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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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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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누리는 무언가 말을 할지 고민했지만, 하루 종일 짐을 지고 날라서 피곤하기도 했고 그냥 귀찮기도 했다.

딘과 그 아저씨가 대화하게 둔 누리와 토르비는 침낭을 펴고 누웠고 아저씨의 두 아들로 보이는 녀석들은 못마땅한 얼굴로 자리를 내주었다.


딘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쉴 새 없이 눈을 굴렸는데 무장 상태를 확인하는 모양이었다.

아저씨는 비무장이었지만, 두 아들은 갈퀴와 도끼 같은 걸 가지고 있었으니까.


‘싸우기라도 할 요량인가. 뭐 저렇게 두리번거려.’


누리는 딘을 보며 짜증을 삼켰고, 말도 없이 침낭에 누워버렸다.

침낭이라 해봐야 멍석 비슷하게 생긴 걸 바닥에 깐 게 다지만.


그렇게 누리가 눕고 둘의 대화가 끝나고 침묵의 밤이 찾아왔을 때였다.

딘은 몸을 풀며 눕는 듯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토르비와 누리를 툭툭 건들었다.

누리는 토르비와 딘이 알 수 없는 눈을 주고받는 걸 의아하게 생각하며 다시 누웠다.


고맙게도 저쪽에서 불침번도 봐주는 데 굳이 뭘 걱정하는가 하고.

물론 저들이 강도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지만 얼굴이 선해 보인 덕인지, 그리 걱정도 되지 않았다.


“토르비, 누리! 지금이다!”


새벽녘이었다.

딘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고 선잠이 들었던 누리는 눈을 떴다.

그리고 벌어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딘이 곧장 단검으로 졸고 있던 불침번, 아들놈 하나의 목에 칼을 쑤셔 넣었고 토르비가 도끼로 마차 주인의 대가리를 박살 내버렸으니까.


“아니...대체 왜?”


누리가 의아함을 가질 틈도 없이 눈을 뜬 다른 아들 하나가 도끼를 들고 토르비에게 달려들었다.

나무를 벨 때 쓰는 걸로 보이는 도끼는 토르비의 등으로 향했고, 누리는 그냥 멍청히 서 있었다.

상황 이해가 되지 않아서.


쉐 – 엑


그때 딘이 도끼를 든 아들 녀석에게 단검을 던졌다.

단검 두 개가 그대로 녀석의 목과 갈비 사이에 박혔고 그놈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물론 토르비도 무사하지만은 않았다.

사람 힘이 들어가진 않았어도 들쳐진 도끼날이 무거웠는지 토르비의 등짝에 어느 정도 박혔으니까.


“흐흐. 말과 마차라니 운이 좋은데.”


딘은 낄낄거리며 짐을 마차로 옮겼다.

토르비는 인상을 구기며 누리에게 다가왔고.


퍽 -


토르비는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누리는 그대로 휘청거렸고 토르비는 무자비한 폭력을 이어갔고.


“이 개새끼가! 넌 뭘 하는 거냐!”


토르비는 고함을 지르며 두들겨 팼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끼까지 쳐들었다.

마차 주인의 머리를 박살 냈던 그 도끼를.


“그만둬. 토르비. 저놈은 쓸만해. 투기장에 팔면 꽤 짭짤하게 만질 거다. 지금 짐 나르기에도 저놈만 한 게 없고.”


딘은 토르비를 제지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끝을 보겠다는 듯, 큰 도끼를 들고 그대로 누리를 향했다.


“시발! 토르비! 죽고 싶어? 거기서 휘두르면 내가 곧장 네놈 목을 그어주지.”


딘은 얼굴을 구기며 외쳤고, 검을 들었다.

토르비는 잠시 서서 누리와 딘을 노려보더니 도끼를 내렸다.

코피를 흘리며 덜덜 떨던 누리는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그래그래.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크게 가지고 가야 크게 벌지.”


뭔가 모르는 이야기가 있는지, 딘은 토르비에게 말한 걸 이루려면 누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누리는 그저 시키는 대로 짐을 짊어지고 걸었고, 딘과 토르비는 마차에 타서 움직였다.

마차엔 식료품이 잔뜩 있었는데, 대부분 건조 시켜 오랫동안 놔둘 수 있는 것들이었다.


셋은 그렇게 계속 나아갔다.

칼디아 왕국이란 곳을 벗어나기 위해.

중간에 자그마한 마을도 몇 있었지만 딘은 단호하게 제치고 갔다.

작은 마을 들러봐야 얻을 것도 없고 식료품도 충분하다는 생각에.


셋이 마차를 강탈하고 나아간 지 며칠쯤 되었을 때 날렵한 복장의 무장한 사람 둘이 다가왔다.


“정지. 무기를 내리고 앞에 서라.”


