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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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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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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 6

DUMMY

2034년 3월 15일 오후 늦은 시각

평양 주북한 러시아대사관


몇 시간 잤을까, 주애가 눈을 뜨자 밖에 직원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안드로이 대사가 내일 황용호 장군을 만나기로 했답니다. 장소는 류경호텔..."

"지금은 중국 리우지허 대사와 약속이 있어 외출했습니다..."

"순안공항에 지금 웬 군인들이 들이닥쳤다고 합니다..."


황용호? 리우지허? 러시아의 안드로이 놈이 여기저기 북한의 내부사정을 알아보다가 아버지 다음의 가장 유력한 인물을 찾아다니는 게 틀림없었다. 이미 온 세계가 아버지의 죽음을 다 아는 것인가. 순안공항에 들이닥친 군인들은 자신을 찾으러 간 무리들인가가. 이제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 주애가 경호원을 찾아 창밖을 내다보았다. 자신의 경호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타고 온 SUV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벌컥 문을 열고 대사관 직원들에게 물었다.


"밖의 내 경호원들 다 어디갔죠?"


대사관 직원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아까 어떤 군인 무리가 그들을 데려갔습니다."


주애는 좌절했다. 이제 자신은 혼자가 되었다. 다시 접객실로 돌아온 그녀는 내일 살아서 공화국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그때 창밖으로 렉서스 리무진과 군용 지프차들이 줄을 지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저 모델은 분명 고모 김여정밖에 쓰지 않는 모델이다. 아직 백두혈통이 살아있다. 김여정이 만약 저 군부를 장악한 것이라면, 자신이 외국으로 나간다 했을 때 도와줄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이 도박은 해볼 만하다. 자신은 고모에게 서운할 일을 한 적이 없지 않은가. 자신이 고모를 전격 지지한다 군부 앞에서 선언한다면 김여정의 위상은 높이고 자신은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일이었다.


문을 벌컥 열고 나온 김여정은 대사관 직원에게 도와달라 소리쳤다. 차로 5분이라 소리치는 그녀를 두고 대사관 직원 한 명이 자신의 차를 가리키며 같이 가자고 했다. 그녀는 그렇게 김여정보다 로동신문사에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2034년 3월 16일 오전 12시

원산갈마비행장


"중대장동지! 웬 헬기들이 또 옵니다!"


원산비행장을 지키던 병사가 무전을 쳤다. 중대장은 곧바로 상부에 보고하려 급히 군복을 입었다. 군복을 입고 나온 부대 앞에는 처음 보는 검은 군복의 사나이들이 정렬해 있었다.


'누구지...?'


검은 군복의 이들은 중대장을 못 본 듯하다. 그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몸을 나무 뒤로 숨겼다. 이들은 비행장에서 그의 직속상관인 대대장을 끌고 나왔다. 대대장은 마치 고문을 당한 듯 수척해보였다.


"방금 우리가 오기 전에 도착한 헬기, 누구였어! 말 해!"


그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소리쳤다.


"무슨...헬기를 말하는 거요?"


대대장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목소리는 기어들어갔고 눈의 초침은 사라지고 있었다. 그때 웬 굉음과 함께 활주로에서 수송기가 이륙하고 있었다. 대대장은 정신을 잃었다. 소리를 들은 검은 군복의 사나이들은 분대를 나눠 비행장 여러 방면으로 진입했다.


'내 부하들은 어디있지?'


중대장은 그들을 피해 가장 바깥의 초소로 향했다. 아마 비행장 출입구는 이미 저들에게 점령당했으리라. 초소의 병사들은 방금 전의 상황을 모두 보았는지 겁에 질려 숨어있었다. 그들은 중대장의 목소리를 듣더니 중대장 멱살을 잡고는 초소 안으로 무작정 끌고들어왔다.


"중대장동지, 저들에게 잡히면 죽습니다. 아까 우리 대대장동지 이전에 다른 장교들을 모두 쏴죽여버렸디요."


조선인민군 공군 장병들을 쏴죽이다니. 분명 보통 이들은 아니다. 보위성인가, 아니면 호위사령부인가. 중대장은 저들이 초소에 올지 걱정이었다. 몇 십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전투기 엔진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전투기...? 지금...?'


웬 전투기 편대 여럿이 순식간에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었다.


"김주애다! 김주애를 잡아라!"


갈마비행장에 김주애의 이름이 울려퍼졌다. 중대장의 온 몸에서 전율이 느껴졌다.



그시각 동해상


김주애는 수송기 속도가 불만이었다. 이대로면 아침나절은 되어야 러시아아에 닿을까. 배도 이것보단 빠르겠다 싶었다. 그때 수송기 조종석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레이더에 무언가 잡힙니다!"


