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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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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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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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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 24

DUMMY

2034년 3월 13일 김정은 사망 이틀 전

평양 조선로동당 본부청사



하루 전인 3월 11일, 김정은이 조선로동당 본부청사에서 긴급 기관장회의를 소집해 회의를 하고 있었다. 군 뿐만 아니라 국가보위성이나 국가계획위원회 같은 다양한 기관의 간부도 참여했다. 현원택 국가보위상을 대동하고 온 장태식은 현원택이 간부회의실로 들어가자 3층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다른 기관에서 온 간부들과 섞여 앉아 있었다. 대기실에 사람이 많아 답답했는지 그가 담배를 피우러 나가고자 대기실을 나왔을 때 웬 소란이 벌어졌다.


“주치의! 주치의!”


김정은의 비서가 김정은의 주치의를 찾으며 3층 복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호기심이 생긴 장태식은 회의실이 있는 2층으로 조용히 내려가보았다. 2층에 도착할 때까지 막아서는 김정은 호위병은 없었다.


“심장충격기 얼른 가져오라!”


김정은이 2층 복도에 쓰러져 있었다. 현원택은 그의 머리를 받쳐들며 호위병들에게 심장충격기를 가져오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 옆으로 놀라 뛰쳐나온 기관장들이 멀뚱히 서 있었다.


“주치의 데려왔습네다!”


아까 3층 복도를 뛰어다니던 경비병이 김정은의 주치의를 잽싸게 데려왔다. 주치의는 김정은의 머리를 무엇인가로 받치더니 와이셔츠를 풀어헤치고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했다. 맨 손으로 여러번 김정은의 가슴팍을 눌러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때 뒤에서 한 호위병이 심장충격기를 손에 들고는 다른 의사들과 함께 뛰어왔다.


“빨리, 빨리!”


의사들이 심장충격기 케이스를 열고 재빨리 처치 준비를 했다. 지켜보던 모두의 숨소리가 멎었다.


“다시, 다시!”


의사들은 심장 충격 한 번으로는 효과가 없자 재차 준비를 했다. 의사 한 명이 다시 기계를 만지던 그 때 김정은이 기침을 하며 깨어났다.


“최고사령관 동지!”


현원택이 울며 김정은 가까이 오려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의사들이 제지했다.


“절대 안정입니다. 모두 다른 층으로 이동해주세요.”


의사의 단호한 말에 경비병들이 복도에 모인 수많은 인원들을 통제하며 1층으로 내려보냈다. 김정은의 눈이 살짝 떠지고 있었다.


“최고사령관 동지, 정신이 좀 드십네까? 어떻습네까?”


그에게 직접 심장 충격을 가했던 의사가 조심히 물었다. 그는 김정은의 수석주치의였다. 김정은은 연신 기침을 내뱉더니 몸을 반쯤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니 의사들과 경비병들밖에 없었다. 장소를 보아하니 아까 있던 조선로동당 청사 그대로였다.


“이거이··· 뭐가 어떻게 된 일이가? 무슨 일 있었네?”


김정은이 드디어 말을 꺼냈다. 의사들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고사령관 동지, 잠깐 동지께서 심정지가 있었습네다. 저희들이 얼른 달려와 응급처치를 했구요. 일단 동지께서 누워계셔야 합네다.”


수석주치의는 김정은에게 조심할 것을 당부하더니 병사들을 쳐다보았다. 병사들이 재빨리 병원침대를 가져와 김정은을 눕혔다. 주치의들은 침대를 끌어 재빠르게 김정은을 전용 엘리베이터에 태웠다. 이 모습을 장태식이 다른 간부들과 함께 저 멀리 계단실에서 머리를 삐죽 내밀고 지켜보고 있었다.


“최고사령관 동지 저번에도 이런 일 있었지 않았어?”


“작년 말이었나, 백두산 시찰갔다가 쓰러졌지 아마. 그때도 저 주치의 아니었음 어떻게 됐을지 몰라.”


장태식 옆에 있던 다른 기관 간부들이 소곤소곤 떠들고 있었다. 아마 김정은이 쓰러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나보다. 장태식은 현원택 보위상을 데리고 보위성으로 복귀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아직 현원택이 친한 장성들과 이야기하고 있어 그를 부를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먼저 1층에 나가 보위성 관차 보조석에 탔다. 운전병이 밖에 나갔는지 차에는 운전석이 비어있었다.


그는 조금 전 김정은이 쓰러졌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에이 씨,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았는데 아쉽게 됐네.”


말을 뱉고나서 바로 아차 싶었다. 보위상 정도라면 다른 기관에서 몰래 차량을 도청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는 바로 주변을 살피려 고개를 돌렸는데, 백미러로 누군가가 보이는 게 아닌가.


