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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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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 9

DUMMY

혁명의 수도 평양 9



2034년 3월 15일

김여정이 행동을 개시한 지 몇 시간이 지난 오후

평양직할시 강남군 평양-개성 고속도로



“정지! 정지!”


스무명 남짓한 병사들이 도로를 막아섰다. 그들 앞으로 수십 대의 전차가 줄을 지어 다가오고 있었다. 전차들의 선두에서 조선인민군 깃발을 걸고 있는 군용 지프차가 눈에 띄었다. 지프차는 서서이 멈추더니 보조석에서 누군가가 내렸다. 커다란 키에 오똑한 이목구비. 계급장을 보아하니 대좌좌이었다. 병사들은 긴장했다.


“뭐하는 거이가? 당장 바리케이트 치우라!”


대좌좌이 소리쳤다. 하지만 병사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는 허락받은 인원 외에는 절대 출입시키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습니다.”


병사들 뒤에서 대위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


“명령? 누구 명령이가?”


대좌좌이 물었다.


“위대하신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의 명령입니다.”


대위가 전투모를 고쳐쓰며 대답했다. 대좌좌은 한숨을 쉬었다.


“수령동지래, 지금 안 계신다. 얼른 문 열라. 우리 지체시키면 너희들 다 내일부터 수용소행이야.”


그래도 병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수령동지, 수령동지가 돌아가셨다니까!”


대좌좌이 소리치자 병사들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직 김정은의 사망소식이 앞에 있는 호위사령부 병사들에게까지 전해지진 않은 모양이었다.


“어찌됐든 평양에 전차를 몰고 올 일은 열병식 말고는 없습네다. 문은 절대 열어줄 수 없습니다.”


대위가 대답하며 어디론가 손짓했다. 그러자 고속도로 옆으로 수십명의 군인들이 전차들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들의 어깨에는 대전차미사일이 들려 있었다. 대위는 소총을 장전하더는 대좌좌 앞으로 갔다.


“이쯤 하면 됩니다. 이러다 다 죽소.”


대위의 말이 끝나자 지프차 안에서 사단장이가 내렸다. 그가 천천히 대위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 오늘 새벽 2시 30분, 심장질환으로 인하여 서거하시었습니다..”


지프차 안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사단장은 천천히 대위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병사들이 모두 소총에 실탄을 장전했다. 사단장은 대위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쏠 기가 안 쏠 기가?”


펑-


말이 끝나고 사단장은 권총으로 대위의 심장을 명중시켰다. 대위가 쓰러지자 병사들이 사단장을 조준했다.


“군인이 우유부단해서야 원.”


사단장은 뒤를 돌더니 전차들을 조준하던 병사중 하나를 가리켰다. 그에게 이리 와보라 손짓했다. 그의 눈에 가득한 살기를 본 병사가 주춤주춤 그에게로 다가갔다.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동무래 몇살이가?”


사단장이 물으며 병사의 어깨에 있던 대전차미사일을 손으로 툭 쳤다.


“스무··· 스물 한 살입네다!”


병사가 긴장한 채 대답했다. 차렸자세를 고치다 어깨에 있던 대전차 미사일을 떨어뜨렸다.


“다들 어린 동무들 아닌가 말이야. 여기서 이런 청춘을 낭비해야 되갔어? 얼른 문 열라.”

사단장의 지시가 떨어지자 호위사령부 병사들이 바리케이트와 대전차방해물들을 치웠다. 이날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류경수 땅크사단은 평양에 입성했다.


“큰일났습네다 동지. 1차 방어선이 뚤린 모양입네다.”


총참모부 지하 벙커에서 누군가 다급히 전화로 상황을 알리고 있었다. 이윽고 호위사령관 차수력이 벙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강문환이 이 간나새끼. 어쩐지 전화를 안 받더라니, 결국 김여정이네에 붙었네.”


류경수 땅크사단장 강문환. 총참모부와 호위사령부는 그를 포섭할 수 있다 생각하여 도로애 대전차 지뢰를 깔아두지 않고 방어선만 세워놨다. 아무리 북한에서 가장 강력한 전차부대라도 호위사령부와 전투를 해서 이길 수는 없었다. 북한 정권이 수립되고 단 한 번도 전차를 몰고 평양으로 진격한 이는 없었다. 강문환은 그들 생각보다 훨씬 대담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차수력은 벙커의 장교들을 집합시키고는 지도에 손을 짚었다. 그의 손가락은 대동강 충성의 다리를 가리켰다.


“대동강을 건너면 안 된다. 저들이 강을 건너면 평양 한복판에서 전쟁이 나는야!”


차수력이 소리치자 91수도방어군단 소속 대좌좌 한 명이 급하게 그에게 말했다.


