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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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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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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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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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포로 심문 (1)

DUMMY

덜컹-!


다급히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레이첼.


“좋은 소식이야! 태우가 말한 그 헌터 찾았어!”


게이트가 쏟아진 지 고작 15분만에 들려온 소식이었다.


“벌써? 저항하거나 그러진 않았어?”

“당연히 저항했지! 암살자나 스파이들은 늘 그래.”

“그럼 어떻게 했어?”

“그게... 일단 가서 봐봐.”


레이첼은 말을 머뭇거리며 나의 팔을 잡았다. 레이첼이 이끄는 대로 얌전히 끌려나가자, 마침내 보이는 타이룽의 모습.


그러나 나의 기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공개처형이라도 하듯, 사탑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타이룽. 그의 뒤에는 체로키와 5명의 중국 헌터들이 나란히 서있었다.


그에게 다가가니, 마침내 보이는 처참한 몰골. 어디서 몽둥이로 두들겨 맞기라도 했는지, 정말 피떡이 되어있었다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놀라며 묻자, 무릎을 꿇은 타이룽의 뒤에 나란히 서 있던 주민들은 모두 입을 꾹 닫았다.


물론 저항을 했다면 이를 제압할 필요가 있었을 터. 하지만 타이룽의 몰골은 도저히 ‘제압’을 당한 모습이 아니었다.


“완성했어! 급히 만드느라 조금 조잡하긴 한데, 지금은 이거면 충분할거야!”


마침 뒤에서 들려오는 타카시의 목소리. 타카시는 쇠사슬과 쇠공을 꼬옥 안은 채, 신난 표정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타카시?”


타이룽의 앞에 서 있는 나를 보자, 멈칫하는 타카시.


“오, 오셨습니까!”

“그거 뭐야?”

“어떤 거 말씀이십니까?”

“어, 그거. 지금 뒤로 숨긴 그거.”


타카시는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사슬과 쇠공을 보여주었다. 슬쩍 쇠공을 들어 무게를 가늠하니, 구군복을 입고서도 도저히 들 수 없는 무게였다.


“이걸로 뭘 하려고?”

“그게, 칭원이 말하기를 채굴에 투입할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활동은 할 수 있지만 도망은 갈 수 없는 족쇄를 만들어 달라고...”


곧장 칭원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칭원은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은 먼 곳에 있는 산을 향했다.


“뭐 할 말 없어? 그래도 나름 동포 아니야?”


‘동포’라는 단어에 움찔하는 칭원. 그는 곧장 작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동포라니, 중국에서 살았다고 다 동포가 아닙니다! 저는 소수민족이었단 말입니다!”


칭원의 말에, 남은 4명의 중국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도 다 소수민족이야?”

“저를 제외한 4명은 모두 소수민족 출신입니다. 하지만, 소수민족들이 어떤 억압과 고통을 당했는지는 저도 잘 압니다.”


대답을 한 것은 샤오룽. 아무래도 중국 출신의 헌터들은 소수 민족 탄압에 대한 한이 많은 듯 보였다.


“아무튼, 그렇다고 이 모양으로 만들어놓으면 어떡해? 얻어낼 것이 있었는데!”


다시 먼 산을 바라보는 헌터들. 그러자 만신창이가 된 타이렁의 입에서 말소리와 비슷한 것이 들려왔다.


“!@#$@...”


말보다는 옹알이에 가깝게 들리는 것이, 타이룽은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옹알이를 내뱉는 타이룽에게 다가가자, 마침내 보이는 타이룽의 상태. 이미 타이룽은 한 개도 남기지 않고, 모든 이빨을 잃은 상태였다.


“뭐야, 이빨은 누가 뽑았어?”


조용히 손을 들어 올리는 체로키.


“저희는 포로나 죄인을 잡으면 이빨과 발톱을 모두 뽑고, 숲에 던져버립니다. 그럼 가장 비참한 죽음이 알아서 찾아옵니다.”


밀림을 살아가는 부족의 족장이 뱉어낼 만한 말이었다.


“그래서 이빨을 직접 남김없이 뽑아버렸다고?”

“뽑았다기 보다는... 빠진 겁니다.”


머리를 긁적이는 체로키.


“뭘 어떻게 해야 이빨이 몽땅 빠져?”