“동무는 왜 남의 차에 타서 욕지거리부터 하는긴가?”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황용호였다. 장태식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남의 차라면···”


“이거이 내 차인데.”


황용호와 현원택의 차는 똑같은 벤츠 차량에 모델도 똑같았다. 장태식은 딴생각을 하다 그만 황용호의 차에 탄 것이다. 그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방금 말을 황용호가 어떻게 생각할까. 아무리 봐도 김정은을 두고 한 말이다. 황용호가 이를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면 자신은 곧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게 생겼다. 장태식의 머릿속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


“내리라 동무. 우리 운전병 이제 출발해야한다지 않네?”


정신을 차려보니 황용호의 운전병이 차에 타고 있었다. 장태식은 재빨리 안전벨트를 풀더니 어떤 변명거리도 말하지 못하고 그대로 나왔다. 방금 안전벨트를 풀 때 무엇인가 걸려 떨어진 것 같지만 그건 중요치 않았다. 인생이 끝난다는 건 이런 느낌인가. 그는 가족들이 생각나며 눈가에 눈물이 빠르게 고였다.


장태식은 터덜터덜 다시 조선로동당 본부 1층으로 향했다. 일단 현원택을 데리고 보위성으로 복귀해야 했다. 황용호가 현원택에게 자신의 말실수를 말하기 전에 뭐라도 미리 변명해야 하나··· 변명거리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1층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뒤에서 차 클락션 소리가 그를 깜짝 놀래켰다.


“장 동무, 나 여기있는데 어디가는 기야? 어디있다 이제 왔네?”


뒤에서 현원택이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그 사이 현원택이 차에 탄 것이었다. 장태식은 한숨을 쉬더니 보조석에 탑승했다. 안전벨트를 매다 문득 도청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황용호의 도청은 바로 자기가 속해있는 보위성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젠장, 이미 도청됐어. 어느 부서였더라.’


이미 도청은 녹음됐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돌아가는 대로 현원택이 보고 받을 수도 있었다. 여기서 현원택을 쏴죽이고 도주해야 하나. 혹시 오늘까지 현원택이 모른다면 밤중에 가족들을 이끌고 몰래 탈북해야하나. 온갖 생각이 다 들고 있었다.


그렇게 장태식이 생사의 걱정을 하는 와중에 현원택은 여기 저기 전화로 걸려오는 보고를 받고 있었다. 백미러로 계속 살폈지만, 아직 자신을 쳐다보지는 않았다. 이렇게 삼십분을 넘게 달렸을까, 드디어 보위성 본부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돌아온 장태식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지나가는 동료들이 모두 적으로 보였다. 가끔 지나치다 오늘 괜찮냐는 다른 후배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 하였다. 그에게 들어오는 보고서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사무실 바깥을 보니 이제 퇴근 시각이라 부하직원들이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있었다. 그때 그의 비서가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국장 동지, 1층에 총참모장 동지가 보냈다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습네다. 계급장을 보니 육군 중좌입네다.”


총참모장 황용호? 신고하려면 자기를 부를 일이 없을텐데 무슨 일인가 싶었다. 혹시 이를 약점잡아 이용하려는 수작은 아닌가 장태식은 고민하였다. 일단 만나봐야 내용을 알 수 있을테니 1층으로 가보기로 하였다.


1층에 도착하니 육군 정복 모자를 깔끔히 눌러쓴 잘생긴 사내가 서 있었다. 그는 장태식을 발견하자마자 경례를 했다. 키가 크고 각이 잘 서 있었다.


“국장 동지, 저는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황용호 동지 비서입네다. 총참모장 동지께서 이것 직접 전해주시라 해서 왔습네다.”


장태식이 그의 손을 쳐다봤다. ‘장태식’ 세 글자가 써 있는 명찰아닌가. 아, 아까 안전벨트에서 걸려 떨어진 것이 명찰이었나. 뭐가 떨어졌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었던 때였다.


“고맙네, 동무.”


“아, 그리고 이 말도 전하라 하셨습니다. 혹시 비상사태가 발생한다면 지체하지 말고 총참모장님을 찾아오라 전하셨습니다.”


“알겠다. 고생 많았네, 비서 동무.”


장태식은 비서를 보내고선 사무실로 돌아왔다. 다시 고민에 빠졌다.


