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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DUMMY

식량 조달 및 보조 인원으로 차출된 상인과 조리사, 그리고 짐꾼들도 포함하면 천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인원이 자그마한 굴 하나를 정벌하기 위해 출발했다.

셀레스티얼의 병력 대부분을 빼낸 듯했는데, 탈레스는 그저 의아할 뿐이었다.


‘뭔 조그만 동굴 하나 치겠다고 이 많은 사람을 동원해. 불쌍하다. 어느 세상이건 쫄병들만 좆뺑이치지.’


탈레스는 힘겹게 행군하는 이들에게 안타까운 눈길을 보내며 마차에 등을 기댔다.

그리 크진 않았지만, 전쟁터에 나간다기엔 조금 호화로운 마차 안이었다.


“전하의 말씀으론 자네가 입구를 찾을 수도 있고 마구 드나들 수도 있다지?”

“또 그리모어를 건드려도 아무 탈이 없었고?”


왕녀 옆에 앉은 제논이란 마법사는 탈레스에게 호기심을 보였다.

물론 대답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종류의 결계였는지, 어떤 마법이 담긴 마도서였는지, 적은 어느 종파였는지, 그리고 거길 어떻게 찾았고 들어갔는지.


“아니, 몇 번 말합니까. 난 모른다고. 그냥 여행 중에 길을 잃어서 우연히 발견해서 들어간 게 다라니까요.”

“난 마법 같은 거 몰라요. 사람 대가리 부수는 거라면 잘하긴 하는데.”


탈레스는 화도 내보고, 위협도 해보고, 침묵을 지키기도 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저 늙은이의 입을 막을 순 없었다.

그는 한시도 멈추지 않고 떠들었다.


“솔직하게 말해주게. 쫓겨난 마법사인가?”

“몸이 잘 단련된 걸 보면 전통 마법사는 아닌 것 같은데.”


늙은이에게 한참을 시달리다 못한 탈레스는 마차에서 탈출해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물론 제논도 뒤따라왔고.


다행히 시달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금방 목적지인 돌기둥이 세워진 곳에 도착했으니까.

제논은 탈레스 대신 도착한 장소로 흥미를 옮겼다.


“2시대 유적 같군요. 지금보다도 마나 농도가 더 낮을 때라, 빗물 받듯이 이런 걸 만들어 마나를 모아놓곤 했죠.”


탈레스는 이들이 조사하고 떠드는 사이 그냥 얼이 빠져 있었다.

뭔 의식을 치르는 줄 알았는데, 늙은이 말을 들어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감정에서 추출한 기운을 마나로 변환할 수 있는 마법사, 저주술사나 사령술사가 많다는데 그들이 여기서 의식을 치른 것 같다고 했으니까.


“아니, 그러면 여기서 죽은 사람의 기운을 뽑아내서 마나로 전환한단 말이에요?”

“고작 마법 좀 더 쓸라고 사람을 죽여요?”


탈레스의 질문에 제논은 고개를 끄덕였고, 작업을 계속했다.

병사들과 보조 직군의 사람들은 야영지를 차리고 대기했고, 마법사들은 돌기둥과 돌벽 곳곳을 조사했다.


“이건 진짜 돌일세. 단순 시야 왜곡으로 입구를 숨긴 게 아니네.”

“공간 왜곡이나, 차원문 형태라는 건데 그 정도의 마법사가 왜 숨어서...”


제논은 한참이나 조사를 한 끝에 자기가 내린 결론을 말했다.

그냥 이해할 수 없는 결계이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마법사 같다고.

그리곤 탈레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우리 능력으론 버거울 것 같군.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어. 입구를 찾아 줄 수 있겠나?”


탈레스는 할 말이 없어졌다.

그냥 눈앞에 바로 뻥 뚫린 굴이 보이는데, 저걸 못 찾는다고?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일단 제논을 데리고 굴 입구로 안내했다.


하지만 곧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직면했다.

여기라고 안내하는 탈레스를 따라, 들어갈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기에.

이올린만 제외하고.


“저는 여기에 끌려가며 새겨졌던 표식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뭔진 몰라도 납치당할 때 뭐가 뿌려졌고 깨어났을 땐 당신이 있었거든요.”


탈레스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사람들에게선 소동이 일어났고, 마법사들은 무슨 진귀한 것을 쳐다보듯 하는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서.


“탈레스. 방금 자네가 여기에서 사라졌다 나온 것처럼 보였다네. 공간을 뚫는 마법은 현시대에 존재하지 않네.”

“자네는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 온 마법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거라네.”


몰려드는 사람들과 초롱초롱한 눈빛에 정신 나갈 것 같은 탈레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들을 여기로 데려갈 수도 없었고, 뭘 이야기 할 것도 없었다.

