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천재 걸그룹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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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맛
작품등록일 :
2024.08.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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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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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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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을 포장하라 (2)

DUMMY

회고의 시계가 환상 속의 세계를 종료했다.


강은성은 다시 연습실로 돌아와 있었다.


‘컨셉 구상하러 들어간 세계였지만, 아이들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었지.’


강은성은 휴대폰을 들어 메모하려다 멈칫했다.


‘여기에 적어놨다가 들키면 곤란해. 애들의 민감한 문제기도 하고, 나도 스토커 취급 받을 게 분명해.’


강은성은 회고의 시계를 떠올렸다.


‘시계에도 메모 기능 있나?’


[환상 세계 속에 들어가서 메모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참고로 환상 세계에 있을 때는 바깥의 시간이 흐르지 않으니 안심하십시오.]


‘그럼 그렇게 할게.’


그렇게 강은성은 다시 환상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


***


다시 드넓은 밀밭이 펼쳐졌다.


메모를 하려고 해도, 온통 밀밭과 푸른 하늘밖에 없어서 메모할 곳이 없었다.


강은성은 맑고 푸른 하늘 어딘가를 향해 외쳤다.


“저기, 시계야! 메모는 어떻게 하는 거니?”


[마법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상상력입니다. 필요한 물건을 상상해 보세요.]


강은성은 머릿속으로 ‘노트’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러자, 다 낡아서 쓰기 어려워 보이는 노트가 나타났다.


“다 헤져서 메모할 곳이 없는데?”


[상상은 풍부하고 아름다울수록 좋은 법이지요.]


‘이놈의 시계는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네.’


그래도 이 공간을 열어 준 사람(?)의 조언이기 때문에, 시계의 말대로 풍부하고 아름다운 상상을 해 보기로 했다.


“내지가 꽉 차 있는 새하얀 노트.”


그러자, 이번에는 새 노트가 나타났다.


‘그리고, 심이 차 있는 똑딱이 볼펜.’


그러자 노트 옆에 볼펜이 생겼다.


‘메모할 준비가 됐네.’


강은성은 볼펜을 들고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다이애나.’


다이애나가 마법을 믿는 이유는 이거라도 안 믿으면 삶이 고달프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다음엔 마린이가 나왔지.’


유마린은 지금의 모습 대신 회귀 전 모습으로 나와서 딱히 얻은 정보는 없어서 넘어갔다.


‘그다음이 하루.’


이하루에게는 오른쪽 복숭아뼈 주변 통증이 있으니 유의하자, 라고 적었다.


‘그 사람 다음이 정원이 계약 문제.’


정원 노예계약, 이라고 적기는 했지만 이건 어떻게 손을 봐야 할지 막막했다.


‘선유리 팀장님이랑 상의해 보든가 하고, 다음이 설희.’


양설희는 자아 성찰, 자유의지 두 단어를 적었다.


‘이 정도면 됐어.’


강은성은 다시 꿈의 세계를 나와 연습실로 돌아왔다.


손에는 여전히 휴대폰이 들린 채였다.


휴대폰 연락처에는 한성준의 번호가 찍혀 있었다.


‘배우 하면 잘 풀릴 애란 걸 알아서 그런가, 괜히 신경 쓰이네.’


그러나 곧 그 생각을 떨쳐냈다.


‘아니야, 자기가 댄스 가수 하고 싶다는데 어쩌겠어. 이 이상 파고들면 오지랖이야. 내 담당도 아니고.’


그리고 다시 선유리가 골라 온 데모곡들을 찬찬히 들었다.


‘우리 애들한테 어울릴 컨셉이라···.’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니, 아까 다녀온 환상 세계가 떠올랐다.


아름답지만 쓸쓸한 황금빛 밀밭을 상상하며 음악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싱숭생숭했다.


‘싱숭생숭? 이런 느낌은 왜 드는 걸까. 음악이 싱숭생숭한 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아까 환상 세계에서 데뷔조 아이들의 속마음을 엿봐서 그런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한때 걸그룹을 휩쓸었던 컨셉 중에 동화풍 컨셉이 있었지.’


당시 동화풍 컨셉의 일인자였던 걸그룹은, 마냥 밝은 동화가 아닌 어딘가 섬뜩한 동화풍 세계관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그냥 밝은 것도 아니고 그냥 섬뜩한 것도 아닌 숨겨진 섬뜩함이라, 팬들도 뮤비를 보며 열심히 분석하곤 했다.


‘겉으로 보여지는 밝음 속, 느껴지는 내면 어딘가의 어둠.’