시발, 레인져다, 라고 흔들리는 목소리의 딘을 보고 누리는 이들이 만만치 않은 녀석들임을 직감했다.

딘이나 토르비 같은 인물이, 길가에서 만나면 아무렇지 않게 죽여버리는 놈들이 이러니.


“헤헤. 여기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저흰 마을에서 난 걸 팔고 가는 길일 뿐입니다.”


딘은 실실 웃으며 마차 주인의 신분증이었는지, 무슨 종이와 함께 은화를 건넸다.

레인져란 놈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종이와 은화를 받았다.


“최근에 큰 사건이 하나 터져서 어쩔 수 없어. 수색이 좀 강화됐거든.”


말을 마친 레인져는 종이만 돌려주며 마차를 살폈다.

식료품 외에 별 특별한 게 없는 걸 확인했지만 누리의 가방도 꺼낼 것을 요구했다.


“왜 이러십니까. 저희 다 확인하셨는데 굳이 왜 또.”


딘은 은화 하나를 더 꺼내어 주며 말했다.

레인져는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의 주머니를 툭툭 쳤다.


“돈 좀 있는가 본데. 내가 요즘 좀 팍팍해서 말이지. 성의를 좀 더 보이게.”


딘의 얼굴은 찌그러졌지만, 곧장 웃음과 함께 벨트에서 돈을 더 꺼내려 했다.

아니, 그런 것 같았다.


벨트에서 나온 건 은화가 아니라 단검이었으니까.

단검은 곧장 레인져의 목에 박혔다.

그와 함께 토르비는 고함을 내지르며 다른 레인져에게 달려들었다.

태클과 함께 몸싸움이 시작되었고 이번 역시 누리는 멍한 얼굴로 서 있었다.


“이 개새끼가! 누굴 좆밥으로 아나! 니 노잣돈까지 전부 가져 가주마!”


딘이 크게 외치며 이미 죽은 레인져의 목을 계속 쑤셨다.

토르비는 다른 레인져와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기습 태클이 성공해서 넘어뜨리는 것에도 성공하고 상위 포지션에서 주먹을 날리는 것도 잘 되었다.


그러나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처음에 놔두고 서야 했던 탓에 무기 없이 맨손인 토르비와 달리 그는 무기도 있었고, 날렵했다.

토르비가 내리꽂는 주먹을 피하고, 다시 목을 조르려 들 때, 레인져의 오른팔이 번개같이 움직였다.


“커억.”


토르비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의 옆구리엔 짧은 단검이 깊게 박혀있었고 붉은 피가 쉴 새 없이 흘렀다.

레인져는 칼을 다시 뽑아 두어 번 더 찔렀으나, 결국 토르비가 목을 조르는 것에 성공했다.


토르비는 충혈된 눈으로 비틀거리며 일어섰고, 누리는 여전히 멍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이 시발 새끼가. 구경만 하냐?”


이 지역의 언어로 시발.

그러니까 한국어로 시발이 아니라 여기 언어로 번역했을 때 시발의 단어와 함께, 토르비는 죽은 레인져의 단검을 들고 누리에게 다가왔다.

누리는 주춤거리며 물러났지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고, 붉은 피로 물든 토르비는 옆구리에 손을 짚은 채 서서히 다가왔다.


쿡 -


무언가 쑤시는 소리와 함께 토르비가 쓰러졌다.

쓰러진 토르비 뒤에 보인 건, 딘이었다.

딘은 피가 묻은 검을 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토르비의 몸을 쑤신 검을.


“흐흐. 잘됐어. 안 그래도 돈을 나누려니 기분이 좀 잡치더라고.”


딘은 낄낄거리며 누리에게 일어설 것을 명령했다.

마차엔 이제 토르비의 물품과 레인져 둘의 물건들.

다양한 짐이 실렸다.


딘은 이제 국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안심이라 말하며 누리의 가방에 있던 귀금속도 마차로 옮겨 실었다.

누리는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식료품만 가득 든 가방을 지고 마차를 따랐다.


“조금만 더 가면 로우힐이야. 내 말만 잘 들으면 키워줄 테니 잘 따르라고.”


딘은 누리에게 앞으로 살 방향을 제시하며 자기를 따를 것을 권고했다.

아니, 강요했다.


딘을 따라 투기장에서 맨몸 격투기로 스타가 되면 여자와 많은 돈을 주겠다고 한다.

로우힐은 꽤 괜찮은 도시로 돈만 있으면 어떤 범죄든 무마시킬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내 밑에 있으면 네 놈이 맘에 안 드는 놈을 죽여도 무죄를 받아줄 수 있단 이야기야.”


어차피 누리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딘이 무섭기도 했고, 알 수 없는 이 세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으니까.

누리는 처음에 이스마엘을 만난 게 꽤 운이 좋았단 걸 실감했다.


