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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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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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흥정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놈은 얼마 안 가서 누리의 얼굴을 알아보았고 누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때 말 걸었던...”


이놈은 비밀작업장 끌려가기 전, 흉악해 보이는 놈들이 대거 왔을 때 만난 놈이었다.

괴물이라고 부르면서 말을 건넸던 놈.

까무잡잡한 얼굴에 흉터 가득한, 나름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놈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기억이 났다.


“괴물 같은 놈이라더니 과연. 명이 질기구만. 끌려갔다면서 어떻게 살아 나온 거야?”


누리는 놈의 질문에 순순히 대답하지 않고 일문일답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친근하게 이야기 나눌 놈은 아닌 것 같았으니까.


“그럼 넌 경비를 죽이고 도망가려다가 쫓아온 기마병에게 밟혀서 기절했단 말이네.”


운도 좋은 놈이었다.

그 큰 말한테 차이고서 살아남는다니.

사자 같은 생물도 죽일 수 있는 동물인데.


‘하긴 나도 칼에 관통당하고 베이기까지 했는데. 여긴 지구랑 뭐가 다른 거지? 왜 다 나은 거야.’


누리는 살아남은 이놈도 그렇지만, 자신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분명 관통당하고 휘젓기까지 했던 몸의 상처가 벌써 나아 있었으니까.


“후. 그래도 뼈가 부러진 건지 걸을 수가 없어. 날 좀 업어.”


철판이라도 깐 건지, 놈은 당연하게 누리에게 지시했다.

현 상태로 보아 놈은 왼쪽 갈비와 다리뼈가 부러진 것처럼 보였고 누리는 맘에 들진 않긴 해도 그를 등에 업었다.

친절하게.


“부서진 건물들에 의약품 몇 개가 있었어. 가서 각목으로 뼈를 고정하지.”


재수 없는 놈이긴 했지만, 이 환경에 살아남은 사람을 본 게 기쁘기도 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도움을 받을지도 몰랐다.

누리는 곧장 의약품을 보았던 곳으로 업고가 그를 눕히고 응급처치했다.


‘군대서 배운 걸 이렇게 써먹을 줄이야.’


솔직히 말하면 잘 듣지도 않았고 기억도 잘 안 나지만.

어리바리 까던 이병, 일병 시절 선임에게 혼나면서 외운 보람이 어느 정도 있었다.


“부러진 뼈랑 찢어진 살갗을 치료해 뒀으니, 무리해서 움직이지만 마. 시간이 좀 지나야 나을 거야.”


실제로 효과 있는진 몰랐지만, 일단 그렇게 말해두었다.

움직이기 힘든 이놈은 음식과 물을 가져다 달라고 했고 누리는 대가로 이 지역과 이 세상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


“흠. 정말 촌뜨기였군. 이봐. 여기서 사는 법을 알려줄 테니, 날 좀 잘 치료해달라고.”


놈의 이름은 딘이었다.

본인 말로는 쌍칼의 딘이라고 엄청 유명했다는데 알 길은 없었다.

느낌상으로는 삼류 건달인 것 같았다.


딘은 이곳에 대해 이것저것 말해주었다.

누리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확인되자, 무언가 안심했다는 듯.


딘에 의하면 여긴 프리덴이라 불리는 해안가였다.

본래는 해안 마을이었고, 이곳의 영주가 그 세 갈래로 찢겨나간 놈.

그놈은 칼디아 왕국의 왕족 중 하나라고 했다.

어쩐지 동네 영주치고 무장한 기사도 많고 복장도 화려하더라니.


“흠. 일단 네 놈 말대로면 정신 나간 괴물이 나온 모양인데. 소환이나 마법 같은 건 나도 잘 모르니.”


딘에게 누리는 알고 있는 걸 모두 이야기했고, 그는 나름대로 이것저것 추측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리고 누리에게 자신을 따를 것을 촉구했다.


“큰 동굴도 부술만한 놈이라면 용 같은 거겠지. 마법사 놈들은 뒤질 걸 알면서도 기괴한 짓이란 짓은 골라서 하는 녀석들이니까.”

“칼디아 왕국 방향으로 갔을 가능성이 높아. 숲이 멀쩡한 걸 보면.”


딘은 자신이 회복이 좀 되면, 해안가에서 동쪽 방향 갈 것이라 말했다.


“칼디아 왕국이 멀쩡하단 보장도 없고, 괜찮아도 문제야. 거기 놈들은 미치광이라서 맘에 안 들면 마구 죽여버리거든.”


프리덴의 동쪽엔 거대한 여러 도시 국가가 모인 시그나 연합이란 곳이 있다고 했다.

거대한 도시 국가 몇이 주도로 모여 동맹을 맺은, 지구로 치면 고대 그리스의 델로스 동맹 같은 것인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젤 가까운 게 로우힐이란 도시란 거지? 거긴 시그나 연합 소속이라서 상대적으로 좀 자유롭고.”

