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천재 걸그룹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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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맛
작품등록일 :
2024.08.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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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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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빛을 바라보며 살기 위해 (3)

DUMMY

“은성 씨, 그래서, 이 녹음본 어떻게 할 생각이야?”


“제가 결정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은성 씨가 발로 뛰면서 얻은 거니까, 은성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강은성은 이 녹음본을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두 가지가 있겠네. 풀어서 김피터를 곤경에 빠트리기, 아니면 김피터한테 이거 푼다고 하면서 원하는 것 얻어내기.’


그리고 강은성은, 이걸 풀었을 때 김피터가 얼마만큼 곤경에 빠질 것인지 예상해 보았다.


‘최소한 회장님을 실망하게 만들 수는 있을 거야. 하지만···’


김피터가 회장에게 들키면 죽는다고 엄살을 부리긴 했지만,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무능력자를 회사에 꽂아 넣지는 않았을 테니까.’


자신의 본업에 진심인 회장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무능력한 아들을 입사시킨 걸 봐서, 회장은 김피터를 엄청나게 사랑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럼, 김피터한데 이거 푼다고 하면서 원하는 걸 얻어내는 방향이 나으려나?’


지금 필요한 건 인원 충원 정도인데, 이제 데뷔조 평가도 통과했으니 곧 충원될 것이다. 조금 늦더라도 데뷔 날짜까지 확정된다면 충원될 것이고.


‘일단은 아껴두도록 할까.’


강은성은 고민 끝에, 선유리에게 대답을 전했다.


“지금은 저희 팀의 비밀 무기로 남겨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선택이야. 지금은 김피터의 발언권이 너무 강해서 들이받기에 좋지 못한 시점이거든.”


팀장이어서 강은성보다 타 부서와 접점이 많은 선유리 팀장이 강은성의 신중함을 칭찬했다.


“···! 그렇다면 제가 들이받자고 했다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아니야, 들이받으면 들이받는 거지 뭐.”


선유리는 고개를 치켜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걸 기억해야 돼. 우리는 미래를 예상할 수 있지만, 그 미래가 특히 자주 바뀌는 업계에 있다는 걸 말이야.”


선유리는 마치 빛을 담은 듯 반짝이는 눈으로 강은성을 바라보았다.


“은성 씨는 감각도 있고, 통찰력도 있어. 정원이의 노예 계약을 풀어 준 것, 누군가가 정원이를 빼내려고 시도한다는 걸 예상한 것, 모두 은성 씨가 이뤄낸 일이야. 그러니까, 확률적으로 낮은 선택을 하더라도, 나는 은성 씨의 선택을 절대적으로 지지해 줄 거야.”


강은성은 감동을 받았다.


“저를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당연한 일이지. 누가 선택한 사람인데, 호호호.”


강은성을 선택한 선유리 자신의 안목을 자화자찬하는 그녀였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조금 얄미웠을지도 모르겠지만, 선유리 팀장이 그러니까 납득이 갔다.


‘회귀 전에도, 시계 찬스가 없이도 묵묵히 성과를 내는 사람이니까.’


게다가, 만일 강은성이 김피터에게 반기를 드는 선택을 했더라도 지지해 줬을 거라는 그녀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아무리 잘나도 안 맞는 상사를 만나면 말짱 도루묵인데, 내가 이만큼 할 수 있던 것도 팀장님이 이끌어 주고 보호해 주신 덕분이지.’


심지어 처음에 2팀이 박살 나기 직전에는, 강은성의 미래를 위한다며 다른 부서로 보내주려고까지 했던 그녀였다.


당연히 강은성의 선택은 ‘부서를 옮기지 않는다’였고, 선유리 팀장은 그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곧 정원이에게 접근할 다른 회사 프로듀서 일인가.’


강은성은 선유리 팀장에게 어떻게 해야 정원을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선유리 팀장의 조언은 간단명료했다.


“내비둬, 내비둬~.”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씀이십니까?”


“응응, 그래그래~ 뭐가 걱정이야? 은성 씨가 정원이한테 한 말이 있는데.”


“하지만, 저쪽에서는 정원이가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들고 올 겁니다.”


“넘어가면 뼈아프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거야. 그게 걔의 그릇이라는 거겠지. 걸그룹은 개인이 아닌 팀인 만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해. 그 정도 신뢰도 지키지 못할 아이라면, 아깝지만 같이 일하지 않는 게 나을 거야.”


