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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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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 8

DUMMY

2023년 3월 15일 정오

평양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본부


김여정은 득의양양하게 총정치국 본부에 입성했다. 총정치국장의 연락을 받은 평양 근교의 사단장들이 각자의 부대로 출근하지 않고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의 부대는 지금 당장 출동한다면 한두 시간 내로 평양에 도달할 부대들이었다. 대회의실에 모인 그들을 보며 여정이 미소를 지었다.


“총정치국장 동지가 수고가 많았습니다. 조선의 미래가 여기 다 모였네요.”


여정의 말에 총정치국장이 웃었다.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다.


“대장 동지, 여기 모인 이들의 병력만 해도 5만 명은 넘을 겁니다. 이제 땅크사단장만 오면 호위사령부보다 강력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이제 보위성만 차지하면 끝나겠네요.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김여정은 보위성이 가진 정보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정보력만 있다면 호위사령부의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 볼 수 있었다. 어쩌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평양을 점령하는 것도 꿈은 아니리라. 하지만 총정치국장 고경희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여정은 고개를 잠시 끄덕이고는 걸어가 대회의실 상석에 앉았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리키자 총정치국 소속 병사들이 마이크를 들고 왔다. 그녀는 마이크를 켜고 손으로 몇번 툭툭 치더니 말을 꺼냈다.


“주목해주세요 동지들.”


회의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자랑스런 우리 조선인민군 장성들, 엄중한 시국에 나라를 지키러 와줘서 고맙습니다. 나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손녀이자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장군님의 딸 김여정입니다.”


회의실에 모인 이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오늘 새벽, 우리의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서거하시었습니다.”


장내가 술렁였다. 아직 군부 최고층을 제외하고는 이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다. 김여정은 책상을 치며 말했다.


“오늘 여러분은, 수령님이 안 계시는 지금 이 절박한 시점에, 자랑스런 조국과 혁명의 수도 평양을 지킬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김여정의 말이 끝나자 아주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모두가 중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동지!”


“그럼 지금부터 총정치국장의 지휘에 따라 각자의 부대 병력을 평양 내로 입성시키세요. 이제 총참모부나 호위사령부의 지시는 없는 겁니다.”


여정의 말에 일부가 동요했다. 그녀의 말을 해석하자면, 총참모부와 호위사령부는 그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만약 이들과 충돌한다면 파국이 예상되었다. 게다가 정보력이 가장 막강한 국가보위성은 어느 편인지 알 수 없었다. 누구하나 쉽게 여정의 말에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이때, 호위총국장이 마이크를 들었다.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돌아가신 이 때에, 누가 이 나라를 이어 받아 지켜야겠습니까?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의 따님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김여정 동지를 당 중앙으로 높이 모십시다!”


백두혈통의 힘은 대단했다. 새삼스레 김여정이 김정일의 딸이라는 사실이 강조되자 회의실에 모인 사단장들은 박수로 총정치국장의 연설에 화답했다. 긴 박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여정이 그만 하라는 손짓했고 모두가 박수를 멈췄다.


“모두 맡은 바 소임을 다하기 바랍니다.”


김여정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단장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각자의 부대에 연락하기 시작했다. 회의실 벽면엔 커다란 평양의 지도가 걸렸고 각 주요지점마다 배치될 사단이 표시되어 있었다. 병사 한 명이 탱크 모양의 팻말을 가지고 와서는 지도 위 조선로동당 본부청사 위에 붙였다. 다른 병사 한 명이 전투기 모양의 팻말을 가지고 호위사령부 본부 위에 붙였다. 김정은이 죽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평양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같은 시각,

평양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황용호의 집무실


호위사령관 차수력이 전화로 휘하 호위총국장과 91수도방어군단장을 황용호의 집무실로 불렀다. 목숨을 걸고 지켜야할 김정은이 죽은 이 때, 갈길을 잃은 이들이었다. 갈길은 잃었지만, 북한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들이라 하겠다.


“도착했답니다, 동지!”


황용호의 부관이 들어오며 이들의 도착을 알렸다.


“안으로 모셔오라.”


호위총국장과 91수도방어군단장은 밖에서 권총 무장을 해제당한 채 황용호의 집무실로 향했다. 불과 몇 시간 전인 김정은 생전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총참모장 동지, 오래간만입네다.”


