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천재 걸그룹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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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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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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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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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빛을 바라보며 살기 위해 (2)

DUMMY

“인내하는 건 정말 힘들 거야. 당장 포기하고 싶을 수도 있어. 그럴 때면, 미래의 자신을 떠올려 봐. 나는 부끄러움을 안고 지하에서 숨죽이는 미래를 원하는가, 밝은 빛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미래를 원하는가 하고 말이야.”


강은성이 이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초조하고 조급한 마음에 ‘반칙’을 했던 회귀 전 유마린. 강은성을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건, 그녀를 밀어주던 스폰서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직 한창때의 그녀가 사랑 없는 결혼을 해야 했던 이유도, 갑자기 은퇴를 결심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바보 같은 녀석.’


이번 생에서는 그런 바보짓을 하지 않도록 도와줄 마음이었다.


‘다행히, 나한테는 시계가 있으니까.’


불안과 혼란 속에 빠져 흔들리는 유마린의 중심을 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은, 현재로서는 강은성밖에 없을 것이다.


그 나이 때의 여자애들은 많이들,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모르면서도 뭔가를 애타게 갈구하곤 한다.


회귀 후의 유마린에게는 갈구하는 대상이 강은성이었다. 그러니까 과격하게 유혹하려 든 거겠지. 자신이 뭘 하는지 모르면서도.


하지만 강은성은, 회귀 전의 유마린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유마린은 강은성을 그런 마음으로 좋아하는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란스러운 마음의 표출이라면 모를까.


그 증거로, 유마린의 호감도는 아직 최상에 도달하지 않았다.


‘시계 찬스를 써서, 마린이가 5살 때부터 연예기획사에서 살다시피 한 이유를 알아내야지.’


그 이유를 파헤친다면, 유마린의 불안과 혼란을 잠재울 실마리를 얻게 될지도 몰랐다.


그때, 시계가 알림을 울렸다.


[친밀도 최상을 달성하여 실물을 환상 세계에 초대한 ‘정원’의 타임라인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었습니다.]


정원은 강은성의 말을 듣고 깨달은 바가 있는지,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회귀 전에는 노예 계약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어려웠을 테지만, 이번 생은 다르겠지. 게다가 이번에는 회고의 시계도 있으니까 다를 수밖에 없어.’


이제 회고의 시계에는 회귀 전의 선유리 팀장, 유마린, 다이애나, 정원의 타임라인이 저장되어 있다.


게다가 강은성이 죽기 전에 뒤집어썼던 수십 장의 연예기획사 명함 덕분에, 그 회사들의 타임라인도 저장되어 있다.


‘아직은 애들 데뷔 날짜가 안 잡혀서 다른 기획사 정보는 못 얻고 있기는 하지만.’


그 순간, 강은성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정원이를 빼가려고 하는 프로듀서의 기획사도 이 중에 있으려나?’


강은성은 속으로 시계에게 말을 걸었다.


‘시계, 듣고 있어? 연예기획사 타임라인은 어떻게 사용하는 거니?’


[인물 타임라인과 사용법이 비슷합니다. 관련된 사람을 만나면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직은 관련된 사람을 안 만났다는 거네.’


[힌트를 드리자면, 오늘 ‘김피터’의 뒤를 밟아 보십시오.]


높은 확률로 누군가가 정원을 스카웃하려 들 미래.


시계가 보여줘서 알게 된 그 미래에도, 김피터가 연관된 모양이었다.


‘김피터는 2팀 걸그룹 데뷔조의 철천지원수였구나.’


그리고 확실한 건, 이번 생에는 2팀 걸그룹 데뷔조가 철천지원수인 김피터에게 복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시계를 써서 도와줄 테니까, 이번에는 보란 듯이 성공해서 꼭 복수하자, 얘들아.’


선유리 팀장이 일을 해야 한다면서 먼저 환상 세계 밖으로 나갔다.


강은성은 다이애나와 정원에게 환상 세계에서 나가는 법을 알려준 뒤, 선유리 팀장을 따라 나갔다.


그리고 강은성은 시계의 말대로 김피터의 뒤를 밟아보기로 했다.


[힌트를 하나 더 드리자면, 미행할 때 가발을 챙기십시오.]


‘가발?’


시계가 시키는 일을 한다고 나쁠 건 없었기 때문에, 선유리 팀장에게 가발을 구할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퀄리티 제일 좋은 가발이야.”


선유리 팀장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발을 가져다주었다.


