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천재 걸그룹 프로듀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과일맛
작품등록일 :
2024.08.16 11:03
최근연재일 :
2024.09.17 09: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438
추천수 :
57
글자수 :
141,959

작성
24.08.27 13:04
조회
48
추천
2
글자
12쪽

환상을 포장하라 (3)

DUMMY

본부장이 1센터 전원을 소집해 불호령을 내리기 일주일 전, 강은성은 정원의 노예계약을 확실하게 풀어주기 위한 밑 작업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아이들의 개인별 상담이었다.


‘여기서의 큰 목표는 두 개. 정원이가 계약과 대인기피증의 상관관계에 대해 말을 꺼내서 문서로 기록해 두는 거랑, 마린이 멘탈 좀 어떻게 해 주는 것.’


프로필만 봤을 때, 정원은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 아이일수록 절실하기 때문에, 불리한 계약서에 덜컥 서명하고는 한다.


아무리 미성년자라 해도,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그 계약의 효력이 시작된다. 그래서 분야를 막론하고 계약할 때는 신중, 또 신중을 기해 해야 한다.


‘생판 남이었으면 도와주지 못했을 일이지만, 나와는 운명 공동체니까 충분히 도와줄 만하지.’


강은성은 살면서 정원보다 예쁜 사람은 보지 못했다. 배우 매니저로 일하던 회귀 전을 포함해서였다.


‘그만한 미모에, 심지어 랩을 잘한다는 반전 매력이 있다고? 그것도 언더그라운드 경력으로 증명할 수 있고. 이거 진짜 귀한 캐릭터야.’


아이돌 멤버 중에는 미모가 특출나게 뛰어나지만, 다른 멤버들에 비해 능력이 뒤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정원은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 애초에 입사하기 전부터 음악을 하던 아이였기 때문이다.


***


개인별 면담은 연습실에서 이루어졌다. 강은성이 애들 마음이 편안하도록 익숙한 곳에서 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면담 순서는 제비뽑기로 정했다.


유마린이 1번, 정원이 2번, 이하루가 3번, 양설희가 4번, 다이애나가 5번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로 들어온 유마린은, 강은성을 보고 활짝 웃었다.


“오빠가 우리를 이렇게 생각해 주니까 너무 좋아요.”


“그래, 마린이가 너무 걱정되더라. 그, 유혹하고 그러는 거, 다른 데 가서도 그러는 거 아니지?”


“에이, 설마요. 오빠한테만 그러는 거지, 다른 남자들은 필요 없어요.”


“그래. 이왕이면 나한테 하는 것도 참아 보고. 특히 남자 아이돌이 옆에 있을 때는 절대로 유혹의 유 자도 꺼내지 말고. 아이돌이 열애설 나면 곤란해지는 거, 잘 알지?”


“물론이죠. 나 5살 때부터 회사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환상을 깬 아이돌은 팬이 확 줄어든다는 거, 다 알죠.”


강은성은 유마린이 5살 때 캐스팅되었다는 건 알았지만, 회사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건 처음 들었다.


‘회귀 전의 마린이는 자존심을 세우는 면이 있어서, 자기가 약해 보일 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


어쩌면 이번 생에는 유마린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일단 지금은 시계에서 추천해 준 방법을 사용해서 마린이의 멘탈을 관리해 주자.’


강은성은 유마린에게 목걸이 하나를 주었다.


“와, 이게 뭐예요?”


“말린 라벤더를 넣은 목걸이 로켓이야. 연습할 때는 위험하니까 빼야 하겠지만, 평소에 향기 맡고 다닐 때는 좋을 것 같아서.”


다이애나가 하고 다니던 목걸이 로켓을 보고 준비한 것이다.


‘평소에 다이애나랑 같이 커플템을 하고 다니면, 멤버끼리 엮는 게 취미인 팬들이 떡밥 생겼다고 좋아하는 효과도 있을 거야.’


유마린이 라벤더 향기를 맡는 동안, 강은성은 잠시 환상 세계를 열고 비밀 노트의 유마린 부분에 한 줄을 더 적어넣었다.