강은성은 여전히 걱정되었지만, 이번에는 회귀 전과 달리 정원이 노예 계약도 해지했고 2팀 사무실도 바쁘긴 하지만 일단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적어도 정원이 코너에 몰린 채 절박하게 선택해야 하는 분위기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유리 팀장의 말대로 정원을 믿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


정원은 연습 도중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자, 멤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저, 전화 받았습니다!”


아직 소심한 성격의 정원이었기 때문에, 목소리가 아주 작았다. 그 바람에, 통화 상대방은 정원의 목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했다.


- 뭐라고요? 하나도 안 들려요!


“어, 저, 그게, 죄송합니다···!


정원은 당황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전화가 끊겨버렸다는 걸 알고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휴대폰을 바라보는 사람.


그녀의 이름은 구연화. 대형 기획사 이사 출신이 독립해 차린 신생 기획사 칼리 앤 로투스의 프로듀서였다.


구연화는 전화로 정원에게 스카웃 조건을 전하는 게 실패하자마자 바로 짐을 꾸렸다.


“안 되겠어. 애가 경계심이 많은가 봐. 직접 가서 꼬셔야지.”


그렇게, 반항적인 힙스터 같은 옷차림을 한 프로듀서 구연화가 네버더레스로 출발했다.


***


구연화가 네버더레스 건물로 들어오자, 소수지만 그녀의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이 있었다.


단 세 명뿐인 팀의 팀장을 맡는 바람에 바쁘게 이곳저곳을 다니던 선유리 팀장이 그중 한 명이었다.


“어, 구연화?”


선유리 팀장의 목소리를 듣고, 구연화가 반갑게 웃었다.


“유리 누님, 나 왔어!”


구연화의 성별은 여성이지만,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연상의 여성을 누님이라고 부르는 버릇이 있었다.


안 그래도 옷차림이 중성적으로 톡톡 튀는 스타일인 데다 머리까지 삐죽삐죽하고 짧아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구연화를 남자라고 착각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학생, 오디션 보러 오셨나요? 남자 아이돌 지망생이세요?”


구연화를 남자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그녀를 남중생이라고 착각한다는 점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아, 이 아죠시야. 난 남중딩이 아니라고요!”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여자 오디션 장소는 저쪽···.”


“전 잼민이가 아니에요. 어엿한! 성인! 프로듀서! 로투스! 그게 바로 나의 이름이죠.”


구연화는 자신의 이름 연화가 뜻하는 꽃인 연꽃을 따서, 로투스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었다.


“아, 로투스 비스킷 말이군요. 커피에 곁들이면 맛있지요.”


“그거 아니고! 연꽃 로투스! 기억해 주십쇼!”


자신의 이름을 몰라 주는 직원에게 땍땍대는 구연화를 선유리 팀장이 말렸다.


“연화야, 그만하고 이리 와라.”


“그래, 누님! 아, 이게 아니지. 미안하지만 누님은 곧 날 원망하게 될 거야. 하지만 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어. 연예계는 냉혹하고 비정하니까! 하하하하!”


“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소란 피우지 말고.”


“누님은 나를 너무 애 취급해. 소란 피우는 애를 달래는 엄마의 바이브가 느껴진다야.”


“에휴, 저걸 진짜. 그래서, 우리 회사는 왜 온 건데?”


“그걸 말할 수는 없지. 근데 여기 걸그룹 데뷔조 애들은 어디서 연습하남?”


그 순간, 선유리 팀장의 날카로운 감각이 번득였다.


“연화 너 이 녀석. 우리 애 빼가려고 왔구나!”


그렇게 구연화는 선유리 팀장에 의해 쫓겨났다.


“지금은 이대로 물러나지만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누님!”


네버더레스 건물 앞에서, 구연화는 다시 한번 정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까 애가 뭐라는지 하나도 안 들렸으니까, 이번에는 스피커폰 최대음량으로 해야겠군.”


그렇게 최대음량으로 바꾸고 전화하자, 이번에는 정원의 목소리가 잘 들렸다.


- 아, 안녕하세요! 저, 전화 받았습니다!


“아하하. 정원 양! 칼리 앤 로투스의 프로듀서 로투스입니다.”


