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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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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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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 11

DUMMY

2034년 3월 15일 비가 그친 오후

평양과학기술대학 본관


"사단장 동지, 정찰총국장 조해평 동지가 정문에서 사단장 동지를 뵙고싶다 합니다. 부하들은 없고 운전병하고 둘만 왔습네다."


"정찰총국장이?"


부하들과 모여 김정철 납치계획을 세우던 강문환에게 기적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조해평은 황용호쪽 인물이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황용호와 끊임없이 권력다툼을 하며 김정은 앞에서 충성경쟁을 했던 자였다. 한 번은 그가 정찰총국에서 과장으로 있을 때 황용호의 직속부하가 벌인 뇌물 스캔들을 수사하여 일거에 주도자들을 잡아넣은 사건이 있었다. 덕분에 황용호의 직속부하는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게 됐고 그 부하들 일부는 총살당했다. 황용호도 이 일로 후방 사단장으로 좌천되어 한동안 진급을 포기하였다.


강문환은 얼른 문을 열어주라 하고는 본관 1층까지 내려가 그를 기다렸다. 저 멀리 벤츠 리무진 한대만이 다가오고있었다.


"정찰총국장 동지, 반갑습네다. 어째 평양에 남아계시지 않고 이리로 오셨습네까?"


"동지도 알다시피 내가 평양에 남으면 죽은 목숨이지.. 평양은 이미 황가놈 세상이오. 김여정이도 금방 끝이야."


"잘 오셨습니다, 동지. 위에서 얘기를 좀 나누시디요."


강문환은 조해평을 총장실로 안내했다. 이미 몇 시간 전부터 그의 집무실로 쓰고 있었다.


"동지는 어쩌자고 황가놈한테 반기를 든 거요."


조해평이 운을 뗐다.


"뭐 저야 총참모부에 악감정은 없습네다. 다만 김여정 동지가 집권할 줄 알고 도와주러 가다가, 대동강을 못 건넌 것 뿐입네다."


"중간에 판세를 잘 읽었구만. 김여정이는 이 싸움 이기지 못할 거요. 보위성이 황가놈에게 함락됐소. 그걸 확인하고 오는 길이오."


"보위성까지요?"


"김여정은 길어봐야 내일 아침까지요. 이제 황가놈에 대적할 세력은 당신네들 말고는 없소."


강문환은 아찔했다. 대동강을 무사히 건넜다 해도, 보위성을 움직이는 자들과 싸우자면 질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정보의 힘은 전차보다 강력하다. 정보기관을 장악한 자만이 상대방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읽어내고 다음 수를 예측할 수 있다. 정보가 없다면 힘 센 장님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데 마침 정보기관의 정점에 서 있는 정찰총국장이 그를 찾아온 것이다.


"정찰총국 요원들은 어떻게 됐습네까?"


"우리 애들이야 대부분 잘 평양을 빠져 나왔지. 아직 반절은 연락이 되오. 그나저나 당신네들 계획은 무엇이오?"


"그.. 그게···"


조해평의 질문에 강문환은 말을 더듬었다. 그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김정철 동지를 데려오십시다. 그를 구국위원장 뭐 그럴듯한 직함을 달아 다음 최고존엄에 올리는 거요. 그 밑에서 사단장 동지래 군권을 갖고 내가 정보권을 갖는 거요. 그럼 황가놈한테 해볼 만하오."


강문환은 깜짝 놀랐다. 조해평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던 중이었구나. 그러나 아이디어는 좋아도 실현가능성이 문제였다. 김정철이 유폐되어 있다는 황해도 초도는 그들의 영향권 밖에 있었다.


“정찰총국장 동지의 혜안은 정말 따라갈 자가 없습네다. 하지만 그쪽까지 우리 병력이 가기가 쉽지 않습네다. 김여정이쪽 사단이 맡은 구역을 통과해야하고, 초도에 가서도 호위사령부 병력들과 교전해야합니다.”


강문환의 말에 조해평이 손사래를 쳤다.


“초도에 우리 정찰총국 병력이 있어요. 김정철 동지를 데리고 초도를 나와서는 우리가 아는 지하땅굴로 이동하면 되오. 그쪽은 우리가 맡을테니 동지는 황해도 다른 부대를 포섭하는 데에 집중하시오.”


가뭄에 단비와 같은 대답이었다. 일반적인 병사들이라면 김정철 납치 임무는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정찰총국이라면 엘리트 중 엘리트 아닌가.


“알겠습네다, 동지. 최대한 세력을 모아보겠습니다. 전방의 방사포 부대까지 우리에 합세하면 저들도 우리를 치지는 못할 겁네다.”


“좋소. 작전은 오늘 밤이오.”


