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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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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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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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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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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확장 (2)

DUMMY

선유리 팀장은 아까 봤던 풍경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까 갑자기 눈앞에 보였던 그거, 뭐였지? 은성 씨가 그려왔던 스케치랑 비슷했는데.’


아주 잠시동안 봤던 장면이지만, 강은성의 스케치와 빼다 박았기 때문에 잊혀지지 않았다.


‘신기하네. 이따 은성 씨한테 알려줘야지.’


데뷔조 아이들은 강은성, 선유리 팀장, 정희수의 응원을 받아서 신이 난 모양이었다.


“왠지 엄마, 아빠, 삼촌한테 응원받는 기분이에요오.”


이하루의 말에 선유리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너희들이 자식같이 느껴져.”


잠시 후, 선유리 팀장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무, 물론 은성 씨랑 내가 부부 같다는 건 아니고!”


그 말을 들은 유마린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이하루를 붙잡고 말했다.


“하루야, 그렇게 빠꾸 없이 말하면 구설수 생겨!”


다이애나도 뭔가 이상했는지, 타로점을 보며 중얼거렸다.


“은인이 장가를 갈까요 여신닙···. 와! 다행이다! 최소 5년은 안 갈 예정이네!”


정작 당사자인 강은성은 혼자서 조용히 불타오며 다른 세계에 빠져 있었다.


‘시계야, 오늘은 미션 안 주냐? 얼른 애들을 새로운 숙소로 옮기게 해 주고 싶은데.’


[아직은 뭘 시킬 건덕지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팀장님이 하셨던 걸 나도 하는 수밖에.’


선유리 팀장은 1팀에 가서 담판을 짓고, 그들이 독점하던 좋은 데모곡을 가져왔다. 그 덕분에 무사히 데뷔곡을 정할 수 있었다.


지금은 선유리 팀장님만 보면 밟으려고 드는 회장 아들 김피터가 1팀장으로 승진한 상태다. 다시 한번 선유리 팀장을 보내면, 개판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강은성은 생각했다. 이번에는, 자신이 가서 담판을 지을 차례라고.


“팀장님, 잠시 어디 좀 다녀오겠습니다.”


강은성은 선유리 팀장에게 보고 후 1팀으로 떠났고, 그의 뒷모습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다이애나는 타로점을 쳤다.


타로점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은인이 위기에 빠진다고?’


그걸 보고 걱정이 된 다이애나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를 댄 뒤 강은성의 뒤를 밟았다.


***


강은성이 1팀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김피터는 다른 직원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여기, 수건입니다.”


“여기, 시원한 물입니다.”


강은성은 그걸 보고 자신이 지금 사무실에 있는 건지, 왕궁에 있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야, 2팀 강은성. 뭘 그렇게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냐?”


김피터는 여전히 강은성을 적대하고 있었다.


“왜 왔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지?’


강은성은 선유리 팀장이 어떻게 담판을 지었을지 상상해 보려 했다.


‘이런, 전혀 상상이 안 가는데?’


강은성은 선유리 팀장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가 하는 방식을 따라 할 수 없었다.


대신, 강은성은 가장 자기 자신다운 방식으로 가기로 했다.


“거두절미하고,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저희 애들 숙소 좀 옮길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그걸 왜 여기서 말하냐?”


“김피터 팀장님께서 막고 계시지 않습니까?”


강은성이 대놓고 김피터가 훼방 놓았다는 요지의 말을 하자, 깜짝 놀란 팀원 하나가 강은성을 구석으로 데려갔다.


“으, 은성 씨!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어떡해요! 차라리 까맣게 모르는 척하시지!”


“저는 속마음을 숨기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은성 씨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래요. 이 바닥에서 구르면 다들 거짓말쟁이가 될 거예요.”


‘그런가?’


회귀 전, 5년간 이 바닥에서 구르던 강은성은 거짓말쟁이였나?


‘그랬을지도 몰라.’


어쩌면 유마린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었으면서도 끝끝내 외면한 강은성은, 최고의 거짓말쟁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아무것도 안 떠올라.’


강은성의 마음속은 온통 아이들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데뷔를 앞두고 있는데, 다섯 명이 같이 사는 게 마음의 안정에도, 혹시 모를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서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은성은 다시 김피터의 앞으로 걸어 나갔다.


“도와주십시오. 훼방 놓는 걸 멈추십시오.”


“야, 지금 부탁하는 척하면서 명령질하네?”


“명령이 아닙니다. 간절하게 부탁드리는 겁니다.”


“그렇게 간절해? 그럼 증명해 봐.”


