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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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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 17

DUMMY

2034년 3월 15일 김정은이 사망하던 날 오후

평안북도 영변군 조선인민군 비밀 핵시설



조선인민군 전략군 사령관 공철남은 평안북도 영변의 비밀 핵기지에 화재가 나 일부 시설이 파괴되었다는 말에 급하게 현장을 찾았다. 이곳은 북한 핵개발의 심장이었다.


“동무들, 그래서 뭐가 어떻게 잘못된 기야? 우리 핵시설 완전히 멈춘기야?”


그가 핵시설 간부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가졌다. 아직 사태를 정확히 파악한 간부는 없어보였다.

화재가 난 시설이 붕괴 위험이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모두가 난처하다는 듯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답답했던 철남은 직접 현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모두가 회의실을 나가려던 그때, 철남의 부관이 급하게 뛰어와 조용히 보고했다. 철남은 다시 앉았다.


“동무들 잠깐 앉아보시오.”


그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모두 다시 착석하자 그가 말을 이었다.


“위원장 동지··· 위원장 동지께서 돌아가셨어. 지금 방송 나온다고 한다.”


회의실이 술렁였다. 공철남의 표정은 무거웠다.


“그럼··· 우리 기지는 어떻게 되는 겁네까?”


핵시설 간부 한 명이 조심스레 질문했다.


“우리 기지는 문제가 없지. 평양이 문제가 있갔디···”


며칠 전 총참모부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김정은의 사후를 이야기하는 이들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그냥 허튼 소리로 치부하고 말았다. 출세가도를 달리는 장성 하나가 술취해서 말실수를 한 것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사망한 지금, 자신이 평양으로 돌아간다면··· 그는 어쩌면 김정은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신이 평양에 돌아간다면 그들 손에 핵무기가 쥐어지는 꼴일 것 같았다. 아무래도 평양으로 돌아가는 건 나중에 생각해야겠다고 생각한 그였다.


그러던 중 휴대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그는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 비상사태에 대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받았다.


“누구시오?”


“안녕하십니까, 공철남 사령관 동지. 중화인민공화국 대사 리우지허입니다. 지금 그쪽으로 우리 대사관 사람 한 명을 보냈는데 꼭 좀 만나주셨으면 합니다.”


철남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어디있는 줄 이 사람이 어떻게 알까. 그리고 알든 모르든 이 존엄한 공화국의 핵시설에 외국인이 들어온다는 걸 자신이 허용해줄 리가 없었다.


“내가 어디있는 줄 어떻게 압네까?”


철남이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


“영변이지요. 공화국에 아주 중대한 일입니다. 지금 있는 핵시설이 미제 놈들한테 넘어갈 수는 없어요.”


중국은 생각보다도 더 북한을 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철남은 이들에 협조하지 않으면 공화국에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는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외국 인사에 핵시설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중국 외교관을 만나는 게 좋은 일일까. 그는 이내 중국도 김정은이 없어진 조선의 주인이 누구일지 몰라 여러 인사를 접촉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중국이 생각하는 가장 유력한 인사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중국측 인사를 만나보기로 결심했다.


“그럼 여기 영변 밑에 안주라고 있습네다. 거기 우리 부대가 하나 있으니 그쪽에서 보시디요. 정확한 위치는 메세지로 드리갔소.”


“어느 부대인지 압니다. 안주에 전략군 부대가 하나 있어요. 그쪽으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철남은 기분이 나빴다. 물론 전략군 부대 위치야 중국 정보당국이 알 수 있다고 쳐도 막상 안다는 말을 들으니 언짢았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계제는 아니었다. 그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부관에게 지시를 했다.


“우리 공화국의 모든 핵로케트, 평안북도로 집결시키라.”


