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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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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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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 7

DUMMY

2034년 3월 16일 오전 1시 30분

김주애가 강릉에 도착한 시각

평양 주석궁


"이놈들, 나는 위대하신 수령님의 손녀이고 장군님의 딸이다. 나를 가두고도 살아 남겠느냐?"


김여정은 아직도 힘이 넘쳤다.


"여정 동무, 세상이 바뀌었습네다. 죽이지 않을 테니까 쫌 조용히좀 하시라요."


장태식 병사들은 여정을 주석궁 한 방에 가둬두었다. 그중 한 명이 여정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풀었다. 여정이 이들을 빤히 쳐다보던 중 외부에서 누군가가 이들을 불렀다. 병사들이 나가자자 육중한 방의 문이 닫혔다. 여정은 머리를 감싸쥐며 아침의 일을 기억해보았다.


'고경희 놈이 아침에 찾아와 오빠의 죽음을 직접 알렸을 때만 해도, 세상은 내 것이었는데.'



2034년 3월 15일 오전 7시

평양 모처 김여정 자택


"총정치국장입니다. 대장동지 있습니까?"


고경희는 아침부터 김여정 집에 쳐들어와 그녀를 찾았다.


"이 시간에 날 깨우는게 대체 누구냐!"


백두혈통답게 큰소리로 아침을 시작하는 여정이다.


"대장동지, 세상이 바뀌었습네다. 최고령도자 동지께서 오늘 새벽 사망하시었습네다."


-쨍그랑-


그녀는 들고 있던 머그컵을 떨어뜨렸다. 총정치국장 어깨 너머 창밖으로 그의 부하 장교들이 마당에 도열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시선은 천천히히 총정치국장 얼굴로 옮겨갔다. 그의 입은 움직였지만 그의 말은 들리지가 않았다.


“동지, 대장 동지! 들리십니까?”


총정치국장이 소리쳤다. 여정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애는 안 됩니다. 주애는 수령 동지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없습니다. 대장동지께서 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당을 이끄시지요."


고경희는 이를 계획한 듯 아주 차분히 말했다. 여정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 주시겠습니까?"


여정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벌벌 떨리는 왼손을 오른손으로 부여잡고는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힘없이 바닥을 바라보며 고경희에게 물었다.


“내가 뭘 하면 되지요?”


"일단 사람을 모아야지요. 그 다음엔 인민들에게 알리는 겁니다. 오늘 최대한 사람을 모으고, 내일 아침 날이 밝는 대로 장의위원장이 되시라요."


여정이 부관을 불렀다.


"호위사령부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부대가 어디지?"


"황해북도에 있는 105 땅크사단이디요."


"부관은 가서 그 사단장하고, 공군사령관을 데려오시오."


김여정이 냉정을 찾았다. 호위사령부는 김정은 외의 인물에는 충성하지 않는 집단이다. 자신의 명령은 전혀 닿을 수 없었다. 이때문에 그녀는 그들과 대등한 전투력을 가진 부대를 포섭해야 했다.


"그 둘을 총정치국으로 데려오디요. 대장동지께서 저희 건물에 사무실을 쓰도록 준비해두갔습니다."


김여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마당에 있던 장교들이 바삐 어디론가 출발했다.



"지금 내용 보고드리지."


총정치국장과 김여정의 대화를 도청하던 국가보위성 요원들이 장태식에게 이를 보고했다. 대화내용을 들은 장태식은 국가보위성 부장실이 아닌 총참모부로 향했다.


"장 동지, 수고했어. 요원들을 더 붙여놔야 되갔구만. 일단 자네 밑의 요원들을 김가네 인물들한테테 붙여놓고,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을 모아서 대기하게."


황용호가 흡족한 표정으로 태식에게 말했다.


“예, 총참모장 동지. 알갔습네다.”


태식의 대답이 끝나자 황용호는 부관에게 문을 열라는 손짓을 했다. 태식이 열리는 문을 쳐다보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정은을 유일하게 지근거리에서 무장한 채로로 호위한다는 그 호위사령부의 사령관 차수력이 문 밖에서 혼자 대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황용호가 벌써 호위사령관을 포섭한 것인가.


“차 동지, 어서 오시오.”


차수력이 천천히 걸어들어오며 태식을 훑어보았다. 태식의 가슴팍엔 명찰이 없었다. 태식은 얼른 선글라스를 고쳐 쓰고는 황용호에게 경례를 하고 황급히 황용호의 집무실을 나왔다.