“고생이 많소, 앉소.”


황용호는 둘을 앉히고는 비서보고 커피를 내오라 했다. 긴박함 속에 여유가 있었다.


“김여정이가 총정치국장 무리들을 데리고서는 평양을 접수할라하는구만. 죄다 이 근방의 부대장들만 모아놨어. 이거이, 땅크라도 몰고온다면 큰일 날 수도 있갔어. 각자 의견들 있으면 말해보라.”


황용호가 앞에 앉은 셋에게 묻자 다들 아무 대답을 못 했다. 그들과 군사충돌이라도 일어난다면 자멸이었다.


“두려워서 말을 못 하는 것이네, 아니면 막을 방법이 생각이 안 나는 것이네?”


황용호가 재촉했는데도 이들은 허공만 바라볼 뿐이었다.


“나 참··· 김여정이가 두려우면, 지금 부대를 이끌고 가서 품어달라 하시게. 다 갖다 바치면 한자리 마련해 줄지 누가 아나.”


황용호가 냉랭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건 안 될 일이었다. 호위사령부는 지난 십 년 간 김여정을 철저히 고립시킨 장본인이었다.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김여정이 가택연금을 당한 일도 여러 번 있었는데, 그럴 때면 늘 호위사령부가 나서서 그녀를 가두었다. 김여정 시대라면 지금 이 사무실에 앉아 있는 셋은 1호 숙청 대상이 될 셈이다. 차라리 황용호를 대표로 하여 군사정권을 만드는 게 나았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그때, 호위사령관 머릿속으로 중국이 떠올랐다.


“총참모장 동지. 혹시 말입니다··· 중국 정부라면 누구를 지원하겠습니까?”


리용호가 차수력을 쳐다봤다. 뜻밖의 주제였다. 중국. 그것은 북한 정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애증의 존재였다. 황용호도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칫하다 외국 군대를 이번 사태에 끌어들이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저 북쪽 국경선이라도 넘어오는 때에는, 북한의 정권은 그들이 임명하는 꼭두각시 정권이 될 판이었다. 그런데 혹시시 김여정이 먼저 중국과 접촉한다면? 그럴 바엔 먼저 중국쪽과 접촉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던 황용호였다.


“마침 요 근래에 중국 대사가 바뀌어서 그쪽은 좀 어수선하지···”


황용호가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멈췄다. 이게 맞는 것일까 고민이 들었다. 그러자 호위총국장 한종훈이 제안을 했다.


“지금, 우리가 중국의 지지를 받지요. 제가 새로 부임할 리우지허 대사 연락처를 알고 있습니다. 한 번 접촉해보죠. 과거 김정은 동지도 중국의 지지를 받아 후계자가 되지 않았습네까.”


황용호는 급히 부관 둘을 불렀다. 그중 한 명에게 새로 부임할 리우지허 중국 대사에게 사람을 보내니 초대에 응해주시기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라 했다. 정중히 모시니 조선의 심장 조선로동당 본부청사로 오시라는 말을 덧붙였다. 황용호의 지시가 끝나자 그 부관은 곧장 사무실을 나갔다. 나머지 한 명에게는 러시아 안드로이 대사를 만날 수 있는지 알아보라 했다. 두 번째 부관도 사무실을 나갔다. 황용호는 휴대전화를 꺼내 장태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부관이 곧 리우지허 중국대사의 소재지를 알려줄 거요. 듣는 즉시 그를 당사로 데려오시오. 절대 겁박해선 안 되고, 정중히 모셔오시오.”



같은 시각,

평양 국가보위성 본부



장태식의 직속부하 리효성이 국가보위상 현근택의 집무실 앞에서 부하들을 데리고 서 있었다. 그의 뺨엔 좁고 기다란 상처가 두드러졌다. 그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력사적인 날이야, 력사적인 날···’


효성이 중얼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근택의 비서가 문을 열어 주었다. 현근택의 부관들이 나와 효성의 군복에 무기가 없는지 살피려 하던 그 때,


“으···윽”


부관들이 쓰러졌다. 효성의 부하들은 소음기를 단 권총으로 단번에 부관들을 쓰러뜨렸다. 그들은 옆에 있던 현근택 비서의 입을 테이프로 묶고 현근택의 집무실로 내동댕이쳤다. 현근택이 놀라 일어났다.