김피터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사악하게 웃었다.


한편, 창밖에서 몰래 강은성을 지켜보고 있던 다이애나는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저 사람, 표정 이상해. 구린 걸 감춘 사람의 표정이야. 오, 여신님! 은인께서 위기에 처했습니다! 부디 은인을 지켜주시기를!’


다이애나가 양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김피터는 강은성을 보고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야, 내 앞에서 무릎 꿇을래? 그럼, 훼방 안 놓을게. 큭.”


그 말을 듣자마자, 강은성이 무릎을 꿇었다.


“약속 지키셔야 합니다.”


“어, 훼방 안 놓을게 이제?”


그러나 김피터는, 했던 말과는 다르게, 여전히 사악하게 웃었다.


“훼방을 안 놓는다고 했지, 예산을 지원해 준다고는 안 했다. 크캬캬캭!”


강은성은 황당해서 할 말을 잃었다. 그건 다른 1팀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좀 심한데? 아무리 로열이어도 그렇지.’


항상 우러름만 받고 살았을 것 같아 보이는 엄청난 미남이 간절하게 부탁하면서 무릎까지 꿇었는데 돌아온 건 거짓말이었다는 게, 김피터를 제외한 1팀 전원의 심금을 울렸다.


그리고, 바깥에서 귀를 바짝 붙이고 이야기를 엿듣던 다이애나는 분노했다.


‘이런 썬 오브 더 해변을 봤나. 오, 여신이시여! 제가 저 더러운 놈을 응징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옵소서!’


그때, 강은성의 주머니 속 회고의 시계가 알림을 울렸다.


[‘다이애나’의 호감도가 최상에 도달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다이애나’를 실제 상태로 환상 세계에 초대하는 게 가능합니다.]


[‘다이애나’의 연관도가 최상에 도달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다이애나’의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현재 ‘다이애나’는 ‘분노 폭발’ 상태입니다. 해당 인물을 진정시키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강은성은 갑자기 다다다 울린 알림 때문에 약간 얼떨떨하긴 했지만, 마지막 알림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데뷔를 앞둔 애가 사고를 치면 큰일 나지!’


강은성은 아까 들었던 알림을 떠올렸다.


‘이제 환상 세계에 꿈 말고 실제 상태로도 초대할 수 있다고 했지. 그럼 초대한다, 다이애나를 환상 세계로. 초대하고 나서 진정 좀 시켜야지.’


그 순간, 눈앞에 금빛 밀밭이 펼쳐졌다.


[실제 ‘다이애나’를 환상 세계에 초대하며, 사용자 ‘강은성’도 자동으로 환상 세계로 이동하였습니다.]


드넓은 밀밭 가운데, 구불구불한 금발의 머리칼을 휘날리는 다이애나가 서 있었다.


“···이건!”


다이애나가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을 더 커다랗게 떴다.


강은성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작은 기대를 했다.


‘마녀 수련을 하던 애였으니까, 이걸 보고 이질감을 느꼈을지도 몰라. 어쩌면 긴 설명 없이도 환상 세계를 납득시킬 수 있겠다.’


다이애나가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입을 열었다.


“그래, 이건 꿈이야!”


“···엥?”


강은성은 생각했다. 다이애나가 영감이 있던 게 아니었나? 타로도 잘 맞히던데.


“앗! 이 목소리는? 은인이시다!”


다이애나가 강은성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이렇게 아름다운 꿈속에서 은인을 만나다니, 정말 행복해요!”


다이애나는 강은성의 품에 폭 안겼다.


“잠깐만, 다이애나!”


“조금만 더 이러고 있을래요. 꿈에서라도 안아보고 싶었어요!”


강은성은 속으로, 진짜 꿈속의 너는 나에게 반말을 했단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까, 꿈속의 다이애나도 갑자기 내 볼에 뽀뽀하고 사라지긴 했어. 꿈꾸는 다이애나는 이런 애정 표현을 좋아하는 건가?’


물론, 지금의 다이애나는 꿈을 꾸는 상태가 아니다.


‘애가 너무 순수해서 말해주기 미안하긴 하지만, 늦게 말하면 더 쪽팔려 하겠지. 어서 말해주자.’


강은성은 심호흡을 하고 외쳤다.


“다이애나! 이건 꿈이 아니야!”


“와아, 이건 꿈이 아니라고 외치는 꿈속의 귀인이라니, 이건 귀하네요!”


“그러니까 꿈이 아니래도!”


“와아, 정말 행복한 꿈이에요! 영원히 꿈속에 있어도 좋겠어요!”


