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천재 걸그룹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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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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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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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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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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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명함을 삼킴

DUMMY

‘그러니까, 과거, 아니 지금 시점으로는 미래 영상에 의하면, 선유리 팀장님은 사내 왕따를 당해 배우 파트인 2센터로 쫓겨난다 이거지. 그 주동자가 회장 아들이고.’


대체 이맘때쯤 걸그룹 데뷔조가 왜 데뷔를 못 했나 싶었는데, 사내 정치 때문이었다.


‘사내 정치를 조심해야 하는데, 그 조심해야 하는 대상이 회장 아들이라 이거지. 흠, 회장의 아들이라.’


회장 아들이고 뭐고, 일단 손을 안 씻는다는 데에서 실격이다.


미대생 강은성의 섬세한 미적 감각은, ‘손 안 씻는 아저씨’를 기피 대상 1순위에 올려놓기 충분했다.


‘선유리 팀장님의 마음을 100% 이해합니다.’


안타까운 눈으로 선유리를 바라보는 강은성이었다.


“은성 씨?”


갑자기 촉촉한 눈을 하는 강은성을 보며 선유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선유리 팀장님. 앞으로 손 안 씻는 아저씨를 조심하십시오.”


선유리는 순간 ‘이게 뭔 개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강은성을 쳐다봤지만,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동지에, 정보력 있는 예비 신입에, 자신을 벌써부터 팀장님이라고 부르는 싹싹한 청년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다시 너그러워졌다.


“은성 씨 정보력이라면 믿을 만하죠. 그래서, 저희 팀으로 올 건가요?”


“네, 가겠습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의 꿈이던 걸그룹 프로듀서에 가까워지는 길이니까.


***


며칠 지나지 않아 강은성은 네버더레스 입사 합격 통지서를 받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출근이라. 앞으로 바빠지겠네.’


선유리도 강은성에게 문자를 보내, 이제 입사하면 주말이 사라질 테니 푹 쉬어두라는 말을 했다.


‘다행히 22살로 돌아와서 체력도 좋아. 군대도 이미 다녀온 후이기도 하고.’


첫 출근 전까지 며칠의 시간이 남았다.


연예기획사로 출근을 시작하면 주말도 없이 바빠질 것이다.


22살로 회귀했기 때문에 체력이 전보다 더 좋아진 뒤여서 다행이었다.


20살이 아닌 22살로 회귀해서 더더욱 다행이었다.


‘20살로 돌아갔다면 꼼짝없이 그 비리의 온상으로 끌려갔겠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나저나, 선유리 팀장님이 경고하신 게 마음에 걸려.’


선유리는 강은성에게 문자 두 개를 보냈는데, 하나는 푹 쉬어두라는 문자였고, 다른 하나는 요즘 분위기가 이상하니 구박을 받아도 기죽지 말라는 것이었다.


‘선유리 팀장님은 이번에도 회장 아들한테 밉보이신 걸까?’


선유리가 밉보였다면, 부하 직원인 강은성도 밉보일 것이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네.’


입사 전에 뭔가 준비를 하고 싶은데, 이놈의 시계는 어떻게 해야 새로운 타임라인을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이 시계가 작동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


강은성은 시계가 유용한 정보를 뱉었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첫 번째는 회귀 전과 달라지려는 시도를 했을 때, 두 번째는 회귀 전에 알던 선유리 팀장님을 만났을 때였지. 두 가지의 공통점은?’


첫 번째는 자기 자신, 두 번째는 타인으로부터 비롯되었지만, 두 가지 사건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공통으로 들어가는 단어가 있어. 회귀! 그렇다면 이번에도 회귀에 관련된 뭔가를 해 볼까?’


강은성은 심호흡을 한 뒤 우렁차게 외쳤다.


“회귀한 나는 네버더레스 2팀 걸그룹 프로듀서를 지망한다!”


[목표가 설정되었습니다.]


‘됐다!’


그러나 시계는 목표가 설정되었다는 알림만 울리고는 잠잠했다.


‘이게 끝인가?’


강은성은 시계를 만지작거렸다.


‘그동안 시계나 연구해 볼까.’


아직 사용법을 모르는 시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지금부터 기능을 익혀두어야 했다.


‘지금까지 밝혀낸 작동법은 하나. ‘회귀’와 관련되어 있었지.’