부관이 지시를 받고선 곧바로 전략군 소속 부대에 연락을 돌렸다. 북한의 거의 모든 장거리 미사일은 차량에 탑재되어 있었다. 미사일 사일로가 있었다면 미국의 폭격을 받을 것이었다. 나머지 소수는 공해상을 떠도는 잠수함에 있었다. 일단 그것들은 자신의 관할 밖이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철남이 한 시간을 넘게 달려 안주에 있는 부대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한 시간쯤 기다렸을까, 중국에서 왔다는 사람이 부대 정문을 열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열어주라 하고는 부관을 불러 미사일이 잘 오고 있는지 확인했다. 부관은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함경도에 숨겨놨던 미사일들이 잘 움직이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알겠다 하고는 중국쪽 인사를 만날 준비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사령관 동지. 중국 대사관의 량스차오 공사입니다.”


“어서오십시오.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습네다.”


철남은 량 공사를 자리에 앉히고는 곧바로 중국의 의중을 물었다.


“중국이 판단하는 평양의 세력가는 누구입니까?”


량스차오는 철남이 황용호와 김여정의 대결을 모른 다는 게 의아했다. 김정은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그는 잘 알 거라 생각했다.


“지금 황용호 총참모장과 김여정 동지가 평양을 놓고 다투고 있습니다. 아마 며칠 내로 결판이 나겠지요.”


철남이 놀랐다. 김정은 사후를 이야기하던 자가 황용호라니.


“중국이 보기엔 누가 이길 거 같습네까?”


철남이 침착하게 물었다.


“실제 움직일 수 있는 병력으로 보면··· 황용호가 평양의 주인이 될 거 같습니다.”


량 공사는 솔직히 대답했다. 앞으로 그의 파트너가 될 사람에게 처음부터 떠보는 말을 하고싶지는 않았다. 철남은 당황했다. 자신과 수십년 간 충성경쟁을 하던 황용호였다.


“그럼, 중국에서는 날 왜 보자고 한 거요? 난 평양의 주인이 될 것도 아닌데.”


철남이 량 공사, 아니 중국의 진의를 물었다.


“우리 중국은 조선의 주인을 황용호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선의 주인은 핵로케트를 가진 사람입니다. 황용호는 핵로케트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며칠 안 가 무너질거라 생각합니다.”


철남은 이 대답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대답이라 생각했다. 핵을 가져야 조선의 주인이 되는 건 맞지만, 김씨 일가가 핵을 가져야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김씨 일가가 아닐 경우 인민들이 조선의 주인이라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었다. 중국이 왜 김정철 같은 인물을 내세우지 않는지 의아했다.


“나는 핵로케트는 가졌지만, 수령님의 일가 친척이 아닙네다. 우리 공화국은 김씨가 아니면 나라의 주인이 될 수 없어요. 내가 뭐 위원장 동지네 하고 나서도 인민들이 눈하나 깜짝 안 할 겁네다.”


“난, 공 사령관님이 조선의 주인이라 한 적 없습니다. 우리 중국은 조선의 주인으로 김한솔 군을 데려올 겁니다. 공 사령관님은 그 밑에서 군을 통솔하게 되겠지요.”


철남이 무릎을 쳤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김씨 일가 한 명이 량 공사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는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당장 평양으로 진입하는 건 문제가 있을 겁니다. 호위사령부는 황용호의 명령을 따르고 있어요. 조선 천지에 호위사령부를 재래식 무기로 대적할 부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철남이 량 공사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던 바였다.


“신의주를 임시 수도로 하여 우리의 지원을 받으시지요. 상황이 많이 힘들 경우 우리 중국쪽으로 빠르게 넘어와 임시정부를 세울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핵로케트는 신의주 근방으로 배치해야겠지요.”


철남은 량 공사의 말이 끝나자 심각히 고민했다. 이게 정말 맞는 일인가.


“우리 중국과 조선은 피를 나눈 형제입니다. 김한솔 군은 마카오에 있던 내내 우리 중국의 보호를 받았어요. 지금도 우리 중국에 감사해하고 있지요. 사령관님 말씀처럼 김씨이고, 핵을 가지게 되니 조선의 주인이 아니라 할 수 있습니까?”