“영원히 있어도 되는 이상한 곳이지만, 어쨌든 꿈은 아니란다.”


“은인과 단둘이서 영원히 있어도 된다니! 완벽한 꿈이네요!”


“그건 곤란해, 난 너희를 데뷔시켜야 하거든!”


그렇게 한참 동안, 다이애나는 이게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했다.


***


겨우겨우 이게 꿈이 아니라 신비로운 마법 세계라는 걸 납득시킨 뒤, 강은성은 녹초가 되어 밀밭 위에 드러누웠다.


‘오늘따라 햇살이 따사롭네. 늘 그랬긴 했지만.’


이곳은 강은성의 무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중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강은성이 슬퍼지면 날씨도 안 좋아지는 걸까?


‘그럼, 지금 나는 안 슬프다는 거네.’


2팀의 앞길을 가로막는 원수 김피터의 앞에서 무릎까지 꿇다가 왔지만, 그다지 슬프지 않은 모양이었다.


‘한 번 죽어보기까지 했는데, 그런 잔챙이 따위야 신경도 안 쓰이지.’


오히려 회귀 전 강은성을 계단에서 민 이름 모를 누군가 쪽이 김피터보다 훨씬 더 무서운 사람이었다.


“솔직히 김피터는 생각하는 게 너무 뻔해. 나보다 단순한 인간은 흔치 않은데, 그중 하나가 바로 김피터지.”


“은인께서는 전혀 단순하지 않습니다!”


생각에 몰두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 모양이었다. 그걸 들은 다이애나가 쪼르르 다가와서, 강은성은 전혀 단순하지 않다고 말해주었다.


“그럼 저는 부끄러우니까 이만··· 으흑흑, 이제 꿈이 아니라 진짜였다니! 너무 창피합니다!”


그리고 다시 쪼르르 가버렸다.


지금 이곳이 꿈이 아닌 환상, 마법, 뭐가 됐든 간에 진짜로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걸 알게 된 뒤, 부끄럽다며 멀찌감치 떨어진 것이다.


“지금 이게 꿈도 아니고, 마법도 진짜였다니! 은인과 여신님께 너무 부끄럽습니다! 은인, 아까 안아서 죄송합니다! 여신님, 마법이 진짜였던 것이옵니까!”


그렇게 멀리 가 버린 다이애나는, 진정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다행인 점은, 부끄럽다고 진정하는 사이 김피터에 대한 건 잊었다는 거였다··· 라고 강은성은 생각했지만,


‘반드시 복수할 거야. 은인을 무릎 꿇게 만든 그 인간. 나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고마워서라도 복수를 꼭 해 주고 말겠어.’


티를 내지 않은 채 조용히 복수를 다짐하는 다이애나였다.


***


다이애나를 진정시킨 강은성은 환상 세계를 닫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김피터에게 무릎을 꿇던 도중에 환상 세계를 열었기 때문에, 환상 세계를 닫은 지금도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


“숙소 예산 받고 싶냐? 그러면 내 구두를 핥아 봐.”


여전히 갑질을 하는 김피터 앞에서, 강은성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진짜 핥게?”


“그럴 리가 있나.”


강은성이 고개를 숙인 이유는, 땅을 짚고 일어나기 위해서였다.


‘환상 세계에 오래 있다 와서, 이 자세에 적응이 안 되더라. 왠지 핑 돌고.’


그냥 일어나면 부상당할 우려가 있어서, 안전하게 땅을 짚고 일어난 것이다.


“에이, 김 식네. 그래도 기대해라, 강은성? 데뷔조 평가 때 보자?”


갑질에 이어서 협박까지 하는 김피터였다.


하지만 강은성은 하나도 걱정되지 않았다.


‘환상 세계에 있을 때, 이걸 얻었지.’


김피터는 강은성의 무릎을 꿇게 만들었지만, 강은성은 김피터에게 더한 굴욕을 줄 것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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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최고의 육성 계획 (2) 24.08.23 56 1 12쪽
7 최고의 육성 계획 (1) 24.08.22 61 2 11쪽
6 데뷔조를 지켜라 (3) 24.08.21 71 3 12쪽
5 데뷔조를 지켜라 (2) 24.08.20 75 4 12쪽
4 데뷔조를 지켜라 (1) 24.08.19 86 3 13쪽
3 시계가 명함을 삼킴 24.08.18 117 4 12쪽
2 이번 생은 걸그룹 프로듀서 24.08.17 150 5 14쪽
1 배우 매니저, 회귀하다 +1 24.08.16 220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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