시계를 통해 앞으로 경계해야 할 1순위 인물인, 회장 아들 김피터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2센터라 마주칠 일이 없어서 몰랐지만, 1센터에서는 나쁜 의미로 유명한 인물이었어.’


또 다른 정보를 얻고 싶어서 시계를 만지작거려 봤지만,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선유리처럼 회귀 전에 알던 사람인 유마린을 만나면 뭔가 나올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은 아직 모르는 사람이니까 찾아갈 건덕지가 없었다.


‘일단 선유리 팀장님 말대로 체력을 비축하고 기다려 보기로 할까.’


강은성은 시계를 담아두기 위해 침대 밑 보관 박스를 꺼냈다.


보관 박스의 뚜껑을 열자, 수십 장의 피 묻은 명함이 나왔다.


“으악!”


회귀 전, 계단에서 굴러 피투성이가 된 강은성의 몸을 덮었던 명함이었다.


[회고의 시계 사용자이자 회귀자인 ‘강은성’과 깊게 관련된 물건을 입수했습니다.]


시계의 알림음과 함께, 명함이 하나씩 시계 속으로 흡수되었다.


[각 연예기획사의 회귀 전 타임라인을 획득했습니다.]


강은성은 생각했다. 지금, 물리 법칙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다.


‘하긴, 회귀도 물리 법칙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긴 하지.’


지금 시점에서는 시계를 통해 더 이상의 정보를 얻기는 힘들어 보였다.


다음 정보는 입사한 뒤에 얻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뒤, 일단 지금은 음악을 들어보며 트렌드를 살펴보기로 했다.


‘트렌드 변화가 빠른 업계니까. 회귀 전인 5년 뒤랑 지금은 많이 다를 거야.’


음악을 집에서 들어보는 방법도 있지만, 그가 선택한 건 조금 다른 방법이었다.


-이번 역은 광화문, 광화문역입니다.


지하철에서 경쾌한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서울, 대형 서점과 지하철 통로가 연결된 광화문역.


지금 강은성이 회귀한 이 시기에는 서점에서 책만 팔지 않는다.


서점 안에는 넓은 규모의 문구점도 있고, 음반 판매점도 있다.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팬들은 음반을 사니까.’


LP에서 CD, MP3를 이어 디지털 스트리밍이 등장한 뒤, 더 이상 음악을 듣기 위해 실물 앨범을 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음악 애호가와 아이돌의 팬은 여전히 음반을 구매한다.


아이돌 팬들이 음반을 구매하는 목적은 다양했다.


단순히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멤버를 뜻한다)의 사진을 소장하기 위해 앨범을 사는 팬도, 최애의 포토 카드를 소장하기 위해 여러 장의 앨범을 사는 팬도 있었다.


팬 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 어마무시한 양의 앨범을 구매하는 광팬도 있었다.


그리고, 팬들이 음반을 인터넷으로 구매하지 않고 굳이 여기까지 와서 구매하는 이유.


“진현 오빠 버전 여깄다!”


한 소녀가 최애 멤버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온 앨범을 들고 기뻐했다.


이렇게 앨범이 멤버별 버전으로 나온 경우,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랜덤으로 배송되기 때문에 자신의 최애 버전을 구매하기 위해 여기까지 나들이를 나온 것이다.


“우리 애 이번 포카 개 레전드야 진짜.”


최애 버전 앨범을 구매하면 좋은 점은, 최애의 포토 카드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장을 사지 않아도 무조건 최애의 포카를 얻는다는 것.


용돈을 조금씩 모아서 앨범을 사는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기회인 것이다.


겸사겸사 친구들이랑 같이 나들이도 가고.


나온 김에 근처 카페에서 수다도 떨고, 아이돌 덕후들끼리 토크도 즐기면서, 최애 포카 들고 사진도 찍는 거다.


“좋을 때구나.”


물론 강은성이 저 나이일 때는 한 그룹에 정착하지 않았다.


두루두루 음악을 들어보며 평론가 흉내를 내는 걸 더 좋아했다.


누군가의 팬이라기보다는, 케이팝 업계 자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음악 좀 들어볼까.”


강은성은 음반 판매점에 비치된 CD플레이어의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재생시켰다.


- I will love you forever~


혜성처럼 등장해 인기를 얻는 중인 팝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사가 의미심장하지.’


얼핏 보면 사랑을 맹세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뮤직비디오를 보면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춤을 멋지게 추는 팝가수. 아무 내용 없이 혼자서 춤만 추는 뮤비인 줄 알았지만, 후반부에 반전이 나온다.


