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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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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 20

DUMMY

2034년 3월 16일 오전

황해북도 사리원시



깊게 잠들었던 김정철이 건물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런 소리에 눈을 떴다. 방 안 가득히 햇볕이 들어온 오전이었다. 그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침실 옆에 마련된 통로를 지나 그와 가족들 전용으로 준비된 욕실로 향했다. 따뜻한 물로 씻고 깔끔하게 면도를 하고 나왔을 때, 욕실 옆에 단정히 준비된 조선인민군 정복을 발견했다. 명찰엔 ‘김정철’이라 적혀 있었다. 그는 정복을 갖춰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생각보다 꽤나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핏이었다. 견장을 보니 원수 계급장이 붙어 있었다.


“위원장 동지, 2군단장 도착했습네다.”


밖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강문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철은 가족들에게 인사하고 바로 아래층에 마련된 회의실로 걸어갔다. 강문환과 듬직한 체격의 병사들이 그를 호위하며 뒤따랐다. 이제 그에게 ‘위원장 동지’의 풍채가 느껴지고 있었다.


“충성! 2군단장 리정천 위원장 동지께 인사올립니다!”


정철이 회의실에 들어오자 2군단장 리정천이 재빠르게 일어나 경례를 했다. 옆에는 정찰총국장 조해평과 처음 보는 얼굴들의 육군 장성들이 서 있었다.


“반갑습니다, 나 김정철입니다. 오시느라 고생들 많았습니다.”


정철이 천천히 걸어가 회의실 상석에 앉았다. 정철이 자리에 앉자 조해평이 운을 뗐다.


“위원장 동지, 오늘 구국위원회에 참여하게 된 우리 용맹스런 조선인민군 부대장들을 소개해드리갔습네다.”


서있는 장성들이 각자 자신과 소속부대를 소개하였다. 거의 황해도 해안가에 위치한 4군단 소속 부대들이었다.


“4군단 부대들이구만. 근데 군단장은 어디가고 사단장들만 왔습니까?”


정철이 물었다. 방금 소개를 마쳤던 장성들은 서로를 쳐다보았지만 정철에게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4군단장은, 평양에서 김여정 동지와 있다가 체포되거나 사살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일단 김정은 동지가 사망한 날에 평양에 있었습네다.”


정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질문을 이었다.


“그럼 휴전선쪽 최전방 사단장들은 어딨습니까? 그 부대들 리정천 군단장 직속부대 아닙니까?”


“최전방 부대들은 아직 답이 안 왔습네다. 하지만 오늘 오전, 군수물자나 생필품 보급을 우리 구국위원회에서 책임지고 해주겠다고 하였으니 곧 련락이 올 겁네다.”


조해평이 대답하였다. 정철은 조금 걱정되는 표정을 짓더니, 서 있는 장성들보고 앉으라 지시했다. 리정천이 난감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사실 리정천은 얼마 전 김정은 앞에서 졸다 호되게 찍혀 혁명화교육을 받았다. 겨우 용서를 받아 다시 군단장 자리로 복귀했으나, 소속 부대장들은 그가 다시 김정은에게 밉보이면 본인들도 다칠까 염려하여 그와 꽤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래서 리정천이 김정철에게 포섭된 이 시점까지도 사단장들의 움직임이 없었던 것이다.


“방사포는 최전방 부대에서 관리한다지요?”


“맞습네다. 대부분의 방사포가 황해도 최전방 부대에 있디요.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려면 거기 배치했어야 했습네다.”


강문환이 대답했다. 정철은 그의 대답이 솔직해서 좋았다.


“최선을 다해 부대들을 모아보겠습네다. 황해도 전체만 해도 우리 조선인민군 병력의 30프로는 될 겁니다. 게다가 제가 황해도 전역에 있는 해군, 공군부대에도 말을 해놨습네다. 이 사람들까지도 우리 세력이 된다면 평양놈들도 문제 없지요.”


조해평이 자신있게 말했다. 강문환이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련락 왔습네다! 개성 6사단장이 오늘 오후중으로 위원장 동지래 찾아뵙는다 합네다!”


강문환의 부관이 회의실로 뛰어들어왔다. 정철의 표정이 밝아졌다.


“저희도 련락 받았습네다! 해주의 해군 2전대, 남포의 11전대, 강령의 8전대에서 오늘 위원장님을 찾아뵙겠다고 합네다!”


이번엔 조해평의 부관이 회의실로 뛰어들어왔다. 조해평이 웃는 얼굴로 정철을 쳐다보았다.


“공군은, 공군은 아직인가?”


