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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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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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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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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바람 (3)

DUMMY

머지않아, 좋은 소식 하나와 나쁜 소식 하나가 있었다.


선유리 팀장이 강은성에게 말했다.


“은성 씨, 좋은 소식부터 들을래, 나쁜 소식부터 들을래?”


“나쁜 소식부터 듣겠습니다.”


“나쁜 소식은, 김피터 씨가 얼마 전에 팀장 달았다는 거. 이제는 1팀에서 들어오는 견제가 심해질 수도 있어.”


“괜찮습니다. 애들이 워낙 출중해서, 저희는 애들만 믿고 가는 거죠.”


“긍정적인 마음가짐이야. 좋은 소식은, 이제 은성 씨 승진했다는 거.”


어느새 정희수가 케이크를 들고 나타나 있었다.


“정사원 된 걸 축하해, 은성 씨.”


“강은성 선배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


연습실의 아이들은 데뷔조 평가를 위해 맹연습을 하고 있었다.


강은성은 아이들에게 물통과 수건을 가져다주며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마음 같아서는 케이크도 나눠 주고 싶었지만, 아이들의 체중 관리를 위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대신 쾌적한 연습을 할 수 있게 심부름을 해 줘야지.’


강은성은 아이들이 쓴 수건을 빨기 위해, 정희수를 데리고 세탁실로 향했다.


새파란 색의 수건 여러 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정희수는 수건의 양을 보고 감탄한 모양이었다.


“수건이 이렇게 많다니, 연습량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데뷔조 평가에 따라서 데뷔를 하느냐 마느냐가 갈릴지도 모르니까, 애들 입장에서는 정말 간절한 거지.”


“인생이 걸린 싸움이군요, 훗.”


“그래. 저 애들에게는 인생이 걸린 싸움처럼 느껴질지도 몰라.”


물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 싸움에서 지더라도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기회가 정말 소중한 기회라는 걸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서 붙잡으려는 것이다.


세탁기에 수건과 세제를 넣고 작동시킨 뒤, 강은성과 정희수는 세탁기 앞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세탁기 속 수건이 빙빙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속이 평화로워지는 기분이었다.


위잉 하는 기계음이 백색 소음을 만들어 내, 의외로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오랜만에 맞는 평화네. 하긴, 입사한 뒤로 너무 바쁘게 달려오긴 했지.’


강은성은 마침 시간도 있겠다, 정희수 육성을 이어서 하기로 했다.


‘지금 진행 상황이···.’


시계에서는 정희수를 육성할 때 침묵의 미덕을 가르치라고 했고, 강은성은 그걸 어떻게 가르칠까 하다가 영화 한 편을 골랐다.


정희수에게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써 오라고 했다.


강은성이 고른 영화의 제목은 <사랑의 파르페>로, 양설희가 아역 배우로 활동하던 당시 촬영한 영화 중 하나였다.


파르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고등학생 여주인공이 화가의 꿈을 품고 가출한 고등학생 재벌 3세와 만나 투닥거리며 사랑을 키워 가는 내용으로, 양설희는 여주인공의 동생으로 출연했다.


양설희가 연기한 여주인공의 동생은 ‘두 명이 서로 좋아하는데 왜 안 사귀냐?’고 대놓고 말했다가, 둘 사이가 어색해지는 계기를 제공한다.


연애 쑥맥인 두 명이 서로 가까워지고 있던 차에 그런 말을 들으니, 왠지 서로 쑥스러워져 버린 것이다.


여주인공의 동생은 결국, 때로는 말로 보채지 말고 천천히 기다려 줘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 두 명과 각각 약속을 잡고 파르페 가게로 불러내서 서로 마주치게 만든다.


‘여성향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서 남자가 보기엔 재미없을 수도 있긴 해. 하지만 설희가 나온 영화니까 보라고 시켰지.’


강은성이 이 영화를 고른 목적은 두 가지였다. 침묵의 미덕에 대해 간접적으로 알려주기와, 데뷔조 멤버 중 하나인 양설희에 대해 알려주기.


돌아가는 세탁기를 멍하니 바라보던 정희수에게 말을 걸었다.


“희수 씨, <사랑의 파르페>, 보셨습니까?”


“넵! 재미있게 봤습니다.”


