?’


고민하던 강은성은, 이왕 불러온 김에 정보를 캐보기로 했다.


‘일단은 깰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나저나 아세희는 어지간히 잠이 많은 듯했다.


‘꿈꾸는 상태로 불러왔는데, 꿈속에서도 자네.’


도도한 표정을 지우고 곤히 잠들어 있는 아세희는, 아까 봤던 모습과 다르게 정말 편안해 보였다.


‘발톱을 세우던 고양이가 경계 푼 모습을 보는 것 같네.’


강은성은 문득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이 아가씨, 얼굴도 예쁘고 재산도 많고 성격은 좋···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런 성격 좋아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어째서 이상한 계약 연애 같은 걸 제안한 거지?’


아무래도 거기에 아세희가 원하는 것의 열쇠가 있을 것 같았다.


한참을 기다리자, 아세희가 기지개를 켜며 깨어났다.


“흐아암, 오늘따라 잘 잤네.”


“사실 꿈속의 꿈에서 깨어난 겁니다.”


“잉? 아까 봤던 잘생긴 애네. 나의 계약 연애를 처음으로 거절한 배짱 좋은 인간.”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세희 씨는 방금까지는 꿈속의 꿈을 꾸고 계셨고, 지금은 그냥 꿈을 꾸고 계신 겁니다.”


“잉? 이게 꿈이라고?”


“그렇습니다. 꿈입니다. 그러니까 편안하게 말씀해 주세요. 대체 무엇이 아세희 씨를 계약 연애를 고집하게 만든 겁니까?”


“그야 당연하지. 나는 사생활에서 절대 책잡히면 안 되는 사람이거든. 그런데 쉽게 변하는 마음을 믿을 수 있겠어? 커리어로 묶어 놔야 날 배신 못 하지.”


강은성은 속으로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제가 도와드릴 건 없습니까? 저희 애들 전부는 아니더라도, 연기 되는 애들 몇을 영화에 출연시키고 싶거든요.”


“당연히 있지. 일주일 뒤에 열리는 재벌가 자녀 모임에 내 파트너로 나와 줄래? 그거 하려고 너한테 계약 연애 제안한 건데, 네가 까더라? 이 잘생기고 괘씸한 자식아.”


강은성은 생각했다. 저 모임이 이상한 모임만 아니라면, 얼굴 한 번 비춰 주고 아세희에게 빚을 지워 놔도 괜찮겠다고.


“꿈에서 깨어나시면 대답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이게 꿈이라고? 맞아, 꿈이랬지. 뭔 놈의 꿈이 이렇게 생생한 거야?”


“제가 나오는 꿈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강은성은 환상 세계를 닫았고, 아세희는 꿈에서 깨어났다.


‘아까 꿈을 꿨던 기억은 없겠지. 그럼, 어떻게 해서 그 화제를 끌어낸담?’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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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데뷔조를 지켜라 (1) 24.08.19 95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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