“그래. 연합이라서 도시마다 법이 다 달라. 우리가 칼디아 왕국의 노예였어도, 다른 도시에서 범죄를 저질렀어도 저기선 상관없단 말이지.”


누리의 질문에 딘은 친절히 답해주었다.

그 후 둘은 당분간 여기서 머물기로 하고 거처를 찾았다.

비도 들어오지 않고, 밤엔 따뜻하게 잘 수 있는 그런 곳.

당연히 다친 딘은 쉬었고 누리가 찾아야 했지만.


누리가 부서진 여러 건축물, 뾰족한 돌산 아래의 건물 중 그나마 멀쩡한 곳을 수색할 때였다.


“으...음.”


분명히 사람의 신음으로 들리는 것이 귀에 꽂혔다.

누리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고, 얼마 안 가서 무거운 목재 기둥 사이에 깔린 희멀건 남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밀?”


희멀건 피부를 보고 누리는 혹시 밀이 아닐까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잔해를 치우고 꺼낸 것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얼굴에 칼자국이 길게 새겨진, 노란 머리칼과 콧수염을 가진 남자.


그 역시 딘처럼 나오자마자 먹을 걸 찾았고 누리는 그에게 식수와 고무 고기 몇 점을 주었다.


“이봐.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나?”


그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린 누리의 질문에 놈은 고개를 저었다.

놈은 토르비란 이름을 가졌고 딘, 누리와 마찬가지로 노예였다.

작업을 하던 중 다른 노예와 싸워, 그를 죽이는 바람에 이곳에 강제로 갇혔다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건물이 무너져 기절했고.


토르비는 무거운 것들에 깔린 덕에, 뭐 겨우 난 틈 사이로 살긴 했지만, 어쨌든 팔다리가 멀쩡하진 않았다.

누리는 마찬가지로 녀석을 업고가 응급처치했고 딘과 인사시켰다.


“흐흐. 별의별 놈들만 다 살아남네. 난 쌍칼의 딘이다. 넌 누구지?”

“데인엑스 토르비. 백명을 쳐죽여서 일백의 토르비라고 부르기도 하지.”


누리는 유치찬란한 둘의 소개를 들으며 다시 자리를 떴다.

둘의 대화로 보아 아마도 성격이 잘 맞을 것 같았다.


긴 탐색의 끝에 머물만한 곳은 비밀작업장이었던 그곳, 거기가 제일 적당하단 결론이 나왔다.

물론 의식의 장소가 있던 그곳은 안된다.

시체도 너무 많고.


설득도 필요 없었다.

당장 머물 곳이 필요했으니까.

누리는 토르비와 딘을 업고 동굴의 구석, 입구와 가까운 곳에 내려놓았다.

가까이 있는 시체들도 모두 치우고.

그리고 식수와 먹을 것을 샅샅이 모아 동굴로 가져왔다.


“당분간 여기서 지내지. 너희 둘 회복이 되면 그때 떠나자. 로우힐이라고 했나? 거기로 가자.”

“좋은 생각이야. 칼디아 왕국은 쓰레기라고.”


누리의 말에 딘은 동의했고 토르비 역시 그랬다.

셋의 기묘한 동거는 꽤 길게 이어질 것 같았다.

일단 누리는, 딘이 괴물이 떠났을 거란 말에, 안심하고 해안가를 탐색했고 둘은 동굴에서 빈둥거렸다.


해안 탐색의 결과 이 주변이 모두 파괴되었단 사실과 살아남은 사람이 없을 거란 결론이 나왔다.

알 수 없는 이것은 아마 덩치가 큰 생물로 추정되었다.

건물들이 파괴된 흔적이나 사람들이 죽은 모습으로 볼 때, 소환된 게 한 놈이 아니란 사실도.


‘후. 진짜 내가 정신병인 걸까. 이 세계는 도무지 이해되지도, 적응이 되지도 않아.’


누리는 매일 아침 한숨과 함께 시작했고 친근했던 이들의 시체라도 수습해 주기 위해 이스마엘 무리를 찾았건만, 쉽지 않았다.

시체들이 다 뭉개져 있었으니까.


“혹시 살아있으려나. 다 무사히 도망친 거라면 좋겠는데.”


누리는 자그마한 희망을 품으며 쓸만한 것들을 모았다.

주로 방어구와 무기, 금화와 은화.

그리고 먹을 것들.


쓸만한 가방으로 보이는 것 역시 찾았고.

떠날 준비는 나름 완료되었다.

남은 건 둘의 회복이었다.


그들은 누리가 탐색하는 사이에 빠르게 가까워졌다.

누리가 종종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흐흐흐. 그래서 내가 그놈 손등을 칼로 찍으며 말했지. 돈을 내놓던지, 네 딸을 팔던지.”


