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천재 걸그룹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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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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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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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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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조를 지켜라 (1)

DUMMY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입사 날이 되었다.


‘5년 전의 회사로 출근이라. 감개무량하군.’


강은성은 왠지 모를 그리움을 느끼며 회사 건물로 들어갔다.


‘회귀 전에는 배우 매니저, 지금은 아이돌 인턴 프로듀서라는 차이가 있지만.’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공손하게 인사해서 좋은 점은 있어도 나쁜 점은 없지.’


그렇게 공손하게 인사하는 강은성을 보며,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흐뭇하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벌써 신입이 들어올 때가 되었나.”


그러나 아저씨 옆의 젊은 사원은 부루퉁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신입을 뽑으면 뭐 해요. 다 나가떨어질 텐데.”


워낙 일이 빡세다 보니, 연예계의 화려함을 동경하고 들어온 멋 모르는 철부지들이 퇴사를 자주 하곤 했기 때문이다.


“하하하, 저는 도망 안 가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인턴으로 입사한 강은성이라고 합니다.”


강은성은 부루퉁한 젊은 사원에게도 공손하게 인사했다.


“뭐, 말로만 그러지 말고, 잘 버텨 봐요.”


젊은 사원도 공손한 인사를 받으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강은성은 안내데스크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인턴으로 입사한 강은성이라고 합니다. 사원증 받으러 왔습니다.”


“어머, 마스크가 너무 좋으셔서 연습생이신 줄 알았네요.”


“하하하, 아닙니다.”


안내데스크 직원은 새빨개진 얼굴로 강은성에게 사원증을 건넸다.


“진짜 너~무 잘생기셔서 싸인이라도 받아 두고 싶은 심정이에요.”


“하하하.”


한편, 강은성과 안내데스크 직원의 풋풋한 농담을 새우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강은성? 저 자식이 강은성이라 이거지.’


선유리에게 차인 뒤 억하심정을 품고 있던 김피터였다.


‘선유리, 이 도도하고 나쁜 여자. 그렇게 매몰차게 나를 차 버리다니.’


김피터는 강은성의 얼굴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선유리가 직접 뽑아서 데려간 인턴이 저 자식이었구만. 선유리, 얼굴만 보는 속물적인 여자였어. 나의 마음을 봐 주지 않고 얼굴만 밝히다니.’


김피터가 강은성에게 혼자만의 경쟁심을 불태웠다.


‘두고 봐라. 저 자식, 금방 퇴사하게 만들 거다.’


한편, 강은성은 팔의 솜털이 빳빳하게 일어선 걸 보고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뭐지, 갑자기 한기가 드는데. 뭐, 별일 아니겠지.’


***


1센터 2팀 사무실에 도착한 강은성은 반가운 얼굴을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데뷔조 연습생 유마린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무 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회귀 전에 관계가 깊던 사람을 만났습니다. 인물 ‘유마린’의 회귀 전 타임라인이 추가됩니다.]


회고의 시계가 정보를 추가하는 것과 동시에,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는 유마린이었다. 그녀의 앳된 모습을 본 강은성은 왠지 가슴이 찡했다.


‘데뷔조 엎어지기 전의 마린이 모습이 이랬구나. 진짜 풋풋했네, 이때.’


강은성도 유마린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인턴 프로듀서 강은성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물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푸훗, 나이까지 알려주시는 사원 분은 처음 봤어요.”


“하하, 그렇습니까?”


“말 편하게 놔 주세요.”


“응, 그럼 말 놓을게.”


강은성은 회귀 전에 유마린에게 반말을 하던 사이였기 때문에 존댓말을 하자니 왠지 어색했는데, 유마린이 먼저 반말을 해도 된다고 하니 정말 좋았다.


“푸훗, 오빠 웃기다. 말 놓으라고 한다고 바로 말 놓는 사람 처음 봤어요.”


유마린이 강은성의 팔뚝을 살짝 치며 눈웃음을 흘렸다.


‘마린이 얘 설마, 지금 나 꼬시는 건가?’


강은성은 웬만한 미남 배우는 후려질 정도로 잘생겼기 때문에, 평소 여자들의 대시를 많이 받는 편이었다. 그래서 유마린 같은 미인이 살살 웃는다고 홀라당 넘어가지 않고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유마린이 지금 나를 꼬셔야만 할 이유가 따로 있는 거야.’


강은성은 회귀 전 이맘때쯤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배우 매니저로 입사하고 나서, 얼마 안 돼서 걸그룹 데뷔조가 엎어졌지. 그리고 내가 마린이 매니저로 붙었고. 그렇다면···’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지금, 걸그룹 데뷔조가 위태위태한 상황이라는 것.


그래서 똥줄이 탄 유마린은, 직원을 유혹해서라도 데뷔조를 지켜주길 바라서 저렇게 은은하게 유혹하는 것 같았다.


‘아니야. 내가 과민반응 하는 걸 수도 있어.’