부기장이 기장에게 말했다. 부기장은 원산비행장에서 전투기가 출격했음을 직감했다. 레이더 상의 속도로 보아하니 북한에서 가장 빠른 전투기 기종일 것이다.


"기장님, 이거 우리를 잡으러 오는 거 같지 않습네까? 속도를 보아하니 전투기가 틀림 없습네다."


부기장은 주애가 듣지 못하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원산에 어떤 명령이 떨어진 건가... 이미 우리는 돌아가도 죽은 목숨인가?"


기장이 작은 목소리로 부기장에게 말했다. 멀리 있는 줄만 알았던 주애가 황급히 대화에 끼었다.


"지금 전투기가 날아오를 일이 있습니까?"


기장과 부기장은 깜짝 놀랐다. 주애가 잠이 든 줄 알았다.


"없디요. 요새 항공유가 부족해서 필요한 훈련도 못 합니다."


기장이 레이더를 주시하며 대답했다.


"어떡하지요?"


부기장이 걱정스레 묻는다. 이내 기장이 대답하려는데,


"기수를 남쪽으로 트시라요!"


주애가 소리쳤다. 남쪽. 여기서 남하하면 남조선이다.


"대장동지, 여기서 조금만 날면 바로 남조선 상공에 도달합니다.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그야, 러시아까지 못 가면 남조선에 가면 되지 않갔네?"


주애는 해맑게 대답했다. 기장은 곧바로 기수를 남쪽으로 틀었다.


"대장동지 말이 맞습니다. 저들은 우리를 죽이러 오는 거요. 이유는 모르겠다만 지금 대장동지를 우리 비행기에 태운 게 불만인 세력들이 있나봅니다."


기장은 베테랑이었다. 상황판단이 빨랐고 행동도 빨랐다.


"남조선으로 가면 우리는 어떻게 됩니까?"


부기장은 다른 걱정이 들었다.


"그야 통일 조국을 보게 되갔지요?"


주애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남조선 공항이 어딥네까?"


"여기서 가장 가까운 데는... 양양공항이라고 있습네다. 뭐, 남조선네 전투기들이 안내한다면 강릉에 가겠지만서도."


기장이 대답했다.


"어디든 상관 없습네다. 남쪽으로 가시라요!"


주애는 신이 났다. 뒤따라오는 전투기와의 거리는 이제 30km도 되지 않아 보였다.


"우리가 저 휴전선을 넘기 전에 미사일을 맞을 수도 있어. 너무 빠르다 저들이."


침착했던 기장이 탄식했다. 그는 더이상 레이더를 볼 자신이 없었다.


"낙하산 있습네까? 보통 공군 비행기에는 다 있지 않습네까?"


주애는 낙하산부터 찾았다.


'백두혈통은 보통은 아니구만 기래'


부기장은 속으로 그런 주애가 기특했다. 그들이 걱정하는 사이 저 앞으로 대한민국 공군기가 레이더에 잡혔다.


"대장동지, 남조선 전투기입네다. 우리가 이제 선을 넘나봅니다."


"만세~"


주애는 다가오는 남조선 공군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내 레이더에선 뒤따라오던 공군기가 사라진 뒤였다.



2034년 3월 16일 오전 1시 30분

대한민국 강릉, 공군 제18전투비행단


"상황, 상황, 상황!"


고요했던 대한민국 공군 강릉기지에 비상이 걸렸다. 비행단 전역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다. 혼란을 뚫고 장갑차 두 대가 활주로를 내달렸다.


'북한에서 무엇이 온다'


레이더상 미확인 비행기의 남하소식을 들은 비행단장이 상황실로 출근을 하며 중얼거렸다. 김정은 사망 덕분에 하루종일 비상대기를 하느라 피곤한 그였다. 하지만 이내 밤새 잠도 못 자고 대기했을 병사들 생각에 짜증을 부린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곧이어 한 시간 전쯤 강릉기지를 떠났던 보라매 전투기들이 착륙했다. 이제 뒤따라오던 진짜 손님이 내릴 차례다.


'대체 누구냐.'


단장은 북에서 온 손님을 마중하기 위해 활주로로 나왔다. 곧이어 조선인민군 마크가 크게 새겨진 수송기가 활주로에 착륙했다. 군사경찰들이 수송기를 에워싸며 문을 열라 지시했다. 수송기에선 아무런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


"나오지 않으면 쏘겠다. 전원 실탄 사격 준비!"


군사경찰 중대장이 소리친 그 때, 수송기의 문이 열렸다.


"총 치우라! 내가 누군지 알고!"


흥분에 찬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곧이어 기장과 부기장을 앞세우고 주애가 모습을 드러냈다. 손을 들며 쭈뼛하게 밖으로 나오는 둘과 달리 주애는 아주 당당히 걸어나왔다.