강은성은 그게 데뷔조 아이들의 환상 세계 속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밝음’ 하니, 환상 세계에서 봤던 금빛으로 빛나는 밀밭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밀밭에서 뛰노는 소녀들이라, 왠지 그림이 그려진다.’


마냥 밝은 분위기가 아니라 약간 어두운 분위기의 느낌을 내고 싶다면, 그 소녀들에게 어두운 색감의 옷을 입히면 될 것이다.


‘회귀를 하고 나서야 전공을 살리는구만.’


미대생 강은성은 노트북의 프로그램을 검색했다.


‘본격적인 드로잉 프로그램은 없어도 기본 그림판 정도는 있네.’


그림판을 연 뒤, 마우스로 쓱쓱 그림을 그려나갔다.


“와, 오빠! 마우스로 어떻게 그렇게 잘 그려요?”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아.”


“푸훗!”


황금빛 밀밭 위에 검은 옷을 입은 소녀들을 그렸다. 실기 100%로 탑 예술대를 뚫은 미대생다운 솜씨였다.


“오빠, 우리한테 이런 옷 입히려고요?”


“응, 검정 톤으로 통일하려고. 신발은 깔끔하게 단화 신기고.”


“에이, 노출이 너무 적어서 수녀 같은데. 치마 좀 자르면 더 상큼할 것 같아요.”


강은성은 미성년자가 무려 세 명이나 되어서 최대한 노출을 덜 시키려는 의도였지만, 유마린의 말에 다른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마음을 바꿨다.


‘하긴, 아직 어린 애들이 오히려 반항적인 심리로 노출 많은 옷을 입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물론 성인이자 관리자인 내가 적당히 커트해 줘야 하겠지.’


강은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교복도 무릎길이는 되니까.”


“요즘 의상은 그것보다 더 짧지 않아요?”


“고전적인 분위기를 내려면 무릎은 덮는 게 좋아.”


“노출이 많아야 사람들 관심 끌지 않아요?”


강은성은 유마린이 상당히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당장의 인기에 매몰돼서 잘못된 선택을 하면 남는 건 후회뿐일지도 몰라. 회귀 전, 사랑하지 않는 상대와 결혼하면서 울던 너처럼 말이야.’


강은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린 미성년자 애들도 있으니까 섹시 컨셉 안 시킬 거야.”


그러자 유마린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강은성을 바라보았다.


“오빠는 좋은 사람이야.”


강은성도 유마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걸 이제야 알았으면서 다짜고짜 만나자마자 나를 좋아하니? 연예계에 나쁜 사람 많으니까 아무나 좋아하고 그러지 말아라.”


“피, 오빠니까 좋아한 거다, 뭐.”


강은성은 그림 속 아이들의 치마 길이를 무릎길이로 수정했다.


‘무릎에 멍이라도 들면 환장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치들도 있어서 가려 주고 싶은 것도 있고 말이지.’


회귀 전 담당한 여배우가 어디 잘못 부딪혀 무릎에 멍이 든 채 나타나면 바로 성희롱하는 자들이 나타나곤 했다.


‘멍청이들. 여자의 살은 약해서 멍도 잘 든다고.’


강은성은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함께 할 동료들을 최대한 안전하게 지켜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마린이도, 다이애나도 이제 겨우 스무 살 된 애들이라. 어른이라기엔 너무 어려.’


그래서 정신적으로는 27세인 강은성이 아직 20살밖에 안 된 유마린의 구애를 계속 거절한 것이다. 스스로를 데뷔조 베이비시터라고 생각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강은성은 다시 찬찬히 음악을 들어보며, 컨셉에 가장 잘 어울릴 법한 곡을 골랐다.


“얘들아, 이 곡으로 하는 게 어때?”


아까 처음으로 들었던 5번 곡이었다. 유마린이 마녀 컨셉이라면서 먼저 들어보자고 한 곡이다.


얼핏 보면 단정한 분위기와 마녀 컨셉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의상이 검은색이기 때문에, 게다가 금빛 밀밭의 기묘한 분위기 때문에, 마녀 컨셉의 곡과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선유리 팀장에게 보내준 뒤, 오늘은 이민 퇴근하라는 답을 얻은 뒤 퇴근하기로 했다.


하지만 데뷔조 아이들을 남겨 두고 퇴근하자니 걱정되었다.


“얘들아, 너희는 언제 퇴근할 거야?”


“더 이상 연습하면 부상 각이니까, 저희도 지금 퇴근할게요.”


유마린의 말에, 나머지 아이들도 퇴근할 준비를 했다.