대화가 끝나자 조해평이 어디론가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창밖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10시

황해도 앞바다 초도

김정철 특각


김정은의 사망소식은 김정철에게도 전해졌다. 좀체 조선중앙통신 채널은 쳐다도 안 보는 그였기에 저녁식사를 준비하던 특각 하인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고 알게되었다. 충격이 상당했지만 가족들에게는 식사중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자신의 서재에 들어와서는 에릭 클랩튼의 음반만 두 시간째 틀어놓고 있었다. 2015년인가, 한 이십년 전쯤 런던에 가서 관람했던 클랩튼의 공연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에겐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였다.


“거기 누구냐!?”


특각의 해안 초소에서 경비를 보던 병사가 바닷가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걸 보았다. 어두워서 식별이 안 되자 손전등을 비춰보았다. 너구리 한 마리가 손전등 빛을 보자 놀라서는 빠르게 도망쳤다. 병사가 손전등을 끄려는 그 때,


퍽-


괴한 두 명이 병사 뒤에 나타나서 팔로 목을 조르더니 기절할 때까지 놔주지 않았다. 병사가 외마디 비명도 외치지 못한 채 쓰러지자 괴한들은 신속히 특각 지하 보일러실 입구를 찾아다녔다. 그들 뒤로 십여명의 동료들이 뒤따랐다.


“동지들, 여기입네다.”


괴한 한 명이 특각 뒤편 어둑한 곳에서 보일러실 입구를 찾았다. 여기를 지키는 병사는 없어보였다.


“동무들은 여기로 들어가라. 나는 옥상을 맡겠다.”


대장으로 보이는 괴한은 이 말을 마치고는 그 옆의 가스관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어깨에 기관단총을 매달고 있었다. 나머지 괴한들은 보일러실에 잠입하고는 손전등을 켰다. 특각 내부로 향하는 문이 보이지 않았다.


“내부와 연결이 안 된걸까요? 그럴 리가 없는데···”


쾅-


“아야야···”


괴한 한 명이 말하던 그 때 그의 머리가 사다리에 부딪혔다. 사다리의 철봉이 떨리는 소리가 났다. 생각보다 소리가 컸다.


“누구냐! 거기 누구냐!”


밖에서 특각을 지키는 호위사령부 병사들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꼼짝없이 보일러실에서 몰살당할 위기다.


“동무들은 올라가라. 나랑 독수리 셋이 남아서 처리하겠다.”


독수리 셋은 암호명이었다. 열명이 넘는 인원이 사다리를 올랐다. 그들이 알기로 이 특각을 지키는 호위사 병력만 50명이 넘었다. 전면대결로는 승산이 없었다.


“이제 어떻게할까요, 비둘기 하나 동지.”


독수리 셋이 말했다. 그의 어깨끈에 수류탄이 눈에 띄었다.


“보일러실 중문을 잠그자. 저들이 진입하는 순간에, 수류탄을 던지고 중문을 바로 잠그는 거야. 그럼 시간을 벌 수 있다.”


비둘기 하나는 곧바로 보일러실 문에 귀를 기댔다. 점점 경비병들의 발걸음이 커지는 게 느껴졌다. 그는 권총을 장전하고 곧바로 주머니에 넣었다.


“지금이다!”


그들은 몸을 던저 중문으로 뛰었다. 이제 몇 초 뒤면 보일러실 문이 열릴 것이다.


“셋하면 던지라. 하나, 둘, ···”


셋을 세어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밖에선 문 열리는 소리가 아니라 비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막아! 막아!”


밖에선 기관총 소리와 막으라는 고함소리, 그리고 쓰러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됐다, 우리 수류탄 안 던져도 되갔어. 대기조가 잘 처리했구만.”


괴한들은 특각에 진입하면서 혹시 모를 외부에서의 공격에 대비해 대기조를 특각 밖에 두고 오는 길이었다. 겨우 여섯 남짓한 대기조는 특각 안쪽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근처에 주차돼있던 장갑차를 탈취해 특각으로 돌진한 것이었다. 옥상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대장도 곧장 기관단총을 갈겨댔다. 보일러실을 진입하려던 호위사령부 경비병들은 순식간에 몰살당했다.


한편, 사다리를 타고 올라와 특각 1층에 진입한 괴한들이 문을 벌컥 열자 주방에서 쉬고 있던 청소부들과 마주쳤다.


“에그머니나!”


괴한들을 본 청소부들이 놀라 자빠졌다. 괴한들은 그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더니 곧장 부엌을 나가 절반은 거실, 절반은 2층으로 향했다. 2층에는 김정철이 음악을 틀고 쉬고 있었다.


쾅-


김정철의 서재 문이 열리고 괴한들이 재빨리 안으로 진입했다. 김정철은 소리도 지르지 않고 그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김정철 동지, 아니 대장동지. 우리와 같이 가주셔야겠습네다.”


