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랩소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새글

D.I.J.
작품등록일 :
2024.09.01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8 17:42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851
추천수 :
26
글자수 :
128,780

작성
24.09.13 00:01
조회
22
추천
1
글자
11쪽

혁명의 수도 평양 18

DUMMY

2034년 3월 17일 오전 10시

중화인민공화국 베이징시 둥청구

중국국가안전부 본부


숙직실에서 달콤한 잠에 취해 있던 조선정보과장 궈하이푸가 알람에 눈을 떴다. 아무래도 상부 보고는 본인이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어날 시각을 맞춰 둔 것이다. 다행이 동아시아국장이 회의를 오전 늦은 시간대로 미뤄 부하들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그는 머리만 감고는 곧장 사무실로 가서는 각 팀장들을 회의실로 불렀다.


중국국가안보부 조선정보과에는 제2팀이라는 김정은팀이 따로 있었다. 제1팀이 북한 전반에 대한 정보를 총괄한다면, 제2팀은 김정은과 그 가족에 대한 정보만 세세하게 다뤘다. 오늘 궈하이푸는 아직 보고받지 못 했던 제2팀의 정보를 제1팀 정보와 취합하여 상부에 보고할 예정이었다.


제2팀장이 회의실에 들어와 굳은 표정으로 노트북을 스크린에 연결하고 있었다. 궈하이푸는 여기서 더 심각할 일이 있는가 생각하고는 2팀장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심각해? 김정은 시체라도 찾은 거야?”


2팀장이 그를 쳐다보며 묵묵히 대답했다.


“네. 찾았습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회의실의 모두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김정은의 시신은 막연히 리설주의 열차와 함께 모스크바로 옮겨졌을 거라 짐작하고 있었다.


“어디있는데?”


궈하이푸가 손깍지를 끼며 물었다. 곧 스크린이 켜지며 지도가 펼쳐졌다.


“여기입니다.”


2팀장은 스크린의 지도 한 가운데를 찍었다. 거기는 북한과 러시아의 국경이 맞닿아있는 라선특별시였다.


“러시아가 아니었나?”


제1팀장이 놀라며 말했다. 김정은의 시신이 북한에 있다면, 라선이라면 황용호가 어찌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황용호 놈이 시신을 평양으로 가져가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까?”


제3팀장이 물었다. 3팀은 북한군에 대한 정보를 전문으로 다루는 팀이었다.


“그렇습니다. 김정은 시신은 지금 라선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에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영사관?”


궈하이푸가 대답했다. 그는 펜을 돌리며 자세를 다시 고쳐 앉았다.


“황용호도 이 사실을 알고 있나?”


궈하이푸의 질문에 2팀장이 대답하지 못 했다. 황용호가 아는지까지는 그도 파악할 수 없었다.


“황용호는 모르거나, 아니면 알아도 별 신경 안 쓰는 것 같습니다.”


3팀장이 대답했다. 그는 현재 중국 국가안보부에서는 황용호를 가장 주시하는 인물이었다.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니?”


“황용호는 오늘 김정은 시신도 없이 장례를 치르려 합니다. 저희 소식통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3팀장의 대답에 궈하이푸가 고개를 끄덕였다. 3팀의 소식통이라면 믿을 만했다. 그들 소식통은 이미 조선인민군 정점에 다가서고 있었다.


이미 중국은 오래 전부터 북한 장교들을 포섭해왔다. 장교들이 직급이 낮은 위관급 시절부터 천천히 접근했다. 정보를 줄 때마다 만족스런 보상을 하고, 언제든 그들의 가족을 지켜주겠다는 서약을 해 주었다. 장교들은 뇌물이 일상이 된 북한의 현실을 생각하며 ‘이놈한테 뇌물을 먹나 저놈한테 뇌물을 먹나 마찬가지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호위사령부나 소수의 정예부대를 제외하면 제대로 배급도 못 해준 김정은 시대를 고려한다면, 어쩌면 너무 당연한 현상이었다.


“1팀장. 러시아놈들이 시신을 자기네 나라로 가져가지 않은 이유는 뭐라 생각하지?”


궈하이푸가 이번엔 1팀장에게 질문했다. 1팀장은 북한의 외교관계 전반을 담당하고 있었다.

“러시아 놈들은, 군사적 카드로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영사관이 황용호 놈들에게 습격당할라 치면 곧바로 군을 조선 국경 안쪽으로 투입시킬겁니다.”


궈하이푸가 책상을 쳤다. 앞뒤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해석이었다. 시신이 러시아에 있다면 활용가치가 적을 테지만, 오히려 시신이 북한 내 러시아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있다면 위협을 핑계로 쳐들어올 수 있었다.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이씨 왕조가 다스리던 조선에서 임오군란이라는 군인들의 반란이 일어나 일본 공사관이 파괴되자 일본이 이를 구실로 경비병들을 파견한 적이 있었다. 역사적 사건과 대비해보면 지금 이 상황은 북한에 너무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다. 다들 이만 국장님께 보고드리러 가지.”