아는 게 있어야 떠들 텐데, 든 게 없으니.


“아니, 난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 그냥 떡 하니 있는 걸 왜 못 본다는 거야. 이해가 안 되네.”


탈레스는 제논의 설명에 따라 몇 번이고 동굴을 들락거렸다.

기관 장치 같은 게 있는지, 혹은 바닥이나 벽에 새겨진 그림이 있는지, 또는 빛나는 돌 같은 게 박힌 게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설명이 하도 복잡해 자세히 알아듣진 못했지만, 결국 무언가 찾아낼 수 있었다.

이올린은 전혀 보지 못했지만, 탈레스의 눈엔 정확히 보였다.

몰랐는데, 동굴 입구 안쪽 바로 위에 새겨진 문자가 세 개 있었다.


“그러니까 ᛟ, ᛈ, ᛚ 이런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요. 세 개가 딱 박혀 있던데요.”


제논은 놀란 눈으로 그것을 보며 외쳤다.

드워프, 2시대 유적이다 – 라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드워프들이 숨겨놓은 장소 같네.”

“자네, 마법을 쓸 줄 모르면 그 괴력으로 룬들을 부술 수 있겠나?”


제논은 한참 고민한 끝에 탈레스에게 말했다.

계속 이게 맞는지 모르겠단 말을 중얼거리며.


“뭐, 어렵지 않죠.”


탈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고, 곧장 동굴 안에서 뛰면서 룬을 각각 파괴했다.

그림이 새겨진 돌은 그냥 파편이 되어버렸고, 동굴 입구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탈레스 입장에선 그냥 글자 몇 개 부서진 게 전부고 아까와 완전히 같은 풍경이었지만, 다른 이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세상에! 안에 뭐가 있을까? 달려라. 모조리 챙겨야 해.”

“유적이라니! 우리가 먼저다. 줍는 사람이 임자야. 뛰어!”


흥분한 상인들과 셀레스티얼의 병사들을 이끄는 고위 관료들을 필두로 거기 있던 이들 모두가 안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제논과 이올린은 극구 만류했지만, 저들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정체 모를 마도서를 다루는 놈이요! 진형을 짜고 천천히 가야 하오!”

“돈이 미쳐 목숨을 버릴 건가요? 질서! 질서를 지키세요.”


이들의 외침은 허공을 갈랐고, 급기야 서로 밟고 밟히는 사태도 발생했다.

대머리, 칼은 혀를 차며 구시렁거렸고.


“역시 돈에 미친 놈들. 어쩐지 쉽게 따라나서더라니. 유적 도굴에 눈이 먼 거였네.”


천 명에 가까운 이들이 모두 안으로 뛰어들고 나서야, 제논을 따르는 마법사를 포함한 왕녀 일행이 안으로 출발했다.

제논은 걱정을 아끼지 않았고.


“보통 놈이 아닐 텐데, 걱정이군요. 병력이 아무리 많다지만...”


그렇게 걱정하며 나아간 이올린 일행의 생각과 달리 안은 축제 분위기였다.

탈레스가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것들이 꽤 비싼 물품이었던 모양이었다.


“진짜다! 진짜 2시대 유물이야.”

“모조리 챙겨! 우린 전리품을 챙길 권리를 샀어! 주머니에 넣으면 우리 거다!”


상인들과 병사들은 각기 패를 지어 다니며 돌컵을 비롯한 여러 물건을 마구 챙기고 있었다.

난장판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제논은 마도서가 있던 곳으로 안내할 것을 요구할 뿐이었고.


이 세계의 역사를 모르는 탈레스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그때 그 방을 향해 나아갔다.

뭘 알았으면 좀 챙겨갈걸, 하고 후회하는 마음과 함께.


“저런 것보다 그리모어가 급해요. 다루는 마법사는 반드시 죽여야 하고요.”

“돈은 저런 것 따위와 비교되지 않게 줄 테니 눈길 주지 말아요.”


이올린의 말에 탈레스는 조금 안심했다.

블랙 기업 사장 같은 여자라 완전히 믿을 순 없지만, 그래도 진짜 왕녀 아닌가.

뭘 주긴 줄 것 같았으니.


난장판에 된 곳에 신경을 쓰지 않은 일행은 방으로 갔고, 곧 그곳에서 끙끙거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탐색 중에 찾은 이 문을 열지 못해 그러는 모양이었다.


높은 신분으로 보이는 자 하나가 서서 버럭 화를 내고 있었고 낮은 신분의 사람들은 죄다 돌문에 붙어 힘을 주며 애쓰고 있었다.

문을 열기 위해.


