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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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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 1

DUMMY

2034년, 3월 15일

겨울비가 내리던 날 오후

평양 보통각구역


"조선로동당 총비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무력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오늘 새벽 2시 30분, 심장질환으로 인하여 서거하시었습니다."


류경호텔 로비 TV에서는 계속하여 김정은 서거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로비에는 수십 명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숨소리를 내지 않았다. 우는 이도, 웃는 이도 없었다. 고요한 정적 속 TV소리만이 울려퍼졌다. 김정은의 사망 뉴스가 계속되는 가운데 장례식 일정이나 장의위원회 관련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호텔 바깥으로 지프차 두 대와 십여 대의 군용트럭이 굉음을 내며 들어오고 있었다. 맨 앞 지프차에서 누군가가 신분증을 창밖으로 내보였다. 경비는 곧바로 바리케이트를 올리고 차량을 통과시켰다. 그 지프차에는 붉은 바탕에 은색 별이 하나 박혀있었다. 차들이 멈춰서자 그 지프차에서 선글라스를 쓴 이가 재빠르게 내렸다. 170cm도 안 되어 보이는 키였으나 어깨가 넓고 각이 잘 잡혀 있는 군인이었다. 그는 손짓으로 병사들을 호텔 밖에 대기시키고는 부관 둘을 데리고 17층으로 향했다.


1703호, 아직 김정은에게 신임장을 건네지 못한 중국대사 리우지허의 방이다.


띵동-


"누구시오?"


리우지허는 권총에 실탄을 재빨리 장전하고 인터폰에 뜬 얼굴을 확인했다.


"경계할 것 없습니다, 대사동지. 아까 연락드렸던 황용호 장군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잠깐 얘기좀 나누시지요."


리우지허가 양복 재킷을 걸쳐입고 안주머니에 권총을 넣은 채 현관으로 걸어갔다.


잠시 숨을 들이키더니 문을 열어주었다.


"반갑습니다, 대사동지. 황용호 장군 밑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차 한 잔만 주시라요."


선글라스를 낀 이의 가슴팍엔 명찰이 없었다. 그의 뒤엔 부관 둘만이 서 있었다. 리우지허가 멈칫하자 선글라스는 부관들을 1층으로 내려가라 지시했다. 그러자 리우지허가 선글라스를 거실 소파로 안내하고는 아침에 우려놓았던 보이차를 따라 건네었다.


"황용호 장군이 날 보자하는 용건이 뭡니까?"


리우지허가 소파에 앉으며, 바로 본론을 꺼내들었다.


"오늘 돌아가신 최고사령관 동지의 후계를 상의하기 위함입니다."


선글라스의 대답에 리우지허가 소파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았다.


"대사 동지, 수령님의 정식 후계는 없습니다. 한가하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우리와 같이 가서 공화국의 미래를 론의하시디요."


선글라스는 다급히 재촉했다.


"당신들이 오늘 논하고자 하는 후계자, 김씨입니까?"


리우지허가 선글라스를 똑바로 쳐다보고 물었다. 선글라스는 입을 벌렸다 어떤 말을 내뱉으려 하고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김씨여야 합니다. 당신네들 지도자가 김씨가 아니면 아니됩니다. 내 말 명심하세요."


리우지허는 단호하게 말했다. 본국에서 그에게 내린 지시사항은, 김씨 후계가 아닐 경우 협력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이미, 인민의 신임을 얻을 김씨들은 없습네다. 죄다 죽었거나 칩거했든지... 신임이 없는 이들이 집권하면 중국에도 좋을 것이 없습네다."


선글라스의 대답을 들은 리우지허가 대뜸 담배를 한 대 물더니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아마, 김한솔이가 있다지요? 유럽에."


리우지허의 입에서 뜻밖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그만 하면 죽은 김정은 동지가 집권했던 나이보다 더 되었을 겁니다. 당신네들 지도자로 그보다 괜찮을 사람이 있습니까?"


선글라스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김여정이며, 김주애며 이미 칩거에 들어간 지 5년은 넘었다. 선글라스는 리우지허가 마지막 수단으로 김정은의 형 김정철을 꺼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김한솔이라니. 김한솔은 김정은이 암살한 김정남의 아들이다. 김정남이 사망하자 공화국을 배반한 이가 아닌가. 서방 언론에 출연해 북한의 인권이니 뭐니 떠들던 자가 김한솔이다.


"당신네들 김정철이 집권하면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김정은 명령 때문에 군에게 각종 수모를 당한 이가 집권하면, 군이 잘도 남아나겠구만."