그렇게 모두가 퇴근할 준비를 마친 뒤, 강은성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다른 데 가지 말고 곧장 집으로 가야 한다 얘들아.”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숙소 살아요.”


“맞다, 마린 언니! 다이애나 언니는 어떡해?”


“그러네. 이제 다이애나도 데뷔조면 우리랑 같이 살아야 할 텐데.”


“난 아직 월말 평가도 못 뚫었는데, 뭘. 그거부터 뚫고 숙소 들어갈게.”


그렇게 다이애나가 먼저 떠나고, 나머지 아이들은 숙소로 향했다.


강은성은 아이들이 걱정되어서 숙소까지 바래다주었다.


숙소는 아주 좁았다. 작은 방에 이층 침대 두 개가 들어서 있었다.


“너무 좁은데, 다이애나가 들어올 자리가 있어?”


“넓은 방으로 옮겨달라고 해 봐야죠. 아니면 두 명 따로 세 명 따로 자게 해 달라고 하거나요.”


강은성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1팀에서 또 방해 공작 들어오는 거 아니야?’


강은성은 선유리 팀장을 도와, 아이들이 쾌적한 공간에서 먹고 잘 수 있도록 맞서 싸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명색이 대형 기획사인데, 숙소 예산이 모자라지는 않겠지? 그리고 이런 거 어차피 나중에 정산에서 다 까지 않나?’


데뷔 직전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더 쾌적한 환경에서 오로지 데뷔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담당 프로듀서의 마음이었다.


***


다음 날, 강은성은 선유리 팀장에게 데뷔조 아이들의 계약서를 볼 수 있을까 물었다.


“계약서는 왜? 다들 표준계약서로 계약하지 않아?”


강은성은 솔직하게 ‘시계가 보여줬는데 정원이는 아니래요’라고 말할 수 없어서, 재빨리 머리를 굴려 핑계를 생각해 냈다.


“정원이는 프로필을 보니까 래퍼 출신이라고 해서요, 혹시라도 그쪽 계약 깨고 나오면서 무슨 일이 있지 않았나 걱정됩니다.”


“호호호, 은성 씨는 감각만 좋은 게 아니라 머리도 좋구나? 나도 이직한 지 얼마 안 돼서 모르고 있던 사실이야. 알려 줘서 고마워.”


“하하, 아닙니다.”


“앞으로도 그런 정보가 있으면 꼭 나한테 말해줘. 1팀에 정보 새지 않게 조심하고.”


강은성은 이제 데뷔를 위해서 달려야 할 때 같은 회사 내의 정치싸움까지 해야 하나 막막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죽는 것보다는 정치싸움을 하는 게 훨씬 나았다.


‘게다가 나한테는 기밀 정보를 막 물어다 주는 시계도 있으니까.’


그렇게 선유리 팀장이 기획실장에게 아이들의 계약서 사본을 부탁했다. 기획실장은 애들 계약서는 본부장급 이상만 열람할 수 있는 기밀 사안이라고 답해주었다.


일단 기획실장에게 본부장님께 계약서 사본 열람을 부탁드린다는 것을 전해두었다.


“본부장님께서 허락해 주셔야 할 텐데 말이야. 그렇지, 은성 씨?”


“그러게 말입니다.”


‘혹시 모르니까 밑 작업을 해 두어야겠어.’


강은성은 아이들의 멘탈 케어가 필요할 것 같다고 선유리에게 제안했고, 즉석에서 개인별 상담 시간이 만들어졌다.


‘마침 마린이도 멘탈 케어가 필요한 상황이니까, 정원이가 계약 때문에 상태가 안 좋아졌다는 증거도 모을 겸, 이번 기회에 애들 멘탈 좀 케어해 주자.’


***


그리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1센터에 비상이 걸렸다.


“이 말도 안 되는 계약서는 뭔가!”


강은성은 회귀 전을 포함해서 본부장이 그렇게 화가 난 모습을 처음 봤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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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가랏, 프롤레타리아 (1) 24.09.02 2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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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최고의 육성 계획 (1) 24.08.22 61 2 11쪽
6 데뷔조를 지켜라 (3) 24.08.21 71 3 12쪽
5 데뷔조를 지켜라 (2) 24.08.20 75 4 12쪽
4 데뷔조를 지켜라 (1) 24.08.19 87 3 13쪽
3 시계가 명함을 삼킴 24.08.18 117 4 12쪽
2 이번 생은 걸그룹 프로듀서 24.08.17 150 5 14쪽
1 배우 매니저, 회귀하다 +1 24.08.16 220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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