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천재 걸그룹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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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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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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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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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조를 지켜라 (2)

DUMMY

“우리 팀 직원들, 싹 다 부서 이동 아니면 퇴사했어요. 지금이라도 다른 팀 가고 싶으면 안 잡을게요, 은성 씨.”


어쩐지 팔에 솜털이 잔뜩 곤두서 있더라니, 불길한 예감이 맞았다.


‘그럼, 지금 남은 사람이 나랑 선유리 팀장님밖에 없다는 거네.’


그런데도 자신을 믿고 따라온 강은성을 놔 주려고 하는 선유리 팀장이었다.


“팀장님, 혹시 제가 부서를 이동하면, 걸그룹 데뷔조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마, 데뷔가 무기한으로 밀릴 거예요.”


“그럼, 제가 이동하면 절대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그게, 은성 씨가 있더라도 전망이 어두워 보여요. 지금 1센터의 모든 지원이 ‘로열’ 김피터 씨가 있는 1팀 보이그룹 데뷔조에 몰빵됐거든요. 은성 씨가 있더라도 데뷔가 무기한으로 밀릴 가능성도 있어요. 저야 은성 씨가 남아 있으면 좋겠지만, 마지막 양심이 차마 붙잡지 못하게 하네요.”


선유리 팀장은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22살 사회 초년생을 개고생의 길로 끌고 들어가기엔 마음이 아파서, 강은성을 보내 주려 했던 것이다.


그때, 회고의 시계가 알림음을 울렸다.


[설정한 목표 ‘2팀 걸그룹 프로듀서’의 장애물이 나타났습니다. 누군가의 미움을 사서 일어난 일, 미움을 이기는 건 무엇일까요? 바로 사랑! 데뷔조에 대한 사랑을 노래로 불러서 표현해 봅시다.]


‘이놈의 시계는 또 쪽팔린 일을 시키려고 하는구나.’


하지만 이번에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귀를 쫑긋 세우는 강은성이었다.


[최종 결성된 데뷔조와 선유리 팀장 앞에서 사랑 노래를 부를 시, ‘설득력’ 5분 이용권 1장을 드립니다.]


‘이젠 영상만 보여 주는 게 아니라 희한한 이용권까지 준다고 하네.’


반신반의하면서도 솔깃한 강은성이었다.


‘최종 데뷔조 결성이라, 아직은 최종 데뷔조가 결성되지 않았다는 거구나.’


강은성은 초조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선유리 팀장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어휴, 팀장님 앞에서 사랑 노래를 불러야 한다니. 쪽팔릴 것 같은데.’


그러나 선유리는 강은성의 굳은 표정을 부서 이동에 대한 의지라고 받아들였다.


“역시 이동하고 싶어요? 은성 씨가 최대한 좋은 데로 이동할 수 있게 손을 써 볼게요.”


“아닙니다. 제가 왜 이동을 하겠습니까?”


회귀 전 오랫동안 합을 맞춰왔던 능력 있는 사수. 자신의 전문 분야인 가수 파트가 아닌 배우 파트에서도 출중한 능력을 보인 선유리 팀장.


회귀 후에도 강은성의 감각을 높이 평가하며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 그녀를 보며 강은성은 마음 한구석이 든든하다고 느꼈다.


“저는 이번에도 선유리 팀장님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부서 이동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도? 은성 씨, 전에 나랑 같이 일한 적이 있었나요?”


“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수상하지만 도움이 되는 시계와, 특출나게 능력 있는 팀장. 이 둘과 강은성의 뛰어난 감각이 합쳐지면 무서울 게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선유리 팀장은 강은성을 녹음실로 데려갔다.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기엔 여기가 딱이죠. 방음이 엄청 잘 돼 있거든요.”


두 명이 함께 녹음 부스에 들어가 문을 닫으니, 자리가 비좁아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 바람에 강은성의 등이 선유리의 팔에 부딪혔다.


“으악, 죄송합니다.”


“자리가 좁아서 불편하죠?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사방에 적들이 가득하거든요.”


선유리 팀장은 전장에 나서는 장수의 표정을 한 채 말했다.


“가능하다면, 한 달 안에 애들을 준비시켜서 기획실장님께 들이밀어 보는 게 첫 번째 플랜이에요.”


강은성은 어째서 한 달인 걸까 고민이 들었다. 그리고, 선유리 팀장은 강은성의 고민 방향을 다른 쪽으로 넘겼다.


“고민이 많은 표정이네요, 은성 씨. 1팀 팀장님이 석연찮게 퇴사한 뒤, 회장님의 아드님인 김피터 씨가 1팀에 들어왔죠. 그런데 아직 팀장 자리는 공석이에요. 어째서 그런 걸까요?”


강은성은 그것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때, 시계가 알림을 울렸다.