리우지허는 공화국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김정철은 김정은 집권 후 철저히 은신했다. 죽지 않기 위해, 권력욕이 없음을 보이기 위해 미치광이가 되어 갔다. 그래도 못 미더웠던 김정은은 군을 시켜 한때 그를 함경도 산속에까지 은폐시키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황해도 앞바다 어느 섬에 유폐돼있다. 김정철 그는 매일 군부의 감시를 받으며 살아야 했다. 정확히는 김정은의 최측근부대 호위사령부의 감시를 받았다 하겠다.


"당신네들 말입니다, 장례 치를 준비도 안 하고 서거소식을 전하면 어떡합니까?"


리우지허는 군이 곧장 김정은의 사망소식을 외부에 알린 점이 수상했다. 북한 정부, 더 정확히 말하면 북한군은 철저히 알릴 이유가 있을 때에만 인민들에게 정보를 공개한다. 이렇게 초대형 사건을 곧장 공개하다니. 따로 그들만의 후계가 있으리라 짐작했다.


"공화국은 이제, 인민들의 귀를 닫는 데도 한계를 느꼈습니다."


선글라스는 이 말을 끝으로 급히 자리를 떴다. 몇 분 뒤 리우지허가 창 밖을 바라보았다. 선글라스가 병사들을 데리고는 급히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리우지허는 휴대전화를 꺼내 본국 외교부에 전화를 걸었다.


"리우지허입니다. 방금 조선쪽 군부와 접촉했습니다."


"군부 누구입니까?"


"황용호 장군입니다."


"대사님께 요구한 내용이 뭡니까?"


"김씨가 아닌 자를 조선의 지도자로 앉히려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누지 못 했습니다. 다만, 주석님의 지시대로 김한솔을 내세워보았습니다."


"잘 했습니다. 또 다른 사항은 있습니까?"


"블랙요원을, 블랙요원을 많이 보내주십시오. 조선말을 할 줄 아는 사람들로."


"검토해보겠습니다."


리우지허는 전화를 끊었다. 차창 밖을 바라보니, 비가 개고 있었다. 비구름이 걷히자 보통문이 눈에 들어왔다. 고구려 시대 때 지었다 하는 건축물이다.


'천년이 넘은 도시가 맞기는 맞구나. 하루아침에 무너질 곳은 아니야.'


리우지허는 양복 주머니를 벗었다.


한편, 선글라스는 평양의 시내를 가로질러 달리고 있었다. 그가 차창밖으로 펼쳐진 평양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형형색색 다채로웠고, 밖에 보이는 그 누구도 우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수신호를 하는 교통경찰도, 장을 보고 돌아가는 듯한 노인도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북한이 되어 있었다. 그의 입가엔 웃는 것인지 비웃는 것인지, 옅은 미소가 띄었다.


그가 향한 곳은 조선로동당 본부청사였다. 그는 휘하 병력을 모두 인민대학습당 앞에 배치해두고 홀로 본부로 향했다. 본부 2층 회의실의 두꺼운 문이 열리자, 그를 기다리던 이가 나지막이 물었다.


"동지, 중국의 답은 뭐이가?"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황용호였다.


"김한솔, 유럽에 있는 김한솔이를 데려오려 합니다."


황용호는 놀라지 않았다.


"총참모장 동지, 이제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바깥에 대기하고 있는 병력을 나눠서 조선중앙통신에 반, 순안공안에 반을 배치하시오. 그리고 이걸 방송을 통해 전 인민에게 전하시오."


황용호는 명령과 동시에 쪽지 하나를 선글라스에 건네었다. 선글라스는 쪽지를 쥐고선 빠르게 조선로동당 청사를 빠져나왔다. 그의 앞으로 수백명의 병사들이 대기해 있었다. 그는 손짓으로 따라오라 하고는 지프차에 올랐다. 차에 오르자 마자 곧바로 쪽지를 펼쳐보았다. 쪽지엔 '장의위원장 황용호'라 적혀있었다.


선글라스는 인민대학습당에 도착했다. 그는 장병들을 넓은 마당에 도열시켰다. 못 해도 천 명은 넘어보였다. 그는 이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동지들, 나는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황용호 장군을 대신해 오늘 작전을 지휘합네다. 수령님이 돌아가신 이 때, 당과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자리에 섰습네다. 우리는 불굴의 대오로 조국을 사수해야 합네다."


그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마당에 도열한 그 누구도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오늘 우리는 조국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입네다. 조국과 인민의 미래를 좀먹는 반동무리들을 오늘부터 가차없이 잡아들일 것입니다. 작전은 고되고, 힘들고, 위험할 것입네다.”


마당엔 그의 목소리만 울릴 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늘 난 여러분에게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조금이라도 두려워하는 자가 있다면 저기 우측으로 열외하시오. 오늘만 특별히 기회를 주겠습니다."


