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천재 걸그룹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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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맛
작품등록일 :
2024.08.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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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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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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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빛을 바라보며 살기 위해 (1)

DUMMY

[목표: 걸그룹 프로듀서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보상으로, 저장된 데이터베이스 중 지금 가장 필요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번엔 정보를 보여주기 전에 어떤 행동을 시킬지 상상하며 두근거리는 강은성이었다.


[중요한 관문을 통과한 기념으로, 이번에는 아무런 대가 없이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왠지 아쉬워지는 강은성이었다.


‘아니지, 오히려 좋지.’


시계가 빔프로젝터 영상을 띄웠다.


[친밀도 최상을 달성하여 실물을 환상 세계에 초대한 ‘다이애나 위버’의 타임라인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었습니다.]


[‘다이애나 위버’의 타임라인을 재생해 드리겠습니다.]


시계가 영상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


강은성이 회귀 전의 시간선의 타임라인이라, 다이애나는 한국에서 데뷔하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워킹홀리데이 기간이 끝날 때까지 엄마를 찾지 못한 다이애나는 일본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유명해져서 엄마가 찾아오게 만들고 싶은 마음에 졸업 제도가 있는 일본 걸그룹의 아이돌이 된다.


그런데, 그 걸그룹은 실력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 레슨을 전혀 지원해 주지 않았다. 무명 시절의 다이애나는 레슨 한 번 받지 못한 채 음색 하나로 버티다가, 미모를 조명받으며 주목받았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겠다며 몸을 혹사하며 노래를 많이 부른 다이애나는, 제대로 된 발성법을 배우지 못한 탓에 성대 결절로 쉬게 된다.


성대 결절이 화제가 되며 더 유명해진 다이애나에게 마침내 엄마가 찾아온다.


문제는, 돈을 좀 많이 빌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찾아왔다는 것이다.


***


영상을 끝까지 본 강은성은 고민에 빠졌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다이애나는 엄마가 보고 싶다는 소원 때문에 마법을 믿고 금남의 생이라는 수도승적인 삶까지 받아들였다. 본인은 처음에는 진지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강은성이 봤을 때 그 정도로 신실한 거면 진지한 게 맞았다.


‘자칫하면 다이애나에게 밑 빠진 독이 생길 것 같은데···.’


강은성이 고민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시계가 다시 한번 알림을 울렸다.


[중요한 관문을 통과한 기념으로, 영상 하나를 더 재생해 드립니다.]


[‘유마린’의 타임라인 속의 영상입니다.]


강은성은 시계가 타임라인 데이터베이스를 저장하는 법칙을 파악했다.


‘회귀 전에 나랑 인연이 깊던 사람의 타임라인은 그냥 얻는 거고, 이번 생에 처음 만나거나 회귀 전 인연이 얕았던 사람의 타임라인은 친밀도가 최상을 찍는 것, 실물 상태로 환상 세계에 데려오는 것, 두 가지를 해야 하는구나.’


그리고 시계는 영상 하나를 더 재생하기 시작했다.


[‘유마린’의 타임라인 속 ‘정원’의 영상입니다.]


***


강은성이 회귀하기 전, 원래 다섯 명이던 데뷔조에서 한 명이 빠졌다.


보통 이런 일이 생기면 데뷔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정원, 유마린, 양설희는 걱정에 시달렸다. 평소 아무 생각이 없었던 이하루조차 불길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정원에게 누군가가 접근한다.


다른 기획사의 프로듀서였다.


비주얼 센터로 정원을 쓰고 싶어 하던 그는, 정원에게 높은 계약금과 가족을 위한 아파트를 제안했고, 정원은 그 제안을 받는다면 유마린, 양설희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거절하려 했다.


마침 유마린의 배우 전향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고, 이하루는 발레를 할 정도면 최소 중산층 이상이라는 뜻이었기 때문에 당장의 금전 문제는 없었다. 양설희는 아역 배우 출신이라 다시 배우로 돌아가도 될 터였다.


불안에 떨던 정원은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 제안을 받는 순간 역적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다른 두 명은 살아날 구석이 보이는데, 노예 계약 경험으로 성격이 소심해져 버린 정원에게는 아이돌 데뷔가 아니면 살아날 구석이 없어 보였다.


