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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맛
작품등록일 :
2024.08.16 11:03
최근연재일 :
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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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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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2)

DUMMY

환상 세계 속, 꿈꾸는 상태의 아세희는 이게 꿈이라고 믿기 힘들어했다.


“꿈에서 깨어나시면 대답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강은성의 말에, 다시 한번 이게 꿈이라는 걸 떠올린 꿈속의 아세희였다.


“이게 꿈이라고? 맞아, 꿈이랬지. 뭔 놈의 꿈이 이렇게 생생한 거야?”


“제가 나오는 꿈이라서 그렇습니다.”


“강은성 넌 자신감도 넘치네. 얼굴 해상도 다르다고 셀프 금칠하냐?”


“하하하, 아닙니다. 그럼 이만···.”


그렇게 강은성은 환상 세계를 닫았고, 아세희는 꿈에서 깨어났다.


‘아까 꿈을 꿨던 기억은 없겠지. 그럼, 어떻게 해서 그 화제를 끌어낸담?’


아세희는 꿈속에서, 강은성에게 다음 주에 열리는 재벌가 자녀 모임의 파트너로 와 달라고 했다.


‘꿈속에서 말할 정도면, 무의식중에 나를 파트너로 원했다는 건데.’


게다가, 꿈을 꾸면서 강은성에게 계약 연애를 제안한 이유가 바로 저 재벌가 자녀 모임 파트너 때문이라고도 했다.


‘확실히 나를 필요로 하는 건 맞는 것 같은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지?’


괜히 먼저 말을 꺼냈다가는 위험인물, 스파이, 뭐 그런 걸로 오해받을지도 몰랐다. 그러면 아세희가 강은성을 제거하려 들지도 모른다.


‘그건 안 되지. 재벌이 나를 제거하려 한다? 회귀 전에 그냥 부자가 날 제거하려 했을 때도 목숨이 위험했는데, 재벌이 날 제거하려 들면 진짜 목숨이 아홉 개는 되어야 하지.’


곰곰이 생각하던 강은성은, 이럴 때 대면 좋은 핑계를 대기로 했다.


‘다이애나가 선물해 준 펜듈럼.’


강은성이 김피터 때문에 무릎을 꿇는 일을 직관한 다이애나가 충격을 받고 강은성을 위해 선물한 수정 원석 펜듈럼이다.


‘보호의 의미가 있는 원석 말라카이트.’


원석 이름이 어렵긴 했지만, 다이애나의 소중한 마음을 알아주고 싶어서 메모해 뒀다.


다이애나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때 좋다면서 사용법도 알려줬지만, 강은성은 딱히 원석의 힘을 믿지 않으므로 그냥 다이애나의 마음이 담긴 부적으로 사용 중이었다.


‘이걸 사용해서 아세희 씨를 떠봐야겠다.’


강은성은 가방 속에 담아둔 펜듈럼을 꺼냈다.


“아세희 씨.”


“어? 그거, 펜듈럼이네?”


“아시네요.”


“연예계에 발 걸친 사람치고 미신 안 믿는 사람이 흔하지는 않으니까요.”


강은성은 왠지 신기했다. 아세희 같은 재벌가 딸도 미신을 믿는다니. 심지어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성격으로 보이는데도 말이다.


‘저런 타입은 자기 자신만 믿고 결정 내릴 줄 알았는데, 미신을 믿는다니 의외네.’


어쩌면 일이 잘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일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펜듈럼으로 주의를 돌리고, 정원에게 했던 것처럼 타로점을 핑계로 아세희가 먼저 말하게 했다.


강은성 스스로도 이렇게 잘 풀릴 줄 몰랐다.


‘임기응변으로 때우려고는 했지만, 이렇게 잘 풀릴 줄은 몰랐네. 연예계에서 점술 할 줄 아는 게 꽤나 좋은 스펙일지도 모르겠네.’


역시 다이애나를 캐스팅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강은성이었다.


강은성은 마음속으로 계획을 정리해 보았다.


