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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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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 2

DUMMY

2034년 3월 15일 오후 5시 30분

북한 평양 보통각구역

류경호텔


차를 마시며 쉬고 있던 리우지허의 휴대폰에 메세지가 도착했다.


'긴급방송이 나오고 있습니다.'


리우지허가 곧장 TV를 틀었다. 아까와는 다른 아나운서가 김정은의 사망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내용이 크게 달라보이진 않았다.


'뭐가 다른거야?'


리우지허가 다시 휴대전화를 집어든 그 때 TV에서 나온 멘트가 그의 귀에 꽂혔다.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의 장의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위원장에는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황용호 동지, 위원에는..."


리우지허의 눈동자가 커졌다. 장의위원장은 분명 김씨가 아니었다. 그는 집중하여 다음 장의위원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그가 아는 김씨일가는 없었다. 그는 큰 한숨을 내쉬고는 곧장 베이징에 전화를 걸었다.


"황용호는 정말 미친놈이오. 장의위원장이라니. 김한솔을 당장 포섭하시오."


리우지허의 연락을 받은 중국 외교부 관원들은 곧장 유럽 각국의 대사관에 보낼 공문을 작성했다.


'조선인 김한솔의 위치가 파악되는 즉시 보고할 것. 절대 접촉하여 대화를 나누지 말고 바로 본국으로 위치만 보고할 것.'



같은 시각 조선중앙통신사 지하 방송실에선 긴급방송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임병해의 마지막 멘트가 나왔다.


"위대한 조선로동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 이상,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알려드렸습니다."


선글라스는 커피잔을 내려놓고는 임병해를 향해 엄지를 추켜세웠다.


"임병해 동무는 전달력이 좋구만 기래."


선글라스는 흡족해했다. 그는 휴대전화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앞으로 임병해 동무는 말이오, 조선중앙통신 사장으로 임명해야겠소."


임병해는 어리둥절했다. 선글라스의 계급장으로 보면 소장. 장군들중에선 가장 낮은 계급이 자신을 사장으로 임명한다니. 아무리 당에서 나왔기로서니 심부름 꾼이라고만 생각한 이가 저런 명령을 하는 걸 보면 수령님이 죽기는 죽었나 보다 싶었다.


"임병해 동무, 앞으로 잘해봅시다."


선글라스는 그의 어깨를 툭 치고는 부관들을 데리고 방송실을 나갔다. 방송국 건물을 나온 그때 선글라스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총참모장 황용호의 전화다.


"충성! 일차 임무는 끝났습네다."


선글라스가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넘어로는 책상을 툭툭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동지 수고했소. 순안공항도 잘 점령했다는 소식 들었소."


"네, 감사합니다 동지. 이제 총정치국을 접수하러 가면 됩니까?"


"그래, 동지는 그 간나 놈들을 처리하도록 하게."


황용호의 지시가 떨어졌다. 선글라스는 병사들을 차에 타라는 손짓을 하고는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동지! 임무 수행하겠습니다!"


"수고하게."


황용호가 전화를 끊었다. 그의 옆에는 오른쪽 가슴에 총을 맞은 국가보위상 현원택이 쓰러져있었다. 아직 숨이 붙어있던 현원택이 손을 들며 황용호를 가리키자 황용호의 부관이 권총을 꺼내 그의 왼쪽 가슴을 명중시켰다. 황용호도 권총을 꺼내 실탄 두발을 허공을 향해 발사했다. 그러자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바닥으로 떨어져 깨졌다.


"김주애 행방은 아직이라지?"


황용호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며 부관에게 말했다. 부관이 '예...' 하며 제대로 대답을 못 하자 황용호가 손사래를 쳤다.


"괜찮다. 여기 보위성을 점령했는데, 무슨 걱정 있간디. 아직 이 건물에 있는 국장이나 과장들을 모두 불러모으게."


황용호는 보위상 의자에 앉으며 생각에 잠겼다.



같은 시각,

평양 류경호텔 1703호

신임 주북한 중국대사 리우지허의 방



'지난 2011년 김정일 사망 당시, 장의위원장은 김정은이 맡았다. 북한에서 수령 사망시의 장의위원장은 그 다음 후계자를 의미한다. 군부의 핵심으로 보이지 않던 황용호가 선수를 쳤다. 국가보위상 현원택 상장이 더 유력한 군부의 실세로 파악되었다. 그런데 현원택은 조용하고 황용호가 설치고 있다. 황용호는 적이 없기로 유명한 인물. 그만큼 어디 가서 나대지 않고 묵묵히 자기 소임만 열심히 했기에 그 자리까지 올라간 것 아닌가. 그가 달라졌다.'