“애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우리 은성 씨니까, 이런 건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지. 애들 헤어스타일까지 세심하게 챙기네, 우리 은성 씨.”


“감사합니다. 잘 쓰고 오겠습니다.”


강은성은 속으로 애들을 위한 일은 맞는데, 팀장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애들을 위한 일은 맞으니까.’


강은성은 탈의실에 가서 활동하기 편한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가발을 뒤집어썼다.


‘시계의 의도는 이거겠지. 내 정체를 확실하게 숨기라는 거.’


***


김피터가 회사 밖으로 외출하자, 강은성은 그의 뒤를 밟았다.


가발에 마스크까지 쓴 채로 길을 걸으니, 얼핏 보면 그냥 키 큰 여자 같았다.


물론 아무리 마스크를 썼다 해도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두 눈은 가려지지 않아서, 그 눈빛에 압도당한 사람들이 강은성을 힐끔거렸다.


‘여장을 하고 마스크를 써도 잘생긴 얼굴은 가릴 수가 없구나.’


이건 아마도, 미남의 숙명일 것이다.


김피터는 구석지고 은밀한 골목가 구석으로 향했다.


김피터가 서성이며 누군가를 기다릴 때, 강은성은 최대한 티 나지 않게 골목길의 가게 한 군데에 들어갔다.


강은성이 가게에 들어가자, 먼저 와 있던 꼬마 손님이 강은성의 분위기에 압도된 채 말했다.


“와, 엄마! 저 언니 키 엄청 커. 나도 저렇게 커지고 싶어.”


“유나야, 쉿! 낯선 사람한테 그러면 실례야.”


강은성은 괜찮다는 듯 하하 웃어주었다.


“나는 커서 언니처럼 커질래요!”


강은성은 잘 먹고 쑥쑥 크라는 마음을 담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목소리를 내면 남자인 게 들킬지도 몰라서 인사를 해 줄 수가 없네.’


강은성은 가게 내부를 구경하는 척하면서, 바깥의 김피터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집중해서 들었다.


‘이러려고 일부러 문이 열린 가게로 들어왔지.’


한참 동안 서성이던 김피터는, 누군가가 나타나자 황급히 다가갔다.


“구연화 프로듀서!”


“야, 김피터. 이제 막 팀장 달았다며? 회장 아들이란 놈이 뭐 이리 승진이 느려?”


김피터가 불러낸 구연화 프로듀서는, 김피터와 구면인 듯했다. 게다가 반말을 하는 걸 보아, 서로 친한 사이인 듯했다.


“쳇, 한 달은 무조건 인턴으로 구르는 게 회사 규정이랜다. 나라고 인턴으로 있는 게 좋아서 있었겠냐?”


“그래서, 왜 불렀냐? 톡으로 보낼 것이지, 귀찮게스리.”


“이거 걸리면 나 아버지한테 죽는다. 증거가 남으면 절대 안 돼.”


강은성이 몰래 녹음하며 증거를 만드는 중이라는 걸 몰라서 한 말이었다.


“그래서, 뭐냐? 난 바쁜 몸이야. 비주얼 한 명 구해야 한다고.”


“그 비주얼, 우리 회사에서 빼가라.”


강은성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네가 맞았구나. 데뷔조 공중분해 시키는 데 쐐기를 박은 사람이.’


구연화도 김피터의 제안에 어이가 없어진 듯했다.


“야, 이 미친놈아. 네가 산업스파이냐? 지 회사에서 비주얼을 내주게. 정신 나갔냐?”


“난 보이그룹 담당이라 걸그룹 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걸그룹 데뷔조를 박살 내고 싶거든.”


“왜, 걸그룹 연생한테 고백했다 차이기라도 했냐? 주제를 알아라, 주제를.”


“내 취향 모르냐? 난 능력 있는 누님이 좋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데뷔조 애새끼들한테 관심 없다고.”


“헐, 이 새끼 혹시 걸그룹 데뷔조 프로듀서한테 차인 거 아니냐?”


구연화의 냉철한 분석에 김피터가 정곡을 찔려 아무 말도 못 했다.


“맞네, 이 새끼. 프로듀서한테 차였네! 너 혹시 선유리한테 고백했냐?”


다른 회사의 프로듀서마저 그 이름을 외우고 있을 정도로 능력 있는 선유리 팀장이었다.


‘역시 우리 팀장님이야.’


강은성은 괜히 뿌듯해졌다.


구연화의 말에 찔려서 휘청이던 김피터는, 얼굴이 벌게진 채 소리를 빽빽 질렀다.


“절대 아니거든!”


