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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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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 22

DUMMY




2034년 3월 17일 저녁

평안북도 신의주시

평안북도 예술극장



수십 명의 중국 인민해방군 장성들이 예술극장 로비에서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었다. 서로 오랜만에 봤는지 회포를 풀며 호탕하게들 웃었다. 이 모습을 어두운 표정으로 지켜보며 평안북도와 근방의 조선인민군 부대장들이 극장 메인홀로 입장하고 있었다.


저 멀리 무대 위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발족식’이라 적혀있었다. 지금 모인 조선인민군 장교들이 먼 옛날 위관급이었을 때나 쓰던 이름이었다. 그들은 그 이름을 보고는 회상에 젖었다. 적어도 김정일의 선군정치 때는 어디가서 쌀을 얻어오면 지방 군부대에도 나눠주던 시절이 있었다. 군인이라면 어디가서 굶어죽지는 않던, 머나 먼 지난 날의 야이기다.


메인홀 위층 대기실에서는 공철남 전략군 사령관이 인민해방군 육군본부 소속 자오핑안 소장, 그리고 주북한 중국공사 량스차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공철남은 임시위원장으로 추대될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자오 소장 동지, 잠시 뵈었으면 합니다.”


밖에서 자오핑안의 부관이 그에게 다가와서는 귓속말로 이야기했다. 나머지 두 사람이 바로 들으면 안 되는 기밀인가. 그가 일어나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뭔데 그래?”


자오핑안이 피곤한 얼굴로 부관에게 물었다.


“김한솔, 김한솔이를 포르투갈에서 찾았답니다. 지금 국가안전부에서 체포조가 급파되었습니다. 우리 육군본부에서는 조선이 아직 이 소식을 몰라야한다고 했습니다..”


자오핑안이 부관의 말을 듣고 벽을 주먹으로 세게 쳤다. 조선의 미래를 찾은 것이다. 국가안전부라면 김한솔을 반드시 이 신의주로 데려오리라. 그는 곧장 부관에게 인민해방군 장성들보고 시간이 되었으니 메인홀에 착석하라 전하고는 대기실로 돌아갔다.


“무슨 일 있습니까?”


대기실로 돌아온 자오핑안에게 량스차오가 물었다.


“그냥 사적인 일입니다. 그보다 시간이 됐으니 얼른 내려가시죠.”


자오핑안이 대충 둘러대고는 둘을 일으켜 세웠다. 시계가 6시를 향하고 있었다.


메인 홀 문을 열고 들어온 공철남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랐다.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만으로도 메인 홀의 절반을 넘게 채우고 있었다. 못 해도 이삼백 명은 되리라. 그에 비해 조선인민군 장교들은 메인 홀 끝자리에서부터 오십여 명 정도 앉아있을 뿐이었다.


“아, 아, 지금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발족식을 거행하겠습네다. 먼저, 이번 행사를 전적으로 도와주신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의 자오핑안 소장님의 인사말씀이 있겠습네다.”


강철환의 부관이 사회를 맡아 자오핑안을 청중에 소개하였다. 소개를 받은 자오핑안은 힘차게 단상위로 올라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인민해방군 육군본부 기획국의 자오핑안입니다. 초청에 응해주신 우리 용맹한 조선인민군 장병 여러분과 인민해방군 북부전구 용사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중국군 북부전구는 만주의 동북3성은 물론 내몽고 자치구까지 관할하는 관구다. 북한 유사시 가장 먼저 침투할 집단이었다. 자오핑안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우리 중국과 조선은 지난 항미원조전쟁에서부터, 아니 그 백 년 전의 우리 공산당의 대장정에서부터 피를 나눈 형제입니다. 형제가 어려울 때는 발벗고 나서 도와야 합니다. 미제 침략에서 조선을 구해냈던 80년 전처럼, 지금 벌어지는 조선의 국난을 함께 타개하고 이백년, 삼백년 이어질 중-조동맹을 이어나갑시다!”


자오핑안의 말을 조선인민군의 통역병이 다 통역하기도 전에 중국 장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옆에 앉아있는 북한 장교들도 대충 알아듣고는 분위기에 맞추어 박수를 쳤다.