여성향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니, 정희수의 취향이 궁금해지는 강은성이었다.


‘아니, 오히려 좋을 수도 있어. 여성 팬들이 좋아할 만한 아트워크를 제작하려면 여성향 감성을 아는 게 유리하니까.’


강은성은 좀 더 자세한 감상을 묻기로 했다.


“보고 나니까, 어땠습니까?”


“강은성 선배님이 어째서 이 영화를 보라고 하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래요?”


“네. 제가 그동안 뚝딱거려서 보라고 하신 것이지요?”


“···뚝딱?”


“설희 양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어색한 행동을 가리켜 뚝딱거린다고 한다고들 합니다. 뚝딱! 뚝딱뚝딱!”


양설희가 다이애나에 이어 정희수에게까지 신조어를 전파한 모양이었다.


‘설희 녀석, 인싸는 인싸라니까. 갓 입사한 애한테마저 인싸력을 발휘했나 보네.’


정희수는 양설희에게서 뭘 배웠는지를 말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여자들 보라고 만든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데 어째서 저한테 보라고 하셨나 궁금했습니다. 저 혼자는 답이 안 나와서 출연자인 설희 양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건 잘하셨습니다. 아이들과 친해지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애들 매력이 더 잘 보일 테니까 말입니다.”


어느새, 선유리에게 들었던 말을 부하 직원에게 하게 된 강은성이었다.


‘한 달 만에 벌써 부하 직원이 생길 줄은 몰랐지. 하긴, 입사하자마자 팀장님 빼고 팀원이 전부 퇴사한 게 일반적인 일은 아니니까, 부하 직원이 생기는 방식도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었던 거겠지.’


정희수는 강은성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영화를 보고 설희 양에게 캐릭터 해석을 어떻게 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설희 양은 ‘사랑에는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라는 걸 깨닫는 캐릭터로 해석하고 연기했다고 했습니다.”


사랑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지, 옆에서 억지로 좋아하는 속도를 높여주려다간 부작용이 잘 일어난다는 해석이었다.


그래서 양설희는, 다른 작품에서는 다르게 해석하겠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사랑을 ‘자연스러움’이라고 해석했다는 것이다.


정희수의 설명을 듣던 강은성은 문득, 정희수가 드디어 양설희의 이름을 외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드디어 설희 이름을 제대로 외우셨네요, 정희수 씨.”


“영화를 보고 나니까, 설희 양이 얼마나 뛰어난 연기자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름을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훗.”


강은성은 회귀 전 배우 매니저로 일할 때를 떠올려 보았다.


‘신인 배우가 계약하면, 숙제를 내주곤 했지.’


자신과 이미지가 비슷한 선배 배우를 세 명 정도 골라서 필모그래피를 쭉 따라가 보는 걸 숙제로 내주고는 했다.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골랐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을 경우에는, 다른 선배 배우를 찾아서 필모를 따라가는 숙제를 다시 내주고는 했다.


‘정희수는 배우는 아니지만 영화 일을 잠깐 하다 와서 그런가, 영화에 관심이 많아 보이네. 로코 영화도 졸지 않고 재밌게 봤다는 것 하며, 출연 배우인 설희에게 직접 질문한 거 하며.’


처음에는 애들의 이름을 이상하게 외워 와서 이건 뭐 하는 인간인가 싶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발레 그랑프리 이하루라던가, 영화에 출연한 양설희의 이름은 외운 거라든가 하는 걸 보니,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된 것은 잘 외우는 듯했다.


‘하루가 발레하던 시절에 대해서는 나보다 더 잘 아는 것 같아 보이고. 이번에는 설희의 필모그래피를 쭉 따라가 보는 숙제를 내줘도 괜찮겠는데? 그럼, 설희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될 거야.’


아직 매니저가 없다 보니, 프로듀서인 자신들이 아이들의 멘탈 케어를 해 줘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들과 친해지면, 아이들이 힘들 때 먼저 멘탈을 케어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그러면 아무것도 모른 채로 아이들의 상태를 알아내는 것보다 케어하기가 훨씬 더 쉬워진다.


아무리 연예인이 만들어진 이미지니 뭐니 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그들 또한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연예인을 담당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담당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을 담당할 때, 유대감과 호감도가 영향을 끼치지 않을 리 없다.


