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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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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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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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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육성 계획 (3)

DUMMY

수면실에서 낮잠을 자던 선유리 팀장이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지?’


헤롱헤롱한 정신을 겨우 붙잡고 주위를 둘러보니, 간이침대 위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더라?’


선유리 팀장의 기억 속에 강은성이 자신을 업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끄아아아아 쪽팔려.’


선유리 팀장은 당장 퇴사하고 싶을 정도의 쪽팔림을 붙잡고 달아오른 얼굴을 가라앉혔다.


‘심호흡, 심호흡! 어서 정신을 차리고 좋은 데모곡을 찾으러 가야지.’


정신이 돌아온 선유리 팀장의 눈에, 쪽지 하나가 보였다.


‘이건?’


강은성이 남긴 쪽지였다.


***


‘우리 팀장님, 남겨드린 쪽지는 잘 찾으시려나?’


강은성은 선유리 팀장을 수면실에 내려 주고 가는 길이었다.


‘마린이는 유독 불안해하고, 다이애나는 본부장님이 반대하시고. 신기하게 미성년자 애들이 단단하네.’


물론 그들도 내면에 불안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겉보기에는 단단해 보였다.


그에 반해, 내면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불안한 여자, 혹은 소녀. 여자와 소녀 그 사이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는 유마린.


그리고 잃어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 마법을 믿겠다는 순수함, 순진함, 그 사이 어딘가의 모호함을 간직한 다이애나.


부하직원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며, 1팀의 방해 때문에 제대로 능력을 펼치지 못한 채, 자기 비하에 빠져 있는 선유리 팀장.


세 명의 어른은 각자의 혼란 속에 빠져 있었다.


‘회귀 전의 나도 혼란에 빠져 있긴 했지. 못 이룬 꿈을 가슴에 품고 살았으니까.’


물론, 회귀를 한 이후로 그 혼란에서 빠져나온 강은성이었다.


‘어쩌면 혼란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게 어른이 되는 과정 같기도 하고.’


하지만 혼란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있는데도 굳이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있을 이유는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선유리 팀장님께 쪽지를 남겼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아까 선유리 팀장을 업고 수면실에 데려갔을 때, 회고의 시계가 준 ‘선유리 팀장 육성법’을 보고 쓴 쪽지였다.


‘이상한 시계 같으니라고. 세상에 어느 부하직원이 상사를 육성하냔 말이야.’


툴툴대면서도 시계가 준 정보를 살뜰하게 써먹는 강은성이었다.


***


약속대로, ‘설득력’ 5분 이용권 획득 조건이 완화되었다.


원래는 최종 확정된 데뷔조와 선유리 팀장 앞에서 사랑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데뷔조 앞에서 사랑 노래를 부르면 되는 것으로 완화되었다.


‘선유리 팀장님이 낮잠 자고 계시는 동안, 애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겠다.’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사랑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강은성이었다.


다시 연습실에 도착했을 때는, 다섯 명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있었다.


‘어느새 친해졌나 보네.’


강은성은 유마린이 다이애나를 밀어내는 것 같아 걱정했었는데, 지금 이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여기 이 마지막 카드를 보면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것이옵니다!”


“그렇구나!”


“저희는 데뷔에 성공할 것이옵니다!”


“와아아!”


강은성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폭죽이라도 쏴 줘야 할 분위기네.’


그리고 강은성은 다이애나에게 말을 걸었다.


“다이애나 양, 그 말투를 바꿔 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분명 다이애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유마린이 대답했다.


“오빠! 저희한테만 반말하지 말고 다이애나한테도 반말해요.”


“그럼 나야 좋지. 다이애나 양은 어떠세요?”


“저도 정말 좋사옵니다!”


“말투를 바꿀 생각은 없고?”


“그렇사옵니다. 은인께는 이미 제가 마녀라는 사실을 오픈했으니 솔직하게 이야기하겠사옵니다. 이 말투는, 고귀한 여신의 대리자로서의 위엄 있는 말투이옵니다. 이 말투를 배우기 위해 매일 사극을 봤사옵니다!”