‘일주일 뒤에 아세희 씨 파트너로 모임 참여하고, 거기에서 최대한 불쌍한 장면을 연출해서 아세희 씨가 마음에 빚을 지게 만들자. 그다음에, 우리 애들의 영화 출연을 요구하는 거지.’


물론 아세희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강은성은 손해 볼 게 없었다.


‘빚 하나는 지워두는 거니까.’


일단, 지금은 아이들의 연기력을 보는 게 우선이었다.


‘그럼, 오늘 알아보도록 할까? 우리 애들 연기력.’


강은성이 연습실로 향하자,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인사를 했다.


“은성 오빠! 설희 영화 출연하게 됐다면서요?”


유마린은 막내의 좋은 소식에 자기가 더 좋아했다.


강은성은 그 모습을 보고, 좋은 리더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칭찬했다.


“사이 좋은 모습, 보기 좋다.”


그 말에 유마린이 배시시 웃었다. 양설희도 유마린이 웃자 같이 웃었다.


“웃으니까 보기 좋다.”


강은성이 웃자, 다이애나, 정원도 같이 웃었다. 이하루는 신기한 듯 눈을 말똥말똥 뜨고 다섯 명을 구경했다.


강은성은 이제 아이들의 연기 실력을 한번 보기로 했다.


“얘들아, 설희 영화 이야기 말 나온 김에, 너희 연기도 나한테 보여줄래?”


“물론이죠, 오빠!”


유마린이 먼저 나섰다.


“하하, 리더가 먼저 나왔네.”


“저 리더예요?”


“그럼 마린이 말고 누가 리더를 하겠어. 너는 잘할 수 있을 거야.”


강은성의 말에, 유마린이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저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말···.”


그리고, 유마린은 속으로 생각했다.


‘5살 때부터 회사에서 살다시피 한 보람이 있네요.’


굳이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는 않은 말이었기 때문에, 속으로만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회귀 전에 유마린과 합을 맞춰왔던 강은성은, 유마린이 지금 뭔가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5년 전에는 못 해줬던 말, 지금 해 줘도 되겠지.’


강은성은 유마린을 향해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동안 쌓인 가슴속의 슬픔도, 기쁨도, 이제는 운명을 함께 한 동료들과 함께 나눌 테니까,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거야.”


유마린은 조금 놀란 듯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라면 왠지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았어요.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으니까.”


강은성은 그저 웃고 말았다.


‘그건, 회귀 전 기억이 너의 무의식에 남아서 그런 걸지도 몰라.’


물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회귀도, 마법도, 회고의 시계가 알려주는 정보도.


그래도, 이것만은 확실했다.


‘회귀해서 정말 다행이야.’


***


먼저 유마린이 보여준 연기는, 국어책 읽기 그 자체였다.


“정.말. 좋.은. 아.침.”


나머지 아이들은 리더의 추태(?)에 어쩔 줄을 몰랐다. 물론 이하루는 아무 생각이 없이 유마린의 발연기를 관람했다.


결국, 강은성이 유마린을 말려야 했다.


“마린아, 이제 그만해도 괜찮아!”


“후아후아, 연기 진짜 어렵네요.”


강은성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회귀 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심하게 못 하는 거지?’


그래서, 오늘 연기를 잘하지 못했던 이유를 묻기로 했다.


‘회귀 전에는 이런 걸 케어해 주지 못했지. 못 하는 연기는 안 하면 되고, 어울리는 역할을 잡아서 잘하는 것처럼 눈속임하면 된다고 생각했어. 그건 결국 오답이었지만.’


이번 것은 정답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회귀 전만큼 오답은 아닐 거라 믿으며 말했다.


“마린아, 무엇이 너를 연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니?”


유마린은 고민에 빠진 채, 한동안 답을 하지 못했다.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몰라도 괜찮지. 다른 애들 연기 구경하면서 좀 쉬고 있어.”


“고마워요, 오빠.”


그렇게 마린이 들어가고, 이번에는 다이애나가 나섰다.


“내가 마린이랑 같이 나이가 제일 많으니까 먼저 할게.”


다이애나의 말에 감동한 정원이 박수를 쳤고, 이하루는 그걸 보고 따라 했다.


