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천재 걸그룹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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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맛
작품등록일 :
2024.08.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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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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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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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의 손, 혹은 마이너스의 손 (2)

DUMMY

회귀 전 담당 배우 중 하나였던 한성준.


그는 지금, 최근 성공 사례가 가물에 콩 나듯만 성공 사례가 있는 것을 도전하는 연습생이다.


‘남자 솔로 댄스 가수라니, 차라리 발라드나 트로트면 모를까.’


강은성은 한성준이 연기로 진로를 틀면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답답했지만, 한성준의 꿈이 노래하면서 춤추는 거라는 걸 들었기 때문에 함부로 오지랖을 부리지 못하고 있었다.


“성준 씨, 오셨습니까.”


한성준이 회사 건물 옥상으로 올라와서 강은성을 향해 90도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강은성 프로듀서님.”


“이리 와 앉으십시오.”


강은성은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었다.


그걸 본 한성준은 약간 당황한 듯했다.


“돗자리 위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담당하는 데뷔조 애들에게 선물 받은 것입니다.”


강은성은 한사코 안 받으려 했지만, 아이들이 이걸 받지 않으면 연습을 안 하겠다고 우겨서 받은 것이다.


“선물이라니, 아이들의 마음씨가 참 예쁘네요.”


“연예계에 보기 드문 착한 아이들입니다. 성준 씨 또한 그렇습니다.”


갑작스러운 강은성의 말에, 한성준이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저를 이렇게 좋게 봐주시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강은성은 속으로, 회귀 전에 많이 봐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물론, 한성준을 불러낸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성준 씨, 꼭 솔로 댄스 가수가 아니더라도,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잡고 싶으십니까?”


“꼭 잡고 싶습니다!”


한성준이 눈이 반짝반짝해졌다.


‘꿈꾸는 청년의 눈은 아름답구나.’


강은성은 곧, 자기 자신도 꿈꾸는 청년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꿈을 꾸면서 동시에 그걸 이뤄가는 중인 청년이지. 원래 잘생겨서 남들 눈부시게 하고 다녔는데, 이러다 남들 다 눈 못 뜨게 생겼네. 하하하.’


그렇게 속으로 농담을 하고 나니까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편안한 마음으로 한성준을 바라보니, 이제는 전처럼 씁쓸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담당 매니저님한테, 송민준 감독님 영화 들어가고 싶다고 말해볼래요? 소스는 나한테서 받았다고 꼭 전해주고요.”


송민준 감독이라는 말을 듣자, 한성준의 눈이 휘둥그레 커다래졌다.


“송민준 감독님의 영화! 설마, 차기작으로 뮤지컬 영화를 하시는 것입니까? 그래서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까?”


“역시 성준 씨는 눈치가 빠르군요. 송민준 감독님이 뮤지컬 영화 감독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 소문이 많이 돌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저도 방금 알았거든요.”


강은성의 말을 들은 한성준이 눈치 좋게 말했다.


“기회를 빨리 잡아야 한다는 프로듀서님의 깊은 뜻,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그러고는 꾸벅, 강은성에게 인사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요. 다녀오세요.”


그렇게 한성준이 떠난 뒤, 강은성은 잠깐 환상 세계를 열었다.


드넓은 밀밭에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언제 와도 참 마음 편해지는 곳이라니까.’


그렇게 한숨 돌린 뒤 환상 세계를 닫고, 돗자리에 드러누웠다.


‘오늘은 환상 세계에 굳이 안 가도 될 만큼 날씨가 좋네.’


선물 받은 돗자리에 누우니, 왠지 모르게 행복해졌다.


‘안 받으려고 했는데, 써 보니까 의외로 괜찮네.’


핑크에 하트가 잔뜩 그려진, 남자가 쓰기 부끄러운 돗자리라서 한사코 거절하려 했지만, 막상 써 보니까 받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 녀석들. 날 놀리려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솔직히 이거 너무 좋은데? 이거 진짜 질도 좋고,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쁘긴 하다.’


소녀 감성이라는 치명적인 단점만 뺀다면, 예쁘고 질 좋은 돗자리였다.