“인간의 이빨이 그리 약하게 빠질 줄 몰랐습니다. 본능적으로 턱을 먼저 쳤더니, 음식마냥 이빨을 우수수 뱉어냈습니다.”

“진짜야?”


진위를 묻자, 함께 싸운 헌터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속이는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은 나를 지키기 위함이었을테니까.


“얘 말하는 거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


타이룽 앞에 모인 주민들을 향해 묻자,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럼 얘 이빨 회복시킬 수 있는 사람?”


그러자 번쩍 손을 드는 존 카퍼필드. 그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장님,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이곳에서 재배한 쌀은 상당한 마력을 품고 있어 어쩌면 회복에 효과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먹여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거 좋겠네요! 그게 바로 일석이조가 아니겠습니까!”


존 카퍼필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하는 주민들. 그들에게 또한 새롭게 재배된 식량은 꽤나 큰 모험이었으니, 존 카퍼필드의 말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새 무릎을 꿇은 타이룽의 몸에 사슬을 감기 시작한 타카시. 묵직한 사슬의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타카시, 너는 지금 뭐하니?”

“이장님, 아무래도 방향정이 정해진 듯 싶습니다. 그러려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놈을 구속할 족쇄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대답과 함께 타카시는 열심히 타이룽을 포박했다. 묵직한 쇠공을 옮기자, 너도나도 걸어나와 쇠공을 굴리는 주민들까지. 아무래도 민주주의적인 결과가 도출된 것만 같았다.


“아니, 그러니까, 정리를 해보자면! 생체실험으로 타이룽의 이빨을 회복시켜 말을 할 수 있게 하고,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족쇄로 묶어서 탄광에서 노역을 시키겠다는 거야?”


정리를 해보니 꽤나 잔혹하게 들리는 말. 그리곤 들려오는 거대한 함성 소리.


“예!”


완벽하게 일치된 주민들의 뜻. 주민 중 누구도 ‘아니오’를 외치지 않았다. 아무 말도 외치지 않은 주민 또한 없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짧고 굵은 의견을 던진 것이었다.


고개를 돌려 타이룽의 표정을 보니, 이미 공포에 질려있는 듯한 그의 얼굴. 그도 그럴 것이, 기절한 채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다가, 되돌아와 보니 최상급 헌터의 표적이 되었으니까.


“잠깐만, 체로키! 던전에서 얘 기절시키지 않았어?”


나의 물음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타이룽. 체로키는 고개를 저었다.


“다시 깼습니다.”

“얘는 아니라는데? 기절한 상태에서 이빨을 털어버린 거야?”

“아닙니다. 이런 미개한 놈의 말을 믿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맑게 빛나는 체로키의 눈빛. 일말의 의심도 거부하는 그의 맑은 눈에, 나는 의심을 포기했다.


“그래, 날 납치하려던 암살자를 어떻게 믿어? 그럼 회복부터 시키는 거지?”

“예! 허락만 해주신다면, 수확해둔 쌀로 실험을 해보겠습니다!”


실험을 담당할 존 카퍼필드의 목소리가 유난히 밝게 들렸다.


“그래, 데려가서 해봐.”


나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슬로 질질 끌려가는 타이룽의 모습. 이내에 존 카퍼필드는 실험체를 데리고 자신의 연구실로 사라졌다.


“자!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끝난 거지?”

“그렇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체로키. 수인족 주민들은 그의 통제에 수인족 마을로 돌아갔다.


그리곤 다가오는 삼국지 오인방. 타이룽과의 전투에 대비했던 것인지, 각자 저마다의 삼국지스러운 갑옷과 무기를 쥐고 있었다.


“주군! 아무쪼록 일이 잘 해결된 것에 감축드리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마치 사극처럼, 메아리치는 걸걸한 목소리들.


“그래, 수고들 했어. 뭐 필요한 거라도?”


가장 앞에 선 샤오룽이 고개를 이리저리 살핀다. 이미 수인족들은 자신의 터전으로 돌아간 상황. 마을에는 10명의 헌터들 뿐이었다.


“주군!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답답하게 뜸을 들이는 샤오룽. 어려운 부탁을 하려는 듯 보인다.


“시원하게 말해봐. 할 수 있는 건 해줄게.”