“비키시오. 이건 돈이 문제가 아니요.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를 중대사에 뭣들 하는 짓이오!”


제논이 소리를 지르자, 이올린이 칼에게 무언가 지시했고, 그는 맨몸으로 돌진해 사람들을 내던졌다.

항의하던 셀레스티얼의 고위직은 칼이 꺼내든 검에 녹색의 빛이 덧씌워지는 걸 보고 빠르게 물러났다.


“탈레스. 이 문을 어떻게 열었나? 이건 허락된 자만 열 수 있는 문인 듯한데.”


제논이 뒤를 보며 말했고, 멍하니 구경하던 탈레스는 앞으로 걸어갔다.


구구궁 -


거대한 소음과 함께 돌파편이 떨어졌다.

문은 열렸고.

제논의 입은 벌어지다 못해 떨어질 것 같았다.


“자...자네? 땅인간의 후손인가? 하지만 외양이...도대체 이게?”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는 제논 뒤로 보인 풍경은 텅 비어 있었다.


“이미 도망갔군요. 저희가 너무 늦게 출발했어요.”


이올린이 짧게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그리모어가 놓아져 있던 위치엔 아무런 물건도 없었다.


이들의 한탄이 이어지는 중에 문이 열렸단 소식에 다른 이들이 마구 몰려들고 있었다.

물론 얻을 건 없었지만.


탈레스는 이런 시끄러운 풍경을 뒤로하고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방 가운데로 걸어 나갔다.

그리모어라고 불리던 것이 놓아져 있던 돌상이었다.

둥그스름하게 잘깍인 거기엔 입구에선 본 것과 비슷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 아니 문자는 푸르게 빛나고 있었고.


탈레스는 자기도 모르게 그것에 손을 가져갔고, 방 안은 순간 푸른빛에 휩싸였다.

소음이 가득하던 방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무...무슨 일이지? 뭔가 번쩍했는데?”

“마법! 마법 유물이 있는 게 틀림없어! 전원, 여길 샅샅이 뒤져라!”


잠깐의 침묵 후에 이곳은 더 시끄럽게 변했다.

빛났던 그것은 힘을 잃고서 사라졌고.


ᚱ.


탈레스가 보았던 문자였다.

얼이 빠져 있는 그를 데리고 이올린 일행은 빠르게 굴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무엇을 한 건지 캐묻기 시작했고.


“그냥 글자 하나가 빛나길래 가까이 갔는데, 갑자기 사라졌어요. 그게 다 에요.”


제논은 그걸 그려볼 걸 요구했고, 탈레스는 곧장 바닥에 그걸 그렸다.

그 순간, 손에 푸른 빛이 감돌며 그 모양 그대로 공중에 맺혔다.

그리곤 알 수 없는 바람 같은 게 느껴지며 몸이 가벼워졌다.


“뭐, 뭐야 이거.”


탈레스는 당황한 채로 허우적거렸다.

평소보다 훨씬 빨라진 몸짓으로.


“룬 마법일세. 나도 처음 보네. 기록도 거의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헤이스트 같은 마법을 받은 모양이네.”


제논은 탈레스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궁금한 게 많은 표정이었지만, 그걸 금방 억누르고 다른 주제를 꺼냈다.


“일단 가장 시급한 건 그리모어를 찾아내 파괴하는 겁니다. 필부가 주워도 위험한 물건인데, 다루는 자도 만만치 않은 듯하니...”


제논은 자기 휘하 마법사를 동원해 뭔가를 지시했고, 이올린을 비롯한 일행을 소집했다.

그리고 셀레스티얼의 지휘자들은 빼고 자기들끼리 회의를 시작했다.


“저들은 돈에 눈이 멀어 사태의 심각성을 잊은 것 같습니다. 상대는 2시대 유적과 룬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놈입니다.”

“마도서 역시 보통 물건이 아닌 것 같으니, 보통 재앙이 아닙니다.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제논은 추격할 이유를 설파했고 이올린과 칼은 당연하다는 듯 동의했다.

탈레스는 아니었고.


“잠, 잠깐. 내 돈은 언제 줘? 그리고 난 안 가도 되지?”


이올린과 제논 둘은 같이 고개를 저었다.

의뢰가 아직 끝난 게 아니라면서.

그리모어가 파괴되는 게 돈을 주는 조건이었다면서.


탈레스는 개좆소 시발, 이란 말을 외치며 이들을 따랐다.

제논이 그 뜻을 궁금해했지만, 굳이 가르쳐 주진 않았다.

셀레스티얼에 뜻있는 자 몇, 그리고 이올린 일행은 제논의 마법사들이 그리모어가 있던 자리부터 발동한, 마나 탐지란 기술에 힘입어 추격을 이어 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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