그렇게 돗자리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한성준이 돌아와서 90도로 인사하고, 매니저의 말을 전한 뒤 떠났다.


“강은성 프로듀서님, 매니저님께서 연락드리신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강은성의 의도대로 된 모양이었다.


‘소스가 나한테서 나왔다고 하니까, 당연히 그쪽으로 나를 보내겠지. 이거 잘하면 아이나 E&M으로 외근 갈 수 있겠는데? 그럼, 시계에서 거기 타임라인도 열릴 거고, 나한테 들어오는 정보도 많아지겠지?’


행복에 빠진 강은성을, 전화벨 소리가 방해했다.


“1센터 2팀 대리 강은성 프로듀서 전화 받았습니다.”


- 제가 누구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익명 제보를 하려고 해요!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비밀은 확실히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 인원 충원되는 사람 중 스파이가 하나 있을 거예요! 더는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조심하세요!


그러고는 전화가 끊어졌다.


‘인원이 충원되는 건 잘된 일이지만, 스파이가 낑겨서 오히려 망쳐 놓으면 최악이야.’


강은성은 비밀 보장을 위해, 선유리 팀장에게 건넬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번에는 시계가 추천하는 팀장님 육성법 때문에 썼고, 오늘은 스파이에 대해 경고를 받았다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쓰는 것이다.


‘왠지 선유리 팀장님하고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소통하게 되네.’


골동품인 회고의 시계와 어울리는 아날로그적인 소통 방식이 왠지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편지를 써서 곱게 접고 편지 봉투에 넣은 뒤, 다시 사무실로 복귀했다.


***


선유리 팀장이 수면실에서 복귀하자, 강은성이 편지 한 장을 내밀었다.


강은성의 진지한 눈빛 덕분에, 선유리 팀장은 이번 편지도 중요한 내용이라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은성 씨. 이거 중요한 내용이지. 지금 읽어볼까, 화장실 가서 몰래 꺼낼까?”


“화장실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진짜 중요한 내용인가 보네. 그럼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은성 씨랑 희수 씨는 좀 더 쉬고 있어.”


그렇게 선유리 팀장이 화장실로 떠나자, 정희수가 강은성의 옆으로 왔다.


“저도 궁금합니다, 훗.”


“쓰읍! 알면 다쳐요.”


“흐어억, 알면 안 되는 내용인가 봅니다.”


“선유리 팀장님의 판단에 맡길 겁니다. 정희수 씨에게 공유할지 말지는.”


“너무 궁금하니까 공유해 주셨으면···. 아니지, 위험하다니까 공유 안 해 주셨으면···.”


갈대같이 흔들리는 정희수의 마음을 뒤로 한 채, 강은성은 한성준의 매니저가 건 전화를 받았다.


“1센터 2팀 대리 강은성 프로듀서 전화 받았습니다. ··· 네. ··· 네, 그렇습니다. ···네.”


전화를 끊은 뒤, 강은성은 기지개를 쪽 폈다.


“정희수 씨, 팀장님 돌아오면 저 외근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정희수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저랑··· 팀장님이랑··· 단둘이서만··· 남는 것이겠네요···.”


“곧 인원 충원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힘을 내세요.”


“그게 아니라··· 팀장님이··· 무서워서···.”


강은성은 정희수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항상 친절해서 강은성이 따로 부탁하기 전까지 계속 존댓말을 할 정도였는데, 대체 어디가 무섭다는 말인가?


“선유리 팀장님만큼 친절하고 상냥한 상사는 찾아볼 수 없을 텐데요?”


“그건 강은성 대리님이 능력자셔서 그렇습니다! 저한테는··· 얼음이 풀풀···.”


아마도, 강은성이 없을 때는 선유리 팀장이 정희수를 갈구는 모양이었다.


“하하하, 팀장님 밑에서 배우다 보면 얻는 게 많을 거니까 잘 버텨 보세요.”


“저의 롤모델이신 강은성 대리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훗. 잘 배워 보겠습니다.”


정희수를 성장시킬 때, 업무적인 능력은 선유리 팀장에게 맡겨도 될 것 같았다.


‘나는 침묵의 미덕 알려주는 거랑 설희 영화 보는 숙제나 계속 내 줘야지.’


