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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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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 19

DUMMY

2034년 3월 17일 오전

중화인민공화국 베이징시 둥청구

중국국가안전부 본부


“그럼, 지금부터 조선의 상황을 보고드리겠습니다.”


조선정보과장 궈하이푸가 동아시아 국장 뿐만 아니라 예고없이 찾아온 다른 국장들을 앞에 두고 보고를 시작했다. 현재 북한의 상황이 초미의 관심사이니 국가안보부 간부 모두가 보고를 들으려 했다.


“먼저, 조선의 권력 상황입니다. 조선은 현재 4개의 세력이 존재합니다. 평양엔 황용호가 총참모부와 호위사령부, 국가보위성을 대동하고 국가 주요기관을 장악했습니다. 국가보위성 내부의 분열이 있었고, 그 중 일부가 황용호 총참모장의 세력으로 편입되었습니다. 김정은 사망 직후 호위사령부 수뇌부도 김여정이나 김정철의 보복을 두려워해 황용호 쪽으로 붙은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동아시아 국장 왕하오지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둘째로는, 모두 아시다시피 우리 쪽 인물인 공철남 전략군 사령관이 있습니다. 현재 신의주를 중심으로 우리 중국의 간접적 보호를 받고 있지요. 벌써 평안북도, 자강도, 량강도의 후방사단들이 그를 중심으로 모였습니다. 우리 중국이 군 배급을 담당해줄 수 있다 하니까 모두 포섭할 수 있었습니다.”


궈하이푸가 빠르게 다음 슬라이드로 내용을 넘겼다.


“셋째로는, 김정철이가 있습니다. 김정철이는 정찰총국과 류경수 땅크사단이 연합하여 모인 ‘구국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어제 추대되었습니다. 벌써 황해남북도의 전방사단들이 그에게 모였습니다. 강원도의 제1군단도 곧 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궈하이푸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보고를 이었다.


“정리하자면 조선 남부엔 김정철이, 북부엔 공철남이 있고, 나머지 평양, 평안남도나 함경도 지역은 황용호가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왕하오지가 보고를 듣다 말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처음에 세력이 네 개라고 하지 않았어? 하나 어따가 빠뜨린 거야?”


그가 시큰둥하게 물었다. 궈하이푸는 곧장 다음 슬라이드를 띄웠다. 라선특별시의 지도가 들어왔다.


“여기는 라선특별시입니다. 조선과 러시아 국경에 있는 도시지요. 조선의 네 번째 세력인 김정은 시신과 러시아가 여기 있는 겁니다.”


회의실 전체가 술렁였다. 드디어 찾아 헤매던 김정은 시신을 어디있는지 알게 된 것이다.


“근데, 라선이라면 황용호 휘하 병력들이 있는 곳일텐데 왜 시신을 평양으로 옮기지 않았지? 러시아는 또 뭐야?”


한국정보과장 위자하오가 물었다.


“김정은 시신은 라선 내 러시아 영사관에 있습니다. 북한군이 함부로 진입할 수 없어요. 누가 옮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러시아 영사관에 있는 건 확인했습니다.”


왕하오지 국장이 한번 씩 웃었다. 마침 주석과 국가안전부장에게 제대로 보고드릴 건이 없나 찾고 있던 와중이었다. 궈하오푸도 그 웃음의 의미를 읽었다.


“저도 긴급히 보고 드릴 건이 있습니다!”


회의실 문을 박차고 누군가가 뛰어들어왔다. 서유럽정보과장 스하오웨이였다.


“뭔데 이리 호들갑이야?”


그의 직속상관인 유럽정보국장이 핀잔을 주었다.


“김한솔, 김한솔이를 찾았습니다. 포르투갈에 있습니다.”


“포르투갈?”