황용호의 비서가 차수력에게 커피를 한 잔 건넸다. 차수력이 담배를 꺼내다 황용호를 쳐다보았다. 황용호가 괜찮다는 손짓을 하자 차수력이 담배에 불을 붙엿다.


“총참모장 동지, 수령님 소식은 언제 들으신 겁니까?”


비서가 나가자 차수력이 황용호에게 물었다.


“나도 얼마 안 되었어. 동지보다야 늦게 들었겠지.”


황용호가 대답하고는 소파로 와 앉았다.


“왜 여사 동지나 주애양을 지키지 않고 나를 찾아온다 한 것이네? 수령님 일가를 지키는 게 동지의 사명 아닌가.”


황용호가 그의 커피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세상이 바뀌는 거 나도 다 압니다, 총참모장 동지. 더이상 우리 호위사령부가 혼자서 평양을 담당하지는 않는 거, 동지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차수력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이제 평양은 피바람이 불 겁니다. 김여정이며 김주애며 한 명씩 허수아비로 세운 간나들이 평양 거리를 휘젓고 다니겠지요. 나라는 여러 갈래로 쪼개절 것이고, 이 틈을 타 괴뢰놈들이 쳐들어올지 누가 압니까. 이대로 남조선에 나라를 넘길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중심을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차수력은 담뱃불을 끄고 황용호를 쳐다보았다. 황용호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2034년 3월 16일 오전 9시

강릉 공군기지


"주애씨, 일어나셔야 합니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비어있던 장교숙소에서 편히 자고 있던 주애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주애가 침실에서 걸어나왔다.


"남조선은 잠도 못 자게 합니까?"


주애는 지쳐서 발음이 잘 되지 않았다.


"힘드신 모양이군요. 반갑습니다.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 한상수입니다."


주애는 한상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남조선 뉴스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는 정치인이다.


"주애씨께서 오셨다는 얘기를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몇 시간 못 자서 너무 졸리군요. 나중에 얘기하면 안 될까요?"


"지금 다른 안가로 모셔야 합니다. 잠은 거기서 주무시지요.”


주애는 자신이 왔다는 소식에 통일부 장관이나 되는 사람이 찾아온 걸 보고 아직 공주대접을 받는구나 생각했다.


숙소를 빠져나온 둘은 헬기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상수는 주애에게 김정은 사망과 관련하여 조심스레 물었지만 주애는 같이 있지 않았다고만 답할 뿐이었다. 어머니 리설주의 안전을 묻자 주애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상수와 주애의 헬기는 강릉을 빠져나와 세종시에 도착했다.


"여기는··· 서울이 아니군요? 그쵸?"


주애가 도착한 곳을 둘러보고는 물었다.


"주애씨 거처는 훨씬 조용한 곳에 마련해야 했으니까요."


이들은 리무진을 타고 준비된 안가로 향했다. 한상수가 무언가 말하려는듯 헛기침을 하자 주애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내가 아는 공화국의 기밀은 없어요. 먼저 말해두죠."


한상수는 주애의 대답에 그녀를 쳐다보다가 시선을 창밖으로 향하고는 조용히 말했다.


"괜찮습니다. 제발 안전하게만 계세요."


둘의 리무진이 멈추자 검은 양복을 입은 키 큰 남자들이 주애의 차 주변으로 모였다. 그중 한 명이 주애쪽 차 문을 열어주고는 무뚝뚝하게 목례를 했다. 남한의 국정원 요원들이리라.


"오늘부로 주애씨는 우리 정부의 1호 보호대상입니다. 어딜 갈 때는 꼭 이 친구들과 다니십시오."


한상수가 주애에게 말했다.


"장관동지, 고생하셨습니다."


주애는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 리무진이 안가 정문을 빠져나가자 아까 목례를 한 국정원 요원을 쳐다보고 물었다.


“동무, 이름이 뭐네?”


그 요원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주애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동무래, 앞으로 경호원 동무라 부르갔어. 동무는 이제 내 경호원 동무다.”


주애는 혼자 웃으며 안가로 들어갔다. 널찍한 거실에 커다란 TV가 눈에 들어왔다. 창밖으론 도시의 풍경이 저 멀리 펼쳐져 있었다. 남한 드라마에서 보던 회장님 집들과 비슷해 보였다. 주애가 휴대전화를 꺼내 와이파이를 찾아 보았다. 그때 남한의 경호원 동무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여기는 와이파이가 없습니다. 해킹 우려로 인터넷은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경호원의 말을 들은 여정은 표정을 찌푸렸다. 그녀가 잔뜩 짜증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국제전화 할 일이 있단 말이야.”