딘, 토르비와 함께 하며 이 세계의 인성 평균을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좋은 사람도 많겠지만 지금까지로 보아선, 아니었다.


레인져와의 사건이 지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로우힐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했다.

누리는 이 마을 이름이 왜 로우힐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산은 아예 아니고, 언덕이라 하기에도 어정쩡한, 아주 낮은 언덕에 세워진 도시였다.

성벽의 높이도 애매했는데, 그래도 초원에 있는 곳이라 그런가, 풍경은 나쁘지 않았다.

푸른 들판의 낮은 언덕, 회색의 성벽이 딘과 누리를 반겼다.


“여기. 증명서와 통행료일세.”


딘은 순서가 되자 성문 앞의 경비 대장에게 종이와 동화를 건넸다.

물론 새끼와 약지에 은화를 따로 끼워 통행료 외에 돈을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들은 간단한 검문조차도 없이 둘을 안으로 들여보냈고, 딘은 곧장 어느 여관으로 향했다.

마치 원래 잘 알던 곳처럼.

누리는 딘이 이곳 출신인지 묻고 싶었지만, 마차 주인 사건 이후로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어느 순간 주인과 노예처럼 되어버렸으니까.


“당분간 이곳에서 지낼 거야. 내가 없는 동안은 혹시 몰라 묶어 두지만, 악의는 없어.”

“말을 잘 들으면 자유롭게 해주지.”


딘은 어디서 구해 온 건지, 쇠사슬을 누리의 발목과 여관방 기둥에 고정하며 말했다.

어차피 누리는 도망갈 생각도 없었다.

이 여관, 아니 도박장에 들어올 때부터 다들 딘과 친근하게 굴었으니까.


이곳 지하엔 도박장, 1층은 술집, 이층은 여관으로, 어둠의 세계에 딱 적합한 건물로 보였다.

그리고 딘이 본래 주인이었던 것 같았고.


“후. 이건 원래 내 거였어. 시발. 쌍칼의 딘이 돌아왔으니 이제 되찾아야지.”


딘은 저 말,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갔다.

어디로 갔는지도 알 수 없었고.


누리는 밑에서 풍겨오는 맛있는 음식의 냄새를 맡으며 고무 고기를 씹었다.

딘은 푸짐하게 식사했지만, 누리에겐 노예 시절 먹는 음식, 가방에 가지고 왔던 걸 그대로 주었다.

음식을 버리면 안 된다는 말과 함께.


갓 구운 고기, 솔솔 올라오는 풍미 있는 수프의 냄새로 추정되는 것들을 맡으며 고무 고기를 씹는 건, 솔직히 할 짓이 아니었다.


‘앞으로 어쩌지. 저 새끼는 날 투기장 같은데 팔아먹을 생각인 것 같은데.’

‘돈 훔쳐서 달아날까. 혼자서도 뭐 어떻게 되지 않을까.’


누리는 도망갈 생각도 했지만, 목을 쑤시던 딘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리고 이 밑에 있는 놈들도 한 통속일 거란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

도망가려 하면 무슨 짓을 할지.


누리가 오만가지 잡생각을 하고 있을 때, 딘이 다시 돌아왔다.

그는 누리의 쇠사슬을 풀고, 손목에 나무로 만든 수갑, 그걸 채우고서 끌어냈다.


“이제 싸우러 갈 거다. 네가 하는 것에 따라 너의 자유가 결정될 거야. 잘해라.”


딘은 누리를 보며 말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곳 지하 도박장엔 판크라티온을 모방한 싸움이 열리는데, 판 돈이 제법 크다고 한다.

종목은 맨몸으로 하는 격투기로 규칙 따위는 없었다.

한쪽이 죽으면 싸움이 끝나는 것으로, 혹여나 너무 길어지면 그냥 무승부로 처리하고 둘 다 죽여버린다고 했다.


카이우스에게 배운 판크라티온이랑 유사하지만, 뭔가 좀 다른 격투기였다.

대충 들어보면 판크라티온처럼 너클은 기본이고, 추가로 단검 같은 무장도 허용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누리에게 주어지는 무기는 없었다.

딘은 그냥 팬티, 아니 넝마쪽이라 해야 하나.

그냥 천 쪼가리, 낭심 가리개 하나 입혀서 쇠창살 안으로 들여보냈다.


상대는 가시처럼 철이 날카롭게 삐죽 튀어나온 너클과 우둘투둘한 어깨 방호구를 껴입은 남자였다.

누리는 절망적인 얼굴로 딘을 보았지만, 그는 그저 냉혹하게 상대를 가리켰다.

이제 재랑 싸워야 해, 라고 말하는 것처럼.


쇠창살 밖의 관중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대며 누리의 상대를 응원했다.

잘은 몰라도 꽤 인기가 많은 녀석인 듯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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