다시 한 번 회의실이 술렁였다. 김정은 시신만큼, 아니 그보다 더 찾아헤맨 상대가 김한솔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던 김한솔이 사라지고 어디 살아있나 했더니 유럽 끄트머리에 있었다. 소식을 들은 안전국 요원들은 일제히 벌떡 일어나 각자 사무실로 급히 돌아갔다. 김한솔을 평양의 권좌에 앉힐 준비를 해야 했다. 회의실에는 궈하오푸와 스하오웨이가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2034년 3월 17일 오후(한국 시각으로는 3월 18일 새벽)

포르투갈 리스본 근교 까스까이스


이십여 년 전 포르투갈은 골든비자라는 투자이민 제도를 통해 수많은 중국인 갑부들의 이민오는 나라가 되었다. 부동산 같은 곳에 50만 유로를 투자하면 골든비자를 주고 문제없이 몇 년이 지나면 시민권이 나오는 제도였다. 덕분에 리스본 거리엔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상점이 하나 둘 늘었고, 어학당은 중국인 부자의 자녀들로 채워졌다. 김한솔 입장에선 적당히 중국인인 척 사회에 녹아들 수 있는 나라였다.


어둑해진 저녁, 그는 가족들과 살고있는 까스까이스 해변의 마리나에서 요트를 정박하고 있었다. 한없이 드넓은 대서양 바다를 매일 같이 휘젓고 다녔다. 무한한 자유를 만끽하는 그였다. 그런 그의 자유에 불청객이 찾아들었다.


“요트에서 나오지 마세요. 안으로 다시 들어가시죠.”


요트를 정박하고 나오려는 한솔에게 누군가 깔끔한 발음의 프랑스어로 말했다. 그의 손을 보니 권총을 쥐고 있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다시 요트로 들어갔다. 그 괴한은 금방 따라들어오더니 문을 잠가버렸다. 얼굴이 분명 아시아인이었다.


“누구십니까.”


한때 파리정치대학을 다닌 김한솔이었다. 의사소통을 해보려 예전에 쓰던 프랑스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조선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죽은 건 알고 계시죠? 그 일 때문에 왔습니다.”


괴한이 대답했다. 당연히 모를 리 없는 뉴스였다.


“난 이제 조선하고는 아무 관련없는 사람입니다. 이만 내 요트에서 나가주시지요.”


한솔이 문을 가리키며 나가라했다. 괴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선의 주인을 모시러 왔을 뿐입니다. 거부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괴한이 요트 문을 똑똑 두드리고는 다시 열었다. 그러자 얼굴을 가린 이들 셋이 요트로 들어왔다. 그들은 곧장 한솔의 몸을 붙잡고는 테이프로 입을 막았다. 순식간의 한솔의 팔목에 수갑이 채워졌다. 한솔과 대화하던 괴한은 조종실로 들어갔다. 요트는 금방 출발해 다시 저 드넓은 바다로 나아갔다.


두 시간여쯤 달렸을까. 보트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한솔이 창밖을 둘러봤다. 너무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망망대해 한 가운데 있을 것이었다.


“문 열자, 다 왔다.”


요트를 조종하던 괴한이 동료들에게 중국어로 말했다. 그러자 바깥에서 헤드라이트 같은 불빛이 여럿 요트를 비추었다. 바깥에는 커다란 유조선 하나가 육중한 자태로 섬처럼 서 있었다.


괴한들이 김한솔을 번쩍 들어 요트 바깥으로 옮겼다. 나와보니 커다란 유조선 바깥으로 외부 엘리베이터 같은 것이 내려오고 있었다. 저 커다란 배로 옮겨지는구나. 혹시 이대로 북한에 끌려가 고문이라도 당하는 것인가. 한솔의 걱정이 커졌다.


한솔과 괴한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유조선 갑판 위로 오르자, 말끔한 양복을 입은 백발의 사내가 군인으로 보이는 이들과 서 있었다. 그들 뒤에 있는 커다란 헬기가 눈에 띄었다.


“김한솔씨, 중국말 할 줄 알지요?”


백발의 사내가 한솔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괴한들이 한솔 입가에 붙였던 테이프를 떼었다.


“우린 중국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김한솔씨를 잠시 중국으로 모셔 가려 이렇게 무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용서해주시지요.”


백발의 사내가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나는 중국에 갈 일이 없습니다. 놔주시지요.”


한솔이 사내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한솔씨의 이천오백만 동포가 한솔씨를 원하거든요.”