- 마린이가 5살 때부터 회사에서 살다시피 한 이유와, 그 환경이 어땠는지에 대해 알아보기.


충분히 라벤더 향을 맡으며 휴식 시간을 가진 유마린이 돌아가고, 2번 순서인 정원이 들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정원이, 혹시 힘든 일 있어?”


“그, 그게···.”


정원은 한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정원이에게는 내가 먼저 다가가서 마음을 열게 해야 하겠네.’


강은성이 먼저 말을 꺼냈다.


“많이 힘들면 타로 봐줄게.”


“네, 네에···.”


다이애나에게서 빌려온 타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초보자용 카드 중에는 카드에 설명이 적힌 것도 있으니까 그거 줄게! 아니, 줄게요! 나의 은인.’


다이애나가 해맑게 웃던 모습이 떠올랐다.


강은성은 타로 카드를 뒤섞은 뒤 테이블에 펼쳤다.


“여기서 세 장 골라볼래?”


정원이 조심스럽게 세 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강은성은 세 장을 뽑아서 뒤집었다.


나온 카드는 순서대로 소드 7, 교황, 소드의 기사 카드였다.


‘다이애나가 원인, 과정, 결과 순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했지.’


강은성은 열심히 카드에 적힌 설명을 보며 그걸 어떻게 계약서와 연결할지 구상했다.


‘정원이를 안심시켜서 계약서 이야기를 꺼내게 만들려면···’


소드 7은 경솔하고 위험한 시도, 교황은 윤리를 통한 중재와 합의, 소드의 기사는 흔들림 없는 용기라는 설명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지금 정원이가 힘든 원인은 경솔하고 위험한 시도 때문이라고 나오네.”


“네, 네에···.”


“그리고 그걸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윤리를 통한 중재와 합의가 필요할 거고.”


“네, 네에···.”


“결과는··· 흔들림 없는 용기라고 나오네. 정원아, 지금 용기를 내줄 수 있을까? 나에게 너를 괴롭히는 문제를 말해 줄래? 나는 담당 프로듀서니까, 최대한 너희를 보필해야 하거든.”


“푸흐흡, 보필이요? 앗, 웃어서 죄송해요···.”


“죄송할 게 뭐가 있어.”


정원은 조심스럽게 계약 이야기를 꺼냈다. 강은성은 아주 진지한 태도로 정원의 말을 경청했다.


“계약서 사본, 나한테 보여줄 수 있겠니?”


정원은 휴대폰을 뒤적이며 전자계약서 사본을 강은성에게 전송했다.


그렇게 정원의 상담이 끝났다.


‘다행이네. 임기응변으로 정원이의 신뢰를 얻어서.’


다이애나가 빌려준 타로카드도, 아무래도 신묘한 힘이 깃든 것 같았다.


‘마법을 진지하게는 아니더라도 진심으로 믿는 애가 빌려준 거라서 그런가?’


다음으로, 3번 순서인 이하루가 들어왔다.


“하루야, 요즘 힘든 일 있어? 아니면 고민거리라던가.”


“우음? 하루하루가 행복해요오.”


“걱정거리는 없어?”


“우음, 마음껏 춤을 추게 해 주면서 돈까지 준다는데 걱정할 게 없죠.”


강은성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데뷔에 성공할지 말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로 삐뚤어질 뻔한 유마린의 모습을 봐서인지, 이하루의 천하 태평한 모습이 정말 낯설었다.


“데뷔를 못 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은 없어?”


“으응, 저는 오빠를 믿으니까요.”


이하루는 배시시 웃기만 했다.


강은성은 이하루에게는 돌려 말하는 게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하루에게는 정공법으로 가야겠어.’


조금씩 데뷔조 아이들의 공략법을 알아가는 중인 담당 프로듀서 강은성이었다.


“하루야, 발레단에 있었다고 했잖아. 부상은 없었어?”


“아아, 오른쪽 발목을 접질린 적이 있어요오. 그래서인지 가끔 복숭아뼈 주변이 콕콕하고 아파요!”