리우지허는 본국에 보낼 전문을 작성하고 있었다. 그가 평양에 도착하기 전 파악했던 정보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맞지 않는다. 그는 계속 문구를 수정하더니 이내 담배 한 개비를 물고는 시계를 보았다. 아차 싶었는지 얼른 몸을 일으킨 그는 류경호텔 로비로 향했다.


"리우지허 동지, 오랜만입니다."


로비에서 그를 기다린 이는 러시아 대사 안드로이였다. 조선말을 열심히 공부했는지 꽤나 어색하지 않은 발음이었다.


"안드로이 대사, 반갑습니다."


리우지허는 조선말로 받아쳤다. 그리고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리 중국은 귀국 러시아에서 무엇을 하든 지지할 겁니다. 단, 이곳 조선에 군대를 보내는 것을 빼고 말입니다."


그는 단호하게 몰아붙였다.


"지금 블라디보스토크에 육군 1개 군단이 집결했지요? 국경선을 넘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 중국은 이를 분명히 경고합니다."


"그 병력은 라선시의 우리 러시아 회사들을 지키기 위한 겁니다. 다른 뜻은 전혀 없습니다."


안드로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라선도 조선땅이지요. 절대 들어올 생각 마십시오."


리우지허가 테이블을 치며 강하게 이야기했다. 소리가 컸던지 호텔 직원들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건 여기 북한 정권이 판단할 일이지요."


안드로이는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드로이는 중국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인지 속으로 궁금해했다. 이번 김정은의 사망 소식에도 중국은 국경에 비상사태를 대비한 군병력을 집결시키지 않았다. 북한에 국경을 맞댄 국가들이라면 이런 시기에는 반드시 병력을 모아 북한에 언제라도 들어올 준비를 했어야 했다. 본국에서 받은 정보에 의하면 오히려 북중 국경의 병력이 줄었다.


"중국도 마찬가지지요. 중국군은 그 어디든 북한땅을 밟으면 안 됩니다."


안드로이의 말에 리우지허는 고개를 끄덕인 채 자리를 떴다. 리우지허가 엘리베이터를 타자 안드로이는 본국 외교부에 전화를 걸었다.


"중국에 특이사항이 있습니까?"


"북중 국경엔 특별한 움직임이 없습니다. 잠수함이 사라지거나 미사일 포대가 열린 일도 없습니다."


외교관 생활을 꽤 오래한 그였지만, 이렇게 상식과 안 맞는 적은 처음이라 생각했다. 중국은 분명 북한 급변 사태 매뉴얼이 있었다 들었다. 그가 아는 바에 따르면 김정은이 사망하는 대로 12시간 내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평양에 입성할 것이었다.


"대통령 각하의 새 지시사항은 없습니까?"


통화를 하면서 안드로이가 주차되어 있던 차에 탔다.


"대통령 각하는 별 말씀 없었습니다. 다만, 아까 북한 여성 한 명이 우리 외교부에 도착했습니다. 뒷모습만 봤는데, 두른 옷들이며 가방이며 꽤 비싼 명품처럼 보였습니다. 러시아어는 잘 못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장관님께서 직접 귀빈실로 안내해서 누군지 확인을 못 했습니다."


외교부 직원은 오늘 러시아 외교부에 도착한 여성에 대해 꽤 긴 설명을 늘어놓았다.


"뭐 대단한 집안 탈북자겠죠. 데리고 있다가 한국하고 협상해서 한국으로 보낼 거 같은데."


안드로이는 시큰둥했다.


"글쎄 북한하고 관련된 소식은 그게 끝입니다. 일본도 딱히 움직임은 없어요."


"한국이 남아있지 않은가!?"


안드로이가 크게 말했다. 정작 중요한 한국을 잊고 있었다.


"한국은 정찰용 무인기만 여럿 떴을 뿐입니다. 계엄령도, 부대 이동도, 예비군 소집도 없었어요."


"알겠습니다."


안드로이는 전화를 끊었다. 그는 한국의 반응에 조금 놀랐다. 김정일 사후에는 김정은이 있어 정권이양이 안정적이었다 치지만, 지금은 김정은의 후계자가 아무도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이 정말로 이 기회에 통일을 원한다면 러시아보다도 먼저 휴전선에 엄청난 병력을 배치했어야 맞다. 그런데 생각보다 한국의 대처가 생각보다 안이해 보였다.


