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천재 걸그룹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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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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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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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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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조를 지켜라 (3)

DUMMY

“오늘 뉴비들 보컬 평가일이라는데, 거기 가보면 있을걸요?”


유마린의 말에, 강은성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입사하자마자 선유리를 제외한 2팀 사원이 죄다 퇴사 아니면 부서 이동을 해 버리는 바람에, 업무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탓이었다.


“뉴비들 보컬 평가?”


“네, 오빠!”


유마린이 샐쭉 웃으며, 애써 눈을 피하는 강은성의 눈동자를 좇아 기어이 눈을 맞췄다.


흔들리는 강은성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유마린은 몸에 조금 힘을 주고 또렷하게 말했다.


“근데 다이애나는 왜 찾아요? 설마, 데뷔조 충원하려고요?”


“응. 왠지 너희랑 어울릴 만한 애 같거든.”


강은성의 말에 유마린이 새초롬하게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따로따로 봤을 땐 모르는 거죠. 막상 같이 있으면 안 어울릴지도 몰라요.”


“글쎄, 내가 봤을 때는 마린이랑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그건 모르는 거죠!”


“맞아, 그건 모르는 거지.”


강은성의 말에, 유마린은 자신의 말이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마린과 다이애나 위버가 잘 어울릴까? 그건 모르는 거다. 안 어울릴 수도 있지만, 강은성의 말대로 잘 어울릴 수도 있으니까.


“피. 그래도, 과연 뉴비가 월말 평가를 통과할 수 있을까요? 잘리지만 않으면 다행이죠.”


“그래, 나도 그게 걱정이다.”


***


데뷔조 아이들이 연습을 하는 동안, 강은성은 유마린의 표현으로는 뉴비, 정식 표현으로는 신규 연습생들의 보컬 평가를 참관하러 갔다.


‘전체 연습생들이 참가하는 월말 평가와는 별개의 평가라고 했지. 가장 큰 연습실이라고 했으니까, 여기겠네.’


그러나, 들어가는 것부터 난관이 있었다.


“아, 2팀은 안 된다니까요! 1팀만 참관 승인이 났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1팀은 보이그룹 담당인데, 여자애들 평가는 저희 2팀도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강은성이 강하게 밀어붙이자, 강은성을 막고 있던 직원이 마지못해 강은성을 출입하게 해주었다.


“들여보내 드릴게요. 제가 들어가게 했다고 하지 마시고, 그냥 들어갔다고 해주세요. 저랑 같은 인턴이신 것 같아서 도와드리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꼭 숨겨 주세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인턴 직원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인턴으로 보이는 강은성이 곤란을 겪는 것 같아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걸그룹을 담당하는 2팀이 걸그룹 연습생의 평가를 참관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그 또한 생각하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연습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장 먼저 느껴진 건 뜨거운 열기였다.


가로 벽면을 가득 채운 거울과 스트레칭용 발레 바, 땅콩볼, 폼롤러.


그곳에서 몸을 풀고 있는 신규 연습생들. 그런데, 네버더레스에서 보이그룹에 집중한다는 게 그새 소문이 났는지, 성비는 남자 9대 여자 1 정도였다.


강은성은 여자 연습생들 위주로 살펴보았다.


‘와, 신규 연습생이라는데 신규답지 않네. 다들 노련해 보이는데? 이 사이에서 다이애나는 괜찮으려나?’


주위를 둘러보며 살펴보니, 은은한 금발과 푸른 눈동자가 강은성의 눈에 확 띄었다.


‘역시 다이애나. 시선을 사로잡네. 꼭 색깔 때문이 아니라, 사람 자체에 분위기가 있어.’


강은성은 문득, 자신이 왜 이렇게 음반 매장에서 잠깐 봤던 소녀에게 이렇게 신경을 쓰는지 이해되는 기분이었다.


‘예쁜 사람은 많아도, 분위기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지.’


하지만 분위기가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데뷔조에 넣는다면, 당장 유마린부터가 반발할 것이다.


시선이 가는 건 시선이 가는 거고, 선유리 팀장 말대로 네 명이서도 실력적으로는 완성형이다.


물론 강은성의 감각으로는 다이애나를 넣으면 데뷔조가 훨씬 맛깔나질 거라는 예상이 들었지만, 다이애나는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였다.


‘일단 복잡한 생각은 하지 말고, 다이애나에게 집중해 보자.’


신입 연습생들의 몸풀기가 끝난 뒤, 댄스 레슨이 시작되었다. 아마 보컬 평가를 하는 김에 댄스도 평가하기로 계획을 바꾼 모양이었다.