“알려 줘서 고마워. 앞으로 그쪽이 아파지려고 하면 참지 말고 꼭 미리 말해 주고.”


“네에에~”


그렇게 이하루의 면담이 끝나고, 네 번째 차례인 양설희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설희는 요즘 힘든 일 있어?”


“저는 다이애나 언니의 타로점을 강하게 믿고 있어요. 그러니까 흔들리지 않아요!”


“그래?”


“네! 언니가 강은성 프로듀서님이 저희에게 행운, 행복, 성공, 아무튼 좋은 건 다 가져다준다고 했거든요!”


“그, 그래?”


“그래서 저는 그걸 믿기로 했어요!”


“그래, 믿어줘서 고맙구나.”


원래는 양설희의 자아 성찰 고민을 도우려던 목적이 있었지만, 워낙 괜찮아 보여서 굳이 묻지 않고 상담을 마쳤다.


다음으로, 마지막 순서인 다이애나가 들어왔다.


“안녕! 아니, 안녕하세요, 은인!”


“다이애나, 궁금한 게 있는데.”


“말씀하세요, 은인!”


“나를 왜 은인이라고 부르는 거야?”


“그야 당연하죠. 저에게 좋은 회사를 소개해 줬으니까요.”


“내가 굳이 소개해 주지 않았어도 워낙 유명한 곳이라 스스로도 알 수 있었을 텐데?”


“은인께서는 소개로만 끝내지 않으셨죠. 실력이 부족한 저를 데뷔조에 넣어 주셨죠.”


“다이애나가 춤도 느낌 있게 추고 음색도 매력적이라서 데려온 거야.”


“그래도 저를 물심양면 도와주신 건 맞으니까요.”


“요즘 고민거리는 없어?”


“고민이야 있습니다. 월말 평가를 뚫어서 진정한 데뷔조 일원으로 인정을 받는 거죠. 하지만 이건 제가 스스로 해결할 일이니까요.”


“담담해 보여서 좋네. 앞으로도 힘든 일 생기면 꼭 말하고.”


“네, 은인!”


다이애나는 당장 해결해야 할 단기적 목표 덕분에 잠시 인생의 고민에서 빠져나온 모양이었다.


‘월말 평가를 뚫으면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길지도 모르겠네. 뭐, 멘탈 케어는 언제든지 해 줄 수 있으니까 괜찮지.’


다이애나를 마지막으로 모든 면담이 끝나자, 강은성은 정원에게서 받은 계약서 사본을 선유리에게 전송했다.


‘이걸 위한 밑 작업이었지.’


***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1센터에 비상이 걸렸다.


“이 말도 안 되는 계약서는 뭔가!”


강은성은 회귀 전을 포함해서 본부장이 그렇게 화가 난 모습을 처음 봤다.


물론 회귀 전 강은성은 2센터였고 본부장은 1센터였지만, 같은 회사인 데다 본부장의 오지랖이 넓어서 그럭저럭 가까운 사이였다.


강은성이 회귀하던 날, 유마린의 결혼식에서도 인사를 나누기도 했었다.


그런 본부장의 이렇게 화난 모습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강은성은 꽤나 놀랐다.


“우리 회장님께서 연예기획사는 양아치 범죄자 소굴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얼마나 주야장천 발 벗고 뛰고 다니셨는데. 무슨 쌍팔년도에나 썼을 노예계약서야!”


강은성은 속으로 ‘회장님은 감옥도 갔다 오신 경제사범인데요’라고 생각했다. 물론 생각만 했다.


“하여튼, 책임지고 멀쩡한 계약서로 다시 계약해! 데뷔 앞둔 애인데, 언제까지 등쳐먹을 생각이야!”


강은성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데뷔 앞둔 애라고 공식 인증해 주셨네.’


강은성이 의도한 바대로 이루어졌다.


‘그동안 데뷔조라는 이름만 있었고 데뷔조 취급을 못 받았는데, 본부장님 입으로 직접 인증됐다.’


강은성의 계획대로였다.