“뭣들하는 짓이야!”


현근택이 고함을 지르며 비상벨을 누르려는 찰나, 리효성이 권총으로 비상벨을 명중시켰다. 효성의 부하 열두 명이 집무실에 들어온 뒤였다.


“죽이지는 않겠습니다. 오늘 하루만 조용히 계셔 주시오, 동무.”


효성이 현근택에게 나지막이 말하자 그의 부하들이 현근택의 입을 테이프로 묶었다. 효성은 보위상 자리에 앉더니 컴퓨터로 지시사항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1. 지금부터 수사국 인원들은 모두 김주애를 찾는다. 찾는 즉시 콤퓨타 시스템으로 보고할 것.

2. 보위상 경호부대는 비상사태 지원을 위해 조선로동당 본부청사에 집결하여 해외대열보위국장 장태식의 명령을 기다릴 것.

3. 국내 정보탐지부서는 탈북 방지에 전념하고, 대면보고는 삼갈것.’


지시사항이 송신되자 창밖으로 보위상 경호부대가 군용트럭에 승차하는 모습이 보였다. 효성은 미소를 지으며 현근택에게 다가왔다.


“여기 이 뺨의 상처, 잊지 않았습니다.”


효성은 이빨을 꽉 깨물었다. 그 상처는 몇 달 전 현근택이 채찍으로 낸 상처였다. 해외 공관의 외교관 한 명이 김정은에게 바칠 암호화폐를 콜드지갑에 넣고 이를 들고 탈북하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김정은이 현근택의 숙청을 입에 올렸다. 이에 현근택은 해외정보 수집을 담당하던 리효성을 집무실로 불러내 무차별 구타를 하였다. 주먹과 발길질로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현근택은 리효성을 가죽 채찍으로 때렸고, 효성의 상처는 계절이 바뀌도록 아물지 않은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 외교관이 외국 정보기관에 건네주기 직전에 장태식이 해외로 요원을 파견하여 그 콜드지갑을 빼앗아 오는 데 성공하였다. 김정은은 이에 장태식을 치하했고 현근택의 숙청은 없던 일이 되었으며 장태식은 리효성의 실수를 품어주었다.


“네 동지, 임무 완료했습니다.”


리효성이 장태식의 전화를 받았다.


“동무 수고했어. 이제 그 상처 다 아물겠고만.”


장태식의 목소리가 한결 밝아졌다.


“걱정 마시라요 동지. 저는 그럼 여기서 대기하면 되갔습니까?”


효성이 집무실 바깥을 조심스레 살피며 물었다.


“아니지, 동무는 나랑 같이 다녀야지. 조금있으면 총참모부에서 보낸 부대가 도착할 거이야. 그때 임무교대하고 류경호텔로 오라우.”


“알갔습네다.”


효성이 전화를 끊고 창밖을 보자 저 멀리 장갑차 수십여대가 보위성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부대 마크를 보니 91수도방어군단이다. 총참모부가 기어이 호위사령부를 손에 넣은 것이다. 이제 세상의 주인이 바뀌고 있었다.


‘많이도 오는구만 기래’


총성이 들리자 효성의 눈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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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혁명의 수도 평양 15 24.09.10 28 1 11쪽
14 혁명의 수도 평양 14 24.09.10 27 1 11쪽
13 혁명의 수도 평양 13 24.09.10 29 1 11쪽
12 혁명의 수도 평양 12 24.09.09 27 1 11쪽
11 혁명의 수도 평양 11 24.09.09 34 2 11쪽
10 혁명의 수도 평양 10 24.09.07 32 1 11쪽
9 혁명의 수도 평양 9 24.09.07 3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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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혁명의 수도 평양 7 24.09.07 39 1 11쪽
6 혁명의 수도 평양 6 24.09.06 43 1 11쪽
5 혁명의 수도 평양 5 24.09.02 47 1 11쪽
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0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7 1 11쪽
2 혁명의 수도 평양 2 24.09.02 70 1 11쪽
1 혁명의 수도 평양 1 24.09.02 9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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