래퍼로 돌아가기에도 껄끄러운 인연과 안 좋게 끝난 계약 때문에 문제였고, 배우를 하기에도 변해버린 성격으로 인한 작은 목소리 때문에 문제였다. 게다가 이하루와 달리 정원은 금전이 필요했다.


결국 정원은 제안을 받아들이고, 때마침 선유리 팀장도 2센터로 좌천되며, 1센터 2팀 걸그룹 데뷔조는 영영 깨져버렸다.


사이가 좋던 데뷔조 아이들은 이제 서로 얼굴 보기가 껄끄러운 사이가 되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유마린의 타임라인에는 저장되어 있지 않지만, 회귀 전의 강은성이 정원을 알지 못했던 걸로 봐서, 아마도 잘 되지 못했을 거라 예상되었다.


***


정원의 영상을 본 강은성은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고민이 또 늘었다. 이거 어떡해야 하나···.’


이렇게 고민이 여러 종류일 때는, 우선순위를 매기기로 했다.


‘다이애나 일의 경우는 다이애나가 이름을 날린 다음에 일어나는 일이야. 정원이 일의 경우는, 다른 기획사 프로듀서가 욕심을 내서 남의 데뷔조를 엎어버린 일이고.’


시간순으로 하면, 정원의 일이 먼저 일어날 것이다.


‘당장의 불안함에 사로잡혀 평생을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도록, 내가 도와줘야겠지.’


정원은 강은성과 함께할 걸그룹 운명 공동체인 만큼, 강은성은 정원을 진심으로 돕고 싶었다.


***


강은성은 정원과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실물 상태의 그녀를 환상 세계로 불러왔다.


다이애나와 달리, 정원은 침착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 그러니까, 이게 마법이라는 거죠, 프로듀서님.”


노예 계약을 해지하고 마음은 편안해졌지만, 소심한 성격은 그대로였다.


‘상처를 받고 쉽게 털기는 힘들지.’


강은성은 정원이 안쓰러웠지만, 다른 아이들이 잘 챙겨줄 거라 믿어서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걱정할 건 다른 데서 정원이를 못 채가게 하는 거니까.’


강은성이 말을 어떻게 꺼내나 고민하고 있을 때, 정원은 주변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여기 너무 예뻐요··· 복잡하지도 않고, 뭔가 쓸쓸하고,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정원은 이걸 말할까 말까 고민하며 한참을 땅바닥만 바라보다가, 얼굴이 빨개진 채 말했다.


“저, 저, 저, 저···. 가끔 여기 와도 될까요?”


“물론이지. 이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강은성의 말에 정원이 빨개진 얼굴로 배시시 웃었다.


“저, 저, 정말 감사해요, 프로듀서님!”


강은성은 문득, 정원이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이애나도 불러왔다.


“오, 정원이!”


“다이애나 언니···.”


둘은 같이 밀밭을 거닐며 산책을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은성은, 내친김에 여기 데리고 올 수 있는 사람은 다 데리고 오기로 했다.


‘물론 정희수는 수상하니까 빼고.’


그렇게 선유리 팀장을 불러왔는데, 그녀는 한동안 마법이 진짜로 존재한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다이애나의 신묘한 타로점으로 미지의 신비(?)에 익숙해진 정원과 달리, 선유리는 평소에 마법에 대해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짜고짜 마법이 들이밀어지니 당황하는 것도 당연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이런 이상한 현상을 받아들인 선유리 팀장은, 의외로 환상 세계에 대해 좋은 평가를 했다.


“아직도 마법이 진짜라는 건 납득이 안 되긴 해. 그래도, 이 공간 진짜 쓸모 있다. 경치도 좋고, 시간도 안 흐른다니, 야근하기 딱 좋지 않아?”


“너무 오래 머물다가는 빨리 늙어버리는 부작용이 있다고 합니다.”


“그건 좀 그렇지만, 철야하느라 지옥의 타임어택을 하는 것보다는, 여기서 좀 늙어가면서 잠도 자 가면서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강은성은 선유리 팀장은 여기서까지 일을 과하게 하다가 과로로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도, 선유리 팀장 말처럼 잠도 못 자면서 일하는 것보다는 이곳에 와서 잠이라도 푹 자 가면서 일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했다.


‘역시 인원 충원이 필요해. 김피터 그 자식은 이것까지 방해하는 건 아니겠지?’


불길한 예감을 뒤로 하고, 강은성은 다이애나에게 고시원 대신 환상 세계의 블랙 포레스트 속 과자 집에서 자는 건 어떻겠냐고 물었다.