강은성은 딱히 위엄 있어 보이지 않는 말투라고 생각했지만, 다이애나가 상처받을까 봐 말하지는 않았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그런 말투 안 했을 거잖아. 거기에서처럼 편하게, 자연스럽게 말해보는 건 어때?”


“오, 어렵사옵니다! 고국에서도 항상 위엄 있는 포쉬 악센트를 쓰느라 뚝딱거렸사옵니다.”


“뚝딱?”


“여기 설희 양이 가르쳐 준 신조어이옵니다. 뚝딱! 뚝딱뚝딱! 어색함을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하옵니다.”


강은성은 ‘뚝딱’ 같은 표현을 쓰면 전혀 위엄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다이애나가 워낙 행복한 표정이라 말하지 못했다.


“그래도, 아이돌에게는 자연스러움이 중요해. 요즘 사람들은 티 나게 애쓴 느낌이 들면 무겁다고 도망가거든.”


“그렇사옵니까?”


“응. 최선을 다하되, 노력했다는 느낌이나 애쓴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해야 좋아해.”


“하지만 무대에 서면 긴장이 될 것 같사옵니다. 자연스럽게 하는 건 더 어려울 것 같사옵니다.”


“어찌 보면 그게 더 어려운 것일 수도 있어. 자연스럽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


“다이애나는 음색이 예쁜 게 장점이니까, 그 예쁜 음색으로 팬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 보는 게 어때?”


“여신님 말고 팬들에게, 이 말이구나.”


다이애나가 처음으로 사극체가 아닌 말투를 썼다.


“고마워, 은인. 나 이제 평범하게 말할게.”


반말이라는 것을 빼면, 정말 평범한 말투였다.


“잠깐만, 다이애나! 한국에서 연상한테 다짜고짜 반말하면 안 돼.”


“그렇구나. 난 몰랐어. 와서 보이는 사람 전부한테 존댓말만 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하길래, 반말이든 존댓말이든 개인의 선택인 줄 알았지.”


“이제 알았으면 나한테는 존댓말을 해 주련?”


“쳇, 은인한테 반말할 기회였는데. 어쩔 수 없네요.”


그렇게 다이애나의 이상한 말투 문제도 해결되었다.


강은성은 모여 있는 다섯 명을 보고 생각했다.


‘다른 애들은 검은색 아니면 최소 갈색 머리인데, 다이애나 혼자 밝은 금발이라 튀어. 데뷔곡 정해지면 컨셉 정해서 애들 무슨 색으로 염색시킬지 구상해 둬야지.’


[사용자이자 회귀자 ‘강은성’이 최종적으로 결정한 데뷔조 앞에서 사랑 노래를 부를 시, ‘설득력’ 5분 이용권을 드린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안내해 드립니다.]


시계의 알림에, 강은성이 심호흡을 했다.


‘그래, 이거 하려고 여기에 돌아왔지. 잘할 수 있어. 어떻게든 사랑 노래를 부를 핑계를 만들어 낸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성인이 미성년자한테 사랑 노래 불렀다가는 진짜 큰일 나는 세상이다.


‘이유. 이유가 필요해!’


강은성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젠장할. 고등학교 때 미술 실기에만 올인하고 공부를 버렸더니 머리가 나빠진 기분이야.’


물론 고등학교 때 공부를 놓지 않았더라도 머리가 좋았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신은 나에게 잘생김과 감각을 주는 대신 다른 건 주지 않았나 보지. 아, 죽음의 위기에서 회귀를 한 걸 보니 운도 줬다.’


게다가 그를 회귀시킨 시계가 정보도 물어다 주고 애들, 심지어 상사 육성 계획까지 쫙쫙 짜 주고 있었다.


‘그래, 사랑 노래 부르는 핑계 만드는 게 뭐가 어렵겠어.’


강은성은 데뷔조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잠깐 노래 하나 부를게, 들어줄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면 그냥 이유 없이 부르자.


강은성의 생각이었다.


노래를 마친 뒤, 아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오빠, 갑자기 사랑 노래는 왜요?”


“왠지 음악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어.”


강은성이 어물쩍 넘어가자, 시계에서 자체 환호성 소리를 재생해 주었다.


[와우! 휘오오! 휘이익! 짝짝짝!]


‘정말 부끄럽군.’