강은성은 그 훈훈한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다이애나는 역시, 여신을 기리는 연기를 했다.


“아아, 여신이시여!”


강은성은 속으로, 무녀 연기는 아마 다이애나를 따라 올 사람이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도 영화에 출연하면 어떤 연기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유마린이 했던 연기와 같은 연기를 시켜봤더니, 이번에는 발연기를 했다.


유마린은 그걸 보고 배를 잡고 웃었다.


“웃겨 미치겠다. 다이애나! 나 따라 한 거야?”


“나는 뉴비 연생이라 연기 별로 안 해봐서 어쩔 수 없다고. 근데 넌 오래 연습했잖아.”


“아니거든! 나는 애초부터 연기는 안 한다고 땅땅 못을 박았단 말이야. 입사할 때부터.”


이건 강은성도 처음 듣는 정보였다.


‘회귀 전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렇게 연기를 안 하고 싶어하던 애가 연기자로 전향한 거지?’


의문은 의문이고, 다음은 이하루의 차례였다.


“나이순이면 제가 다음이네요오.”


이하루는 정중앙에 선 채, 가만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혼란에 빠진 강은성의 눈치를 살피며, 정원이 조심스레 손을 들고 말했다.


“하루 언니, 그, 그거 혹시, 눈사람 연기야?”


이하루는 정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강은성은 더더욱 혼란에 빠져들었다.


“눈사람 연기였다고? 정원이는 그걸 어떻게 알아냈어?”


“그,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해가 떠서 점점 녹는 슬픈 마음이 느껴져서···.”


정원의 해석에 이하루가 엄지를 치켜올렸다.


강은성은 더한 혼란에 빠져들었다.


‘생각할수록 혼란에 빠져들어···. 이 소녀들은 대체 뭘까···.’


강은성은 그냥 소녀들 사이에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다.


다음 차례는, 양설희와 같은 나이의 막내인 정원이었다.


“···으우우, 도저히 못 하겠어요. 흐흑, 죄송해요!”


정원은 아무런 연기도 보여주지 못했다.


강은성은 이렇게 끝내버리면 정원에게 연기에 대한 나쁜 감정이 남을까 봐, 부드럽게 정원을 달래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연기가 힘들면 다른 연기를 해보자.”


“다른 연기요?”


“정원이가 랩 담당이었지. 그럼, 래퍼 연기는 어때?”


“그건 괜찮을 것 같아요.”


정원이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뒤 마음을 가다듬었다. 준비를 마친 뒤, 연습실 정중앙으로 걸어가 섰다.


“내가 랩을 잘하는 이유?”


알토 톤의 저음의 목소리가 귀에 팍팍 꽂혔다.


“그건 바로, 세상에 유감이 많기 때문! 드랍 더 비트!”


그렇게 정원은 즉석에서 랩을 하며, 연습실 분위기를 공연장으로 바꿔버렸다.


강은성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와, 정원이 맞아? 평소 모습이랑 딴판인데?’


역시 래퍼는 래퍼였다고 생각하며, 아이들의 연기 감상을 마쳤다.


‘마린이가 연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중에 준비가 되면 알려주겠지.’


그렇게 강은성은 지금까지 본 연기를 되짚어 보았다.


‘지금 당장 영화에 투입할 수 있을 사람은···. 이럴 수가. 설희 빼고 아무도 없어···.’


영화에 무녀, 래퍼, 눈사람이 등장하면 그 역할로 출연하면 되겠지만(물론 눈사람 역할에 눈을 쓸 지 사람을 쓸 지는 뒤로 하자), 그런 역할이 없는데, 안 맞는 역할을 억지로 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면 우리 애들 진짜 욕먹어.’


그렇다면, 이번에 아세희의 제안을 들어 준 다음에, 당장은 아무것도 요구할 게 없는 걸까?


‘빚을 지워둔다는 데 만족해야 하나?’


강은성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지금 뭘 더 해야 애들을 잘 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강은성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그거야! 김피터의 방해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아이나 E&M과 협력해서 할 수 있는 거.’


데뷔 전 리얼리티 방송.


그게 강은성이 생각해 낸 묘안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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