여정의 말을 들은 경호원이 주머니에서 휴대전화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전화라면, 이걸 쓰시지요. 인터넷은 안 되지만 통화는 가능합니다.”


주애가 전화를 받아들고 2층으로 재빠르게 올라갔다. 그녀가 가지고 온 휴대전화에 있던 러시아 대사관 번호를 보고는 새 휴대전화로 그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아무 신호도 가지 않았다. 국정원 휴대전화라 그런가 북한하고는 통신이 전혀 안 되는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1층으로 내려온 그녀는 경호원에게 어머니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경호원 동무, 사실 우리 오마니 러시아에 가 계신다. 뭐 남조선 국정원이라면 이미 알 수도 있겠지. 나 우리 오마니랑 통화하고 싶은데 좀 도와주라.”


주애의 말을 들은 경호원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 목록을 살펴보더니 주애에게 준 휴대전화로 어떤 번호를 눌렀다.


“러시아 외교부로 직접 통화가 될 겁니다.”


주애는 경호원의 손을 한 번 꼭 잡더니 전화를 걸고 벌떡 일어났다. 몇 초를 기다리자 수화기 너머로 누군가 무슨 일이냐 묻는 러시아어가 나왔다. 그녀는 아주 유창한 러시아어로 자신은 김정은의 딸 김주애이며, 현재 러시아에 있는 어머니 리설주와 통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거실에 있던 다른 국정원 요원들이 하나같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몇 분이 지났을까, 수화기 너머의 러시아 외교부 직원은 곧 연락드린다는 말을 하더니 전화를 끊었다. 주애가 털석 자리에 앉았다.


“기다리라는데, 이미 너무 많이 기다렸어···”


주애의 혼잣말을 받아주는 요원은 없었다. 모두 그녀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렇게 5분여가 지나자 아까 전화를 걸었던 휴대전화가 울렸다.


“왔다!”


주애가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러시아어로 인삿말을 했다.


“주애야!”


전화를 건 이는 리설주였다. 리설주는 애타는 목소리로 주애를 찾았다. 두 모녀는 눈물을 훔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주애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그녀는 바닥에 털석 앉아버렸다.


“오마니, 난 러시아가 아니라 남조선에 도착했어요.”


주애가 정신을 차리고 설주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다. 리설주는 놀랐다. 남조선이라니. 혹시 주애가 감금을 당해 고문을 당하지는 않을까 겁을 먹었다.


“오마니, 괜찮습니다. 국정원에서 마련해준 집에서 잘 쉬고 있어요. 기회가 되면 러시아로 갈게요.”


주애의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전화를 끊은 주애는 소파에 몸을 던져 누웠다.


“나 혼자있고 싶다. 다들 나가줘.”


주애의 말에 경호원 동무를 포함하여 국정원 요원들은 모두 밖으로 나왔다. 마당엔 개나리가 조그마하게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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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혁명의 수도 평양 22 24.09.15 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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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혁명의 수도 평양 20 24.09.14 20 1 12쪽
19 혁명의 수도 평양 19 24.09.14 23 1 11쪽
18 혁명의 수도 평양 18 24.09.13 23 1 11쪽
17 혁명의 수도 평양 17 24.09.12 25 1 12쪽
16 혁명의 수도 평양 16 24.09.10 32 2 11쪽
15 혁명의 수도 평양 15 24.09.10 28 1 11쪽
14 혁명의 수도 평양 14 24.09.10 27 1 11쪽
13 혁명의 수도 평양 13 24.09.10 29 1 11쪽
12 혁명의 수도 평양 12 24.09.09 27 1 11쪽
11 혁명의 수도 평양 11 24.09.09 34 2 11쪽
10 혁명의 수도 평양 10 24.09.07 32 1 11쪽
9 혁명의 수도 평양 9 24.09.07 34 1 11쪽
8 혁명의 수도 평양 8 24.09.07 37 1 11쪽
» 혁명의 수도 평양 7 24.09.07 40 1 11쪽
6 혁명의 수도 평양 6 24.09.06 43 1 11쪽
5 혁명의 수도 평양 5 24.09.02 47 1 11쪽
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1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7 1 11쪽
2 혁명의 수도 평양 2 24.09.02 70 1 11쪽
1 혁명의 수도 평양 1 24.09.02 9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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