[보상으로 ‘설득력’ 5분 이용권을 드립니다. 적재적소에 활용해서 목표를 이루시길 바랍니다.]


시계에서 황금빛 티켓이 하나 나왔다.


‘잘 보관해야겠다.’


강은성이 티켓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때, 선유리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버더레스 1센터 2팀 인턴 프로듀서 강은성 전화 받았습니다.”


- 은성 씨, 쪽지 잘 봤어.


“그렇습니까.”


- 그래. 오늘 1팀 가서 담판 짓고 올게. 은성 씨는 애들 잘 케어해 줘. 한참 예민할 때니까.


“알겠습니다.”


강은성은 전화를 끊은 뒤 안심했다.


‘나한테 반말을 하시는 걸 보니, 쪽지를 열어보셨나 보군.’


데뷔조 아이들의 최적 육성 시간표와 달리, 선유리 팀장 육성법은 간단했다.


[선유리 팀장 육성법: 강은성에게 반말하게 만들기]


‘정말 달랑 그 한 줄이었지.’


긴가민가하며 쪽지를 남겨 뒀는데, 1팀에 가서 담판을 짓고 오겠다는 걸 보니 뭔가 결심한 듯했다.


‘팀장님이 물러 보이긴 해도 어른은 어른이라니까. 그 한마디로 다 이해하셨나 봐.’


저에게 반말을 해 주십시오.


강은성의 한 마디가, 선유리를 각성시킨 것이다.


***


회사 내의 연습용 데모곡 몇 개로 춤 연습을 한 뒤에, 경험 많은 유마린과 체력 좋은 이하루마저 녹초가 되었다.


[데뷔조에게 휴식 시간을 줄 것을 권유해 드립니다.]


때마침 시계도 아이들을 쉬게 할 것을 권했다.


“조금 쉬자, 얘들아.”


“드디어 휴식이다아···.”


이하루가 바닥에 풀썩 엎어졌다.


유마린은 일부러 강은성의 시야로 들어와서 물을 마시며 목선을 보여줬다.


뭇 남성들이 침을 꿀꺽 삼킬 만큼 아찔한 장면이었다.


물론 회귀 전에 죽음을 한 번 겪어 봤던 강은성은 그저 평온했다.


‘이번 생에는 마린이가 사랑 없는 결혼을 하는 꼴을 안 봐도 되겠지. 미련한 녀석. 그땐 왜 감당 못 할 일을 벌여서, 결혼식 날에 가수 하고 싶다고 울고.’


유마린이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닦으며 상체를 살짝 숙였는데, 그 바람에 가슴골이 깊이 드러났다.


‘저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게 내버려 두자. 내가 눈 감고 있으면 되지.’


강은성은 두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나치게 피곤한 나머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여전히 연습실이었다.


잠들기 전과 차이점이 있다면, 담요가 덮여 있다는 것이었다. 귀여운 곰돌이가 그려진 분홍색 담요가 살포시 강은성을 덮고 있었다.


‘뭐지, 왠지 부끄러워지는 이 담요는?’


강은성이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일어났어요?”


유마린이 방긋 웃으며 강은성을 맞이했다.


“제가 담요 덮어드렸어요. 잘했죠?”


“담요는 내가 아니라 네가 덮어야 할 것 같은데.”


강은성이 유마린에게 담요를 둘러주었다.


유마린은 담요를 망토처럼 입은 모습이 되었다. 돌핀 팬츠 속의 늘씬한 다리는 미처 가려지지 않았지만, 가슴골만큼은 확실히 가려졌다.


“맞다, 아까 선유리 프로듀서님 오셨다가 갔어요. 오빠 깨면 전화 좀 달래요.”


선유리라는 말을 듣자마자 강은성의 정신이 확 깼다.


“선유리 팀장님이?”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부재중 전화가 한 통 찍혀 있었다.


목을 가다듬은 다음 통화 버튼을 눌렀다.


“팀장님, 강은성입니다.”


- 그래, 은성 씨. 피곤해 보이길래 안 깨웠어.


“무슨 일이십니까?”


- 좋은 소식 알려 줄게. 거기서 기다려 봐, 직접 가서 말해줄 테니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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