병사들이 이리 저리 눈을 굴렸다. 하지만 아무도 발을 떼는 이가 없었다. 그때 맨 앞에 서있던 이가 소리쳤다.


"위대한 조선로동당 만세!"


그의 소리가 울려퍼지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는 천 명이 넘는 장병들이 일제히 복창하기 시작했다.


"만세-, 만세-, 만세-"


그러자 처음 소리쳤던 이가 다시 외쳤다.


"위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


이번엔 조용할 틈도 없이 만세삼창이 이어졌다. 선글라스는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는 마이크를 가져다 대고 소리쳤다.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 영광있으라!"


그의 말이 끝나자 마지막 만세삼창이 이어졌다. 그들의 외침은 평양의 대지를 울렸다.


그는 곧이어 부관 한 명에게 조용히 지시를 하고는 병력 절반을 데리고 조선중앙통신사로 향했다.


차 안에서 그의 부관이 엄지를 추켜세우며 그에게 물었다.


"동지, 아까 마지막 말씀 있지 않습네까. 그거이 김정일 장군님이 옛날에 열병식에서 하신 멘트 아입니까?"


선글라스는 씩 웃었다.


"멘트라니, 동무. 말뽄새가 자본주의식이구만. 그래도 리 동지 오늘 훌륭했다. 그 많은 인원들 만세삼창 시킬 생각을 다 하고."


선글라스가 엄지를 바닥으로 내리꽂는 시늉을 하더니 이내 웃었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조선중앙통신사에 도착했다. 건물 모든 층엔 불이 환하게 켜 있었다. 그는 부하들을 데리고 조선중앙통신 지하 방송실로 들어갔다. 1층 마당엔 500명이 넘는 그의 병력이 대기중이었다.


"총책임자가 누구네?"


선글라스는 중후한 목소리로 외쳤다. 무장한 병사들을 본 방송국 직원들이 황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앉아계시지요, 5분내로 온답니다."


선글라스는 병사들을 각 층에 1개소대씩 배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는 천천히 테이블에 앉고선 커피 한 잔을 부탁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철문 바깥으로 조선중앙통신 보도국장 임병해가 뛰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동지, 보도국장입니다. 당에서 긴급방송을 하라는 연락은 받았습니다. 그 내용이 뭡니까?"


"잘 보시고, 인민들에게 잘 전달하시오."


임병해의 질문에 선글라스는 당사에서 받은 쪽지를 건네었다. 쪽지를 펼쳐본 임병해는 즉시 긴급보도 편성을 지시하고는, 직접 아나운서석에 앉았다. 아까 전 김정은 사망 속보를 전한 아나운서는 쉬고 있는 모양이다. 선글라스는 커피를 한 모금 훌쩍이며 방송국 직원에게 물었다.


"총책임자가 아나운서요?"


"아닙니다, 상황이 급한지 그냥 본인이 하는 거 같습니다."


"상황이 급하지."


선글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5시 30분, 해가 채 지기도 전에 시작된 긴급방송은 공화국 전역에 울려퍼졌다.


"이번 국장의 장의위원장은 조선로동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며 조선인민군 육군 총참모장인 황용호 동지가 맡게 되었습니다. 이외에 장의위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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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혁명의 수도 평양 23 24.09.16 19 1 11쪽
22 혁명의 수도 평양 22 24.09.15 20 1 12쪽
21 혁명의 수도 평양 21 24.09.14 22 1 12쪽
20 혁명의 수도 평양 20 24.09.14 21 1 12쪽
19 혁명의 수도 평양 19 24.09.14 23 1 11쪽
18 혁명의 수도 평양 18 24.09.13 23 1 11쪽
17 혁명의 수도 평양 17 24.09.12 26 1 12쪽
16 혁명의 수도 평양 16 24.09.10 32 2 11쪽
15 혁명의 수도 평양 15 24.09.10 28 1 11쪽
14 혁명의 수도 평양 14 24.09.10 27 1 11쪽
13 혁명의 수도 평양 13 24.09.10 29 1 11쪽
12 혁명의 수도 평양 12 24.09.09 28 1 11쪽
11 혁명의 수도 평양 11 24.09.09 34 2 11쪽
10 혁명의 수도 평양 10 24.09.07 32 1 11쪽
9 혁명의 수도 평양 9 24.09.07 35 1 11쪽
8 혁명의 수도 평양 8 24.09.07 37 1 11쪽
7 혁명의 수도 평양 7 24.09.07 40 1 11쪽
6 혁명의 수도 평양 6 24.09.06 43 1 11쪽
5 혁명의 수도 평양 5 24.09.02 48 1 11쪽
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1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7 1 11쪽
2 혁명의 수도 평양 2 24.09.02 70 1 11쪽
» 혁명의 수도 평양 1 24.09.02 9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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