괴한 중 한 명이 중후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김정철은 요지부동이었다.


“공화국을 구할 인물은 이제 대장동지밖엔 없습네다. 저희가 모시갔습네네다.”


괴한의 말이 끝나자 나머지 인원들이 김정철의 양 팔을 잡았다. 김정철은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가족들과 떨어지지 않는다.”


김정철이 괴한들을 노려보며 말하자 조금 전 김정철에게 말을 꺼냈던 괴한이 복면을 벗고는 김정철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가족분들도 다 모시고 갈 겁네다. 저희는 정찰총국 요원들입네다. 김정은 원수님이 돌아가신 이 때, 평양의 주인이 될 분을 모시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왔습네다.”


괴한의 정체는 정찰총국 요원들이었다. 오늘 낮 조해평의 지시를 받은 정찰총국 요원들이 남은 인원을 모아 특각으로 쳐들어온 것이다. 김정철은 담배를 꺼내 물고는 다시 의자에 털썩 내려앉았다.


“그 많은 호위사령부 경비병들은 다 어쩌고. 이대로 나가면 우리 가족 떼죽음이야. 평양? 거긴 내가 기억이 썩 좋지를 않아.”


김정철은 평양의 주인이니 하는 말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오로지 가족의 안위가 제일인 사람이었다. 이미 감시와 속박에 익숙해진 그는 밖을 나간다는 게 두려웠던 걸까. 실제로 특각 밖에는 호위사령부 한 개 대대가 주둔해 있었다. 최소 삼백 명은 넘을 것이다.


“거실에 다 모였습네다.”


그때 1층을 수색하던 정찰총국 요원이 김정철의 서재로 올라왔다. 1층 요원들이 김정철의 가족들을 거실에 불러모은 것이다. 그 뒤로 옥상에 올라가있던 그들 무리의 대장 신소평 중좌가 김정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국장동지, 임무 완수 했습네다. 대장동지를 모시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신소평은 통화를 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전화를 끊고는 김정철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바다로 나갈 겁네다. 해안가 병력은 이미 제가 다 처리했고, 보트도 시동 걸어놨습네다. 거부한다면 일단 강제로라도 모셔오라 했으니 저희를 용서하시라요.”


그의 말이 끝나자 뒤에 있던 요원들이 김정철을 끌고 1층으로 내려왔다. 김정철은 이번엔 저항하지 않았다. 그들은 곧장 그와 그 가족들을 끌고나와서는 해변으로 달렸다. 겨울바다의 바람이 굉장히 찼다.


“내가 누구한테 불려가는지라도 말하라. 내가 너희의 주인이 된다며.”


김정철이 소리쳤다. 하지만 요원들은 입을 꾹 다문 채 그를 보트에 태웠다.


“뒤에 호위사놈들이 쫓아오고 있습네다!”


요원 하나가 소리치자 신소평은 재빨리 보트를 전진시켰다. 어두컴컴한 바다를 그들은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그렇게 밤바다를 뚫고 그들은 자정무렵 서해갑문에 다다랐다. 갑문 위에선 강문환이 여러 사단장과 함께 다가오는 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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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혁명의 수도 평양 23 24.09.16 19 1 11쪽
22 혁명의 수도 평양 22 24.09.15 20 1 12쪽
21 혁명의 수도 평양 21 24.09.14 22 1 12쪽
20 혁명의 수도 평양 20 24.09.14 20 1 12쪽
19 혁명의 수도 평양 19 24.09.14 23 1 11쪽
18 혁명의 수도 평양 18 24.09.13 22 1 11쪽
17 혁명의 수도 평양 17 24.09.12 25 1 12쪽
16 혁명의 수도 평양 16 24.09.10 31 2 11쪽
15 혁명의 수도 평양 15 24.09.10 28 1 11쪽
14 혁명의 수도 평양 14 24.09.10 26 1 11쪽
13 혁명의 수도 평양 13 24.09.10 29 1 11쪽
12 혁명의 수도 평양 12 24.09.09 27 1 11쪽
» 혁명의 수도 평양 11 24.09.09 34 2 11쪽
10 혁명의 수도 평양 10 24.09.07 32 1 11쪽
9 혁명의 수도 평양 9 24.09.07 34 1 11쪽
8 혁명의 수도 평양 8 24.09.07 36 1 11쪽
7 혁명의 수도 평양 7 24.09.07 39 1 11쪽
6 혁명의 수도 평양 6 24.09.06 43 1 11쪽
5 혁명의 수도 평양 5 24.09.02 47 1 11쪽
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0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6 1 11쪽
2 혁명의 수도 평양 2 24.09.02 70 1 11쪽
1 혁명의 수도 평양 1 24.09.02 9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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