'김주애!!'


비행단장은 곧바로 용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내 용산 대통령실 건물 전체에 환하게 불이 켜졌다.



2034년 3월 16일 오후

평양순안공항

특별접견실


"귀관들말이오. 통역병이 올 때까지 가만 있으시오!"


장태식의 휘하부대가 위조여권 혐으로 체포한 중국 외교관들을 구금해놓고는 윽박질렀다. 중국 외교관들은 어느정도 한국말을 알아들었지만 최대한 모른 척하며 소리질렀다.


"외교관이요 외교관! 우리를 체포하는 나라는 없소!"


외교관 특권이 몸에 밴 그들이었기에 군인들의 겁박에도 소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이때 중국어 통역병들이 도착했다. 장태식의 직속부하 리효성이 소리쳤다.


"귀관들은 오늘부로 체포되는 거요. 체포. 당신들 이 여권 다 가짜인거 밝혀졌어!"


절반의 사실이었다. 이번에 입국한 중국 외교관 및 외교부 직원들 중 절반이 블랙요원이었다. 신분을 숨긴 스파이들. 리효성은 한명한명 신원을 확인하고 태블릿PC에 그 내용을 기록하고는 장태식에게 전화를 걸었다다.


"국장동지, 모두 체포 완료했습니다. 전부 다 고려호텔로 넣을까요?"


태식은 잠시 생각하더니 책상 가장 위칸의 종이를 꺼내보며 말했다.


“동무, 위조여권으로 밝혀진 이들만 불러보라.”


효성이 여러 이름을 이어 불렀다. 태식은 종이에 펜으로 표시를 하며 한명 한명 체크했다. 효성의 호명이 끝났다.


"지금까지 동무가 말한 이들을 모두 요덕으로 보내라..."


태식은 전화를 끊고는 책상을 세게 쳤다. 아무리봐도 황용호의 정보력은 보통이 아니다. 국가보위성 국장인 본인도 블랙요원이 누구인지는 가려낼 수 없었는데 황용호는 명단을 보고는 정확히 짚어내었다. 그가 짚어낸 이들만이 위조여권이었다. 그를 따르기로 한 것은 정답이었을까. 태식은 사무실의 TV를 틀었다. 남조선 뉴스채널이 나왔다. 그때 믿기지 않은 얼굴이 뉴스에 나오는 것 아닌가.


'속보입니다. 김정은 전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오늘 오전 우리 대한민국에 입국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십 분 뒤 국방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힌다 합니다...'


태식은 리모컨을 집어 던졌다. 그가 찾아 헤매던 백두의 딸이 남한에 있다니. 김정은의 딸이 김정은이 죽은 다음 날 남조선에 나타나다니. 김씨일가 중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그때 갑자기 평양에 정전이 발생해 TV가 꺼졌다. 그는 담배를 물고는 창문을 벌컥 열었다. 어느새 평양의 야경은 사라지고 없었다. 창밖엔 고요하고 적막한 세상에 홀로 주체사상탑만이 두만강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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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혁명의 수도 평양 25 NEW 19시간 전 9 1 11쪽
24 혁명의 수도 평양 24 24.09.16 10 1 12쪽
23 혁명의 수도 평양 23 24.09.16 18 1 11쪽
22 혁명의 수도 평양 22 24.09.15 20 1 12쪽
21 혁명의 수도 평양 21 24.09.14 21 1 12쪽
20 혁명의 수도 평양 20 24.09.14 20 1 12쪽
19 혁명의 수도 평양 19 24.09.14 23 1 11쪽
18 혁명의 수도 평양 18 24.09.13 22 1 11쪽
17 혁명의 수도 평양 17 24.09.12 25 1 12쪽
16 혁명의 수도 평양 16 24.09.10 31 2 11쪽
15 혁명의 수도 평양 15 24.09.10 28 1 11쪽
14 혁명의 수도 평양 14 24.09.10 26 1 11쪽
13 혁명의 수도 평양 13 24.09.10 29 1 11쪽
12 혁명의 수도 평양 12 24.09.09 27 1 11쪽
11 혁명의 수도 평양 11 24.09.09 33 2 11쪽
10 혁명의 수도 평양 10 24.09.07 32 1 11쪽
9 혁명의 수도 평양 9 24.09.07 34 1 11쪽
8 혁명의 수도 평양 8 24.09.07 36 1 11쪽
7 혁명의 수도 평양 7 24.09.07 39 1 11쪽
» 혁명의 수도 평양 6 24.09.06 43 1 11쪽
5 혁명의 수도 평양 5 24.09.02 47 1 11쪽
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0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6 1 11쪽
2 혁명의 수도 평양 2 24.09.02 69 1 11쪽
1 혁명의 수도 평양 1 24.09.02 9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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