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천재 걸그룹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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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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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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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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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랏, 프롤레타리아 (2)

DUMMY

강은성은 손수건을 목에 둘렀다.


크기가 작은 손수건이라 치렁치렁하게 내려오지 않고, 세일러 제복처럼 귀엽게 묶였다.


‘신체 나이 22세에 어울리는 깜찍 발랄한 손수건이구만.’


검은색 셔츠에 혁명적으로 붉은 손수건이 더해지니, 두 가지의 색이 잘 어울렸다.


‘내 취향은 톤온톤이긴 하지만, 이렇게 대비되는 색깔도 어울리네.’


붉은색은 강은성의 퍼스널 컬러 팔레트에 들어 있지 않은 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잘 어울렸다.


그 이유는 바로, 강은성의 얼굴이 잘생겼기 때문이었다.


예쁜 연예인이 화장품 광고를 찍을 때, 일부러 컬러 팔레트 바깥의 색상으로 골라 바르기도 한다. 컬러 팔레트 안의 색상을 고르면 자연스럽다는 장점이 있지만 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면, 정반대 팔레트의 색상으로 고른다면?


‘이목구비가 돋보이게 되지.’


강은성이 목에 두른 혁명적으로 붉은 손수건도 그런 효과를 가져오고 있었다.


‘이제 데뷔조 평가 때 김피터 커피잔에 각설탕 타는 법을 생각해야 해.’


강은성은 고민 끝에, 그날 자신이 커피 심부름을 하겠다고 나서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빈틈이 많은 계획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각설탕을 타지 못했을 경우에는, 손수건의 힘만이라도 빌려서 잘 싸워 보자.’


강은성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커피에 각설탕 타는 난이도는 너무 쉬웠다.


“꺅, 2팀의 은성 님이시네! 못 본 걸로 해 주세요!”


김피터는 여기저기에 원한을 사고 다닌 것이다.


***


김피터의 갑질로 1팀에서 시녀처럼 일하고 있던 박주희는, 김피터가 그렇게 싫어하는 2팀 앞에서 개망신을 준 뒤 바로 퇴사할 계획을 세웠다.


‘망할 놈의 세상!’


탕비실에서 김피터가 마실 커피잔에 설사약을 타 넣고 있을 때, 때마침 커피 심부름을 대신 하겠다며 들어온 강은성을 마주친 것이다.


박주희의 신변을 걱정한 강은성의 만류로 설사약은 버렸지만, 여전히 복수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나마 강은성이 박주희 대신 복수를 해 주겠다면서 건넨 각설탕을 커피잔에 타 넣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강은성 씨도 김피터 때문에 무릎까지 꿇은 사람이지. 설사약처럼 센 건 아니더라도, 뭔가 골탕 먹일 만한 거겠지?’


그렇게 김피터는 설득력이 10% 하락하는 각설탕을 먹게 되었다.


***


원래 데뷔조 평가는 팀장급 이상만 참관할 수 있었지만, 인원이 지나치게 적다는 2팀의 특수성 덕에 대리인 강은성까지 참관할 수 있게 되었다.


정희수는 자신도 보고 싶었다며 아쉬워했다. 오히려 양설희가 어른스럽게 정희수를 위로했다.


‘위로를 해 줄 사람과 받을 사람이 바뀐 것 같은데···.’


강은성이 정희수를 미심쩍게 쳐다봤지만, 어쨌든 양설희의 위로가 통한 모양인지 영화를 보면서 기다리고 있겠다며 코를 훌쩍이는 정희수였다.


‘내가 내준 숙제만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언제 한 번 아이돌 영상도 보라고 해줘야겠다.’


여하튼, 정희수가 빠진 2팀은 당당하게 연습실로 걸어갔다.


항상 출근하는 연습실이지만, 이번에는 평가를 받으러 가는 것이다 보니, 데뷔조 아이들의 마음가짐도 다른 모양이었다.


“오빠, 저희 잘하고 올게요!”


오늘따라 기합이 잔뜩 들어가서 강은성을 유혹할 정신이 없어 보이는 유마린.


“언니들, 우리는 잘할 거야. 연습한 대로만 하면 돼!”


나이는 제일 어리면서 오히려 언니들의 긴장을 풀어 주는 양설희.


“···여신이시여!”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간절히 기도를 올리는 다이애나.


“후우···. 잘할 수 있을 거야.”


노예 계약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왠지 마음이 편안해 보이는 정원.


“헤에~”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이는 이하루까지.


데뷔조 아이들과 프로듀서 강은성, 능력 있는 팀장 선유리는 연습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


데뷔곡 무대를 마친 뒤, 본부장이 기립 박수를 쳤다.