궈하이푸가 일어서고 회의실을 나갔다. 아주 만족스런 표정으로.



2034년 3월 15일 오전

북한-러시아국경이 가까운 두만강역



김정은의 최측근 경호를 맡은 974부대 호위소대 대원들이 두건으로 얼굴이 싸여진 세 명을 끌고 열차에서 내렸다. 흰색 가운을 입고 있는 것을 보니 열차에서 김정은을 치료하던 주치의들이었다. 의사들의 손목은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호위소대 대원들이 그들을 플랫폼 위에 꿇어앉혔다. 그리고는 호위소대 장교 중 한 명이 권총을 꺼내 의사 중 한 명의 머리를 겨냥했다. 김정은의 사망사실이 발각될까 염려되었을까. 아직 권총을 장전하지 않은 그때, 리설주가 열차에서 내렸다.


의사를 겨누던 장교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의사들을 살리는 신호였다. 장교는 권총을 거두고는 오늘 일을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그들을 풀어주었다. 의사들은 춥디 추운 함경도 어느 시골마을의 기차역 플랫폼에 버려졌다.


리설주는 다시 열차로 들어왔다. 이제 정말 러시아로 출발할 때였다. 그녀가 호위장교 송원은을 불렀다. 그는 아까 리설주에게 러시아로 가라던 장교다.


“여사님, 이제 출발하시디요.”


“그러자.”


리설주가 대답하며 창밖을 보는데, 호위소대 대원들이 김정은 시신을 바깥으로 꺼내고 있었다.


리설주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왜 원수님을 열차 밖으로 모시는 거냐.”


“저희는 김정은 원수님을 지켜야 합니다. 원수님께서 로씨야에 들어가게 되면 어떤 수모를 당하게 될 수도 있지 않습네까.”


죽어서도 김정은을 호위하는 호위무사인가. 리설주는 감격했다. 사실 김정은 시신이 러시아에 들어갔다면 러시아가 정치적인 계산으로 그 시신을 남한으로 보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럼 우리 원수님, 내 남편은 어디 둘 거냐.”


리설주가 물었다.


“여기 라선에는 로씨야 영사관이 있습네다. 영사관에 모시면 수령님에 반기를 든 반동분자들이 우리 수령님을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겁네다.”


“러시아 영사관?”


리설주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다시 물었다.


“로씨야 영사관에 있으면 반동분자들이 못 들어오고, 또 로씨야 영사관에서 우리 원수님을 데리고 나가면 반동분자들에게 붙잡히게 됩네다.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 생각했습네다.”


“아까 내내 그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야!”


리설주가 탄복했다. 분명 러시아 영사관에 있으면 북한군 내 불만세력이 시신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이고, 러시아가 모종의 이유로 시신을 외부로 이동시키려 한다면 곧바로 북한군에 붙잡힐 것이었다.


열차는 기관사와 리설주 둘만 탄 채 조선-러시아 우정의 다리를 건넜다. 원은은 열차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병사들이 열차의 리무진 칸에서 마이바흐 리무진 차량을 꺼내려 했다.


“그 놔라. 우리 수령님 거기 모시면 안 된다. 다 들킨다.”


원은이 병사들을 막아섰다. 그는 두만강역에 주차된 러시아 트럭들을 발견했다. 북러 특별협정에 따라 허가받은 러시아 차량은 라선시내를 통행할 수 있었다.


“저것들을 좀 쓰자.”


그의 가리킨 트럭을 가리키며 번호판을 떼오라 했다. 병사들이 재빠르게 달려가 번호판만 떼왔다. 다른 병사들은 김정은의 마이바흐 리무진이 있던 칸의 뒤칸에서 도요타 SUV 세 대를 꺼냈다. 그의 최측근 경호원들이 타는 차였다. 아마 열차가 공격받은 비상시를 대비했던 걸까.


“옳지. 이제 좀 모양새가 맞다.”


그는 경호차량 한 대에 김정은의 시신을 눕혔다. 그가 그 차의 운전대를 잡았다.


“다들, 날 잘 따라오라.”


병사들이 경호차량들에 번호판을 다 달자, 그는 힘차게 출발했다. 라진 시내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까지 가려면 못 해도 한 시간은 걸릴 것이었다. 혹시라도 반란세력의 먹잇감이 될까, 그의 심장이 요동쳤다. 한 시간 동안 온통 심장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정지, 정지!”


원은은 결국 러시아 영사관에 도착했다. 영사관 외부 경비는 북한군이 담당하고 있었다. 다행이 숫자는 둘 밖에 없었다. 혹시 잘못되면 쏴버리리라 권총을 장전하고 차창을 내렸다.