그냥 습관적으로 애교스럽게 구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강은성은 그 생각을 철회했다.


‘어우씨. 마린이 얘, 대놓고 나 유혹하고 있잖아!’


테이블에 앉은 강은성이 데뷔조 프로필을 확인하는 동안, 유마린이 맞은편에 앉아서 턱을 괴고 눈웃음을 지은 채 강은성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다리를 흔들며, 발가락 끝으로 강은성의 다리를 톡톡 치기까지 했다.


‘마린이가 진짜 간절한가 본데?’


강은성은 회귀 전에 가장 친하게 지내던 아이를 매몰차게 쫓아내는 게 조금 마음 아프긴 했지만, 데뷔조의 데뷔 무산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 유마린을 쫓아내서 연습을 1분이라도 더 시키는 게 중요했다.


“후우, 마린아. 내가 진짜 몸을 갈아서라도 데뷔 무산을 막아 줄 테니까, 가서 연습이라도 좀 하고 있을래?”


“꺅, 알고 계셨어요?”


유마린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강은성 유혹하기를 그만두고 쏜살같이 사라졌다.


유마린이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데뷔조 연습생 한 명이 나타났다.


“우와아, 저번에 봤던 미남이시다아.”


멍한 눈으로 강은성을 가리키는 이하루였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이 귀엽긴 하지만, 괜히 연예계 관계자들에게 예의 없다고 찍힐 수도 있어.’


강은성은 귀여운 여자애한테 모질게 말하려니 마음이 조금 아팠지만, 지금 데뷔 무산을 당하느니 마느니 하는 상태인데 책잡힐 거리를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았다.


“이하루 양, 어른을 그렇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못 씁니다.”


“으잉? 어른이셨어요?”


강하루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보다, 강은성이 어른이라는 게 더 신기한 모양이었다.


‘아 진짜, 하루 쟤 어떡하냐. 너무 귀엽네, 크큭. 주머니에 넣어 다니고 싶다.’


강은성은 이하루가 귀엽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부러 엄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그래요. 여기, 목걸이 사원증이 보이십니까? 연습생이 아닌 이상, 회사에서는 미성년자를 사원으로 채용하지 않습니다. 저는 올해 22살인 어른이랍니다.”


“헤에, 19살 배우인 줄 알았어요.”


이하루가 눈을 말똥말똥 떴다.


“하하, 아티스트 아니고요, 연습생도 아니고요, 인턴 프로듀서 강은성이라고 합니다. 그럼, 어서 연습하러 가세요.”


그러나, 이하루는 제자리에 서서 눈을 말똥말똥 뜨기만 했다.


“하루 양, 연습하러 안 가십니까?”


“으음, 정원이 오면 데리고 갈게요.”


‘정원이라, 데뷔조 멤버인가 보군.’


이하루는 강은성의 맞은편에 앉아서 대놓고 강은성의 얼굴을 구경했다.


“지이인짜 잘생겼어요오.”


“하하하, 저도 압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일해야 해서요.”


“우음, 좀 더 구경해도 돼요? 방해 안 하고 구경만 할게요오.”


강은성은 차마 ‘방해돼!’라는 말을 하지 못한 채 이하루를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 보니, 연습생 한 명이 더 나타났다.


“저, 저기, 하루 언니···.”


“우음, 정원이 왔다. 헤헤, 저희는 이만 가 볼게요.”


이하루가 정원을 데려가려 하자, 강은성이 그들을 불러세웠다.


“잠시만요! 인사 정도는 하고 다니는 게 좋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턴 프로듀서 강은성이라고 합니다. 22살이고, 어른입니다.”


‘어른’이라는 말에 이하루가 헤헤 웃었고, 정원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 안녕하세요. 저, 저는, 정원이라고 해요. 성이 정, 이름이 원, 외자예요. 나이는 16살이에요.”


정원이 꾸벅 인사한 뒤 고개를 들자, 강은성은 순간 주변이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정원이 얘가 비주얼 센터네.’


성격이 연예인을 하기엔 심하게 소심해 보이긴 했지만, 얼굴이 저 정도라면 충분히 잡아 둘 만했다.


그렇게 정원과 이하루가 손을 잡고 연습실로 간 뒤, 강은성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런데 선유리 팀장님은 어디 가신 거지?’


강은성이 다시 데뷔조 프로필을 살펴보고 있을 때, 연습생 한 명이 더 나타났다.


“와아! 진짜 오셨구나! 최고 미남 프로듀서님!”


한눈에 봐도 인싸 티가 팍팍 나는 귀여운 소녀였다.


“안녕하세요, 16살 양설희입니다! 목표는 세계 최강의 아이돌이 되는 거고요, 잘 부탁드립니다!”


씩씩하게 90도로 인사하는 소녀였다.


“하하하, 안녕하세요, 설희 양.”


“편하게 반말하셔도 좋아요!”