“거 참, 곡 선정 한번 끝내주는구만. 역시 선유리야.”


“호호, 물론 제 능력도 뛰어나지만, 사실상 우리 강 대리의 공이 커요.”


그러자 본부장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강은성을 관찰했다.


“그렇단 말이야?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구만, 강 대리?”


강은성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컨셉이나 세계관, 곡에 관한 질문에 완벽하게 대답할 준비를 했다.


강은성의 예상대로, 곧바로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세계관과 컨셉에 대한 건 선유리가 도맡아 대답했다. 물론, 중간중간에 강은성의 활약에 대해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마음속으로 선유리 팀장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던 강은성에게도 질문이 들어왔다.


“가사랑 편곡 작업도 강 대리가 했다고?”


“그렇습니다.”


“퀄리티가 꽤 준수한데?”


“하하, 아닙니다. 아직 가편집 단계라, 데뷔가 확정되면 전문 편곡자에게 보낼 예정입니다.”


“그래도 그만하면 잘했지. 가사도 약간만 더 손 보면 바로 시장에 내다 팔 수 있겠어. 보기보다 능력자인데?”


“하하, 과찬이십니다.”


가사와 편곡은 환상 세계에 있다 보면 자꾸 영감이 떠올라서 그 도움을 많이 받았다.


‘어떤 느낌의 가사가 좋을지, 여기엔 어떤 악기를 입혀야 좋을지 자꾸 떠오른단 말이지.’


복잡한 도심 속에서도, 언제든지 환상 세계를 불러내서 쉴 수 있었다.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마음속을 채우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 그래야만 비워낼 수 있는 게 생기기 때문이다. 그럴 때, 환상 세계가 좋은 소스가 되어 주었다.


‘참 다양한 기능이 있다니까. 데뷔 확정되면 다이애나 보고 잠잘 때만 환상 세계 오두막에서 지내는 건 어떠냐고 물어봐야지.’


아무리 생각해도 데뷔를 앞둔 아이를 홀로 고시원에 내버려 둘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 전에 예산을 편성 받아서 애들 전부를 더 좋은 숙소로 옮기는 게 베스트지만.’


본부장은 이번에는 강은성에게 다른 질문을 했다.


“기획안을 보니까 재미있는 게 보이네. 수록곡 목록이 특이하네?”


“네, 그렇습니다. 컨셉을 cozy-witch로 정해서, 컨셉에 어울리는 lo-fi 음악을 수록곡으로 골라봤습니다.”


“코지하다라. 독특하고 실험적이야. 수록곡이 타이틀과 어울린다고 판단한 이유는?”


“타이틀곡의 동화풍 분위기와 수록곡의 코지한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습니다.”


“독특하다는 건, 그만큼 시도를 많이 해 보지 않아 성공 사례가 적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는데, 그에 대한 대책은?”


“전적으로 아이들을 믿었습니다.”


“아이들을 믿었다라···. 어느 부분을 믿은 거지?”


“아이들이 워낙 출중해서, 가만히 있기만 해도 튑니다. 빠르고 꽉 찬 곡이 트렌드인 케이팝 시장에 비어 있으면서도 아늑한 곡이 등장한다면, 그 자체로도 튀는데, 거기에 매력적이고 튀는 아이들까지 보여주면, 이건 무조건 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이군. 나쁘지 않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컨셉이랑 곡은 그렇다고 쳐. 그런데, 멤버 구성을 꼭 이대로 가야 하나?”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여기 1팀 김피터 팀장이 자료를 줬네. 이하루는 뭐 평범하고, 양설희는 엄마부터가 열성적이고, 유마린이도 오래 묵은 연생이라 처신 잘 할 테고.”


강은성은 침을 꿀꺽 삼키고, 본부장은 불길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다이애나는 부모 중 한 쪽이 없네? 이거 나중에 문제 될 수 있다. 알지? 정원처럼 가난하기만 하면 차라리 나은데, 부모 리스크는 상당히 크단 걸 아나?”


“···자식이 성공하면 갑자기 나타나는 사람들 말입니까.”


“나타나기만 하면 다행이게? 자식 이름 팔아서 별짓 다 하는 인간들도 있다. 그런 인간 말종하고 엮이면, 우리 회사 주가도 뚝 떨어지는 것이여. 그래서 난 반대.”


강은성은 곤란에 빠졌다. 김피터를 상대할 생각만 했는데, 비겁하게 본부장에게 자료를 찔러 줄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김피터는 내 예상보다 더 지능적인 빌런일지도 모르겠군.’