[인물 ‘선유리’의 타임라인에 질문의 답이 존재합니다.]


‘그거 보고 싶다고 하면 또 창피한 짓 시키는 거 아냐?’


[회사원에게 꼭 필요한 것, 그것은 매뉴얼과 체조. 오래 앉아있는 사무직 직원들은 틈틈이 체조를 해 주는 게 좋습니다. 지금, 체조를 하며 건강을 지키는 회사원이 되어 보세요. 그러면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드립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그래도 강은성은 태양 경배 요가보다는 체조가 훨씬 덜 어색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기지개를 쭉쭉 켜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는 시늉을 했다.


[정말 잘하시는군요. 이제 뜀뛰기도 해 보면 정답을 알려드립니다!]


‘야 이 사기꾼아!’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궁금해서 뜀뛰기까지 해 보는 강은성이었다.


[잘하셨습니다. 답은, ‘입사한 모든 직원은 반드시 최소 1달의 인턴 기간을 거쳐야 한다’라는 규정입니다!]


‘그거였구나.’


답을 알게 된 강은성은 머릿속으로 말을 정리한 뒤 선유리 팀장에게 답을 말했다.


“김피터 씨는 아직 한 달을 채우지 못해서 팀장을 달지 못했던 것입니다. 즉, 아직은 저와 같은 인턴 신세라는 것입니다.”


“호호, 맞힐 줄 모르고 낸 문제인데. 맞아요, 김피터 씨는 지금 인턴이에요. 그 말은, 팀장을 달기 전에는 아직 권한이 약하다는 거예요.”


“그 전에 데뷔 승인을 받을 계획이라는 말씀이십니까?”


“바로 그거예요. 우리 애들이 한 명 빠지기는 했어도, 실력적으로는 완성형이긴 하거든요. 그냥 이대로 4인조로 갈까 해요.”


분명 선유리 팀장의 말이 맞지만, 마음 한구석이 아쉬웠다.


‘아니야, 지금은 시간이 별로 없어. 다이애나가 아깝긴 하지만, 아직 입사했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이제 막 입사했더라도 한 달 안에 실력을 키우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거야.’


마음을 다잡은 강은성에게 선유리 팀장이 제안했다.


“애들 실력 한번 볼래요?”


선유리 팀장은 휴대폰의 동영상 폴더를 누르고 데뷔조 아이들이 촬영한 데뷔곡 영상을 찾아 재생 버튼을 눌렀다.


“애들하고 인사는 해 봤어요?”


“네. 다들 착하고 예뻤습니다.”


“이미 인사를 했다니, 잘 했어요 은성 씨. 애들하고 얼른 친해져야 매력이 속속들이 잘 보이거든요.”


“하하하, 워낙 귀엽고 착해서 금방 친해질 것 같습니다.”


강은성은 회귀 전 배우 매니저를 하며 성격 나쁜 연예인을 많이 봤기 때문에, 애들이 좀 특이하긴 하지만 정말 착한 편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마린이는 약간 제멋대로인 면이 있긴 하지만 투정 수준이고, 내가 충분히 컨트롤 가능한 정도라 괜찮아. 다른 애들은 그냥 순한 양 그 자체고.’


강은성이 흐뭇하게 영상을 바라보았다. 영상 속 아이들이 대형을 맞추고 섰다.


“아직 대형은 못 바꿔서 5인 버전이에요. 여기 이 애만 빼고 보면 돼요, 은성 씨.”


강은성은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퀄리티가 아주 괜찮았기 때문이다.


“잠깐만, 본부장님께서 전화하셨네. 은성 씨, 잠깐 전화 좀 할게요.”


그렇게 한참 동안 통화를 하던 선유리 팀장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내려놓는 그녀였다.


“와, 요즘 애들 말로 이걸 억까라고 하나요?”


“무슨 일이십니까?”


“데뷔조 한 명은 나가버렸지, 팀원도 몽땅 뺏겼지, 이제는 심지어 노래까지 뺏겼네요.”


강은성의 팔뚝에 있던 솜털이 모조리 쭈뼛 섰다.


‘설마···?’


“우리 데뷔곡, 이제 못 써요. 1팀에서 수록곡으로 가져간대요.”


불길한 예감이 맞았다.


“···팀장님.”


“미안해요, 오늘 첫 출근인 신입한테. 진짜 내가 면목이 없어요.”


하지만 강은성은 시계가 보여 준 영상을 봤기 때문에, 선유리가 김피터를 밀어낼 수밖에 없었다는 걸 뼈저리게 이해했다.


강은성은 선유리 팀장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제가 여자였어도, 볼일 보고 손도 안 씻는 아저씨는 바로 깠습니다. 로열? 그딴 게 무슨 상관입니까. 전염병 옮는 것보다는 따돌림당하는 게 낫죠.”