“어디서 오셨습네까? 로씨야 차인데 왜 우리 군복을 입고있습네까?”


원은은 말없이 신분증 하나를 꺼냈다. 신분증을 본 경비병이 곧바로 경례를 했다.


“이거 실례했습네다. 들어가시지요.”


원은의 신분증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중앙위원.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의 명령을 수행함.’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호위소대 중에서도 원은만 가지고 있는 신분증이었다.


원은의 차들이 러시아 공사관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들이 내리자 안에 있던 러시아군 병사들이 뛰어왔다. 무장한 병사들이 영사관에 침입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영사님 불러라. 영사님.”


원은이 아까 그 신분증을 내보이며 어설픈 발음의 러시아어로 말했다. 신분증엔 조금 전 북한군 경비병이 보았던 문구가 영어, 중국어와 러시아어로도 번역되어 있었다.


몇 분이 지나자 영사가 내려왔다. 영사는 원은 일행과 러시아군 병사들 모두에게 총을 내리라 지시했다. 라시아군 병사들이 일제히 총을 내리자 원은 일행도 총을 내렸다.


“조선말 조금 압니다. 왜 온 겁니까.”


주 라선 러시아 영사 스미로노프가 어설픈 한국어로 물었다. 원은은 말없이 자신이 타던 차를 가리켰다. 병사들이 곧바로 트렁크 문을 열었다. 스미로노프는 의아해하며 러시아군 병사들과 함께 트렁크쪽으로 다가갔다.


“김···김!”


그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김정은이 누워있었다. 그는 김정은 시신과 원은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원은이 엄지를 땅으로 내리꽂았다.


“영사관 안에 모시지요. 우리 원수님 절대 영사관 밖으로 나가면 안 됩니다.”


원은이 단호하게 말했다. 스미로노프가 알겠다고 하고는 병사들을 시켜 김정은 시신을 영사관 안으로 옮기려 들것을 가져오게 하였다.


“시신을 관에 두어야겠습니다. 시체는 금방 썩어요.”


스미로노프가 말했다. 이에 원은은 그를 노려보더니 나지막이 대답했다.


“미라. 로씨야말로 무미야.”


짧지만 스미로노프가 알아듣기엔 충분했다. 러시아는 기술력이 뛰어나 북한의 정권으로부터 위탁받아 김일성과 김정은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관리하고 있었다. 스미로노프는 곧장 본국 외교부에 전화를 걸었다. 김정은의 사망소식이 국경을 넘는 순간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스미로노프의 연락을 받고는 곧장 모스크바 최고의 미라 제조팀을 꾸렸다. 그들은 러시아 공군의 도움으로 투폴레프 초음속 폭격기를 타고 모스크바를 출발하였다. 김정은의 시체가 조금이라도 썩기 전에 라선에 닿아야 했다. 해가지기 전에 북한과의 국경 바로 옆에 있는 하산 비행장에 도착한 그들은 준비된 트럭에 탑승했다. 그렇게 북한의 세 번째 미라가 완성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시안 랩소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혁명의 수도 평양 25 NEW 20시간 전 9 1 11쪽
24 혁명의 수도 평양 24 24.09.16 10 1 12쪽
23 혁명의 수도 평양 23 24.09.16 19 1 11쪽
22 혁명의 수도 평양 22 24.09.15 20 1 12쪽
21 혁명의 수도 평양 21 24.09.14 22 1 12쪽
20 혁명의 수도 평양 20 24.09.14 20 1 12쪽
19 혁명의 수도 평양 19 24.09.14 23 1 11쪽
» 혁명의 수도 평양 18 24.09.13 23 1 11쪽
17 혁명의 수도 평양 17 24.09.12 25 1 12쪽
16 혁명의 수도 평양 16 24.09.10 32 2 11쪽
15 혁명의 수도 평양 15 24.09.10 28 1 11쪽
14 혁명의 수도 평양 14 24.09.10 26 1 11쪽
13 혁명의 수도 평양 13 24.09.10 29 1 11쪽
12 혁명의 수도 평양 12 24.09.09 27 1 11쪽
11 혁명의 수도 평양 11 24.09.09 34 2 11쪽
10 혁명의 수도 평양 10 24.09.07 32 1 11쪽
9 혁명의 수도 평양 9 24.09.07 34 1 11쪽
8 혁명의 수도 평양 8 24.09.07 36 1 11쪽
7 혁명의 수도 평양 7 24.09.07 39 1 11쪽
6 혁명의 수도 평양 6 24.09.06 43 1 11쪽
5 혁명의 수도 평양 5 24.09.02 47 1 11쪽
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0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7 1 11쪽
2 혁명의 수도 평양 2 24.09.02 70 1 11쪽
1 혁명의 수도 평양 1 24.09.02 97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