그래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강은성은 최선을 다해서 다이애나를 데뷔조에 넣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냈다.


“다이애나는··· 마력이 있습니다! 생모가 흉계를 꾸며도 마법으로 방어할 수 있을 겁니다!”


너무 급한 나머지 지나치게 솔직한 이유를 생각해 버리긴 했지만, 뭐라도 해야 했다.


“푸하하하하하하하!”


당연히 본부장은 박장대소했다.


“강 대리, 자네 어젯밤에 판타지 소설이라도 읽고 잔 거 아니냐?”


“순도 100퍼센트의 진실입니다! 거짓말 탐지기를 가져오셔도 떳떳합니다!”


그 순간, 강은성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다이애나! 혹시, 네가 마녀인 거, 밝혀지면 안 되는 거였지?”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만 은인, 아니 프로듀서님만큼은 얼마든지 밝히셔도 돼요!”


다이애나는 자신의 마력을 증명하겠다며 본부장의 타로점을 봐주겠다고 나서려 했고, 선유리 팀장과 다른 멤버들이 애써 그녀를 말렸다.


“다이애나, 지금은 정말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때야.”


다이애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가 앉았다.


그때, 그 광경을 지켜보던 김피터가 강은성 앞으로 나섰다.


“크큭, 우리 남자 데뷔조는 금수저만 골라 뽑았거든? 이래서 가난뱅이들은 시야가 좁아서 안 된다니까.”


그 말과 동시에, 시계의 알림이 울렸다.


[각설탕의 효과로, ‘김피터’의 설득력이 10% 떨어집니다.]


[손수건의 효과로, ‘김피터’에 대한 전투력이 상승합니다.]


그 말과 동시에, 강은성의 머릿속에는 무수히 많은 신문 기사가 떠올랐다.


[‘김피터’의 말이 설득력 없는 증거입니다. 잘 골라서 사용하면 설득력 10%가 떨어집니다. 현재 전투력 상승효과를 받고 있어, ‘강은성’의 발언의 공격력과 신뢰도가 증가합니다.]


‘이렇게 작동하는 거였구나.’


강은성은 김피터에게 재벌가의 편부모 가정 사례와, 개차반 개박살난 가족관계 사례에 대해 쏟아냈다.


그리고 본부장은 그걸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푸하하하, 강 대리 자네, 진짜 웃기는 사람일세. 아, 오해하지 말게나. 좋은 의미니까.”


김피터가 그 말에 발끈하려 했지만, 본부장이 눌러 앉혔다.


‘오, 본부장 파워. 아무리 로열이어도 팀장 따위는 바로 눌러버리네.’


본부장은 강은성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찬성으로 내 의견을 바꾸겠네. 그 패기라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친부모도 물어뜯을 기세니까. 하하하! 나는 강은성이 자네만 믿는다.”


강은성이라는 인간 자체를 보고 던진 찬성표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프로듀서가 멱살 잡고 끌어가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걸그룹 데뷔조, 검증된 안정성만 따라가는 보이그룹 데뷔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구만. 하하하!”


본부장이 호쾌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자네 빨간 스카프, 멋진데?”


강은성의 패션 감각에 대해 칭찬도 해 주며 밖으로 나갔다.


[해당 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했습니다.]


[해당 인물은 과거 가난을 겪은 인물로, 금수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해당 인물의 특성이 손수건의 붉은색에 이끌려, 착용자 ‘강은성’에게 호감을 갖도록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강은성’의 해당 인물에 대한 설득력이 10% 상승했습니다.]


[목표: 걸그룹 프로듀서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보상으로, 저장된 데이터베이스 중 지금 가장 필요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번엔 정보를 보여주기 전에 어떤 행동을 시킬까 상상하며 두근거리는 강은성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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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밝은 빛을 바라보며 살기 위해 (2) 24.09.05 25 2 11쪽
20 밝은 빛을 바라보며 살기 위해 (1) 24.09.04 24 2 12쪽
» 가랏, 프롤레타리아 (2) 24.09.03 25 1 12쪽
18 가랏, 프롤레타리아 (1) 24.09.02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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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최고의 육성 계획 (1) 24.08.22 62 2 11쪽
6 데뷔조를 지켜라 (3) 24.08.21 71 3 12쪽
5 데뷔조를 지켜라 (2) 24.08.20 76 4 12쪽
4 데뷔조를 지켜라 (1) 24.08.19 87 3 13쪽
3 시계가 명함을 삼킴 24.08.18 117 4 12쪽
2 이번 생은 걸그룹 프로듀서 24.08.17 151 5 14쪽
1 배우 매니저, 회귀하다 +1 24.08.16 22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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