그러자 선유리 팀장이 감동한 표정으로 강은성을 바라보았다.


게다가 강은성은 지금 고난을 겪는 게, 회귀 전과 똑같이 살다가 꿈도 못 이루고 갑자기 죽임당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미 회고의 시계에는 걸그룹 데뷔를 목표로 설정해 둬서 그쪽 위주로 정보가 나오고 있어. 그쪽으로 밀어붙여야 나한테 유리하다는 거지. 게다가 5년 뒤에 내가 죽을 가능성을 0으로 만들려면 아예 여기에 뿌리를 박는 게 확실해.’


무엇보다도, 아이돌 프로듀서는 강은성의 오랜 꿈이기 때문에 고작 이런 일로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팀장님께서는 팀원을 전부 뺏기시지 않았습니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은성 씨는 참 신기해요. 분명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데, 꼭 5년 동안 같이 일한 것처럼 편안해요.”


‘사실 진짜로 5년간 같이 일해 본 사이였습니다.’


강은성 혼자만이 간직한 기억이라 할지라도, 5년간 합을 맞추며 한 팀으로 일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했다.


“노래를 뺏겨도 괜찮을 겁니다. 백지부터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한 달 안에 못 끝내요. 아마, 김피터 씨가 팀장을 달고 난 뒤에 싸워야 할 거예요.”


“괜찮습니다. 싸우면 됩니다. 그리고, 이기면 됩니다.”


선유리 팀장은 눈물이 맺힌 눈을 반 접으며 미소를 지었다.


“은성 씨, 분명 신입사원일 텐데, 한 5년은 구르다 온 사람 같아. 알았어요, 오늘 입사한 은성 씨도 힘내는데 내가 무너지면 안 되죠.”


선유리 팀장은 사무실에 갈 준비를 하기 위해 짐을 챙겼다.


“내가 a&r 업무에 빠삭하거든요? 진짜 엄청난 데뷔곡을 찾아낼게요. 은성 씨는 애들 케어만 잘 해주고 있어도 더 바랄 게 없어요.”


애들 케어라는 말을 듣고, 강은성의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올랐다.


“팀장님, 혹시 말입니다. 데뷔조에 한 명을 더 넣어도 괜찮겠습니까?”


“안 될 건 없죠. 월말 평가에서 상위권에 들면 데뷔조에 들어갈 자격이 생겨요.”


“정말 감사합니다!”


강은성은 다이애나 위버라는 아이가 입사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데뷔조에 다이애나까지 들어가면 진짜 개 쩌는 그림이 나올 거니까.’


강은성의 날카로운 감이었다.


***


강은성은 연습실로 향했다. 데뷔조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안녕하십니까, 정식으로 다시 인사드립니다. 오늘 입사한 인턴 프로듀서 강은성이라고 합니다.”


“오빠, 편하게 말 놓으세요.”


유마린이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


‘마린이 쟤는 왜 저런 옷을 입고 있는 거야, 눈을 어디 둬야 할지 모르겠다.’


유마린은 작정한 듯한 옷차림이었다. 가슴 부분이 트인 섹시한 상의에,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돌핀 팬츠를 입고 있었다.


‘휴, 5년간 같이 일해봐서 모범생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조금 심하구나, 마린아.’


강은성은 한때 가장 가까웠던 동료를 씁쓸하게 바라보았다. 회귀 전에 있었던, 뒷맛이 쓴 결말이 생각나서였다.


“마린이랑 설희한테는 말 놓기로 했지. 하루랑 정원이한테도 말을 놓아도 될까?”


“에헤헤, 좋아요!”


“네, 네에···.”


그렇게 해서, 모두에게 말을 놓게 된 강은성이었다.


***


강은성이 다이애나 위버라는 아이에 대해 들은 게 있냐고 물으니, 유마린이 턱을 괴고 상체를 숙여 가슴골을 보여 주며 대답했다.


“다이애나요? 그러고 보니 듣긴 했어요. 되게 특이하고 예쁜 애가 들어왔다고요.”


“그래? 지금 어디서 연습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


강은성이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대답했다.


“오늘 뉴비들 보컬 평가일이라는데, 거기 가보면 있을걸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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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최고의 육성 계획 (2) 24.08.23 57 1 12쪽
7 최고의 육성 계획 (1) 24.08.22 62 2 11쪽
6 데뷔조를 지켜라 (3) 24.08.21 71 3 12쪽
» 데뷔조를 지켜라 (2) 24.08.20 76 4 12쪽
4 데뷔조를 지켜라 (1) 24.08.19 87 3 13쪽
3 시계가 명함을 삼킴 24.08.18 117 4 12쪽
2 이번 생은 걸그룹 프로듀서 24.08.17 151 5 14쪽
1 배우 매니저, 회귀하다 +1 24.08.16 22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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