- 네, 네에!


“저희가 찾던 인재상에 딱 맞는 게 정원 양인데,”


- 잠깐만요! 죄송하지만 스카웃 제의는 듣지 않겠습니다!


강은성이 말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자 깜짝 놀란 정원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직 조건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구연화는 정원에게 다시 연락하는 걸 시도했지만, 정원은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네버더레스 건물에 침입(?)하려 했지만, 선유리 팀장이 이미 경비원에게 부탁해 구연화가 들어오면 쫓아내 버리라고 한 뒤였다.


“···김피터 이 새끼는 제대로 하는 일이 없어. 약점이 있으면 뭐 하냐고,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데. 아오오!”


결국 정원을 포기하고 다른 비주얼을 찾으러 떠난 구연화였다.


강은성은 선유리 팀장에게서 이 사건에 대해 전해 듣고 배를 잡고 웃었다.


***


‘역시 정원이가 회귀 전에 했던 그 선택은 코너에 몰린 상태에서 해 버렸기 때문에, 정원이의 신념대로 선택하지 못했던 거구나.’


만약, 엄청나게 가난하고 아름다운 여성에게 어느 날 갑자기 부자와 결혼하면 가족을 호강시켜주겠다고 제안한다면, 그 제안에 마음이 심하게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할 여유가 있다면, 이런 수상한 제안은 고사할 확률이 높았다.


‘정원이도 그런 상태였던 거지. 불안하고 미래가 깜깜하고 앞길이 막막한 상황. 가난하고 아름답고 어린 여자애들이 자주 처하는 상황이네.’


다행히 강은성이 회귀한 뒤에는 정원의 마음을 혼란에 빠트렸던 노예 계약과 불안한 데뷔조 상황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신념에 따른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회귀 전에는 2팀 사무실에 선유리 팀장님밖에 없었을 테고, 다이애나도 안 들어왔을 테고,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는 환상 세계도 없었을 테고, 미래를 아는 나의 경고도 못 들었을 테니까.’


무사히 잘 끝나서 다행이었다.


그때, 시계가 알림을 울렸다.


[목표 ‘걸그룹 프로듀서’에 관련된 주요 인물 ‘정원’을 빼앗길 뻔한 음모를 막아냈습니다. 비활성 상태였던 ‘칼리 앤 로투스’ 연예기획사 타임라인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칼리 앤 로투스’와 관련된 인물이 근처에 있습니다. 명함을 교환할 시, ‘칼리 앤 로투스’ 하위 타임라인으로 해당 인물의 타임라인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을 만나러 가 볼까? 아직 근처에 있다니까.’


그렇게 강은성은 정원을 빼내려 한 프로듀서 구연화, ‘로투스’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난생처음은 아니고, 회귀 뒤에 처음으로 만난 거였다.


‘뭐야, 로투스였어? 본명인 구연화로만 이야기를 들어서 그 사람이 이 사람일 줄 몰랐네.’


강은성은 회귀 전에도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엄청나게 유능한 보이그룹 프로듀서였지. 그녀의 천방지축 장난꾸러기 소년과 같은 페르소나를 보이그룹 컨셉으로 삼았더니 아주 대성공을 했다는 인터뷰도 봤는데.’


강은성은 의아해졌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지금 걸그룹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 사람, 걸그룹은 손대는 족족 망했는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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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밝은 빛을 바라보며 살기 위해 (2) 24.09.05 24 2 11쪽
20 밝은 빛을 바라보며 살기 위해 (1) 24.09.04 2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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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가랏, 프롤레타리아 (1) 24.09.02 2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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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세계 확장 (1) 24.08.31 3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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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새로운 바람 (1) 24.08.28 4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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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최고의 육성 계획 (3) 24.08.24 5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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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최고의 육성 계획 (1) 24.08.22 62 2 11쪽
6 데뷔조를 지켜라 (3) 24.08.21 71 3 12쪽
5 데뷔조를 지켜라 (2) 24.08.20 76 4 12쪽
4 데뷔조를 지켜라 (1) 24.08.19 87 3 13쪽
3 시계가 명함을 삼킴 24.08.18 117 4 12쪽
2 이번 생은 걸그룹 프로듀서 24.08.17 151 5 14쪽
1 배우 매니저, 회귀하다 +1 24.08.16 22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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