량 공사의 말은 재수없으리만치 논리적으로 맞아 떨어졌다. 북한 인민 대부분은 어차피 김한솔의 존재는 모를 터였다. 오만방자했던 김여정보다 훨씬 지지를 받기 쉬울 것이다. 그는 중국에 자신의 미래를 거는 편이 낫겠다 판단했다.


“공사님의 말씀이 다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신의주로 옮기는 건 천천히 생각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내 가족들이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면 반드시 최선을 다해 도와야합니다.”


“알겠습니다. 가족들의 신변은 지금부터 저희가 챙기겠습니다. 신의주행은 너무 오래 고민하지 마세요. 옮기는 대로 바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량 공사가 연락처를 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철남은 탁자를 주먹으로 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휴대전화를 들어 부인에게 전화했다. 부인은 평양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고 하였다. 그는 혹시 비상상황이 발생한 것 같으면 바로 중국 대사관으로 피신하라 일렀다. 사태가 급박할 경우 중국으로 귀화 신고를 하라 했다. 자신의 가족들이 평양 밖으로 움직이는 걸 확인하면 황용호 무리들이 곧바로 체포할 것 같았다. 일단 이럴 땐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해야 한다, 그는 생각했다.


밤이 되자 부인에게 전화가 왔다. 오밤중 평양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소리를 듣고는 짐을 싸던 중 중국 외교부에서 외교관 차량을 가지고 왔다 했다. 중국 외교관들은 평양 밖으로 나가다가 변을 당할 수 있으니, 가까운 대사관에서 하루 묵고 내일 있을 비행기로 평양을 빠져나가게 해주겠다 했다. 부인의 설명을 들은 철남은 알겠다 하고는 부관들을 시켜 짐을 쌌다.


“사령관님, 이제 어디로 갑니까?”


부관 한 명이 물었다.


“신의주로 간다. 로케트들도 다 그 근방으로 옮기자.”


철남이 질문한 부관에게 지시했다. 곧이어 그의 벤츠 리무진이 도착했다. 김정은이 믿을 수 있는 최측근에만 선물한다는 그 벤츠였다.


“동무, 우리 산하 특작대원들 있디? 다 신의주로 모이라 해라.”


철남이 차에 타자마자 부관에게 지시했다. 그는 핵로케트만 가져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생각했다. 일단 신의주에 도착하는 즉시 최대한 근방의 재래식 전력을 끌어모을 작정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과 친분이 있는 주변 군단장이나 사단장들을 생각하려 애썼다. 그리 잘 떠오르지 않았다. 대부분 이미 제대하고 없으리라.


그때 아까 량 공사에게 받았던 번호로 연락이 왔다.


“사령관 동지, 아직입니까? 너무 오래 고민하면 때를 놓칩니다.”


량스차오였다.


“지금 신의주로 가는 길입네다. 내 가족들 신변은 어찌되었습네까?”


“우리 대사관에 잘 모셔왔습니다. 다만, 확인해보니 순안공항도 황용호 부하들로 꽉 차있습니다. 당분간 평양을 빠져나가기 어려워보입니다.”


철남이 한탄했다. 황용호 놈이 가족들을 볼모로 자신을 협박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일이 꼬인 것일까.


“부인과 자제분들이 방금 우리 중국에 귀화신청을 했습니다. 내일이면 우리 공민이 될 겁니다. 그러면 황용호 놈도 어찌하지 못하니 걱정 마십시오.”


철남이 조금은 안심했다. 황용호가 아무리 미쳤기로서니 중국 공민을 데려다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이제 다른 소식이 궁금해졌다.


“그럼 김여정 동지는 어떻게 됐습니까?”


“황용호 무리들인가, 괴한들에게 끌려갔습니다. 아마 무사하진 못할 겁니다.”


철남이 다시 한 번 탄식했다. 황용호 놈이 기어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그는 전화를 끊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중국 단둥의 불빛이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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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1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7 1 11쪽
2 혁명의 수도 평양 2 24.09.02 7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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