“아니긴 뭐가 아니야, 찌질아.”


“비주얼 필요 없나 보네? 나 간다.”


맞는 말을 듣고 삐진 김피터가 돌아서려 하자, 구연화가 김피터의 뒷덜미를 붙들고 막았다.


“잠깐! 하던 말은 끝까지 해야지. 그래서, 비주얼이 누군데? 사진 있냐?”


“여기 사진이다.”


김피터가 구연화에게 정원의 사진을 보여주자, 구연화의 눈이 커다래졌다.


“···와, 야, 진짜, 하, 대박인데? 이거, 네버더레스가 꽁꽁 숨겨 둔 보석이구만? 진짜 사람이 말을 잃게 만들 정도로 이쁘네. 이 정도 미모면 소문 좀 돌았을 법한데, 잘도 막았네.”


그 부분을 엿들은 강은성은 문득, 정원이 노예 계약에 묶여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애를 노예 계약으로 묶어 놓은 이유가, 가둬 둬서 소문 못 나게 하려는 이유였었나?’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는 몰라도, 참 사악한 계획이었다.


구연화는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말했다.


“내놔. 연락처랑 얘 약점.”


“연락처는 여기 있고, 약점은 돈이다. 집이 가난하다네?”


“그럼 빼 오기 쉽지. 식은 죽 먹기겠구만. 고맙다, 이 산업스파이 짜식아.”


구연화는 김피터의 등을 팡팡 두드린 뒤 콧노래를 부르며 떠났다.


“에이 씨이, 하필 여자라서 술집으로 부르지도 못하고. 이 거지 같은 드러운 골목이나 오고. 캬악, 퉤에!”


그걸 엿들은 강은성은 속으로, 골목보다 김피터의 가래침이 더 더럽다고 생각했다.


‘손 안 씻는다고 할 때 알아봤다. 진짜 드러워 죽겠네.’


강은성은 이제 엿듣기와 녹음도 마쳤겠다, 가게에서 대충 아무거나 하나 골라서 계산한 뒤 회사로 복귀했다.


***


강은성이 녹음해 온 김피터의 산업스파이 대화를 들은 선유리 팀장은 크게 분노했다.


“이 상도덕도 없는 김피터 새끼!”


“팀장님, 조금만 목소리를 낮춰 주십시오. 누가 녹음해서 욕했다고 품위가 떨어지느니 어쩌니 하면서 트집이 잡힐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선유리 팀장이 작은 목소리로 분노했다.


“김피터 그 새끼는 말도 찍찍 하고 팀원도 부려 먹고 하던데, 우리는 말도 작게 해야 하네. 애도 빼가려고 하고. 서럽다 진짜.”


강은성은 왠지 심장이 붉은 손수건처럼 붉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심장은 원래 붉은색입니다.]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은성 씨가 환상 세계에서 정원이한테 그 말을 한 이유가 있었네.”


그리고 선유리 팀장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에, 은성 씨는 이럴 걸 예상하고 정원이한테 그런 말을 해 준 거야? 어쩐지, 면접 날에 보이그룹 데뷔조를 딱딱 맞히더니. 족집게네 족집게.”


물론 그 데뷔조는 지금 싹 갈렸다. 강은성과 선유리 팀장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조합이 아니라, 김피터가 마음대로 결정한 금수저 조합으로.


“김피터 그 새끼는 감각이 하나도 없다니까. 어울리지도 않는 애들을 금수저라는 이유로 몰아 넣다니. 지네 아빠한테 대체 뭘 배운 건지 모르겠다니까?”


“저도 동감합니다.”


비록 이런저런 구설수가 있지만 아이돌 제작자로서의 능력을 증명한 회장과 달리, 회장 아들인 김피터는 무능한 데다 성격까지 더러웠다.


“은성 씨, 그래서, 이 녹음본 어떻게 할 생각이야?”


“제가 결정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은성 씨가 발로 뛰면서 얻은 거니까, 은성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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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최고의 육성 계획 (1) 24.08.22 62 2 11쪽
6 데뷔조를 지켜라 (3) 24.08.21 71 3 12쪽
5 데뷔조를 지켜라 (2) 24.08.20 76 4 12쪽
4 데뷔조를 지켜라 (1) 24.08.19 87 3 13쪽
3 시계가 명함을 삼킴 24.08.18 117 4 12쪽
2 이번 생은 걸그룹 프로듀서 24.08.17 151 5 14쪽
1 배우 매니저, 회귀하다 +1 24.08.16 22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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