“무인기라면 전차 속도를 따라잡을 겁네다. 무인기로 대동강 다리 위에서 전차들을 수장시키디요.”


차수력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 대좌좌은 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나 련대장 박창무인데, 빨리 우리 비행기 띄우라. 충성의 다리로 간나들 땅크가 지나갈 거이야. 전부 다리에 진입하는 즉시, 다리를 폭파시키라.”


같은 시각 강문혁의 부대는 평양 시가지로 진입하고 있었다.


“사단장 동지, 이제 다리만 건너면 끝납네다. 오늘만 지나면 총참모장님이 되시갔습네다?”


조금 전 병사들과 실랑이를 벌였던 홍종국 대좌좌이다. 그가 흥분하여 하는 말에도 강문혁은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창밖으로 저 멀리 조그마한 점들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가 갑자기기 손을 들더니 주먹을 불끈 쥐었다.


“차 멈추라.”


그의 지프차와 전차들이 일제히 멈춰섰다.


“다리는 건너지 않는다. 멈춰라.”


강문혁은 곧이어 휴대전화를 꺼내 평양 지도 이곳 저곳을 훑어보았다.


“사단장 동지, 다리를 얼른 건너면 끝납니다. 얼른 서두르시디요.”


대좌좌이 말하던 그때 다리 위로 커다란 은색 비행체가 하나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매년 열리던 열병식에서 전혀 본 적 없는 무인기였다.


“우리 공화국에 저런 것이 있었나···”


대좌좌이 중얼거리던 그 때, 어느새 비행체가 세 대로 늘어나더니 그중 하나가 다리위로 폭탄을 떨구었다.


쾅–


다리에서 연기가 피어 올랐다. 빗줄기가 잦아들며 연기가 선명해졌다. 강문환은 휴대전화로 총정치국장 고경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총정치국장 동지, 아무래도 우리 부대는 대동강을 건널 수 없겠습니다. 강남은 우리가 접수할테니, 당중앙은 직접 접수하시라요.”


“야 임마, 당장 안 와!? 대장 동지가 기다리고 있지 않네!?”


고경희가 소리쳤지만 강문혁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전화를 끊고 부관들을 불러 명령했다.


“평양 과기대에 우리 부대 임시 본부를 둔다. 모든 병력을 그리로 집결시키라.”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모든 전차가 일제히 방향을 반대로 돌더니 왔던 길을 거슬러 갔다. 무인기를 본 그는 어떤 동물적인 직감을 느꼈다. 오전에만 해도 그는 결의에 차 있었다. 김여정을 권좌에 앉히는 길이 험난해도, 결과가 좋다면야 시도해볼만 하다 생각하고 결심한 그였다. 그러나 그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오는 거부감을 주체하지 못 했다.


“사단장 동지, 이러다 죽도밥도 안 되면 우리 다 총살입네다. 어느쪽에라도 서시디요.”


조수석에 타고 있던 그의 부하 홍종국 대좌좌이 그를 재촉했다. 일이 수틀리면 자신들이 곧바로 총살감인 건 강문혁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황용호도, 김여정도 없었다. 그가 입을 떼었다.


“동무, 지금 김정철이가 초도에 있다고 했나?”


강문환이 홍종국을 쳐다보았다.


“예 동지. 남포 앞바다 초도에 유폐돼있지 않습네까. 김정은 동지께서 낚시나 하라고 특각을 지어줬습네다. 아, 사단장 동지 설마···?”


“김정철이, 김정철이를 데려오라. 방해하는 놈들은 다 쏴죽여도 좋다.”


강문혁의 차는 평양과학기술대학 정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2034년 3월 15일 오후 4시가 넘은 시각각

평양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본부

김여정 임시 집무실



“강문환이 이놈이, 약속을 저버려!?”


김여정이 옆에 있던 명패를 집어던졌다. 화가 머리끝가지 난 그녀는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대장동지, 강문환이는 집권해서 총살시키면 됩니다. 우리가 데리고 있는 사단장들이 움직이면 그놈아 체포는 일도 아닙니다.”


그녀는 냉수를 벌컥 들이키더니 고경희에게 차분히 물었다.


“우리, 지금 당장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병력이 얼마나 됩니까?”


김여정의 말투는 차가웠다. 총정치국장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지금 평양 시내에는 오천 명이 조금 안 됩니다. 그래도 평양 바깥의 병력이 호위사령부를 묶어놓고 있어서, 호위사령부도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그정도밖엔 안 될 겁니다.”