‘잠깐, 그래서 회고의 시계가 호감도와 연관도가 일정 이상인 인물만 등록할 수 있게 만든 건가?’


강은성은 잠깐 환상 세계에 들어가서 방금 떠오른 생각을 메모한 뒤, 다시 나와서 정희수에게 새로운 숙제를 내주었다.


“정희수 씨, 새로운 숙제를 내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저의 롤모델이신 강은성 선배님!”


강은성은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호감도가 최상을 찍고 롤모델이니 어쩌니 하는 정희수가 부담스러웠지만, 잘 키워서 써먹으면 좋은 전력이 될 후배였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기로 했다.


“이번에는 설희 필모그래피를 쭉 따라가 볼래요? 급하게 하지 말고, 쉬엄쉬엄 해 보십시오.”


“벌써 하고 있었습니다. 설희 양이 작품 고르는 눈이 있더라고요. 아니, 설희 양 어머니가 고르셨다고 하셨나?”


의외의 발견이었다. 정희수가 스스로 아이들과 친해지려 하고 있었다. 양설희가 아역 배우로 활동하던 시절, 그녀의 엄마가 작품을 골라 주었다는 사실은, 직접 듣지 않으면 모를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직접 듣지 않아도 추측은 할 수 있겠지만, 저렇게 확신에 차서 말한다는 것은, 양설희의 입으로 직접 들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건, 정희수가 양설희와 친해지기 위해 스몰 토크를 시도했을 거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설희랑 많이 친해지셨네요.”


“그렇죠, 핫핫핫!”


강은성은 ‘핫핫핫? 나는 쿨쿨쿨’이라고 드립치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았다.


지금은 드립을 치는 것보다는 정희수의 육성이 우선이었다.


시계가 정희수에게 침묵의 미덕을 가르치라고 한 데는, 어설프게 호탕한 연기를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구는 것을 익숙하게 만들라는 의미 또한 들어있었을 것이다.


“정희수 씨, 제 생각에 핫핫핫이라는 웃음소리는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웃어야 하겠군요, 훗.”


‘그래, 핫핫핫보다는 훗이 나으니까.’


***


아이들이 연습하는 동안, 선유리 팀장과 강은성과 정희수는 사무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선유리 팀장이 전장에 나가는 장수의 표정을 하고 외쳤다.


“우리의 기획력에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 있다!”


강은성과 정희수가 박수를 치자, 선유리 팀장은 왠지 부끄러워졌다.


“흠흠, 그러면 은성 씨가 희수 씨한테 그동안의 진행 상황을 알려 줘.”


강은성이 정희수에게 데뷔조 컨셉을 설명했다.


강은성이 설명을 마치자, 정희수는 강은성을 향해 박수를 첬다.


“오오, 뭔가 있어 보이는 컨셉입니다!”


“애들에게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아무리 아이돌이 환상을 포장해 파는 직업이라고 해도, 그 환상이 실제 자기 자신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보다는 어느 정도 닮아있는 게 훨씬 소화하기 쉬우니까 말이다.


밝은 분위기 속, 약간의 어둠.


드넓은 금빛 밀밭을 달리는, 검은 교복을 입은 소녀 마녀들.


선유리는 강은성에 대해, 남자인데도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걸 잘 캐치한다고 평가했다.


아마 오랫동안 케이팝 걸그룹에 관심을 가져와서, 여성 팬들이 뭘 좋아할지에 대해서도 학습이 된 모양이었다.


“은성 씨, 희수 씨한테 진행 상황 다 알려 줬어?”


선유리 팀장이 강은성을 불렀다.


“네, 방금 끝났습니다.”


“좋아. 이제 세계관 작업 좀 하다가 애들 응원해 주러 가자고. 이제 곧 데뷔조 평가일이니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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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최고의 육성 계획 (1) 24.08.22 62 2 11쪽
6 데뷔조를 지켜라 (3) 24.08.21 71 3 12쪽
5 데뷔조를 지켜라 (2) 24.08.20 76 4 12쪽
4 데뷔조를 지켜라 (1) 24.08.19 87 3 13쪽
3 시계가 명함을 삼킴 24.08.18 117 4 12쪽
2 이번 생은 걸그룹 프로듀서 24.08.17 151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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