“하하, 그래, 알았어. 반가워, 설희야.”


인사를 마친 양설희는 쪼르르 연습실로 향했다.


강은성은 선유리가 올 때까지, 데뷔조 프로필을 보며 복습하기로 했다.


‘원래 5인조였지만 한 명이 오늘 막 퇴사했다 이거지. 그래서 마린이가 그렇게 급해 보였던 건가.’


지금 남은 멤버는, 방금 강은성이 만난 네 명이었다.


먼저, 강은성이 회귀하기 전에 담당했던 배우이자, 지금은 걸그룹 데뷔조 연습생인 유마린. 나이는 20세, 포지션은 메인보컬이다. 연습생 생활이 길어서 춤과 노래를 다 잘하는 게 특징이다.


‘20세면 충분히 어린 나이지만, 걸그룹 연습생으로서는 불안에 떨 나이이기도 해. 그래서 아까 그렇게 나를 유혹해서라도 데뷔할 확률을 높이고 싶었던 건가.’


다음으로, 이하루. 나이는 18세, 포지션은 메인댄서다. 해외 유소년 발레단에 오래 있어서 한국어 구사가 조금 서툰 대신 영어를 잘한다고 한다.


‘그리고 성격이 느긋하고 마이페이스야. 생긴 것도 아기 고양이같고.’


다음으로, 정원. 나이는 16세, 포지션은···.


‘푸우웁! 래퍼라고?’


···포지션은 래퍼. 그렇게 소심한 아이가 래퍼라니 믿음이 안 가지만, 프로필에 의하면 그렇다고 한다. 심지어 언더그라운드에서 좀 날리던 래퍼였다고 한다.


‘어허허허, 믿을 수가 없구나.’


다음으로, 양설희. 나이는 정원과 같은 16세로, 이 둘이 막내라인이다. 포지션은 리드댄서. 어릴 적에 아역 배우와 키즈 모델 활동을 했다고 한다.


‘나이는 제일 어린데, 인사는 제일 싹싹하게 하더라.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서 그런 걸까?’


그리고 강은성의 머릿속에 한 명이 더 떠올랐다.


‘여기에는 없지만, 음반 매장에서 만났던 그 아이도 데뷔조에 넣으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이름이 다이애나였던가?’


강은성이 데뷔조 프로필을 꼼꼼히 살펴 보고 나자, 선유리 팀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사무실에 들어왔다.


“헉, 허억, 은성 씨. 출근했구나. 어서 와요.”


“팀장님! 괜찮으십니까?”


“헉, 헉. 내 걱정은 말아요. 미안해요, 은성 씨.”


선유리가 다짜고짜 사과부터 하는 걸 보아,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았다.


“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강은성의 맞은편에 앉은 선유리가 호흡을 좀 진정시킨 뒤 말했다.


“은성 씨, 미안해요. 우리 팀이 ‘로열’한테 밉보였어요.”


‘결국 악연을 피하지 못하셨구나, 팀장님.’


아무래도 선유리는 회귀 전처럼 김피터와 악연이 된 모양이었다.


“···혹시 그 로열이, 1팀 김피터 씨를 말씀하신 겁니까?”


“역시 은성 씨. 어떻게 그렇게 정보력이 뛰어난지 모르겠네. 맞아요, 우리 팀은 회장님의 아드님한테 찍혔어요.”


선유리는 강은성을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원한다면 다른 팀에 넣어줄게요, 은성 씨.”


“아닙니다. 저도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목표가 뚜렷해서 좋네요. 그럼, 고생 좀 해야 할 텐데, 괜찮아요?”


“고생을 하기 싫었다면 연예기획사에 입사하지 않았을 겁니다.”


“고생이 그냥 고생이 아니라 개고생일 수도 있어요. 우리 팀에서 퇴사자 나온 거 알아요?”


“데뷔조 연습생이 한 명 퇴사한 것 말씀이십니까?”


“하, 그것도 문제네. 에휴, 한 명 빠지면 컨셉이니 동선이니 케미니 싹 다 갈아야 하는데.”


‘그것도 문제라고? 그럼, 다른 문제도 있다는 건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우리 팀 직원들, 싹 다 부서 이동 아니면 퇴사했어요. 지금이라도 다른 팀 가고 싶으면 안 잡을게요, 은성 씨.”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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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최고의 육성 계획 (2) 24.08.23 56 1 12쪽
7 최고의 육성 계획 (1) 24.08.22 61 2 11쪽
6 데뷔조를 지켜라 (3) 24.08.21 71 3 12쪽
5 데뷔조를 지켜라 (2) 24.08.20 75 4 12쪽
» 데뷔조를 지켜라 (1) 24.08.19 87 3 13쪽
3 시계가 명함을 삼킴 24.08.18 117 4 12쪽
2 이번 생은 걸그룹 프로듀서 24.08.17 150 5 14쪽
1 배우 매니저, 회귀하다 +1 24.08.16 220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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