“이어서 자오핑안 소장 동지께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국방위원회 임시위원장에게 전달하는 시간을 갖겠습네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공철남이 뚜벅뚜벅 단상 위로 걸어갔다. 박수를 치는 조선인민군 장교들의 표정은 계속 어두웠다.


공철남은 친서를 받아들고는 자오핑안과 사진을 찍었다. 친서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실 별 내용 없었을 것이다. 친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친서를 받았다’는 게 중요했다. 지금 발족하는 국방위원회는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유일한 합법 정권이라는 뜻이다.


“그럼, 지금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임시위원장 공철남 동지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박수 소리가 잦아들고, 메인홀 모두가 공철남을 주목했다. 그는 준비해 온 종이를 꺼내려다 멈추고는 아무 대본도 없이 그의 연설을 시작하였다.


“우리 인민의 령도자이신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돌아가신 지 이틀이 지났습네다. 지난 이틀 간, 평양에선 온갖 무뢰배들이 날뛰며 우리 공화국의 존엄을 짓밟고 나라를 어지럽혔습네다. 황용호를 주축으로 한 저 괴뢰 무리는, 당과 국가의 주요 기관들을 장악해가며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습네다. 저들이 미쳐 날뛰어 나라가 쪼개지면, 미 제국주의 침략자들은 그 오만방자한 군대를 이끌고 우리 공화국을 침략해 우리 인민들을 핍박할 것입네다. 이에 우리 조선인민군은! 국방위원회의 깃발 아래 모여 백 년 혈맹의 중국과 힘을 합쳐 평양을 수복해야겠습네다.나라가 제국주의 침략자들에게 홀랑 넘어가지 않도록 우리의 힘과, 우리의 단결력과, 우리의 용기로 평양을 되찾읍시다. 우리의 핵무력은 그 어떤 위협에도 우리가 굴하지 않게 지켜줄 것입네다. 감사합네다.”


공철남의 말이 끝났다. 통역병이 천천히 그의 말을 통역하였다. 조선인민군 장교들은 고요하게 앉아있다가, 통역이 끝나기도 전에 일어나 힘차게 박수를 쳤다. 그 모습을 본 인민해방군 장교들도 기립박수에 동참했다. 자오핑안과 량스차오가 서로를 흡족하게 쳐다보며 손을 맞잡았다.


행사에서 김한솔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김씨 일가에 대한 숭배가 없더라도, 중국 인민해방군이 국방위원회의 뒤를 봐준다고 확신케 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자리였으리라. 공철남이 임시위원장으로서 국방위원회의 인사안을 낭독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부대장들은 저마다 국방위원회의 주요 직책을 배정받았다. 그들은 모두 신의주에서 국방위원회의 업무를 보게 되었고, 새 군단장이나 사단장들이 선출되었다.


발족식이 모두 끝나고 참석했던 장성들은 신의주청년역 옆에 새로 꾸려진 국방위원회 본부청사로 향했다. 이 곳에서 저녁 연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자오핑안은 차에서 내린 이들을 일부러 신의주 청년역 플랫폼을 들른 다음 연회장으로 가게 동선을 짰다. 수많은 중국과 북한의 장교들이 레드카펫을 따라 신의주청년역에 들어섰다. 그들은 플랫폼에 다다르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엇다.


어마어마한 수의 쌀포대가 플랫폼 저편 공터에 산처럼 쌓여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산맥을 이루고 있었다. 트럭들이 쌀포대들을 싣으려는지 수십 대가 공터로 들어오고 있었다. 자오핑안은 플랫폼에 모인 장교들에게 빈 쌀포대를 하나 들고 보여주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 중화인민공화국과 함께’라고 적힌 문자가 큼지막히 인쇄돼 있었다. 중국이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편입된 부대들에 주는 선물이었다.


“이제 조선인민군은, 농사일도 하지 말고 가축도 기르지 마십시오. 필요한 지원은 우리 중국이 해주겠습니다. 여러분은 평양을 수복하는 일에만 전념하십시오.”