커다란 CD가 등장해 가수 옆에서 빙글빙글 돈다.


이때 등장하는 가사를 번역하면 이렇다.


-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할 거야. 너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나날. 잃은 건 많아도 너를 얻었다는 거 하나로 난 행복해.


등장하는 CD를 음악에 비유했다고 치면 모든 게 맞아떨어진다.


어린 나이부터 가수로 데뷔해 평범한 일상을 잃었지만, 음악을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내용으로 해석이 된다.


‘데뷔가 빠르고 대중 앞에 선다는 직종 특성상, 한창 예민할 사춘기와 청년기를 대중 앞에서 보내게 되지.’


그 와중에 상처를 받지 않도록 최대한 도와주는 게 기획사의 역할이다.


‘옛날에는 도움이고 뭐고 없어서 애들 학교도 안 보내고 행사 뺑뺑이 돌리다가 쓰러지고 난리였다고 하지.’


다행히 지금 시대에는 그나마 나아졌다고 하지만, 데뷔 전에 희망에 차 있던 아이들이 데뷔 후에 불행해하는 일이 너무 흔하다고 한다.


‘적어도 내가 프로듀싱해서 데뷔하는 애들만큼은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


강은성이 헤드폰을 도로 빼서 제자리에 놓으려 했을 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Oh, 저한테 바로 주시면 잘 듣겠사옵니다~”


영어와 사극체가 섞인 정체불명의 말투에 맑고 고운 음색이 합쳐져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그 바람에 얼떨결에 헤드폰을 건네주었다.


“Oh, 감사하옵니다~”


헤드폰을 받아 든 소녀는 커다란 눈 밑 애굣살을 반 접으며 활짝 웃었다.


커다란 푸른 눈에 구불구불한 금발을 가진, 혼혈인 듯한 여학생이었다.


강은성은 순간 떠올렸다.


‘예쁘고 밝네. 아이돌 하면 어울리겠다.’


이런 인재를 놓치면 아쉬울 거라는 생각에, 아직 정식 입사는 안 했지만 일단 던져 보았다.


“아이돌 할 생각이 있으시면, 네버더레스에 지원해 보세요.”


“Oh! 마침 직업을 찾고 있었는데 좋은 소식이옵니다!”


강은성은 예상치 못한 소녀의 반응에 당황했지만, 이제 미끼는 던져 놨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기로 하고 음반 판매점을 떠났다.


***


강은성이 떠난 자리.


“정말 잘생긴 분이었사옵니다. 황홀하옵니다.”


푸른 눈과 금발과 이상한 말투를 가진 소녀는 그가 떠난 자리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이돌에겐 연애가 금지되었다고 했사옵니다. 저는 어차피 금남의 생을 맹세했으니, 지원하면 좋을 것 같사옵니다.”


소녀는 목걸이 로켓을 열고, 달빛이 그려진 그림을 바라보며 경건하게 기도했다.


“부디 합격하게 해 주시옵소서.”


강은성이 캐스팅을 시도한 푸른 눈의 소녀. 그녀의 이름은 다이애나 위버다.


다이애나는 마이너한 마녀 공동체인 위카, 그중에서도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디아나)를 섬기는 무리에 소속되어 있다.


소속되어 있다고 하기에는 명부조차 없는 느슨한 무리에, 마녀라고 하기엔 마법 하나 쓸 수 없긴 했지만.


그저 꽃과 허브와 달빛으로 소원을 빌고, 몸과 마음을 경건하게 유지하는 정도였다.


한마디로, 평범한 바른 생활 공동체다. 평생 남자를 사귀지 않겠다는 맹세를 제외하면 말이다.


“어차피 타로점 봐주는 걸로는 생활비 하기에 무리였는데, 이번 기회에 직업을 가져보겠사옵니다, 여신님!”


다이애나는 여신에게 기도한 뒤,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켜서 네버더레스 엔터테인먼트를 검색했다.


강은성이 발굴한, 걸그룹 역사상 가장 특이한 캐릭터 합류의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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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데뷔조를 지켜라 (3) 24.08.21 71 3 12쪽
5 데뷔조를 지켜라 (2) 24.08.20 76 4 12쪽
4 데뷔조를 지켜라 (1) 24.08.19 87 3 13쪽
» 시계가 명함을 삼킴 24.08.18 11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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