고경희의 말은 사실이었다. 사방에서 여정의 부름을 받은 병력들이 일제히 평양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5만 명이 넘던 호위사령부 병력 대부분이 평양 외곽 방어에 투입되었다. 평양 진입도로 일부에서 크고작은 충돌이 있었다는 보고도 올라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호위사령부가 재빠르게 여정을 암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고경희가 여정을 만나기 전, 김정은의 사망 소식을 듣자마자 북한의 공수부대인 항공륙전병 부대 여럿을 포섭해놓았기 때문이다. 아침나절 여정의 마당에 도열해있던 장교들은 이들 부대장이었던 것이다. 바로 이 시각까지 평양의 힘의 균형은 완벽히 맞아 떨어졌다. 류경수 땅크사단만 평양에 잘 도착했으면 여정의 혁명은 무사히 끝날 일이었다.


“조선중앙통신, 우리가 방송을 먼저 때립시다.”


여정이 책상을 치며 말했다. 여정은 방송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제아무리 호위사령부라 한들 모든 인민들에게 여정이 김정은의 후계자임이 발표된 후라면 손 쓸 도리가 없었다.


“이미 방송국은 놈들 손에 있습니다. 나중에 안전을 확보한 후에 가시디요.”


고경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방송국이 있는 구역은 총참모부가 장악한 지역이었다.


“방송은 원격으로도 돼. 우리가 여기서 녹화한 다음에 해킹만 할 수 있다면면···”


여정이 말을 하다가 멈췄다. 혹시 방송망을 해킹할 수는 있지 않을까, 여정이 방에 모인 장교들을 쳐다보았다.


“대장 동지, 조선중앙통신 통신망은 우리로서는 해킹이 불가능합네다. 방송국을 장악할 수도 없구요. 어차피 총참모부 저놈들이 방송국을 장악해봤자, 위대한 수령님의 혈통이 아닌 자를 대표자로 내세울 수는 없습니다. 그래봐야 역효과가 클 테니까요. 그러니까 장의위원장도 발표를 못하지 않았겠습니까.”


고경희의 말이 맞았다. 북한에서는 조선중앙통신의 방송망은 철통과 같이 지켜지고 있었다. 인민의 눈과 귀는 북한 정권에게는 가장 중요한 선전도구였다. 남한이라면야 지금 유튜브를 켜서 방송하면 끝날 일이었지만···


“평양 조차장역이 놈들한테 당했습니다!”

“서평양역도 공격받고 있습니다!”


회의실로 고경희의 부관들이 뛰어오며 소리쳤다. 고경희는 호위사령부의 발을 묶어두기 위해 총정치국 본부 가까이있던 평양 조차장역과 서평양역을 장악하고 철도 운행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미 놈들이 턱밑까지 들어온 것이다.


“이제 길은 하나입니다. 총정치국놈들이 더 쳐들어오기 전에 방송국이라도 점령해서 방송을 하시디요.”


아까부터 이야기를 듣고있던 평양 근교의 사단장 한 명이 여정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여정은 풀어헤쳐진 머리를 묶었다.

“인민복, 인민복 가져오라. 총정치국장은 차를 대기시키고.”


여정은 침착히 명령했다. 장태식이 조선중앙통신으로 향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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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혁명의 수도 평양 23 24.09.16 19 1 11쪽
22 혁명의 수도 평양 22 24.09.15 20 1 12쪽
21 혁명의 수도 평양 21 24.09.14 22 1 12쪽
20 혁명의 수도 평양 20 24.09.14 20 1 12쪽
19 혁명의 수도 평양 19 24.09.14 23 1 11쪽
18 혁명의 수도 평양 18 24.09.13 23 1 11쪽
17 혁명의 수도 평양 17 24.09.12 25 1 12쪽
16 혁명의 수도 평양 16 24.09.10 32 2 11쪽
15 혁명의 수도 평양 15 24.09.10 28 1 11쪽
14 혁명의 수도 평양 14 24.09.10 27 1 11쪽
13 혁명의 수도 평양 13 24.09.10 29 1 11쪽
12 혁명의 수도 평양 12 24.09.09 27 1 11쪽
11 혁명의 수도 평양 11 24.09.09 34 2 11쪽
10 혁명의 수도 평양 10 24.09.07 32 1 11쪽
» 혁명의 수도 평양 9 24.09.07 35 1 11쪽
8 혁명의 수도 평양 8 24.09.07 37 1 11쪽
7 혁명의 수도 평양 7 24.09.07 40 1 11쪽
6 혁명의 수도 평양 6 24.09.06 43 1 11쪽
5 혁명의 수도 평양 5 24.09.02 48 1 11쪽
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1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7 1 11쪽
2 혁명의 수도 평양 2 24.09.02 70 1 11쪽
1 혁명의 수도 평양 1 24.09.02 9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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