주로 도둑질과 약탈에 관한 이야기였다.

들으면 들을수록 진저리 나는.


토르비는 용병이었는지, 전투에 참여해 죽인 사람들에 관한 것과 술집에서 안았던 여자들 이야기를 주로 했다.

딘은 도둑질, 암매장, 창관 운영 등, 그냥 들어도 어두운 세계 인물이란 걸 알법한 이야기를 주로 했고.


누리는 대화에 참여하진 않고 듣기만 했다.

그 둘에게서 친밀함도 느껴졌지만 알게 모르게 기싸움도 느껴졌다.

내가 너보다 세다는 그런 걸 풍기는 뉘앙스 말이다.


“건달 싸움이랑 실제 전투랑 같을 수가 있나. 난 도끼로 사람 대가리를 부수고 다녔다고.”

“하. 내 쌍칼로 벤 사람 수만 일천이 넘을 거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미치광이들이란 게 잘 느껴졌다.

일천이니, 일백이니 다 허풍일 거란 생각도.

물론 그런 티를 내진 않았다.

사실이건 아니건, 누리는 그들이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했으니까.


세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두 달여간이 되었을 때쯤 둘은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걷고 뛰는 데 지장이 없는 수준까지 오자, 셋 모두 무장을 갖추고 길을 떠났다.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무거운 짐은 누리가 다 맡아 들었다.


보이지 않는 서열이 정해진 것처럼 둘은 서로에게 동등하게 굴었고 누리는 하대했다.


“어이. 한참 가야 하니 근처 보이는 과일도 다 모아와.”


토르비와 딘은 무기를 날카롭게 갈고, 귀금속을 챙겼다.

누리에겐 큰 가방과 함께 식수와 침낭, 부싯돌과 고무 고기 등 물품을 짊어지게 했고.

조금 짜증도 났지만, 당장 의지할 곳도 없고 둘이 무섭기도 했던 누리는 순순히 따랐다.

재수는 없어도 얻는 것도 그만큼 있었으니까.


누리는 그동안 칼과 도끼 휘두르는 법, 이 세계의 국가와 지역, 그리고 각 언어에 대해 조금 배웠다.

한 개의 언어만 아는 토르비와 달리 딘은 재주가 많았다.


딘은 제국의 언어란 걸 가끔 자랑스럽게 선보이며, 이 칼디아 왕국이란 곳과 남부 도시연합은 언어가 같지만, 위로 가면 여러 언어가 존재한다고 했다.


‘일종의 로마 제국의 파생 같은 건가. 언어가 다르긴 한데 또 비슷해.’


분명 다른 언어라고 하는데 변형이 좀 있을 뿐, 어순도 그렇고 비슷한 점이 많은 제국어였다.


어쨌건 셋은 준비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목표는 로우힐이란 도시였다.


남부 도시연합의 거대한 도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큰 곳이라고 했다.

주로 노예 매매와 일종의 투기장, 판크라티온 하위 버전이라 할만한 도박 싸움이 성행하는 곳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뭔가 있겠지만 딘의 성향으로 보아 뒷골목 세계 외에 아는 게 많아 보이진 않았다.


“토르비. 저기 연기가 나는데. 누리, 가서 보고 와. 몇 명인지, 무기를 차고 있는지 잘 봐야 해.”


누리는 얼굴을 찌푸리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으로 향했다.

거기엔 세 명의 남자가 있었고 모닥불을 피우고 야영 준비를 하는 걸로 보였다.


마차 한 대에 말 한 마리.

아마 뭘 팔러 가는 농부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돌아가려는 찰나, 토르비와 딘이 곧장 와서는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이야! 반갑소! 우리도 야영을 준비하려던 참인데.”


딘은 살갑게 말을 걸었고 마차의 주인으로 보이는, 조금 나이 들어 보이는 아저씨도 반갑게 응대했다.

아들로 보이는 둘은 불만이 있는 것 같았지만.


“오오. 반갑소. 혹시 프리덴에서 오셨소? 거기 식료품이 비싸게 팔린다던데. 혹시 알고 있는 소식이 있소?”


딘과 토르비, 그리고 누리의 얼굴은 잠깐 사이에 크게 변했다.

그는 눈치를 못 챈 것 같았지만.

누리가 뭔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딘이 마차 주인과 대화를 시작했다.


“우리가 거기서 오는 길이오. 하. 종이를 갑자기 구해오라는 바람에 이 꼴로 급히 나섰다오.”

“거기에 농사지은 걸 팔러 가는 모양인데, 지금 시세가 엄청 높게 뛰어서 좋은 값에 팔 수 있을 거요.”

“자자, 앉아서 말합시다.”


그렇게 셋은 자연스럽게 야영지에 합류했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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