“시범 보여 준 다음에 따라 하는 방식으로 갈 거야, 얘들아.”


댄스 강사의 말에 강은성이 당황했다.


‘이런, 댄스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아직 모르는데.’


분위기를 보니, 단체로 레슨 받는 걸 보면서 평가하는 방식인 듯했다.


강은성은 팀별로 준비된 댄스 작품이 아닌, 수업을 받는 것 그 자체로는 어떻게 평가를 하는 건지 난감해졌다.


‘발레 콩쿠르에서 이런 방식의 평가도 한다고 듣긴 했지만. 이거 참, 나에게 적대적인 1팀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


강은성은 항상 들고 다니는 회고의 시계를 만지작거렸다.


‘이 녀석을 믿는 수밖에 없나.’


하지만 지금은 회고의 시계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강은성은 1팀 직원들이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다들 A4용지 한 장씩을 들고, 연습생들의 평가를 적고 있었다.


‘어떻게 하는지 좀 볼까··· 응?’


아까 강은성을 못 들어오게 하려다 들어오게 해준 직원이었다.


그는 A4용지에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단지, 연습생 평가가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는 게 특징이었다.


‘···저게 뭐지? 시간 때우기? 일하는 척하기?’


강은성은 당황스러웠지만, 한 가지 힌트는 얻을 수 있었다.


‘어쩌면 1팀도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닐 수도 있겠군.’


사실 제대로 돌아가는 팀이었다면 다른 팀을 훼방 놓을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그 직원을 제외하고, 다른 직원들의 A4용지 내용은 안 보였기 때문에, 강은성은 그냥 연습생 아이들의 춤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이애나가 금발 벽안인 것 때문도 있지만, 사람 자체가 눈에 띄어.’


놀랍게도 다이애나는 춤을 꽤 느낌 있게 췄다.


‘데뷔조 아이들에 비해서는 부족하겠지만, 여기 애들 사이에서는 안 꿀리네.’


다이애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손끝에서부터 무언가를 표현하며 댄스 강사가 가르치는 춤을 카피하고 있었다.


‘무희.’


강은성의 마음속에 떠오른 표현이었다.


마치 무녀가 신을 위해 추고 있는 것 같은 묘한 감성이 느껴졌다.


‘무용원 선배들 졸업 작품 중에 저런 느낌의 춤이 있었지.’


강은성은 미술원 출신이었지만, 같은 예술대의 다른 과 사람들의 공연을 종종 보곤 했다. 그중에서 무녀를 주제로 한 춤 작품이 있었는데, 지금 다이애나가 추는 춤과 느낌이 비슷했다.


‘어쩌면, 다이애나는 신실한 종교인일지도 모르지.’


강은성의 생각대로 다이애나가 종교적으로 춤을 추고 있던 것은 맞았지만, 그 대상이 아르테미스 여신에 다이애나가 자칭 마녀라는 것은 몰랐다.


그렇게 춤 레슨이 끝난 뒤, 드디어 보컬 평가가 시작되었다.


남자 연습생들의 평가가 먼저 시작되었고, 그들의 평가가 끝나자 1팀 직원들이 우르르 나갔다.


평가를 하는 척 그림을 그리던 직원도 후련한 표정으로 쪼르르 나갔다.


‘진짜 힘들었나 보네. 하긴, 아무것도 안 알려주고 다짜고짜 일하라고 하면 멘붕 오긴 하지.’


새삼 지금 회사가 얼마나 개판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느낌이 오는 듯했다.


1팀 직원이 모두 떠나고 2팀인 강은성만 남자, 남아 있던 모든 여자 연습생들의 시선이 강은성에게 쏠렸다.


간절한 눈빛의 어린애들을 보니,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음, 파이팅?”


그러자, 연습생들이 꺄아 하고 비명을 지르며 좋아했다.


‘대체 왜?’


여기에 와 있던 신입 연습생 중 대부분은, 다른 기획사 연습생으로 있다가 온 중고 신입이었다.


그들 중에는 연애 금지 규정을 어겨 퇴출당한 연습생도, 남녀 분리 정책 때문에 남자를 구경도 못 하던 연습생도 있었다. 그런 그들이었기 때문에, 잘생긴 남자인 강은성이 응원해 주니 들떠서 자신들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 것이다.


그러나,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금남의 생을 맹세한 다이애나만은 들뜨지 않고 평온했다.


‘역시 분위기가 있다니까.’


강은성이 감탄하는 동안, 보컬 강사가 힘차게 소리쳤다.