한솔은 어이가 없는지 코웃음이 나왔다. 언젠가 몇 번 평양의 주인이 되는 걸 상상해 보긴 했다. 북한을 개혁개방하여 중국처럼 중진국으로 만드는 상상 같은 것들. 하지만 막상 북한 지도자가 되라는 듯한 이야기를 들으니 썩 달갑지 않았다. 지금 이건 철저히 중국 정부에 이용당하러 가는 것이리라.


“동포들은 날 원하지 않지요. 내가 누군지도 전혀 모르는데 날 어떻게 원하겠습니까. 이만 날 돌려보내지 않으면 외교적으로 아주 문제가 복잡해질 겁니다. 오늘 일은 발설하지 않을테니 이만 날 보내주시지요.”


사내는 한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리고는 병사들을 시켜 그의 양팔을 붙잡게 했다.


“한솔씨의 동의를 구하려는 건 아니었습니다. 꽤 긴 여정이 될텐데 부디 편안한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병사들은 한솔을 붙잡고 사내 뒤편에 있던 헬기로 끌고 들어갔다. 사내는 헬기 앞좌석에 앉았다. 한솔의 안전벨트가 매어지자 헬기가 바로 출발했다.


“아마, 친미 국가 영공을 한 군데도 통과할 수 없을텐데.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 거요?”


한솔이 프로펠러 소리에 목소리가 묻힐 까 싶어 소리를 지르듯 대답했다. 옆의 병사가 그의 머리에 마이크가 달린 헬멧을 씌워주었다. 곧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하라 아랍 민주공화국이라고 있지요. 잘 아실겁니다 한솔씨. 거기는 남조선 말고 북조선하고만 수교했다지요? 다행이 이 배 국적이 북조선이군요.”


어느 세계지도에나 모로코 남쪽에 서사하라라고 표기된 지역이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수교한 적 없지만 북한은 수교한 나라가 포르투갈 남쪽으로 하나가 있었다. 미국과 수교도 되어 있지 않아 거기까지는 미 정보당국의 힘이 미치지는 않을 것이었다.


괴한들의 헬기는 서사하라의 한 공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솔을 헬기에서 내려놓고는 비행기 짐칸에 끌고 들어가 앉혔다. 짐칸에 짐은 없고 의자가 가득했다. 역시 괴한 무리들로 보이는 병사들이 그들의 뒤를 이어 짐칸에 타고 있었다.


“이러다 미군 전투기에 피격되기라도 하면 조선이고 뭐고 객사하는 겁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모든 걸 보고 있어요.”


한솔이 지친 목소리로 말하였다. 벌써 납치된 지 서너 시간은 훨씬 지났을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지요. 한솔씨가 중국에 도착하기만 한다면 중국도 조선도 살릴 수 있으니 목숨을 걸 만합니다.”


사내는 지친 기색없이 대답하였다. 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도 대단했다.


“대체 내가 조선에 돌아가서 뭘 어쩌라는 겁니까. 인민들은 나를 알지도 못 해요. 본 적도 없는 나를 숭배할 것 같습니까? 내가 거기 가서 총살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


한솔이 짜증을 부리며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이런 납치상황을 버티기 힘들었다.


“가면 알게 되겠지요.”


사내는 나지막이 말하고는 병사들을 시켜 한솔에게 주사를 놓게 하였다. 마취제였는지 한솔이 바로 잠들어버렸다. 이제 비행기 짐칸이 조용해졌다.


“출발하나 봅니다.”


짐칸에 있던 병사 중 한 명이 말했다. 비행기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무사히, 일단 무사히 파키스탄 영공에 닿아라.”


사내가 두 손을 꼭 모으고 눈을 감았다. 비행기가 이륙하며 짐칸 내부가 요동쳤다. 어마어마한 굉음이 들려왔다. 짐칸 안의 병사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며 눈을 감고 있었다.


이들 비행기는 사하라 사막을 통과해 넓은 인도양 바다 위를 가로질렀다. 미군 전투기는커녕 주변엔 아무것도 접근하지 않았다. 이 비행기는 서사하라와 수교 협상을 하기 위해 비정기적으로 오가는 중국 외교부의 비행기였다. 그래서 미국 정보당국이 수상한 비행기라고 의심하지 않았나 보다. 이제 이들은 몇 시간 뒤면 파키스탄 상공을 무사 통과하여 중국에 닿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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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1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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