***


선유리 팀장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왔다.


그런 선유리 팀장을 강은성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은성 씨는 걱정하지 마. 내가 잘 가려내 볼게.”


팀장답게 부하 직원을 지켜주려는 선유리 팀장이었다.


“저도 최대한 돕겠습니다.”


“은성 씨는 사내 정치에 신경 쓰지 말고, 지금처럼 애들한테만 집중해 줘.”


“오늘은 그게 힘들 것 같아서, 잠시 정희수 씨에게 맡기려고 합니다.”


“무슨 일인데?”


강은성이 아이나 E&M으로 외근을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했고, 잘하면 설희가 출연할 건덕지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정보는 메모장에 적어서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보내줘야지. 외근 잘 다녀 와. 애들 걱정은 하지 말고.”


“다녀오십시오, 강은성 대리님!”


그렇게 강은성은 선유리 팀장과 정희수의 배웅을 받으며 외근을 가기 위해 출발했다.


강은성의 외근 길에는 한성준이 합류했다.


“저를 잊지 않고 계시다가 이런 좋은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성준은 감동을 받아서 눈물을 글썽였다.


강은성은 한성준이 지나치게 감격해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한성준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성준이 녀석, 노래와 춤을 보여줄 기회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격스러울지는 알 것 같아. 나도 회귀해서 프로듀서라는 꿈을 이룰 때 그랬으니까.’


물론 강은성에게는 꿈을 이룰 기회뿐만이 아니라, 잘못된 선택으로 불행해진 유마린을 이번에는 행복하게 만들 기회 또한 얻었다.


‘회귀해서 좋은 점이 그거지. 지난 생에서 불행했던 주변 인물의 불행을 이번에는 미리 막아줄 수 있다는 것.’


회귀해서 좋은 점은 그것뿐만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정보량이 엄청나게 많다는 점도 있었다.


‘나비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연예계에서 일어날 굵직한 일들을 기억하고 있지. 앞으로 5년간뿐이긴 하지만.’


5년이라고 할지라도, 연예계는 트렌드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다른 업계의 5년과는 속도가 다르게 느껴진다. 아주 긴 시간으로 느껴진다는 뜻이다.


‘그럼, 이제 성준이를 데리고 가 볼까? 성준이 들이밀면서 설희 꽂아 넣을 배역 있나 훑어보고, 감독의 실연도 막아 보자.’


대체 실연을 어떻게 당하길래 여자가 무섭다며 시나리오에서 여자 캐릭터를 싹 갈아버릴 정도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강은성은 얼굴도 잘생겼고 매너도 좋고 깔끔하고 여자의 마음도 잘 알아줬기 때문에 실연을 당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은성이 여자친구가 없는 이유는 단 하나, 일이 바빠서였다. 굳이 하나 더 추가하자면 지금은 딱히 마음속에 여자친구를 들여놓을 자리가 없다는 것 정도다.


‘일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연애는 무슨 연애야. 과로사할 일 있나.’


그렇게 강은성은 한성준을 데리고 아이나 E&M에 도착했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직원이 그들을 오디션장으로 안내하려고 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패턴이네.’


어째 연예기획사에 올 때마다 연예인 지망생이라고 착각 당하는 것 같지만, 미남의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겼다.


“하하하, 아닙니다. 저는 네버더레스에서 걸그룹 데뷔조를 맡고 있는 강은성 프로듀서라고 하고요, 이쪽은 남자 솔로 준비 중인 한성준 연습생입니다.”


“헉, 죄송합니다! 무슨 일로 방문하셨나요?”


“송민준 감독님과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


송민준 감독이라는 말을 듣자, 직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쩌죠? 감독님께서 갑자기 나가셔서 돌아오지 않고 계세요.”


그 순간, 강은성은 생각했다.


‘실연당하는 게 오늘이었나 본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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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최고의 육성 계획 (1) 24.08.22 6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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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데뷔조를 지켜라 (2) 24.08.20 7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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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계가 명함을 삼킴 24.08.18 117 4 12쪽
2 이번 생은 걸그룹 프로듀서 24.08.17 150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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