“황주의 3공군사령부를 우리 땅크부대가 어제밤부터 포위하고 있습네다. 곧 련락이 올 겁네다.”


정철이 걱정하자 강문환이 재빠르게 대답했다. 조해평이 씁쓸한 표정으로 강문환을 쳐다보았다.


“공군이야 뭐 비행장 포위해놓으면 알아서 백기들고 나올겁네다.”


2군단장 리정천이 껄껄껄 웃으며 말하였다. 강문환도 씩 웃었다. 정철의 표정이 한층 더 밝아졌다.


“그럼 일단, 각 부대 련락은 조해평 동지가 맞아 처리하십시오. 강문환 사단장은 공군 3군단 항복을 받아내고 평양 진공작전 계획을 세워서 오늘 저녁 중으로 보고하십시오. 리정천 군단장은 오늘부터 4군단장을 겸임하시고, 여기 모인 4군단 소속 사단장들은 리 군단장 지시에 따라 움직이십시오.”


정철이 처음으로 명령다운 명령을 내렸다. 회의실에 모인 군 장성들은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집에서 음악만 듣던 사람인 줄 알았던 병약한 김정일의 왕자가 사실은 꽤나 총명하고 강인한 모습의 리더일 줄이야.


“위원장 동지께 대하여, 경례!”


조해평이 일어나 장성들에게 정철에 대한 경례를 시켰다. 모두가 재빨리 서서 칼같은 경례를 하자 정철도 일어나서 경례를 받아주었다. 그를 지켜보던 강문환은 꽤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정철이 먼저 회의장을 나가자 강문환이 곧바로 뒤따라 나와서는 자기부대 소속 소령 한 명을 옆에 세워두고 정철을 불러세웠다.


“위원장 동지, 우리 땅크사단에서 일을 제일 열심히, 잘하는 동무입니다. 오늘부터 위원장동지 수행비서로 임명하시면 좋을 거 같습네다.”


정철이 소령을 잠시 쳐다보고는 물었다.


“동무는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예, 조선인민군 육군소령 김근조입니다!”


정철이 이름을 묻자 김근조가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철이 강문환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김근조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회의실에 있던 장성들은 조해평으로부터 교원대학 본관 건물과 다른 강의동 건물에 각자 사무실을 배정받았다. 구국위원회는 이제 꽤 짜임새 있는 조직이 되어 가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정철이 김근조를 불렀다.


“위원장 동지, 부르셨습네까!?”


정철이 창가에 서서 본관 앞 넓은 마당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무, 지금까지 사단장들 련락 없네?”


“아직 조해평 동지로부터 온 소식은 없습네다.”


정철이 창틀에 손을 짚으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김근조에게는 꽤나 편한 말투로 대하는 그다.


“저기 저 마당 있지않네. 저기에 오늘 저녁에 모닥불 피워 놓으라.”


“예?”


김근조는 갑자기 모닥불 얘기가 나오자 감탄사를 내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우리 구국위원회 소속으로 함께하게 된 부대장들과 연회 자리를 좀 가져야겠다. 강문환 사단장한테 가서 전투식량을 부대장 수만큼 챙겨놓으라 해라.”


정철은 갑자기 전투식량도 챙기라 지시했다. 부대장들 연회인데 갑자기 웬 전투식량인지 김근조는 어리둥절했다. 일단 시키는 대로 모닥불과 전투식량을 준비해놨다. 마당에 주차되어 있던 전차들도 이동시키려 하고 있었다. 열심히 마당에서 연회준비를 하던 김근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동무, 전차들은 모닥불 주변에 있는 것만 이동시키고 나머지는 남기지.”


정철의 전화였다. 그는 본관의 정철이 있는 층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알갔습네다, 위원장 동지!”


김근조는 정철이 오랜 감금생활을 해와서 인민군 고급장교들이 어떻게 연회를 가지는지 모르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민군 장성들은 연회가 있을 때면 고급진 뷔페식을 차려놓고는 웬 군악단을 데리고 와서 고급지게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었다. 야외 바베큐라면 모를까 모닥불은 김근조도 처음 들어봤다.


저녁이 되자 구국위원회에 추가로 참여하게 된 부대장들이 속속 사리원교원대 마당으로 집합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들어오는 승용차는 파란색 바탕에 은색 별이 두 개 박힌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드디어 강문환이 3공군사령관을 포섭한 것이다.


“이렇게들 모여주셔서 감사합네다. 지금, 김정철 구국위원장 동지께서 입장하십네다.”


조해평이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마당에 모인 장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김정철을 맞이했다. 뒤에선 모닥불이 크게 피어올랐다.