‘황용호의 차량을 어느 부서에서 담당하더라··· 작전지도국? 미행감시국? 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민이 계속되던 와중에 컴퓨터 화면에 띄워진 현원택 보위상의 내일 일정이 눈에 들어왔다. 내일인 14일 오전, 김정은은 함경북도 시찰을 위해 평양역에서 열차에 탑승할 예정이고 현원택은 그 배웅을 위해 아침부터 나가 있을 예정이었다. 또 오후에는 사리원에 들러 함경북도 보위국을 현장 시찰할 예정이라 되어 있었다. 일단 내일 하루는 번 것 같았다. 현원택이 밖에 나가있는 와중에 국장급 직원의 일탈을 보고받고 처리하는 일은 없었다. 일단 내일 출근해서 상황을 지켜보고, 혹시 체포당할 낌새가 있다면 곧바로 총참모부로 달려가야겠다 생각했다.


사실, 장태식이 황용호의 차에서 그런 혼잣말이 나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2033년 12월 말

평양


얼마간 김정은이 김주애를 대동하고 각종 시찰에 다닌 적이 있었다. 이를 촬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보고 북한의 많은 여학생들이 김주애의 머리를 따라하려 했다.


일반적인 여학생들의 머리는 어깨가 닿지 않을 만큼 짧은 단발머리만 허용되었는데, 김주애는 늘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나온 것이었다. 장태식의 어린 딸도 자신이 다니는 초급중학교 친구들 중 일부가 김주애의 머리를 따라하자 그 머리가 예뻐보여 똑같이 따라하고 다녔다.


장태식은 그 모습을 보고 그만 머리 늘어뜨리라 짧게 잔소리를 하고는 말았다. 일전에도 김주애가 텔레비전에 나올 때면 학생들이 따라했고, 학교에선 선생들이 두발단속이란 명목으로 집에서 머리를 잘라오게 하였다. 어차피 내일이면 학교에서 잔소리를 듣고 올 일이었으니 사춘기 딸을 건들고싶지 않던 장태식은 한 마디만 하고는 바삐 일어나 출근한 것이었다.


아쉽게도, 그날 학교에서 두발단속을 한 이들이 선생님이 아니었다. 하필이면 그날 사회안전성에서 김주애의 머리를 따라하는 학생에 대한 대대적 검열이 있었다. 장태식의 딸도 학교 정문에서 서있던 보안원의 검열에 걸렸다. 그날 검열에 걸린 열 명 남짓의 학생들은 류경정주영체육관으로 끌려갔다. 장태식도 이 소식을 듣고는 곧바로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이미 통곡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 남조선 물이 잔뜩 든 학생들은 우리 사회주의 사상에 맞게 개조해야 합네다.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의 명령에 따라 오늘 검거된 학생들은 모두 혁명화교육을 수행하게 될 것입네다.”


마이크를 든 보안원이 소리를 치고 있었고 저 멀리 딸이 수갑을 차고 서서 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불시 검열로 걸린 오늘 학생들을 본보기 삼아 처벌하는 것이리라.


장태식은 딸에게 가까이 갈 겨를도 없었다. 보안원들은 임시재판이 끝나자 곧바로 검거된 학생들을 끌고 체육관 반대편 문으로 사라졌다. 장태식은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딸을 빼내고자 다급히 휴대전화 연락처를 뒤지고 있었다. 그는 흐느껴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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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의 수도 평양 24 24.09.16 11 1 12쪽
23 혁명의 수도 평양 23 24.09.16 19 1 11쪽
22 혁명의 수도 평양 22 24.09.15 20 1 12쪽
21 혁명의 수도 평양 21 24.09.14 22 1 12쪽
20 혁명의 수도 평양 20 24.09.14 21 1 12쪽
19 혁명의 수도 평양 19 24.09.14 23 1 11쪽
18 혁명의 수도 평양 18 24.09.13 23 1 11쪽
17 혁명의 수도 평양 17 24.09.12 26 1 12쪽
16 혁명의 수도 평양 16 24.09.10 32 2 11쪽
15 혁명의 수도 평양 15 24.09.10 28 1 11쪽
14 혁명의 수도 평양 14 24.09.10 27 1 11쪽
13 혁명의 수도 평양 13 24.09.10 29 1 11쪽
12 혁명의 수도 평양 12 24.09.09 28 1 11쪽
11 혁명의 수도 평양 11 24.09.09 34 2 11쪽
10 혁명의 수도 평양 10 24.09.07 32 1 11쪽
9 혁명의 수도 평양 9 24.09.07 35 1 11쪽
8 혁명의 수도 평양 8 24.09.07 37 1 11쪽
7 혁명의 수도 평양 7 24.09.07 40 1 11쪽
6 혁명의 수도 평양 6 24.09.06 43 1 11쪽
5 혁명의 수도 평양 5 24.09.02 48 1 11쪽
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1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7 1 11쪽
2 혁명의 수도 평양 2 24.09.02 70 1 11쪽
1 혁명의 수도 평양 1 24.09.02 9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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