1팀 쪽을 바라보니, 김피터가 이를 악물고 강은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하하, 네놈이 노려봐봤자 우리 애들은 공식적으로 본부장님 입을 통해 인증된 데뷔조다.’


강은성은 왠지 김피터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어차피 내가 1팀 팀장 달면 2팀 따위는 밟아줄 수 있다.’


내친김에 김피터의 생각을 더 추측해 보았다.


‘뭐, 1팀은 보이그룹 담당이니까 이런 생각도 하고 있으려나? 네놈이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걸그룹은 보이그룹만큼 못 번다, 이런 생각.’


강은성도 읽을 수 있을 만큼 김피터의 뇌 구조가 단순했던 탓이다.


그 말은, 강은성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김피터의 생각을 읽었다는 것이다.


‘뭐야, 회장 아들 ‘로열’이 걸그룹 데뷔조 절대 밀지 말라고 해서 일부러 그쪽에 불이익 줬는데, 본부장님이 저러시는 걸 보니···. 지금 판단 잘해야 할 때다. 다시 생각해 보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며 마음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고,


‘아무리 로열이라고 해도 그렇지, 일차원적으로 매출만 보면서 무작정 보이그룹만 민다는 게 말이나 되나? 대중성은 보이그룹이 걸그룹에 쨉도 안 되는데. 그동안은 무서워서 가만히 있었지만, 본부장님이 저렇게 힘을 실어 주시니까 다행이네.’


평소 김피터가 하는 짓에 불만을 품고 있다가 본부장의 선언에 안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강은성이 의도한 변화의 바람이 서서히 불어오며, 회귀 전과는 확연하게 다르게 흘러갈 조짐이 보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얼굴천재 걸그룹 프로듀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9월 17일부터 매일 오전 9시에 연재합니다. 24.09.16 3 0 -
공지 손목 부상으로 휴재합니다. 24.09.11 11 0 -
27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1) NEW 17시간 전 7 1 11쪽
26 마이더스의 손, 혹은 마이너스의 손 (4) 24.09.10 25 1 12쪽
25 마이더스의 손, 혹은 마이너스의 손 (3) 24.09.09 25 1 11쪽
24 마이더스의 손, 혹은 마이너스의 손 (2) 24.09.08 22 1 12쪽
23 마이더스의 손, 혹은 마이너스의 손 (1) 24.09.07 22 1 11쪽
22 밝은 빛을 바라보며 살기 위해 (3) 24.09.06 22 2 11쪽
21 밝은 빛을 바라보며 살기 위해 (2) 24.09.05 24 2 11쪽
20 밝은 빛을 바라보며 살기 위해 (1) 24.09.04 23 2 12쪽
19 가랏, 프롤레타리아 (2) 24.09.03 24 1 12쪽
18 가랏, 프롤레타리아 (1) 24.09.02 25 1 11쪽
17 세계 확장 (2) 24.09.01 26 1 12쪽
16 세계 확장 (1) 24.08.31 30 2 11쪽
15 새로운 바람 (3) 24.08.30 37 2 12쪽
14 새로운 바람 (2) 24.08.29 40 1 11쪽
13 새로운 바람 (1) 24.08.28 45 2 11쪽
» 환상을 포장하라 (3) 24.08.27 49 2 12쪽
11 환상을 포장하라 (2) 24.08.26 49 2 11쪽
10 환상을 포장하라 (1) 24.08.25 54 2 13쪽
9 최고의 육성 계획 (3) 24.08.24 51 2 11쪽
8 최고의 육성 계획 (2) 24.08.23 57 1 12쪽
7 최고의 육성 계획 (1) 24.08.22 61 2 11쪽
6 데뷔조를 지켜라 (3) 24.08.21 71 3 12쪽
5 데뷔조를 지켜라 (2) 24.08.20 75 4 12쪽
4 데뷔조를 지켜라 (1) 24.08.19 87 3 13쪽
3 시계가 명함을 삼킴 24.08.18 117 4 12쪽
2 이번 생은 걸그룹 프로듀서 24.08.17 150 5 14쪽
1 배우 매니저, 회귀하다 +1 24.08.16 220 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