자오핑안이 어디서 갖고 왔는지 모를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이 모습을 본 북한 장교들은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급은 고사하고 매달 병사들을 시켜 농사 지은 수확물들을 당에 가져다 바쳐야만 승진할 수 있었다. 누가 더 병사들을 많이 쥐어짜느냐가 승진의 기준이 되었다. 병사들은 부대 밖으로 나가 옥수수를 훔치고 가축도 훔쳐다 부대장에게 바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조선 인민의 고혈을 짜는 군대는 그렇게 돌아가고 있었다.


장교들이 플랫폼을 지나 국방위원회 본부청사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연회장에는 뷔페가 아니라 웬 명찰들이 자리마다 놓여 있었다. 장교들이 지정된 자리에 착석하자 중국군 병사들이 쌀밥을 자리마다 내왔다. 곧이어 다른 병사들이 고깃국을 내오자 자오핑안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존경하는 조선의 김일성 주석께서 옛날에 조선 인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여준다고 했지요. 아쉽게도 미국, 일본, 한국 놈들의 방해로 그 꿈이 실현되지는 못하였습니다만··· 우리가 평양을 되찾고 나면 조선은 반드시 그 꿈을 이룰 것입니다. 오늘의 이 저녁식사를 절대 잊지 마십시오. 지금 우리가 가지는 이 시간을 훗날 전 조선인민들이 누릴 수 있게 합시다.”


통역병이 통역을 마치자 조선인민군 장교들이 눈물을 흘렸다. 평소엔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던 이들이 쌀밥을 보고 통곡하고 있었다.


연회를 마치고 각 부대로 돌아가는 조선인민군 장교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그들은 희망과 환희의 눈물을 흘리고서는 새로운 시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이제 위원장 동지의 지휘체계는 잘 돌아갈 겁니다.”


연회를 마치고 장교들을 배웅하던 량스차오가 공철남에게 말을 걸었다.


“다행입니다. 우리가 가진 핵무력에 저 동지들의 단결력을 더했으니, 평양을 넘어 서울까지 우리 손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


식사에 소주를 약간 곁들여 술기운이 올라온 공철남이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김한솔 동지가 온다면 훨씬 단결이 훨씬 단단해지겠지요.”


옆에서 자오핑안이 거들었다. 이 말에 공철남은 웃지 않았다. 붉어진 얼굴로 딸꾹질만 할 뿐이었다.

이때, 신의주청년역 대합실 텔레비전에서 조선중앙통신의 긴급보도가 나왔다. 그 소리를 들은 세 사람과 중국어 통역병이 텔레비전 앞으로 달려갔다.


“보-도. 오늘 오후 5시 30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는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시며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인 황용호 동지를 차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하는데 대하여 만장일치로 선출하였다. 제1부위원장으로는 차수력 조선인민군 호위사령관이, 부위원장으로는···

그리고 내일은 조선로동당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조선중앙통신사 보도국장 임병해가 긴급방송으로 황용호의 김정은 권좌 승계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공철남과 두 사람은 숨죽이며 방송을 지켜보았다. 결국 황용호가 일을 저질러버렸다.

오늘 나라의 대표가 되었고 내일은 당의 대표가 될 참이었다. 내일 있을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그가 조선로동당의 총비서가 된다면 명실상부 북한의 대표가 되는 꼴이다. 조선인민군은 그 구조상 조선로동당의 군대이니만큼 내일이면 황용호에 반대하는 부대는 꼼짝없이 ‘헌법적’으로는 반란군이 될 일이었다.


량스차오는 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방금 선출된 황용호 정권을 옹호하는 국가가 있는지 알아보라 지시하고 있었다. 신의주에 새 중국 대사관을 차릴 수 있도록 빠르게 준비하라는 지시도 더했다. 자오핑안도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황용호나 김정철 세력에 붙은 군부대 목록을 업데이트 해놓으라 지시했다. 공철남은 옆에서 연신 담배연기만 내뿜을 뿐이었다. 저 멀리 쌓인 쌀포대들은 인부들이 그렇게 날랐는데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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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혁명의 수도 평양 13 24.09.10 2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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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혁명의 수도 평양 6 24.09.06 42 1 11쪽
5 혁명의 수도 평양 5 24.09.02 47 1 11쪽
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0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6 1 11쪽
2 혁명의 수도 평양 2 24.09.02 6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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