“자, 자, 조용히 하고! 먼저 평가받을 연습생부터 나와 봐!”


보컬 강사가 소녀들 사이의 소란을 진정시키는 동안, 다이애나가 당당하게 걸어 나섰다.


“와, 예쁘네. 이름이 뭐야?”


“다이애나 위버라 하옵니다!”


“흐업? 뭐, 뭐라고?”


“다.이.애.나. 위.버. 이옵니다!”


사실 보컬 강사는 다이애나의 이상한 말투 때문에 당황한 것이지만, 다이애나는 자신의 발음을 못 알아들었다고 착각해서 다시 또박또박 말해주었다.


“어, 그, 말투는 다음에 고치면 되니까. 일단 노래부터 들어 보자. 준비된 MR 있어?”


“여기 있사옵니다!”


다이애나는 USB를 넘기고 목걸이 로켓을 꼭 쥐며 기도했다.


‘부디, 오늘도 여신님을 기릴 수 있는 힘을!’


그렇게 다이애나는 노래를 시작했다.


“Amazing grace, how sweet the sound···.”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에, 연습실 전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종교인인가?”


“만화에 나오는 수녀 캐릭터 같아.”


그렇게 다이애나의 노래가 끝나자, 연습생들은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와, 음색 진짜 천사 같다.’


강은성 또한 속으로 감탄했다.


그러나, 보컬 강사는 굳은 표정으로 평가지에 뭔가를 휘갈겨 썼다.


“다이애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연습생 해 본다고? 다른 회사에 있었다는 기록이 없네.”


“그렇사옵니다!”


“역시. 기본기가 부족한 티가 나더라. 지금 너는, 음색 원툴이야.”


“원툴이 무엇이옵니까?”


“음색 하나로 다른 단점을 몽땅 버무리고 있다는 뜻이지. 너, 레슨 시간표 좀 줘 봐.”


보컬 강사는 다이애나의 레슨 시간표에서 레벨 2 이상의 수업에 몽땅 엑스 표를 쳤다.


“엑스 친 거 다 기본 수업으로 바꿔 달라고 해. 오늘부터 너는 무조건 기본기 연습이다. 알겠지?”


“네! 말씀 받들겠사옵니다!”


“어, 그, 이왕이면 말투도 좀 고치고. 알겠지?”


“알겠사옵니다!”


그렇게 다이애나의 평가는 끝나고, 다른 여자 연습생들의 평가가 이어졌다.


‘평이하네.’


실력은 괜찮았지만, 데뷔조 아이들보다는 부족했다. 다이애나 말고는 데뷔조에 어울릴 만한 아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신규 여자 연습생이 적어서인지, 평가는 금방 끝났다.


‘자, 이제 뭘 해야 하나?’


[설정한 목표 ‘걸그룹 프로듀서’로서 연습생을 육성하는 데 있어 두 가지 갈림길이 나타났습니다.]


때마침 시기적절하게 알림을 울려 주는 회고의 시계였다.


[인물 ‘유마린’의 타임라인에서 두 가지의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데뷔조 후보 ‘다이애나’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정보이므로 무료로 풀어 드립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쪽팔린 행동을 시키지 않는 시계였다.


[첫 번째 사례입니다. 연습생 A는 음색이 뛰어났지만, 타고난 성량이 약했습니다. 오랫동안 기본기를 갈고 닦은 끝에 결국 보이그룹 메인보컬로 데뷔합니다.]


[두 번째 사례입니다. 연습생 B 또한 음색이 뛰어났지만 타고난 성량이 약했습니다. 하지만 데뷔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장점을 극대화하여 걸그룹 서브보컬이자 리드댄서로 데뷔합니다.]


강은성은 시계가 읊어 준 두 가지의 사례를 듣고,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 지 감이 왔다.


연습실을 나가 총총걸음으로 걸어가는 다이애나를 붙잡았다.


“잠깐만, 다이애나 양.”


“와우! 저에게 좋은 회사를 소개해 준 은인이시네요!”


“먼저 연습생 계약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잠깐 그 시간표 좀 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옵니다!”


다이애나가 시간표를 내밀었다.


[설정한 목표 ‘걸그룹 프로듀서’로서 연습생을 육성할 때의 중요한 분기점이 나타났습니다.]


[해당 연습생 ‘다이애나’ 앞에서 뜀뛰기를 하며 걸그룹 노래를 부르며 회귀자 님의 폐활량을 자랑해 보세요.]


[그럼 ‘다이애나’ 육성 커리큘럼에 도움이 될 정보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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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번 생은 걸그룹 프로듀서 24.08.17 151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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