“동무들 반갑습니다. 나, 국구위원장 김정철입니다.”


김정철은 소개를 하며 박수를 그만치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장내의 박수 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우리 구국위원회는 내일 아침 정식 출범식을 가질 것입네다. 여기 계신 여러분은, 그때까지 여기 모이지 않은 동무들에게 조국의 미래와 함께할 것을 잘 설득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장교들이 연신 박수를 쳤다. 마당 잔디밭 옆에 도열한 병사들이 일제히 ‘김정철 결사옹위’를 외치고 있었다. 정철이 다시 손사래를 쳤다.


“오늘은 우리 함께하게된 동지들이 다 함께 마당에 모여 저녁식사를 했으면 합니다. 각자 의자에 있는 전투식량을 뜯으십시오.”


김정철 앞에 모인 사단장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어리둥절해했다. 저녁식사는커녕 훈련때도 거의 뜯어본 적 없는 전투식량이다. 정철은 교원대학 전체에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 구국위원회와 조선인민군은, 하급병사부터 위원장인 나까지 온갖 고생을 함께 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라는 마음가짐이 없으면, 조국을 지킬 수 없습니다. 지금 여기 모인 모두는 같은 밥을 먹고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은 꿈을 꿀 것입니다.”


정철의 말이 끝나자 마당 전체가 고요해졌다. 도열한 병사들 중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 김정철은 말없이 전투식량 봉투를 뜯어 ‘즉석쌀밥’을 꺼냈다. 거기 달려있는 끈을 당기자 금새 연기가 났다. 장교들은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했다. 정철이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몇 분 지나 밥이 다 되자 소금을 꺼내 밥 위에 뿌렸다. 이젠 병사들도 모두 전투식량을 뜯어 밥을 짓고 있었다. 꽤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전투식량 이거 신형입네까? 난 못 봤던건데?”


“신형은 아니지 않나. 꽤 예전에 남조선 전투식량 따라한다고 만들었지않네?”


인민군 장성들은 이 전투식량을 처음 봤는지 신기해하며 밥을 지었다. 정철은 잔디밭에 털썩 앉아 소금뿌린 밥과 김치를 꺼내 먹었다. 곧이어 봉투에서 비닐포장된 건빵도 꺼냈는데 다행인지 유통기한은 아직 남아있었다.


김정일의 아들 김정철이 전투식량을 아주 맛있게 먹자, 모두가 그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장성들에겐 이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정철은 개의치 않고 건빵을 먹으며 장성들에게도 손을 올려 먹으라는 시늉을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병사들은 처음에는 놀라다가 점차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무리 쇼인 걸 알지만, 우리가 하나라는 이야기를 하고 저렇게 전투식량을 까먹는 위원장은 없었다. 그들에게는 조그마한 위안이 되고 있었다.


“동무, 다 먹었으면 조선인민군가 한 번 불러보라.”


정철이 전투식량 봉투를 정리하던 김근조에게 말했다. 김근조가 손에 든 봉투를 내려놓고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다들 밥먹느라 얘기도 없어 조용한 와중에 난데없이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항일의 빛나는 전통을 이어 강철로 다져진 영광의 대오···”


그가 노래를 부르자 정철이 박수를 치며 박자를 맞췄다. 곧 마당의 모두가 박수를 치고 있었다.


“병사들 다 가까이로 모이라 해라.”


김근조가 노래를 부르던 와중에 정철이 장성들을 시켜 병사들을 전차 위에, 모닥불 근처에 앉게 하였다. 모인 병사들이 박자에 맞추어 박수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김근조의 눈빛이 빛났다. 이제 3절을 부르고 있었다.


“지나온 싸움의 발걸음마다 승리로 빛나는 불패의 대오, 수령님이 부르시는 오직 한길로 조선의 혁명을 완수하리라···”


김근조가 마지막 3절을 부르자 마당에 모인 이들 모두가 나머지 후렴구를 따라 불렀다. 강문환은 이 모습을 아주 흡족하게 쳐다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날 밤, 모닥불 앞에서 구국위원회는 하나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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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혁명의 수도 평양 16 24.09.10 32 2 11쪽
15 혁명의 수도 평양 15 24.09.10 2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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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혁명의 수도 평양 9 24.09.07 3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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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혁명의 수도 평양 7 24.09.07 40 1 11쪽
6 혁명의 수도 평양 6 24.09.06 43 1 11쪽
5 혁명의 수도 평양 5 24.09.02 48 1 11쪽
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1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7 1 11쪽
2 혁명의 수도 평양 2 24.09.02 7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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