“너무 기대됩니다, 은인!”


정원도 다이애나 옆에서 기대된다는 듯 눈을 말똥말똥 떴고, 선유리 팀장도 궁금하다는 듯 다가와서 물었다.


“밀밭 말고 숲도 있다고? 나도 한 번 보여줄 수 있어, 은성 씨?”


“물론입니다.”


그렇게 강은성은 과자 네 개를 소환해서, 각자의 입에 물려 주었다.


강은성이 과자를 베어 물며 시범을 보이고, 다이애나, 정원, 선유리 팀장도 그걸 따라 했다.


그러자, 그들은 블랙 포레스트의 과자 집 앞으로 이동했다.


다이애나는 마법이 이렇게 강력하다는 걸 느끼며 여신에게 기도를 했고, 정원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과자 집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일행 중 최연장자인 커리어 우먼 선유리 팀장만이 강은성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호호, 그렇단 말이지? 마법이란 것의 메커니즘, 정말 특이한 것 같네.”


마법을 가장 오랫동안 못 받아들인 사람이지만, 마법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강은성보다 더 궁금해하는 선유리 팀장이었다.


***


다이애나는 고시원보다 과자 집 내부의 북유럽풍 분위기의 집에서 자는 게 훨씬 낫다는 데 동의했다.


그리고 정원은 데뷔조 숙소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다이애나의 안타까운 처지를 가엽게 여기던 터여서, 용기를 내서 말했다.


“저, 저도 가끔 다이애나 언니랑 같이 여기서 자도 될까요? 언니 혼자 있으면 외로울까봐요···.”


강은성은 소녀들의 우정에 감동해서 눈물을 찔끔 흘릴 뻔했다.


‘키우는 딸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 같구나.’


회귀한 다음에 걸그룹 프로듀서로 진로를 바꾸기를 잘했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는 강은성이었다.


그리고 그런 두 소녀의 모습을 보며, 강은성은 다시 한번 시계가 알려줬던 정보를 떠올렸다.


‘다이애나 엄마가 나타나서 돈 꿔달라고 하는 먼 미래의 일이랑, 다른 기획사 프로듀서가 나타나서 정원이 빼가려고 하는 가까운 미래의 일.’


그리고 강은성은, 지금 아늑한 공간에서 동료와 함께 있으면서 편안한 상태의 정원에게 아주 중요한 말을 해 주기로 했다.


“정원이는 능력 있으니까, 누가 스카웃하려고 들지도 몰라.”


그러자 정원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거, 걱정 마세요. 전 저희 팀 언니들이 정말 좋아요.”


“그건 당연하지. 우리 애들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착한데.”


그 말에, 정원과 다이애나는 물론이고, 선유리 팀장까지 웃었다.


“정원아, 아까 했던 말을 바꿔서 말할게. 아마도 높은 확률로, 누군가가 널 스카웃하려 들 거야.”


그리고, 강은성은 한 아이의 미래를 위해 정말 중요한 말을 해 주기로 했다.


“가진 게 젊음뿐일 때에는, 더 나이 먹은 사람들이 적선하듯 던져 주는 돈과 작은 여유가 간절할지도 몰라. 그래도, 나는 간절할수록 더 인내하라고 말해주고 싶어.”


직접적으로 가지 말라며 잡는 대신, 정원에게 더 먼 미래를 볼 수 있는 시야를 주고 싶었다. 물고기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듯.


“인내하는 건 정말 힘들 거야. 당장 포기하고 싶을 수도 있어. 그럴 때면, 미래의 자신을 떠올려 봐. 나는 부끄러움을 안고 지하에서 숨죽이는 미래를 원하는가, 밝은 빛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미래를 원하는가 하고 말이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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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최고의 육성 계획 (1) 24.08.22 62 2 11쪽
6 데뷔조를 지켜라 (3) 24.08.21 71 3 12쪽
5 데뷔조를 지켜라 (2) 24.08.20 76 4 12쪽
4 데뷔조를 지켜라 (1) 24.08.19 87 3 13쪽
3 시계가 명함을 삼킴 24.08.18 117 4 12쪽
2 이번 생은 걸그룹 프로듀서 24.08.17 151 5 14쪽
1 배우 매니저, 회귀하다 +1 24.08.16 22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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