그는 차의 시동을 켜고 출발했다. 평양의 거리를 쏜살같이 내달렸다. 급하게 갈 곳도 없지만 마음이 답답하던 차에 드라이브나 하자는 마음으로 차를 평양 외곽으로 몰았다. 신호 앞에 멈춰 선 그가 차창 밖을 바라봤다. 검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다녔다. 아마 초등학교 1~2학년 쯤으로 보였다. 아이들에겐 김정은의 죽음이 큰 의미가 없는 듯했다.


한편, 방에 돌아온 리우지허는 본국에 보낼 전문의 마지막 문장을 쓰고 있었다.


'지금 조선을 움직일 수 있고, 움직여야만 하는 세력은 단 하나.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이다. 우리 국익은 평양이 러시아나 한국의 손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전송을 누르자 그의 글은 보안메일로 중국 공산당 본부에 보내졌다. 창밖엔 평양의 야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2034년 3월 16일 오전

평양 보통각구역

류경호텔



김정은 사망이 하루 지나자 세상이 바뀌었다. 사람들은 모두 상복을 입고 거리에 나왔다. 군인들은 주요 도로와 관공서에 배치되어 오가는 차량을 통제했다. 평양엔 질서가 있었다. 리우지허는 류경호텔 전망대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겼다.


'조선은, 당분간은 걱정이 없겠다.'


그의 뒤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양복 주머니에 권총이 있는지 무게로 한 번 확인해보았다. 다행이 양복은 무거웠다. 누군가 다가오는 모습이 창에 비쳤다. 그에게 다가온 이는 머리가 희끗한 군인이었다. 체격이 건장했고 피부가 노인 치고 아주 좋았다. 그의 정복 재킷엔 수많은 훈장이 서로 부딪히고 있었다. 그의 어깨엔 별 네 개가 달려 있었다. 그는 조선인민군 육군 총참모장 황용호였다.


"리우지허 동지,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말을 잘한다지요?"


황용호가 악수를 청했다.


"그렇습니다. 서울말씨이긴 해도 조선말을 조금 합니다."


리우지허가 악수를 받아주었다.


통역이 필요없음을 알고 있는데도, 통역병처럼 보이는 병사가 옆에 수첩을 들고 있었다.


"남조선에서 일했던 겁네까?"


황용호가 물었다.


"예 남조선에 여러 번 파견갔었지요. 여기 북조선에서도 외교관 초창기 시절 일했습니다."


리우지허가 공손히 대답했다.


"언제 한 번 중앙당사에 와주시라요. 내 차 한 잔 대접하리다."


황용호는 인사치례를 하자 리우지허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숙이면서 본 황용호의 군복엔 김정은 사진이 박힌 휘장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군인들의 가슴팍에 있어야 할 휘장이었다. 그가 멈칫 놀랐다. 황용호는 이에 개의치 않고 환하게 웃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조선인민은 김씨왕조가 아니면 다스릴 수 없다...'


리우지허는 중얼거렸다.


한편, 황용호가 내린 곳을 3층 식당가였다. 류경호텔 최고의 한식당에 들어가더니 가장 안쪽 방을 가리켰다. 종업원들은 곧바로 그 방에 들어가가 세팅을 했다.


"동무들은 나가있고, 통역병만 남지."


그는 통역병과 함께 그 방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담배 한 대를 물었다.


"러시아 놈들은 지각이 병이다."


통역병은 전화로 누군가를 오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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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혁명의 수도 평양 20 24.09.14 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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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혁명의 수도 평양 18 24.09.13 2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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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혁명의 수도 평양 16 24.09.10 31 2 11쪽
15 혁명의 수도 평양 15 24.09.10 28 1 11쪽
14 혁명의 수도 평양 14 24.09.10 26 1 11쪽
13 혁명의 수도 평양 13 24.09.10 29 1 11쪽
12 혁명의 수도 평양 12 24.09.09 27 1 11쪽
11 혁명의 수도 평양 11 24.09.09 33 2 11쪽
10 혁명의 수도 평양 10 24.09.07 32 1 11쪽
9 혁명의 수도 평양 9 24.09.07 34 1 11쪽
8 혁명의 수도 평양 8 24.09.07 36 1 11쪽
7 혁명의 수도 평양 7 24.09.07 39 1 11쪽
6 혁명의 수도 평양 6 24.09.06 43 1 11쪽
5 혁명의 수도 평양 5 24.09.02 47 1 11쪽
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0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6 1 11쪽
» 혁명의 수도 평양 2 24.09.02 70 1 11쪽
1 혁명의 수도 평양 1 24.09.02 9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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