“...지난번에 가져다주신 그 치킨, 다시 한번 맛볼 수 있겠나이까?”


찰나의 시간에 흐르는 정적. 그토록 눈치를 보며 요청한 것이 고작 치킨이라니.


“뭐야, 그런 건 그렇게 다소곳하게 말하지 않아도 돼. 먹고 싶으면 그냥 먹고 싶다고 말해. 다른 주민들도 치킨 괜찮아?”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헌터들. 그래, 치킨이 땡기는 날은 종종 있으니까. 타이룽도 사로잡은 기쁜 날인데, 이까짓 치킨을 못 사랴.


“그럼 저녁으로 치킨 사올게. 기다리고 있어.”


대답과 함께 열린 게이트. 손을 흔들며 아공간의 밖으로 발걸음을 나선다.


흐려지는 시야와 함께 순식간에 뒤바뀌는 눈앞의 풍경. 넓진 않지만 깔끔히 정돈된 호텔의 방이었다.


테이블의 앞에 앉은 채 기다리고 있는 협회장 박정환.


아무래도 그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협회장님! 아직도 급한 일이 생겨서. 아직도 기다리고 계셨어요?”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던 박정환은, 진지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춘봉이. 자네가 자리를 비운 동안 나의 무례와 자네의 가치를 고민해보았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자네의 값을 너무 후려친 것 같더군.”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아다만트 원석을 생산할 수 있고, 소환수를 부릴 수도 있으며, 스스로 전투까지 가능한 헌터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능력이야. 그런 자네를 위험에 빠뜨리고 의심까지 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 내가 정말로 미안하네.”


깊은 사과와 함께 나열하는 나의 전적. 그의 말을 들어보니, 협회장의 눈에 보인 나의 가치는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듣고 보니까 그렇긴 하네요. 괜찮습니다. 그럴 수 있죠. ”

“그럴 수 있다니, 보통 이런 말이 나오면, 계약조건을 다시 제안하는 것이 보통의 그것이 아닌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 박정환.


“글쎄요. 굳이 더 필요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요?”

“글쎄가 아니지! 연봉이던, 주거지던, 세금이던! 더 파격적인 조건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네! 자네는 아직도 자네의 가치를 아직도 모르겠나!”


박정환은 오히려 자신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호소했다. 덕분에 현재 그가 상당히 진중한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더는 필요한 것이 없다는 나의 말은 분명한 사실.


“아니요, 협회장님. 저는 정말로 더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이미 집도 받았고, 돈도 충분하고. 더 이상 협회장님으로부터 받아낼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나의 말을 들은 박정환은, 곧장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곤 조심스럽다는 듯, 그리고 무언가를 바라는 듯한 질문을 던졌다.


“나에게서 더는 받아낼 것이 없다는 게 무슨 말인가...? 나는 아직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주지 않았네, 혹시 이 협회장이 정말로 싫어졌다는 뜻인가...?”


기어들어가는 듯한 협회장의 목소리에, 나는 의도하지 않은 뜻이 전달되었음을 깨달았다.


“아, 아닙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백번 이해하네! 나였어도 머리에 총까지 겨눈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을 걸세! 다만, 다른 나라로 떠나지는 말아주게! 필요하다면 내가 사라져주겠네! 용서까지는 바라지도 않겠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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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삼척 레이드 (9) +3 24.09.16 597 13 12쪽
30 30. 삼척 레이드 (8) 24.09.16 598 13 12쪽
29 29. 삼척 레이드 (7) 24.09.15 626 12 12쪽
28 28. 삼척 레이드 (6) 24.09.14 622 15 12쪽
27 27. 삼척 레이드 (5) 24.09.13 644 12 12쪽
26 26. 삼척 레이드 (4) 24.09.12 683 11 12쪽
25 25. 삼척 레이드 (3) 24.09.12 696 12 12쪽
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729 10 12쪽
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745 13 12쪽
22 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24.09.09 767 13 12쪽
21 21. 계약 24.09.08 789 13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813 13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842 15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876 16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877 15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888 16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883 15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923 16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961 17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993 18 12쪽
11 11. 떡락 24.08.29 1,004 17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1 24.08.28 1,031 17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1,051 20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1,090 19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1,130 21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1,164 23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1,215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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